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rman Phoenix II 이른 테스트 리뷰
붉은색에 붉은 색 불사조 Phoenix 그림을 넣은 패키지 디자인으로 출시되어 실제로 붉은 색 계열의 사진을 만들어주던 조금은 까다로웠던 하만의 피닉스가 이번에는 파란색 포장으로 나왔습니다.
한국시간으로 7월16일 밤9시가 엠바고여서, 저도 이 시간이 되어 공개하게 되었네요.
하만에서는 그 사이에 피닉스(이하 피닉스1이라고 하겠습니다)를 뒤집어 레드스케일화시킨 필름인 RED를 발매하기도 했었습니다. 뭔가 다른 필름을 새로 만든 줄 알고 호들갑을 떨었었는데... 감도가 달라 실제 다른 필름이긴 했습니다만 결국 거의 그대로의 피닉스1을 이용한 느낌이었죠.
그런데 이번에는 실제로 다른 필름이 만들어졌습니다.
하만에서는 피닉스1에 대해 만족할 수 없었을 테고 이미 '개선된 버전을 준비하고 있다'라는 이야기는 계속 흘러나오곤 했습니다. 하지만 계속 판매되고 있는 피닉스1에서 뭔가 달라진 느낌을 찾기는 어려웠습니다. 그러더니 완전히 달라진 피닉스2를 내놓은 것입니다.
재빨리 촬영하고 현상해서 비교해본 필름 베이스는 피닉스1이나 RED의 그것보다 좀더 핑키합니다. 붉은 톤을 중화(?)시키기 위한 마스킹으로 생각됩니다. 그럼 패키징의 파란 색처럼 실제로 사진들이 다 시퍼렇게 나올까? 궁금해서 스캔하고 이미지를 봤습니다.
지난번 하만 필름들의 리뷰 덕분인지 하만과 일포드 흑백필름들의 수입사인 세기P&C에서 리뷰용 필름을 미리 제공해주셔서 찍어볼 수 있었고 공개할 수 있는 시간을 기다렸습니다. 그러는 사이 reddit.com 의 아날로그 포럼에 정보가 유출됐습니다.
롤당 19.99 캐나다 달러이며 패키징 디자인 사진과 다섯 컷 정도의 샘플사진이 같이 올라왔습니다. (요즘은 이게 진짜 유출인지, 아니면 티저인지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일파만파로 전세계로 퍼져나갔을테죠)
(Images from reddit.com)
세 컷만 캡쳐해봤습니다.
파란색 패키지 디자인에 비해 샘플 사진들은 너무나도 정상적이고 멋진 색을 보여주는 컷들이었습니다. 피닉스1이 주체하기 어려운 붉은 색을 강조하는 컬러였다면 피닉스2의 파란 패키징은 사진들이 파랗게 나온다는 의미일텐데, 너무 균형잡히고 깔끔한 색상들의 샘플 사진은 오히려 많은 기대를 하게 만들었습니다.
실제 직접 촬영해서 테스트한 결과는.. 조금 다르긴 했습니다.
공식인지 비공식인지 모를 샘플컷들처럼 사진이 나오면 좋겠는데 그렇지 않더군요. 하만에서 조금 더 나은 밸런스를 가진 색을 재현하려고 유제 조성과 마스킹을 애써 신경쓴 것임에는 분명한데 오렌지마스킹을 가진 네거티브 필름들처럼 스캔하는 프로세스만으로 충분하지 않았습니다. 전작인 피닉스1과 마찬가지로 어떻게 스캔해내느냐에 따라 사진 결과물의 편차가 매우 클 것으로 보입니다.
직접 스캔하고 보정하는 개인뿐만아니라 현상업소에 따라서도 결과물의 편차가 매우 클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레딧에 공개된 샘플들은 스캔과 색보정까지 거친 컷들인 셈이죠.
그리고 전작에서처럼 촬영감도 200이 아니라 125와 같이 오버로 촬영하거나 하는 등의 실효감도에 차이가 있을까 하여 감도를 달리해서도 촬영해봤습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이번에는 제 감도인 200으로 촬영하는 게 가장 나은 듯합니다.
여기에 공개하는 테스트컷들은 코닥스캐너로 스캔한 뒤 약간의 색보정 작업을 거친 결과물들입니다. 결과물에 대한 호불호는 촬영하시는 분의 판단에 맡기겠습니다. 충분히 매력있는 사진들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전작인 피닉스1에서처럼 입자는 꽤 거친 편이고 계조도 썩 좋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무척 개성있는 사진, 디지털카메라나 휴대폰으로는 만들어내기 어려운 필름사진만의 개성을 잘 표현하는 이미지들이 나오는 것 같습니다.
두 컷은 감도 125로 촬영한 컷들입니다. 하이라이트는 둔하고 경계는 할레이션이 약간 생깁니다. 섀도우와 하이라이트는 균일하지 못하고 색틀어짐이 생겨 마치 보라색에 가까운 톤으로까지 보입니다. 이 감도로 여러 컷들을 더 촬영했지만 두 컷만 보여드려도 특성은 잘 드러나는 듯합니다.
이번에는 200으로 촬영한 컷들입니다.
레딧에서 유출된 컷들이나 아니면 필름과 함께 발표될 공식 샘플컷은 더 실력좋은 전문가가 스캔하고 보정했을 수도 있겠습니다. 저도 촬영하고 현상 스캔하면서 느낀 점은 상황과 장면, 색온도(조명)와 컨트라스트 등 여러 경우에 따라 사진이 많이 다르고 편차가 크다는 점을 느꼈습니다. 샘플컷들에서 주목할 점은 장면 전체의 노출차가 아주 크지는 않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하이라이트와 섀도우의 색 편차가 꽤 큽니다. 이 부분은 업소용 스캐너의 조정만으로는 잡기 매우 어려웠습니다. 심지어 보여드린 위의 사진들도 완성형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조금 더 나은 결과물을 만들려면 더 튜닝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애를 쓰고 보정하려고 노력해도 무지막지한 개성을 가진 사진들을 만들어주던 피닉스1에 비해 훨씬 균형잡히고 깔끔한 사진을 만들어줄 수 있는 필름이 나왔다, 하지만 또 자신의 개성을 가진 필름이다 라고 정의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렇게 저렇게 사진을 조정하고 만져보면서 느끼는 건 파란 색은 참 청량하게 나오는구나였고 그제서야 파란 색 패키징의 의미를 알 것 같았습니다. 전체가 파란 것보다 파란 색이 참 파란 그런 필름이구나 하는.
자, 찍고 맡겨보세요. 직접 도전하실 분들도 츄라이해보세요. 자유도가 매우 넓어 넘치기까지 하는 변화무쌍한 필름이고, 피닉스3를 기대하게 하는 필름임에 틀림 없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