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야기

후지필름의 새로운 필름: 후지컬러 200, 그런데..

이루" 2022. 1. 12. 23:21

오랜만입니다. 팬데믹을 지나느라 포스팅도 꽤 부진했습니다.

 

2022년 1월12일, 오늘은 후지필름의 소식과 필름시장 전망에 대해 올려볼까 합니다.

 

지난 2021년 12월 후지필름은 미국시장에 기존의 C200의 후속인 Fujicolor 200 이라는 필름을 새로 발표했습니다. 패키징 디자인이 꽤 산뜻하게 달라졌습니다.

 

한롤, 그리고 세롤 번들짜리 패키징으로 판매됩니다.

 

그런데 이 필름의 데이터 시트로 같이 발표된 자료를 보고 눈치빠른 사용자들이 '이거 코닥 골드200이랑 똑같은데?'하고 의문을 제기합니다. 

 

왼쪽이 후지컬러200, 오른쪽이 코닥 골드200입니다.

비슷한 게 아니라 그냥 똑같습니다. 

 

둘 다 구매해서 찍어보고 비교해서 진짜 똑같은지 판단하는 게 좋을 것 같지만, 예전에 이미 겪어본 리브랜딩의 전례(후지필름의 C200을 아그파컬러 비스타 및 여러 다른 상표의 필름으로 판매했었죠. 똑같은 필름이라고 아무리 설명해도 느낌이 다르다거나 특정 발색이 더 어떻다거나... 그래도 다르다는 분들이 많으셨어요. 데이터시트가 똑같은데도..)를 볼 때 데이터시트의 유사성 혹은 일치함을 확인할 수 있으면 그걸로 이미 확정적이라는 결론에 도달합니다. 저 둘은 같은 필름인 거죠.

 

페타픽셀의 기사 https://petapixel.com/2022/01/10/fujifilms-new-fujicolor-200-looks-to-be-kodak-gold-200-in-disguise 를 참조해서 이 포스팅도 쓰고 있는데요, 이미 후지필름에 공식 문의해보고 얻은 답변도 기사에 포함되어 있네요.

 

"... Fujifilm works with a pool of valued partners around the world as part of the production process to ensure we can continue to deliver high-quality imaging products to delight customers."

 

전세계의 파트너 풀과 함께 일하고 있다.. 고 인정하고 있습니다.

 

이미 필름을 만드는 회사들의 숫자가 '전세계'라고 할만큼 많지도 않은데...

 

후지필름은 필름을 계속 생산한다고 했습니다. 회사 이름도 후지필름인데 필름을 만들지 않으면 필름을 떼어야겠죠. 하지만 이미 회사의 주 사업과 수익은 다른 분야이며 필름 사업의 매출과 수익은 매우 작은 비중이라고 합니다. 지금까지의 행보를 보면 이런저런 필름들을 단종시켜 왔고, 몇 년 사이에 모든 흑백필름들의 생산을 중단했다가 일포드를 통해 생산하는 필름을 아크로스II로 판매했습니다. 중형 컬러네거티브 필름들 모두를 단종시켰고 급기야 4x5판에서는 벨비아50까지도 단종시켰습니다. 이미 업계의 확인되지 않은 소문으로는 '후지는 새로운 유제를 제조하고 있지 않으며 재고가 소진되면 모두 단종될 것이다'라는 흉흉한 말들이 돌고 있었습니다. 대표적인 보급형 필름인 C200이 단종되고 대체품으로 딱지만 갈아붙인 코닥 골드200을 후지필름인 것 같은 기분으로 찍어봐라, 라는 셈이죠.

 

과연 정말로 후지필름이라는 물리적인 후지필름이 역사속으로 사라지고 말 것인가, 자못 궁금합니다만, 지금으로서는 매우 확정적인 것 같습니다. 왜 독립시키거나 매각할 생각도 없는 걸까요. 안타깝네요.

 

컬러필름은 코닥(...의 생산시설에서 만드는) 밖에 없어지는 상황이 곧 올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럴 때는 어떤 필름이 좋은가요'와 같은 추천도 의미 없어지는 셈입니다. 몇 가지 있지도 않으니까요. 로모 필름도 로모가 직접 제조하는 것은 아니라고 합니다. 그럼 뻔하겠죠.

 

흑백필름은 일포드와 포마, 코닥, 그리고 Adox와 롤라이, 그밖의 몇몇 상표들에게 필름을 공급해주는 모 제조시설이 있습니다. 이탈리아의 Ferrania에서 P30이란 필름을 내놨었는데 다시 제조가 어려운지 잘 공급되지 않네요. 컬러는, 한 곳밖에 안 남는 것 같습니다. 

 

참, 영화용이 있네요. 아직 창고에서 보관되어 오던 후지의 영화용 필름들 재고가 조금 남아 국내에 일반 판매자들이 감아서 팔고 있고 코닥은 다행히 아직도 새 필름을 제조하고 있습니다. 그 밖에는 드물게 구할 수 있는 오래된 필름들이 있겠지만, 곧 구경하기 힘들어지겠죠. Yashica라든지, FND라든지, 포토콜라라든지, 뭔가 새로운 필름이 시장에서 보인 것 같을 수 있었겠지만, 모두 기존 필름들 리브랜딩(재포장, 스티커갈이)이었습니다. 더는 없을 거예요.

 

그리고 암울한 소식은 가격이 더 오를 거라는 얘깁니다.

 

지난 가을 코닥이 '2022년 1월께 필름 가격을 20~30퍼센트 올리겠습니다'고 발표하자 가격이 오르기 전에 미리 구입해두자는 수요가 몰렸고 그 영향으로 시장 자체의 필름 가격이 자연스럽게(?) 올랐습니다. 한참만에 필름 가격을 검색해보신 분들은 깜짝깜짝 놀라셨을 겁니다. 지금도 각 커뮤니티, 카페, 게시판, SNS에는 필름 가격이 미쳤다, 실화냐, 무섭다, 포기하고 디지털로 바꿔야겠다는 반응들이 계속 올라오고 있습니다. 그마저도 물량이 없어 필름을 구하고 싶어도 구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놀라운 사실은 아직 코닥이 가격을 올린 필름이 시장에 풀리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지금 놀라고 계신 것보다 더 오를지도 모른다는 거죠. 이름을 밝힐 수 없는 어느 업계 관계자님께 물어본 바로는 정말 깜짝 놀랄만큼 더 오른다고 합니다. 너무 과할만큼의 사실은 아니면 좋겠습니다.

 

해외직구의 메리트도 점점 사라져갑니다. 한국시장의 필름 가격만큼 미국이나 일본의 필름 가격도 올라서 유의미할만큼 차이가 나지 않게 되어 가고 있습니다.

 

어느 분은 '그래도 생산이라도 해준다는 게 어디냐, 찍을 수 있을 때 찍자'고 하시기도 했습니다. 디지털에서는 맛볼 수 없는 필름만의 감성과 느낌, 그리고 필름사진. 찍어보신 분만 알겠죠. 어쩌면 정말 머지 않은 미래에 필름사진은 끝날지도 모릅니다. 그래도 '아직 찍어볼 수 있을 때, 해볼 수 있을 때 해보세요'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옛날에는 그런 게 있었단다, 라고 말이라도 후대에 전할 수 있게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