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토스 블랙/글로스 프레임에 꾸민 내 애마. 사진은 인섭이가 촬영해 줌. 47사이즈(탑507)


머락을 3년 넘게 타다가 이런저런 생각과 고민 끝에 프로토스로 바꿔타기로 하고 직접 오더로 들여왔습니다.


이태리에서 주문했는데 2주쯤 걸린다고 하더니 한 달도 넘게 걸렸네요. 지로 시작하기 바로 전이었는데 니포비니판티니 팀이 팀차로 프로토스를 타고 나온 거 보니 끄덕여지더군요.


이 모양의 프로토스 프레임은 2013년쯤 등장한 거 같습니다. 그 전의 프로토스 프레임은 좀 더 클래식하게 생겼었죠. 다음이나 네이버에서 검색해보면 볼 수 있습니다. 국내에도 두어 대 정도는 들어와 조립되어 팔린 듯하더군요.


프로토스 프레임은 국내 샵들 몇 군데에도 하나씩 재고가 있는 거 같습니다. 알아는 봤는데 워낙 가격이 ㄷㄷㄷ해서 쉽게 팔리기는 어려울지도 모르겠더군요. 슈퍼레코드셋에 보라울트라2로 세팅되어 있는 조립상태의 차도 샵에 진열은 돼 있는 거 같은데 아직 누군가 구매하셔서 굴러다니지는 못하고 있는 듯.


데로사의 프레임들은 약간씩 라인업이 변하고 있습니다. 2014년까지는 분명히 888이랑 838 848 같은 것들이 있었는데 2015년에는 888 838 등이 단종되고 플래닛, 닉 같은 프레임들이 새로 등장했더군요. 프로토스도 처음 발표했던 2013년보다 엄청나게 저렴해져서 충분히 접근할만한 가격이 되었습니다.


아무튼 그렇게 기다려 국내에 도착한 프로토스 프레임..


검색에도 어디에서도 듣도 보도 못했으니 아마도 진정한 국내 1호차일 듯합니다. TDK때 판티니팀이 타던 그 차 맞습니다. 아직까지는 데로사의 최상위 모델입니다. 음.. 2호차가 쉽게 굴러다닐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국내 수입사가 그다지 의욕도 없고..


특히나 프로토스는 이태리 데로사 본사에서도 무재고 정책을 씁니다. 주문하면 그 때 빌딩하는 거죠. 통상 소요시간은 2주이며, 그래서 정해져있는 사이즈별 지오메트리 이외에 어떤 커스텀 지오메트리로도 주문이 가능합니다. 보통 2~4주 정도면 완성되는 것 같습니다. (838 모델이 대만의 모 제조사의 ODM 모델이라고 루머가 돌면서 데로사의 모델들이 다들 대만산이네 중국산이네 하는 얘기들이 돌고 이러네 저러네 말들이 많았는데, 실제로 제가 타던 머락은 마데 인 차이나였습니다. 다른 메이커들의 제품들도 중국산들은 예외없이 자랑스러운 그 MADE IN CHINA 스티커들이 붙어나옵니다. 자강에서 수입하던 머락도 이태리산이 있고 중국산이 있다고 하면서 가격차가 많이 난다던 얘기가 있었어요. 프로토스는 아직 판매량이 많지 않아 중국에서 생산할 이유가 없을 겁니다. 실제로 그 스티커도 붙어 있지 않아요. 두 가지 종류의 시리얼 넘버 외에는 MADE IN 어쩌고라는 스티커나 표시 자체가 없습니다.)


제가 주문할 때는 없었는데 나중에 판티니팀 데칼로도 나왔더군요.. ㅠㅠ


프레임의 외형적 특징:


무엇보다도 일단 '거대한 다운튜브'입니다. 




실로 거대합니다. 물통 굵기보다 훨씬 더 굵고 거대합니다. 옆에 문이 있으면 열고 물통 넣고 닫을 만큼입니다. 


프레임의 스펙상 무게는 800그램이라고 되어 있는데 실측으로는 1100그램 정도 나옵니다. 포크는 350그램.. -_-


머락이 1150그램 정도라서 스펙상 800그램이니 아싸 350그램 감량되겠다 싶었다가 사기당한 기분으로 포기.


거기에 싯포를 추가해야 하니 실제로는 머락보다 더 무겁습니다. 쳇..


탑튜브는 무척 가느다랍니다. 들바하는데는 문제 없지만.. 탑튜브의 윗면은 아주 평평해서 뭘 좀 올려놔도 될 정도입니다. 탑튜브에 있는 데로사 로고가 꽤 이쁩니다.


사이즈나 지오메트리에 따라 다르지만 과감한 슬로핑이 돋보(-_-)이는 프레임입니다. 뭐 덕분에 저같은 단신도 탈만한 프레임이 만들어져 나오지만요. 더 작은 분들은 커스텀 주문이 가능하니 그렇게 하시면 될 거 같구요. 조금 큰 사이즈들은 거의 수평에 가까운데, 무척 큰 사이즈의 프레임들도 꽤 조화롭고 못생겨보이지 않는다는 게 장점입니다. 탑튜브와 싯스테이가 단차를 가지고 트라이앵글을 따로 형성하는 게 최근 에어로바이크들의 유행이자 추세인데 그러지 않고도 꽤나 멋드러지게 뽑아져나옵니다. 큰 사이즈 필요하신 분들도 아주 괜찮습니다.


두번째 특징은 비대칭입니다. 피나렐로만 그런 거 아니고 얘네도 드라이브사이드와 논드라이브사이드로 다운튜브의 모양도 다르고 체인스테이의 굵기도 다릅니다. 상당히 괜찮은 느낌입니다. 폼만 잡는 건가 싶은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거대하고 굵은 다운튜브때문에 그다지 에어로할 거 같다는 생각은 안 드는데 포크는 에어로타입의 형상을 하고 있습니다. 칼날같은 포크의 모양새는 참 이쁘게 잘 빠진 편입니다. 데로사 측의 주장(!)으로는 포크와 프레임 모두 꽤 에어로한 디자인이라고 합니다.


저는 이전에 머락에서 사용하던 기계식 캄파뇰로 수퍼레코드로 그대로 이식 조립했습니다만 프레임 자체는 Di2에도 대응하고, 브레이크와 변속선은 모두 프레임 안으로 들어가 깔끔한 외관을 보여줍니다. BB는 BB86 프레스핏 타입입니다. 싯포는 31.6이고 프레임 온리킷에는 헤드셋, 싯클램프, 비비컵, 배선용 프레임 캡들, 행어 및 그밖에 자잘한 부품들 정도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사소한 특징으로는 데로사 프레임에서 전면에 늘 보이는 하트모양의 스티커가 없다는 점입니다. 네 없네요.


그리고 중국산은 Made in China라는 스티커가 꼭 어딘가 붙어 있는데 이 마데인 이태리 프레임은 원산지 표기가 전혀 없습니다. 그럴 필요가 없다는 자부심이랄까 뭐 그런 게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만..




체인스테이는 무척 굵고 날렵하고 싯스테이는 꽤 가느다란 편입니다. 


전통적으로 데로사의 프레임들은 도장이 매우 두껍고 튼튼하고 단단한 편이었는데, 프로토스는 도장이 꽤 약한 편입니다. 약간 충격을 받으면 프레임은 멀쩡한데 도장이 까져 나오니 조심하셔야 합니다. 저도 조립하다가 세 군데나 도장이 까지는 바람에 스팟 페인팅후 다시 광택 내느라 애좀 썼습니다. 물론 일상적으로 타면서는 큰 문제는 없습니다.


수퍼레코드 셋으로 조립하고 브레이크는 가성비 높은 경량의 Mr.Control을 썼습니다. 안장은 Mcfk, 핸들은 리치, 페달은 벡터.. 뭐 그렇게 저렇게 해서 무게는 AX Lightness SRT42 휠에 컴페티션을 장착한 상태로 대략 6.2kg 정도에 맞췄습니다. 5점대를 찍으려면 약간 비용이 많이 들 것 같아 이쯤에서 마무리합니다. 공구통 가민 캠 라이트 등등 다 장착한 실주행 상태로는 6.9kg 정도 나오네요.


주행성능:


이전에 알루프레임과 카본프레임 두 종류를 타봤습니다. 특히나 머락은 단단하기로 소문난 프레임이죠. 너무 단단해서 처음 탈 때 적응하느라 고생을 좀 했었습니다. 파워가 부족한 저같은 사람에게 머락이 얼마나 힘에 부치는 프레임이었는지..


프로토스의 느낌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자면


에어로 스프린트 올라운더 투어링 엔듀어런스 음.. 다 붙이면 될 거 같습니다.


처음 올라타고 밟았을 때 느낌은 '와 가볍고 경쾌하다'였습니다.


흔히들 로드바이크를 '밟는 대로 나간다'라고 말하죠. 하지만 실제로 로드바이크들 중에도 '밟는 대로 나가는'데에는 등급 차가 있습니다. '직진성이 좋다'는 건 프레임이 단단해서 페달링 파워를 프레임이 먹지 않고 그대로 직진 추진력으로 전달해준다는 의미인데, 이전에 타던 머락에 비해 훨씬 더 잘 경쾌하게 힘손실 없이 잘 튀어나갑니다. 거짓말 보태지 않고 동일 파워당 평균속도가 1~2km/h 정도는 더 나온다는 느낌까지 들 정도로 쭉쭉 뻗어줍니다. 이 프레임을 타보고 '데로사가 자전거 모르고 프레임 만드는 메이커는 아니로군'하는 생각까지 들게 만들었습니다.


승차감. 도마니나 루베를 타보진 못했지만 대충 느낌은 알 거 같습니다. 로드를 타다가 샥달린 MTB에 2.0정도 되는 타이어를 굴리고 나와보면 이건 마치 롤스로이스를 타는 것 같은 고급진 승차감을 느낄 수 있죠. 프로토스를 타면서 혹시 샥이나 엘라스토머를 어딘가 안보이게 내장한 게 아닌가 하는 느낌까지 들었습니다. 주행하면서 이렇게 단단하고 거대한 카본 프레임이 왜 이렇게 푹신푹신한 느낌이 드는 걸까 싶은 건 이 프레임이 처음입니다. 카본 프레임 타시는 분들은 카본 특유의 탄성때문에 잔진동을 잡아준다는 그 느낌을 다들 아실 겁니다. 프로토스는 단순히 그 정도가 아니고 충격이나 진동을 거의 완전히 흡수하는 것 같은 편안함을 선사해주었습니다.


업힐, 댄싱. 이 놈, 대단한 측면강성을 가졌습니다. 어지간한 댄싱으로는 프레임이 휘청거린다는 느낌을 받지 않습니다. 댄싱은 경쾌하고 일어서서 페달을 밟을 때마다 쭉쭉 올라갑니다. 심지어 가속까지 수월합니다. 매일같이 자출하느라 무악재나 혹은 부암동 고개를 넘어다니는데 맨날 밟을 때마다 pr입니다. 조금 더 밟으면 조금 더 나가는 것 같습니다. 저는 괴수가 아닌데도 프레임 버프라는 걸 느낄만큼 경쾌하게 쭉쭉 올라가줍니다. 


주행성능에서는 단점이란 걸 모르겠습니다.


다른 기함급 프레임들도 이럴까요? 이렇게 어마어마하게 큰 차이를 보여주나요? 저는 머락도 정평이 난 프레임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이건 뭐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월등합니다. 취향이 아니라서 요즘 인기 넘치는 도그마나 코나고 벤지 마돈 같은 프레임들을 타보지는 않았는데 글쎄요.. '편안하고 안락한 승차감'까지 가지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안장 바꾸기 전..


1500km 정도 굴려봤으니 이제는 평할 수 있는 거 맞겠죠. 


이렇게 좋은 자전거.. 저 혼자 타렵니다. 아무도 타지 마세요.. 근데 국내 2호차는 누가 굴리실지 ㅋㅋㅋ




Posted by 이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