사진이야기2015. 2. 14. 11:24




 2014년, 작년 1월의 어느날 현상사고가 났습니다. 원인은 기계 안의 라크(lack)를 구동시키는 벨트가 끊어진 거였습니다. 후지

필름의 컬러네거티브필름 자동현상기들은 필름 이송을 전용의 벨트를 이용해서 하게 되어 있는데, 이 벨트가 독한 약품속에서 오래 돌아가다보면 삭아서 끊어지게 됩니다. 한국에서는 물론이고 일본에서도 이 기계는 이미 단종된 지 수 년 이상 지나고 소모품(이 벨트는 그래서 소모품입니다)은 더는 만들어지거나 공급되지 않아 구할 수 없어서, 최대한 버텨본다고 국내의 나까마(현상장비들을 유통하는 업자분들을 그렇게 부릅니다)를 통해 중고기계들이 매물로 나올 때마다 매입해서 기계는 해체하고 중요 부품들만 쟁여놓곤 했었는데 새 벨트가 아니고 쓰던 부품들이라 이미 어느 정도는 삭아 있어서, 갈아끼워도 오래 못 버티곤 했던 겁니다. 1월에 끊어져서 마지막 벨트로 갈았는데, 마지막으로 갈던 그 벨트도 이미 오래 쓰지는 못할 상태였기에 울며 겨자먹기로 장비 교체를 결정했었고 드디어 2월 14일에 실행하게 됐습니다.


아마도 수만 롤의 필름들을 현상하느라 무척이나 고생이 많았을 이 현상기는 수리할 부품이 없어서 다른 곳에서도 사용할 수가 없었기에, 팔려나가는 신세조차도 안 되고 그저 고철이 되어 실려나갔습니다. 들어올 때는 비싼 몸이셨지만 나갈 때는 치워달라고 비용을 치러야 하는 처지가 됐습니다.


돌아보면 아날로그 사진처리 업계가 다 그렇습니다. 장비들은 노후되었고 수리할 수는 없거나 하고 어떻게든 버티고 있는 셈이지요.


물론 자동으로 처리하는 이런 장비들이 다 없어진다고 해도 못할 것은 없을 겁니다. 손으로 하면 되니까요. 아날로그니까요.


2014년 발렌타인데이의 추억.




Posted by 이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