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야기2018. 3. 1. 22:04


Ferrania P30 Alpha 필름 소개



Ferrania는 매우 역사가 오래된 이탈리아의 필름 메이커였습니다. 1923년에 설립됐고 이런저런 역사와 풍파를 겪으며 필름을 만들어 팔아왔습니다. 아마도 예전에 필름을 써본 분들이라면 혹시 솔라리스 필름을 기억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Ferrania의 대표상품이었던 Solaris 컬러필름. 100, 200, 400, 800 필름이 있었습니다. 솔라리스 상표 외에도 OEM의 형태로 다른 브랜드로 판매되기도 했는데, 유럽쪽에서는 삼성의 상표로 팔리기도 했었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필름시장이 쇠퇴하면서 경영이 악화됐고, 2009년에 문을 닫게 됐습니다. 앞서 2007년에는 헝가리의 필름과 인화지 제조사 Forte도 문을 닫았었습니다. (참고: 폐허가 된 포르테 공장 모습 https://www.lomography.com/magazine/323481-in-memory-of-the-forte-factory )


그러던 Ferrania가 2013년에 기존의 공장과 제조설비를 재인수하면서 다시 부활해서, 2015년에는 '필름을 재생산하겠다'면서 킥스타터에서 펀딩을 시작합니다. 이 시기는 세계적으로도 #filmisnotdead 태그가 유행하면서 다시 필름 포토그래피가 살아나려고 꿈틀대기 시작하던, 그 무렵이었습니다. 2016년 초에는 필름을 다시 생산해서 공급하겠다고..


그런데 펀딩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는데도, Ferrania의 진행상황은 어느 순간부터 전혀 업데이트되지 않기 시작합니다. 몇 달이나 아무런 진행도 소식도 없자 backer들은 Ferrania의 사이트에 '뭐라도 좋으니 그냥 아직 안 죽었다고 글자라도 적어달라'는 등의 하소연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그러다가, 오랜 시간의 침묵기를 거쳐 '공장을 재가동하기 시작했다'는 두루뭉실한 동영상 업로드 같은 조금은 의심스러운 업데이트가 있고 나서, 2017년 2월에 P30 이라는 흑백필름을 재발매하기에 이릅니다.


2000년대 들어서는 주로 저가형의 솔라리스를 생산해서 판매했었지만 옛날에는 흑백필름도 생산했었는데, 그 필름이 P30이었습니다. 말하자면 복각인 셈이죠.


저도 소식은 들었는데 생산량이 많지는 않아 우선 킥스타터 backer들에게 먼저 공급하고, 온라인을 통해서만 판매하기 시작했었습니다. 직접 사용해보지는 않더라도 현상의뢰가 들어올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2017년 중반 즈음 이 필름을 실제 구매하신 분을 뵙기는 했지만 2018년이 되어도 현상의뢰는 들어오지 않아 직접 구매해보았습니다.


온라인에서는 미국/캐나다와 유럽을 위한 사이트가 있는데, 미국쪽에서는 8.5달러, 유럽쪽에서는 8.5유로에 판매합니다. 미국쪽에서 구입하는 게 유리하겠죠. 또 한 생산량이 많지 않아 한 번 주문에 1인당 최대 10롤까지만 판매합니다. 국제배송은 하지 않으므로 배대지를 써야만 합니다. 미국발 구매 사이트는 http://www.filmferrania.com 입니다.(가끔 품절되기도 합니다. 재입고에 몇 주 정도 걸리고 그러네요)



보통 필름 패키징들은 이렇게 종이상자에 풀칠로 밀봉되어 있는데, P30은 잘 접혀 넣어진 형태여서 그냥 박스를 열어볼 수 있게 돼 있습니다. Panchromatic(전색감응) 흑백필름이고 감도는 80입니다.


2017년~18년 무렵에 세상에 다시 선보인 흑백필름들이 몇 가지 있습니다. Agfa 브랜드로 APX가 다시 발매됐고, Japan Camera Hunter에서 JCH StreetPan, Bergger에서 Pancro 400 이란 필름을 내놨었습니다. 일본 오리엔탈에서도 Seagull 이란 필름을 내놨었네요. 헌데 이들 필름 중에서 발매사가 직접 제조한 완전히 새로운 필름은 또 몇 종 안 됩니다. 일포드나 Adox 계열의 필름들이라는 게 베이스나 유제의 특성을 보면 발견되곤 하죠. 그래서 사실 이 필름도 직접 보기 전에는 혹시나 직접 만들지 않는, 기만적인 제품이 아닐까 하는 의심을 살짝 했었습니다. 그리고 직접 열어보았죠.



베이스를 확인하고서야 겨우 믿을 수 있었습니다. 정말로 새로 만들어진, Ferrania만의 완전히 새로운 필름이다! 라는 것을요.


필름 파트로네에 DX 코딩은 되어 있지 않습니다. 따라서 감도를 DX로만 인식하는 일부 자동카메라에 사용하면 80의 감도로 사용할 수 없고, 아마도 100으로 촬영될 겁니다.


100으로 촬영해도 문제 없지만, 100의 데이터로 현상해야 합니다. 따라서 이 필름을 100으로 촬영하셨다면 100으로 현상의뢰하거나, 1/3스톱의 노출부족이 있을 수 있음을 고려해서 약간 노출보정해서 촬영하거나 하면 됩니다. 


저는 빠른 테스트를 위해 리코의 GR1을 이용해서 100으로 촬영하고 XTOL을 이용해서 현상해봤습니다.


Ferrania의 설명으로는 은 성분의 사용량이 매우 많으며 풍부한 계조를 보여줄 거라고 했습니다. 통상 100보다 저감도인 필름들의 특성은 매우 고운 입자와 강한 컨트라스트인데, 그런 특성도 그대로 보이는 듯합니다. 현상된 네거티브는 강렬한 컨트라스트를 보여줬습니다.



그럼에도 암부에서 명부에 이르는 계조는 매우 충실하게 살아 있어서, 실제 활용에 있어서는 깜짝 놀랄만큼의 사진을 보여줍니다. 톤은 매우 클래식하며 입자는 아주 곱고 부드럽습니다. 다음번 롤은 약간 감감해서 현상해보아야겠습니다. 퍼포레이션에는 매우 희미하게 Ferrania와 필름 카운터가 imprint 되어 있습니다. 


샘플 컷 몇 장과 함께 소개를 마칩니다.







Posted by 이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