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이야기2018. 10. 25. 23:27

나이 들어서 가장 잘한 일 중의 하나는 자전거를 타기 시작한 겁니다.


2008년 10월의 어느 날 문득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하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x션에서 7만6천원짜리 접이식 미니벨로를 주문했습니다. 20인치 바퀴에 7단 변속이 되는 말하자면 최저가의 중국산 자전거였죠. 


다음날 자전거가 사무실로 배달됐고, 타이어에서는 고무냄새가 났습니다. 그 날 저녁 처음으로 자전거를 타고 집으로 퇴근했습니다. 이미 익숙하게 알고 있는 광화문-독립문-무악재를 넘는 코스를 거의 99퍼센트 인도를 타고 갔습니다. 집에까지 가는 데 한 시간 넘게 걸렸고, 정동 언덕은 타고 넘었지만 무악재는 끌고 넘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집에 도착해서 샤워를 했고, 그날 저녁은 근육통으로 끙끙거리며 잠을 잤습니다. 하지만 다음날 아침 다시 자전거를 타고 출근을 감행했죠.


이렇게 생긴 자전거였더랬습니다. 정확히 같은 모델은 아니지만 대략 이 정도..


 처음으로 자전거에서 내리지 않고 끙끙거리며 무악재를 넘은 건 이로부터 2주 뒤였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진짜 저질체력에 운동부족이었던 거죠.


이걸 한 달 반쯤 타다가 부족함을 느껴 집에 있던 프로코렉스 24인치 풀서스펜션 자전거로 바꿔 타기 시작했습니다. 원래는 아들 타라고 구했던 건데 안 타고 아파트 자전거 주차장에 세워만 뒀던 거죠. 하지만 바퀴가 커서 훨씬 더 탈만했습니다. 문제는 무려 18키로그램이나 나가는 무게..


이것과 비슷한 풀서스펜션 모델이지만 접이식은 아니었습니다.




어쨌든, 훨씬 좋은 주행성능으로 잘 다녔습니다. 이걸로 또 두 달쯤.


그러다가 직원이 타고 다니던 MTB인 개리피셔 와후를 인수했고 26인치 바퀴에 그래도 제대로 된 자전거여서 훨씬 잘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기어도 앞3단에 뒤8단인 알리비오 24단.. 문제는 사이즈였는데, 키가 작은 저에게는 매우매우 큰 프레임이었습니다. 하지만 뭐 아주 잘 타고 다녔는데요, 다리에 힘이 붙으니 도전을 하고 싶은 욕구가 생겼습니다.


남산을 처음 무정차로 오른 게 이 자전거로였습니다. 



남산타워 앞에서의 인증샷. 그때는 아직 자전거로 올라갈 수 있었습니다. 이후에 편의점 앞 이후로는 자전거 통행금지가 됐죠.


이러다가 몸에 맞는 자전거를 타보고 싶어서 프레임을 바꾸게 됩니다. 엘파마 맥스 14인치.. 다른 부품들은 그대로 이식해서 탔습니다.


(이렇게 멋지게 생기지는 않았었습니다만 암튼 이런 식의 비주얼이었습니다)


처음 이걸로 바꾸고 신나서 중랑천-한강을 돌아 50키로쯤 달렸던 기억이 나네요.


이러다가, 로드바이크로 바꿔타고 싶은 마음에 고르고 골라 트렉1.2를 구입합니다. 소라급의 알미늄프레임.. 트렉의 가장 아랫등급이었지만, 많이 아끼고 가꿔가며 2년 반을 탔습니다.


주로 마빅의 알루 바퀴들을 써보게 됐는데 악시움 - 이큅 - 엘리트 - 시리움SL까지 이 때 다 써보았죠.

나중에는 구동계도 당시 새로 나왔던 티아그라 10단으로 바꿔서 타보게 됩니다.


자전거 동호회에서 여러 라이딩을 다른 분들과 함께 하기도 했고..


그러다가 2년 반만인 2011년에, 드디어 꿈에도 그리던 풀카본 자전거로 업그레이드하게 됩니다.


트리곤 다크니스.. 그리고 구동계는 왠지 11단이 써보고 싶어서 캄파 아테나를 선택합니다. 아마도 트리곤 다크니스에 아테나로 출고된 건 거의 제가 유일하지 않았을까.. 빨간 후드에 빨간 케이블링으로 액센트를 준, 레드라벨인가 그랬었습니다. 아쉽게도 사진이 남아있지는 않고, 그 프레임의 사진만 남아있네요.




처음 기변하고 자전거를 샵에서 인수받아 타고 집으로 오는데 어찌나 경쾌하던지..


하지만 이 자전거는 고작 한 달 반만에 도로에서 자동차와 부딪히는 사고를 당해 비운에 사라지게 됩니다. 이 때 저는 쇄골이 부러져 병원에 3주를 입원했었고, 사고 보상으로 다른 자전거로 바꾸게 됩니다.


데로사 머락.


트리곤때부터 사용한 빨간 후드를 포인트로 계속 썼습니다.



처음엔 트리곤의 아테나를 그대로 이식했다가 차츰 슈퍼레코드로, 바퀴도 엔비와 AX라이트니스 등으로 업글해나갔죠.


가장 왕성하게 자전거를 탔던 시절이 아닌가 싶습니다. 2014년에는 이 자전거로 연간 만키로 주행도 했었고..


4년여를 잘 타다가, 이젠 끝판왕을 만나야겠다 싶어 프로토스로 기변하게 됩니다. 2015년.



이 자전거는 현재도 타고 있고, 이외에 브롬톤 한 대를 추가로 구입해서 같이 타고 있습니다.



심장이 터지도록 침흘려가며 타는 것도 좋았지만 이젠 나이도 들고 해서(ㅠㅠ) 샤방샤방 타는 것도 좋아지더라구요. 일주일에 하루 이틀 정도는 브롬톤을 타고 출퇴근하게 되었습니다.



원래는 2008년 10월 26일이 처음 자전거로 출퇴근을 시작한 날이라 26일이 만 10주년이지만 그 날이 하필 10.26이랑 겹치는 터라 약간 시끌하기도 해서 25일로 기념하고 있습니다.


자출 10주년...


무엇보다도 내게 건강과 자신감을 주고 어려운 시절을 잘 극복해낼 수 있도록 힘을 준 자전거.


고맙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건강하고 안전하고 즐겁게 출퇴근하겠습니다.



Posted by 이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