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이야기

안전한 자전거 시내주행 요령

이루" 2011. 2. 6. 22:43
토요일 오전, 늦은 출근을 위해 늘 그렇듯 자전거를 집을 나서다 잠시 집 앞 수퍼에 들렀다. 수퍼 주인아저씨가 자전거를 보더니 '한강 가요?'라고 물으셨다. 

집이 홍제동이라 가까운 곳에서 시작하는 홍제천 자전거도로를 이용하면 약 7km만 달려도 성산대교 북단에 도착할 수 있다. 아마도 수퍼 주인아저씨는 레저나 운동을 위해 자전거를 타고 나가는 것으로 생각하셨을게다. "아, 아니오, 출근하는 겁니다." 웃으며 간단한 인사말을 남기고는 이미 익숙한 시내 도로를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오직 시내도로만을 이용해 출퇴근한지도 2년이 넘으니 이제는 요령이 생겼다. 그간 터득한 요령들을 정리해보고자 한다. 단지 자전거를 이용해 시내도로를 달릴 때의 주의사항뿐만이 아닌 일반적인 자전거 주행요령일 수도 있으며, '이렇게 달리면 빨리 갈 수 있다'거나 혹은 '천천히 달리는 게 장땡'식은 아닐 것이다. 자전거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도로들, 그리고 차들과 보행자들 사이에서 강자도 약자도 아닌 자전거로 어떻게 하면 안전하게 달릴 수 있는가에 대한 방어적 기술들에 대한 고찰이다.

아, 어느 것 하나도 중요하지 않은 것은 없으나 순서도 없고 두서도 없으며 간혹 중복되거나 한 이야기를 또 하더라도 양해부탁드린다. 뻔히 알고 있거나 혹은 '나는 이렇게 안 타는데'라거나 혹은 '이거보다는 이런 식으로 하면 더 빠르고 안전한데'와 같은 생각이 들더라도 일단은 읽어주시면 좋겠다. 만일 잘못되었거나 보강할 부분이 있다면 댓글을 부탁드린다. 

1. 자전거는 '차'다

도로교통법에 의하면 자전거는 도로를 달릴 수 있는 '차'로 규정되어 있다. 차는 법규상 차도로 달려야 하며 인도로 달려서는 안된다. 이 법조항은 2010년에 지침이 사알짝 변경되어 '노인이나 어린이는 인도로 살살 주행해도 된다'가 추가됐다. 자전거 타고 차들 씽씽 달리는 차도로 나간다니, 그리고 당연한 듯 생각했던 인도 주행이 '불법'이라니, 이게 무슨 법인가 싶지만 법적으로 자전거의 지위는 그렇고, 또 실제로 달려보면 인도보다는 차도가 노면이나 주행특성상으로도 편리하다. 문제가 되는 것은 '차들 씽씽 달리는 차도에 자전거가 위험하게 어떻게' 나가느냐는 생각이 들만큼 자동차 위주로 만들어지고 이용되고 있는 현실이다. 아직 대부분의 자동차 운전자들은 자전거를 배려하지 않으며 자동차에 비해 무척 느린 속도로 달리는 자전거가 자동차의 주행을 방해하는 눈엣가시라고 여긴다. 자전거로 차도를 주행해본 사람이라면 어쩌면 대개는 자동차의 위협운전이나 욕설을 들어본 경험이 있을 터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전거는 타고 즐기는 레저의 수단보다는 시내 근거리 이동을 위한 가장 친환경적이고 건강하고 저렴하고 효율높은 교통수단이어야 하며, 그렇기 때문에 자전거가 마땅히 존중되고 배려받기 위해 더욱 차도에서의 지위를 확보해야 한다.

2. 아무도 '차'로 보지 않는다

자동차들이 자전거를 주행방해요소로 본다거나 자전거 운전자들 스스로가 차도로 나가기를 무서워한다는 정도의 이야기가 아니라, 인식 자체의 문제이다. 요즘은 인식이 많이 개선되어 '아무도'라고 쓰는 것은 과장이지만 실제 도로를 달리며 겪는 상황에서의 주의점은 모든 다른 차들과 보행자들이 나를 그런 시각으로 바라본다고 여겨도 부족하지 않다.

도심 차도 주행시에 가져야 할 마음가짐 중 첫번째는 '자동차들은 나에게 호의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목적지에 누가 빨리 도착하든, 승용차든 버스든 택시든 심지어 오토바이나 스쿠터들도 자신들보다 천천히 달릴 수밖에 없는 자전거를 귀찮아한다. 자전거를 보호하며 같은 속도로 달리기보다는 약간의 공간만 있어도 앞질러가고자 한다. 공간이 조금 좁아서 차량이 스치듯 앞질러가면 차량 운전자의 의도와 상관없이 자전거는 그것이 위협운전이라고 느끼게 되는 경우도 있다. 자전거를 인지하고 충분한 거리를 두고 앞질러가는 차들도 없지 않지만, 빵빵거림은 물론, 자전거에 억하심정을 가졌거나 혹은 나쁜 감정을 가진 일부의 운전자들은 일부러 자전거를 밀어붙이거나 혹은 빠른 속도로 옆을 지나치기도 한다. 자동차들이 나를 어떤 시각으로 바라볼 것인지 예상하고 그에 대비하여 자전거를 달리는 것은 안전주행의 첫걸음이다.

오토바이나 스쿠터라고 해서 자전거에 호의적인 것은 아니다. 그들 역시 자신들이 주로 달리는 차량 옆이나 갓길, 좁은 틈에서 빨리 가지 못하고 앞을 가로막는 자전거를 고운 시선으로 바라보지 않는다. 게다가 자동차들보다 좁은 곳으로도 달릴 수 있고 기동력이 뛰어나기때문에 자전거 옆의 좁은 틈을 파고들어 추월하기도 한다. 자동차들보다 더 가까이 스치기도 하고, 핸들끼리 닿아 사고를 유발하기도 한다. 그런데 가끔은 더 좁은 곳을 지나갈 수 있는 자전거가 오토바이를 앞지르는 수도 있는데, 일부의 오토바이 운전자들은 그런 자전거에게 일종의 경쟁심을 가지고 애써 앞지르는 경향을 보이기도 한다. 자동차들보다 오토바이를 한층 더 경계하는 까닭이기도 하다.

보행자들은 더욱 자전거를 차로 생각하지 않는다. 보행자가 차량을 인지하면 주의하거나 피하게 마련인데, 많은 보행자들은 자전거가 다가오는 것에는 그다지 경계심을 갖지 않는다. 자전거를 타는 여러분도 인도나 횡단보도를 걸어보면 지나다니는 자전거들을 얼마나 의식하게 되는지 쉽게 체험해볼 수 있다. 사정상 인도를 주행할 때 딸랑이를 울리거나 요란한 소리의 전자벨을 사용하면 자전거가 보행자를 위협한다거나 혹은 왜 이런 곳으로 자전거가 다니느냐는 소리를 듣기 십상이다. 보행자들은 인도에서 주로 움직이지만, 횡단보도에도 걷고, 무단횡단을 하기도 하며 갓길로도 나오고 이면도로에서는 그대로 보행하기도 한다. 다시 말하자면, 자전거가 주행하는 곳 어디에서도 보행자들과 부딪힐 염려가 있는 셈이다. 보행자에 비해 자전거는 교통강자이므로 보행자를 보호할 의무가 있다. 보행자들은 자전거를 더욱 의식하지 않고 주의하지 않는다. 

3. 시내주행에 적합한 자전거는?

시내 도로는 거의 모두 포장되어 있다. 비포장 도로를 달려야 하는 자동차들은 접지력과 그립이 좋은 타이어를 사용하지만 노면상태가 좋은 경주용 자동차의 경우는 거의 트레드(타이어 표면의 홈들)가 없는 타이어를 사용하기도 한다. 마찬가지로 차도를 주로 주행하려는 자전거는 타이어의 표면 홈이 매끈하고 폭이 좁은 날렵한 것을 사용하는 편이 좋다. 이런 타이어들은 도로용 혹은 로드(road)용 타이어라고 부른다. 이런 것을 사용하면 같은 자전거라도 노면과의 구름저항이 적어져서 시속 몇 킬로미터 정도는 더 빨리, 그리고 힘을 덜 들이고 달릴 수 있다. 가격대가 저렴한 생활자전거도, 고급형의 MTB도, 작은 바퀴를 가진 미니벨로도, 접이식도, 싸이클이라고 부르는 로드바이크도, MTB와 로드바이크의 장점을 모두 가진 하이브리드도 시내에서 달리는 데에 모두 문제가 없다. 다만 가능하다면 시속 20키로미터 이상의 속도로 주행하는 데에 힘이 크게 들지 않는 자전거라면 더 안전하다. 차도에서는 너무 느린 속도의 주행이 오히려 위험요소가 되기 때문이다. 누워서 타는 자전거인 리컴번트형은 빠르게 달릴 수는 있지만 자동차 운전자들에게의 시인성이 낮아 상당히 위험하다는 생각이다.

4. 주행방향

차도를 주행한다는 것은 자동차가 없을 때 달리는 게 아니라, 자동차들과 함께 달리는 것을 말한다. 자동차나 오토바이보다는 느리지만 앞에서 이야기했듯 자전거도 차이므로 도로의 주행방향대로 달려야만 한다. 고속도로나 자동차전용도로는 주행할 수 있는 최고속도와 최저속도(보통 최고와 최저속도의 차이는 50키로미터)가 있지만, 시내 차도의 최저한계속도는 정해져 있지 않다. 차도에서는 빨리 달리는 자동차도, 느리게 달리는 자동차도 모두 같은 방향으로 주행한다. 느리게 달리는 자동차는 다른 차들이 자신을 안전하게 앞질러갈 수 있도록 하위차선을 이용해야 한다. 따라서 느리게 달릴 수밖에 없는 자전거도 하위차선을 이용해야 한다. 물론 경우에 따라서는 자전거도 비교적 빠른 속도를 낼 수는 있지만, 그렇다 할지라도 자동차보다 월등히 빠른 속도를 낼 수는 없고, 제동에 필요한 거리도 짧지 않으며 주행의 안정성도 낮으므로 상위차선으로 들어가서는 안된다. 이렇게 정의돼 있는 주행방향의 원칙으로 볼 때, 자전거를 타고 차량의 진행방향을 거꾸로 달리는 것은 위험천만한 일이다. 

"차들이 뒤에서 빠른 속도로 앞지르고 그러다 덮치지 않을까 불안해서 어떤 차들이 달려오는지 눈으로 보면서 달리려면 반대방향으로 다닌다"면서, 역주행하는 이유를 그럴싸하게 변명하는 이들이 있다. 그러나 이것은 법규 위반은 물론, 안전하지도 효율적이지도 않다. 첫째 이유는 당연히 법규 위반이다. 교통경찰이 잡으면 딱지를 뗄 것이다. 자전거도 차다. 자동차가 거꾸로 주행하면 뭐라고 할 것인가? 뒤에서 들이받을 거 같아 앞에서 오는 차들을 보면서 혹시나 들이받을 거 같으면 피하려고 거꾸로 달린다니.

시속 60키로미터라는 속도는 100미터를 6초에 달려내는 셈이다. 100미터 전방에서 달려오는 차의 움직임이 이상해서 어어어, 하다보면 30미터쯤 앞에는 올텐데, 1,2초 안에는 당신을 들이받을 것이다. 준비하고 서 있다가 하나 둘 셋 하고 피해도 스턴트에 가까울텐데, 자전거를 타고 달리다가 순간적으로 판단하고 길가로 피하시겠다?

둘째는, 역주행하는 길가쪽 하위차선이나 가장자리로는 오토바이나 자전거가 달려온다는 점이다. 역방향으로 주행하려면 필연적으로 길 가장자리로 달리게 될텐데, 마찬가지로 오토바이나 자전거도 그곳으로 마주 달려온다. 아차하면 정면으로 충돌하게 될지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지나치면서 최소한 반가운 인사를 듣지는 못할 것이다.

세째는, 역방향으로 주행하면 정방향으로 주행할 때 차량을 위해 배려되어 있는 여러가지 장치들의 도움을 전혀 받지 못한다는 점이다. 교통 표지판은 물론, 도로턱이나 시설물, 주의나 경고표지, 신호등 등 교통의 원활한 소통과 안전을 위해 만들어져 있는 것들이 거의 모두 무용지물이 된다. 그냥 알아서 길바닥과 마주오는 차들과 이륜차들을 보고 달려야만 한다.

그렇다면 그렇게 뒤에서 덮칠 것만 같은 자동차들을 어렵거나 두려워하는 분들에게 답은 무엇일까? 바로 안전등과 백미러이다. 반사가 잘되는 스티커나 밝은 색의 옷, 밝고 환히 빛나는 빨간 후미등으로 뒤에 오는 차들에게 내가 여기에 달리고 있음을 적극적으로 알려야 하고, 뒤에 오는 차들이나 움직임을 살필 수 있도록 백미러를 사용해야 한다. 자동차에도 사이드미러와 백미러가 달려 있는 이유를 생각해보면 끄덕여질 것이다.

5. 안전장구의 이용과 착용

아직도 자동차를 이용하면서 안전벨트를 매지 않는 분들이 없는 건 아니지만, 그런 분들도 에어백이 장착되어 있다면 조금은 더 안전하다고 느낄 것이다. 자전거를 타면서 필수라고 할 수 있는 안전장구들은 사실 그리 많지 않다. 가장 먼저 꼽을 것은 뭐니뭐니해도 헬멧이다. 살살 타면 필요없지 않느냐고 하실 분들이 많겠지만, 시내도로를 주행할 때만큼은 반드시 착용하시길 바란다. 자동차들과 함께 달린다는 걸 굳이 강조하지는 않겠다. 둘째는 장갑이다. 헬멧은 머리를 보호해주고, 장갑은 손을 보호해준다. 겨울에 손이 시려서 끼는 것만은 아니다. 땀나는 여름에도 장갑은 끼어야 한다. 혹시나 살짝 넘어지는 일이 있어도 손으로 아스팔트를 짚으며 미끄러진다면 큰 부상이 따르게 된다. 세째는 고글(goggle)이다. 고글은 눈을 보호하기 위해 착용하는 것이며 안경으로는 그 용도를 대신하지 못한다. 안경을 끼는 사람도 고글을 써야 한다는 얘기다. 노출된 맨눈으로 자전거를 달리다가 눈으로 모래나 잔돌, 혹은 이물질, 혹은 곤충이나 날벌레가 들어오면 단지 눈에 들어왔다는 정도가 아니라 속도때문에 눈을 다치게 될 수도 있다. 또, 달릴때의 강한 맞바람때문에 눈이 쉽게 피로해지는 것도 고글이 막아준다. 

세 가지의 안전장구를 착용했다면 이제는 안전장비이다. 기본적인 안전장비는 전조등과 후미등이다. 전조등은 마주오는, 혹은 앞서가는 자동차에게 '내가 여기 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한 것이고, 후미등은 뒤에서 다가오는 이들에게 나의 존재를 알려주기 위한 것이다. 시내도로를 주행할 때에는 야간에도 그다지 어둡지 않으므로 앞을 완전히 환히 비출만큼의 전조등까지는 필요하지 않지만, 후미등은 조금은 밝고 시인성이 좋은 것을 선택해야 한다. 전조등은 색상이 없는 것(백색)을 사용해야 하고, 후미등은 빨간색을 사용해야 한다. 간혹 파란색이나 다른 색상의 조명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시인성도 떨어질뿐더러 차량들이 이용하는 색상과도 맞지 않아 오인되기도 하므로 위험하다. 더러는 후미등을 앞에 달아 빨간색 전조등으로 사용하는 이들도 있는데, 자전거가 후진으로 돌진해오는 것으로 보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자.

6. 노면을 주시

시내의 포장된 도로라고 해서 노면이 항상 매끈하고 좋은 것만은 아니다. 자전거는 네 바퀴의 자동차나 굵고 넓은 타이어를 가진 오토바이에 비해 주행안정성이 떨어지므로 노면이나 주행상의 장애물에 대해 예민하고 민감하다. 그러므로 자전거를 주행할 때 시선은 전방 30미터 앞은 물론 5미터 앞의 노면도 주의깊게 살펴야 한다. 

포장된 도로도 관리상태에 따라 갈라지거나 울퉁불퉁하다. 맨홀 뚜껑이나 덧씌움포장, 과속방지턱은 급히 핸들을 꺾어 좌우측으로 피하는 것보다는 속도를 줄여 지나는 편이 좋다. 자전거가 갑자기 좌우측으로 방향을 바꾸면 뒤따라오다가 스쳐 추월하려던 자동차나 오토바이가 당황하기 때문이다. 도로의 갈라진 틈이 깊게 벌어져 있다면 바퀴가 그 틈으로 들어가지 않도록 피해야 한다. 격자 모양으로 된 배수구 뚜껑은 대체로 안전하지만, 가끔 잘 덮어져 있지 않거나 혹은 뒤집혀 덮여있을 때 치명적이다. 다리를 건널 때 상판과 상판 사이의 벌어진 틈 역시 노면 크랙과 같다. 

주행방향에 가로로 벌어진 틈이나 크랙은 단차가 심하지 않으면 덜컹하며 지나갈 수 있지만, 주행방향으로 길게 나 있는 틈이나 도로턱, 공사현장 크랙, 지하철공사장 복공판의 틈은 바퀴가 빠질 수 있어 위험하다. 빠진다는 것은 푹 빠져서 굴러가지 않는다는 건 아니다(물론 지하철공사장 복공판 틈은 바퀴가 푹 빠질 수 있으므로 정말 위험하다). 자전거의 앞뒤 두 바퀴는 진행하면서 중심과 균형을 잡기 위해 미세하게 좌우로 계속 움직이며 핸들링하게 되는데, 이 때 바닥의 긴 틈으로 바퀴가 들어가면 그 틈을 따라 진행하게 되어 균형이 틀어진다. 넘어지지 않고 빠져나와 다시 균형을 회복하면 괜찮지만, 그러지 못하면 넘어지는 수도 있다. 바퀴가 얇고 지면접지력이 부족할수록 더 위험한데, 바퀴넓이가 2인치 내외인 생활자전거나 MTB들보다 타이어가 얇은 도로용 로드사이클이 더 주의해야 함은 물론이다. 비가 오거나 겨울철 미끄러운 바닥일때는 시각장애인용 점자블럭 정도의 노면 요철도 충분히 위험할 수 있다. 가을철 비가 내렸을 때 아직 마르지 않고 젖어 있는 낙엽은 미끄러운 빙판에 못지 않다.

특히 차도를 달리다가 인도로 올라설 때, 불과 몇 센티미터에 불과한 도로턱도 비스듬히 오르려 하다가는 넘어지기 쉽다. 한번 넘어져보면 깨닫게 된다지만 이왕이면 안 넘어져보고도 미리 주의할 수 있다면 좋지 않은가. 길에 늘어져 있는 굵은 전선도 지뢰다. 공사장 각목도, 물 뿌리는 호스도 비스듬히 넘어가려다가는 위험해지는 장애물이다. 직각에 가까운 방향으로 천천히 넘도록 하자.

7. 주행시의 차로 선택

그렇다면 차도로 내려간 다음, 도로의 어느 부분을 달려야 할까? 많은 분들은 당연히 차도의 가장자리라고 답할 것이다. 자전거는 차량에 비해 상대적으로 매우 느리기때문에 차량들이 질주하는 차로 가운데로 달리는 것은 분명히 위험하다. 실제 법규상으로도 자전거는 차로의 맨 우측으로 달리게 되어 있다. 이론적으로야 그렇지만, 실제로 도로의 맨 가장자리를 달리는 데에는 많은 애로사항들이 존재한다. 주차나 정차하고 있는 많은 차량들, 같이 달리는 차량들은 물론 계속해서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는 버스들도 위험하다. 맨 가장자리 차로의 우측 끝으로 달리며 왼쪽으로는 충분히 차량 하나가 앞질러갈 수 있는 공간을 준다면 차량들은 백이면 백 나를 앞질러간다. 이때의 차량이 위협적이거나 무섭다고 차로 가운데로 달리면 위험한 것은 둘째치고, 뒤따라오는 차량들이 비키라고 빵빵거리거나 더 위협할 것이다. 시내 도로에서 비슷한 속도로 달리는 중장비는 알아서들 피해가지만 자전거는 '위험하게 자전거타고 찻길에 나왔네'라는 인식에서 시작하는, 짜증섞인 불만이나 욕설이 돌아올지도 모른다.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능한 차로의 오른쪽 끝으로 달리면서 차량들이 무리없이 앞질러갈 수 있도록 배려해주는 편이 차라리 안전했다.

8. 버스 추월하기

그렇게 차로의 오른쪽 바깥으로 달리면서 가장 많이 마주치는 차량은 시내버스이다. 몇 년 전에 비해서는 시내버스 운전기사들도 차로를 주행하는 자전거에 대한 인식이 많이 개선된 듯하다. 하지만 버스기사의 입장에서 본다면 차폭 넓고 승객은 가득하고 핸들링은 자유롭지 않은 대형 차량 앞으로 반쯤은 술에 취한 듯 약간은 좌우로도 흔들리며 천천히 가고 있는 자전거는 그야말로 불안하고 위험해보이는 주행방해물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앞에서 달리는 자전거를 보호하고 안전하게 주행하려는 버스들도 많아졌지만, 아무래도 버스기사가 자전거를 바라보는 시각은 아무래도 '불안'과 '위험'일 수밖에 없다. 중앙 버스 전용차로가 있는 구간이더라도 마을버스나 지선버스는 바깥 차로를 이용하므로 자전거와 함께 다니게 된다. 

달리는 속도는 버스가 빠르지만, 신호대기나 정류장에 서야만 하는 버스는 계속 자전거와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게 마련이다. 앞지르거나 뒤쳐지더라도 또 만나거나 앞지르게 마련이고, 한번 지나쳐도 다른 노선버스들이 계속 다가오므로 또 엉킨다. 버스가 정류장에 서면 필연적으로 앞문과 뒷문이 열리고 사람들이 타고 내린다. 버스가 앞에서 정차하면 절대로 오른쪽 갓길 틈으로 지나가려 해서는 안되는 이유이다.

버스를 추월하는('추월'이라고 쓰니 무슨 경주하는 듯한 뉘앙스이지만, 그냥 서있는 버스를 지나 앞으로 가는) 방법은 두 가지 중 하나다. 차로 안쪽, 왼쪽으로 지나치든지, 아니면 버스가 다시 출발할 때까지 기다리든지. 버스 왼쪽, 차로 안쪽으로 들어가 앞질러 가는 것은 안전하다고 하지 못하겠다. 뒤에서 오는 다른 자동차들을 충분히 견제해야 하고, 정지했다가 출발할 때는 더욱 위험하고, 왼쪽으로 앞질러 가려할 때 버스가 출발하면 또 위험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맨 바깥 차선이 아닌 더 안쪽 차선까지 들어가서는 위험하다. 다른 방법은 없다. 왼쪽으로 추월하는 것이 위험하거나 익숙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면, 뒤에서 호흡을 가다듬으며 기다리자. 배기가스를 맡기 싫다면 약간 더 뒤에 서서.

9. 문열림 주의

버스를 추월할 때와 마찬가지로, 길 가쪽으로는 주차 혹은 정차해 있는 다양한 차량들이 있다. 이런 차들을 지나칠 때는 맨 바깥 차선 내에서 왼쪽의 공간으로 지나가게 되는데, 승용차나 소형 화물차, 승합차 등은 운전석이 왼쪽에 있어 언제 문이 열릴지 모른다. 또 교통정체때나 신호대기를 위해 줄서 있는 차들의 오른쪽으로 좁은 틈을 빠져나가려 할때도 차량의 문은 예고없이 열릴수 있다.

법규상으로는 왼쪽이든 오른쪽이든 뒤에서 주행해오는 교통에 방해를 주거나 사고를 유발했을 때 뒤를 제대로 살피지 않고 문을 연 차량이 모든 책임을 지는 것으로 판결되어 있다. 맨 바깥 차로에서 정체로 서 있는 차량과 인도 사이의 50cm 공간은 '이륜차가 진행할 수도 있는' 차로이므로 주의해야 할 의무가 있다는 판결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에서는 후방을 제대로 살피지 못한 운전자가 운전석 문을 갑자기 열 수도, 뒤를 살피지 않은 택시 승객이 뒷문을 박찰지도 모른다. 갑자기 전방에 장애물이 나타나면 자전거로 들이받고 앞으로 날아가 떨어지는 사고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므로 차량의 왼쪽이나 오른쪽을 지날 때에는 속도를 줄이거나, 문짝 넓이보다 넓게 우회하는 것이 안전하다. 미리 차량에 타고 있는 승객이나 운전자의 움직임을 살피는 것도 도움이 된다. 부득이 오른쪽을 지날때는 브레이크를 잡으면 바로 정지할 수 있는 속도로 주행하는 것을 권장한다. 

10. 주행속도

일반적인 자전거가 시내 도로에서 낼 수 있는 속도는 15~25km/h 이다. 더 느리게 가면 답답하고, 더 빠르게 달리는 건 내리막이거나 혹은 체력(엔진)이 좋은 사람일 경우다. 보행자가 차도로 내려서서 걸어간다면 누구나 매우 위험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보행자의 걷는 속도는 대개 시속 3~5키로미터이고, 자전거가 시속 10키로미터로 달린다고 해도 시속 40~60키로미터로 달리는 자동차에게는 거기서 거기일 것이다. 충분히 교통흐름이라고 할 수 있는 정도의 속도는 아무래도 시속 20키로미터는 되어야 한다.

시속 20km 이상의 속도를 편안하게 낼 수 있는 자전거라면 어떤 형태이든 문제는 없지만, 누워서 타는 리컴번트형의 자전거는 시인성이 낮아(운전자들이 잘 보지 못함) 위험하므로 시내주행에서는 좋지 않다는 생각이다. 실제로 시내주행에서는 차량이라 할지라도 맨 바깥 차선에서는 시속 50키로미터 이상의 속도를 잘 내지 못한다. 특히 교통체증이 심한 출퇴근 시간에는 더욱 속도를 내지 못한다. 이미 자전거로 시내를 달려본 경험이 있는 분이라면 앞질러 가더라도 다음 신호대기에서 같은 차량을 계속 만나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체력(엔진)이 좋은 분이라면 시속 30km 이상의 순간속도를 낼수도 있을 것이고, 시속 50km 이상의 속도를 낼 수 있는 분들도 계실 것이다. 때로는 자동차와 같은 속도로 흐름에 맞춰 달리는 것이 안전하기도 하지만, 자동차만큼 빨리 정지할 수 없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충분한 안전거리 확보, 방어운전, 미리 감속하는 습관을 길러야할 것이다.

11. 좌회전, 우회전, 유턴

자전거도 차라는 법규적 해석에 따라 자동차나 오토바이가 하듯 좌회전 차선에 들어가 신호에 대기했다가 출발하는 것이 가능했었는데, 공식적으로는 2010년에 새로운 지침이 마련되었다. 시내의 교통신호체계가 좌회전 후 직진에서 직진후 좌회전으로 바뀌면서, 자전거의 좌회전은 일단 직진한 다음 건너편 코너에 대기하다가 다시 직진신호를 받아 건너가는, 후크턴 방식으로 바뀌었다. 이 방법은 실제로 대단히 안전하며 좌회전을 차선으로 들어갈 필요가 없어 더욱 편리하기도 하다. 이 부분이 잘 이해되지 않는다는 분이 계셔서 솜씨라고는 전혀 없는 그림을 그려봤다.

변경된 신호체계 순서에 따라 좌회전하기 위해 차선을 바꿔 안으로 들어가더라도 좌회전하는 차량의 속도에 맞춰 빠르게 달려 좌회전해야 한다거나, 혹은 신호에 대기하고 있는 차량 앞으로 가서 서 있더라도 우측으로 빠르게 진행하는 직진차량을 피해 정지해 있어야 한다. 아무래도 시속 20~30km의 속도로 달리는 자전거로서는 위험한 일이다. 

직진한 다음 대기했다가 다시 직진한다고 해서 시간이 많이 걸리지는 않는다. 변경된 신호순서체계때문에, 직진하지 않고 좌회전 신호를 기다렸다가 가는 것과 직진한 다음 다시 직진신호를 기다리는 것은 겨우 '좌회전신호 지속시간' 정도의 차이밖에는 나지 않는다. 간혹 우측 끝에 대기하고 있다가 직진차량들이 정지하고 난 다음 좌회전 신호가 떨어지면 차선 끝에서 대각선으로 좌회전하려는 분들을 보는데, 위험한 것은 물론이며 교통법규 위반 단속대상이기도 하다.

우회전은 그냥 우측으로 돌아가면 되기 때문에 좌회전에 비해 상대적으로 쉬워보이지만 주의해야할 점이 있다. 반대편 교차로에서 달려오는 직진차량과, 나와 같이 우회전하려는 차량이다. 특히 버스나 대형 화물트럭같은 내륜차량(회전반경이 커서 앞바퀴보다 뒷바퀴가 안쪽으로 더 들어와 회전하는 차량)은 같이 회전하다가는 길 가로 좁혀와 밀려나기 쉬우니 더욱 주의하자. 

좌회전이 이런 식이기때문에 진행방향의 반대방향으로 돌아가는 유턴은 자동차와 전혀 다르게 해야 한다. 이론적으로는 교차로에서 직진-직진-직진으로도 할 수 있겠지만, 자전거이기때문에 횡단보도를 이용할 수 있다. 간단하게, 횡단보도를 건너 반대방향으로 가자. 사실 좌회전도 횡단보도를 이용하면 편리한 경우가 많다.

12. 횡단보도 이용하기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신대로, 횡단보도에서는 끌바(내려서 끌고 가기)를 해야만 보행자로서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다. 법적 보호란, 만일 자전거를 타고 건너다 보행자와 부딪히면 차량이 보행자와 낸 사고로 취급되어 과실을 따질 때 불리하다는 것이고, 타고 건너다가 달려오는 차량과 사고가 나더라도 차대차 사고로 취급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실제 사고사례를 보면 자전거를 타고 건너다 난 횡단보도 사고에서도 보행자에 가까운 정도로 취급되기는 하지만, 이런 저런 경우를 생각하더라도 횡단보도에서는 내려서 끌고 건너는 것이 정답이다. 단, 자전거용 표시가 되어 있는 횡단보도라면 그대로 타고 건너도 된다.

반대편 방향으로 넘어가는 유턴 대신 횡단보도를 건너는 방법을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은 어찌 보면 차량보다 훨씬 편리한 점이기도 하다.

13. 인도주행

법적으로 자전거가 차라고 해서 차도로 달려야 한다는 것으로 이야기하고는 있지만, 현실적으로 차도에서 자전거를 위한 배려가 전혀 없는데도 무조건 차도로만 나가라는 것은 앞뒤에 맞지 않는다. 그래서 2010년에 개편된 자전거 통행방법 지침에는 심약자(노약자나 어린이 등)는 경우에 따라 인도를 안전한 방법으로 주행할 수 있다고 되어 있다. 

법적 해석이 아니더라도, 자전거에 대한 인식은 차량이라기보다는 보행자쪽에 가까웠고 아직도 그런 인식은 많은 사람들에게 보편적이다. 이 글을 쓰는 것도 '자전거가 용감하게 차도로 달리는 방법'에 대한 것이니 말이다. 

이런저런 이유로 자전거는 인도를 주행할 수도 있다. 차도의 주행방향과 반대로 약간의 거리를 갈 수도 있고, 인도가 없는 이면도로를 주행할 수도 있고, 속도를 내지 않고 천천히 가기 위해 인도로 올라설 수도 있다. 아무튼, 일부의 인도에는 자전거도로 표시나 혹은 설치가 되어 있기도 하지만, 자전거도로가 그려져 있는 인도더라도 본질은 인도이기때문에 결국 인도주행이 되고 만다. 인도를 주행한다는 것은 보행자들과 함께 지나다님을 말한다. 자전거를 타고 보행자들이 걸어다니는 인도를 주행해보면, 보행자들의 움직임은 매우 불규칙함을 알 수 있다. 앞으로 똑바로 걸어가지 않고 좌우로 왔다갔다 하거나 갑자기 방향을 바꾸거나 멈추거나 하는 것은, 내가 자전거에서 내려 걸어봐도 금방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 따라서 갑자기 언제 어떻게 움직일지 모르는 보행자들 사이로 속도를 내는 것은 위험한 주행방법이다.

자동차들이 차도에서 자전거를 보고 '주행방해물'이라고 생각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인도에서 천천히 걸어가며 비켜주지 않는 보행자가 방해가 되거나 귀찮다고 생각할 자전거 운전자들이 적지 않다. 따르릉 벨을 울려대거나 그걸로는 소용이 없다고 더욱 소리가 요란한 전자벨 같은 것을 사용하거나 심지어는 호루루기를 입에 물고 불어대며 달리는 사람들도 있다. 자전거에서 내려 보행자의 입장이 잠시만이라도 되어보자. 인도를 주행하는 자전거는 절대로 보행자를 보호해야 하고, 보행자에게 양보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14. 횡단보행자에 대한 대비

앞에서 걸어가거나 혹은 걸어오는 보행자가 아닌, 좌에서 우 혹은 우에서 좌측으로 자전거의 진행방향에 대해 가로질러 걸어가는 횡단보행자는 인도나 혹은 이면도로, 차도에서든 어디에서나 가장 위험한 존재이다. 

횡단을 시작하는 보행자의 앞쪽으로 빈 공간이 많아보이면, 흔히 자전거는 보행자가 다가오기 전에 미리 지나가려고 한다. 이런 상황은 대단히 자주 겪게 되는데, 문제는 이럴 때 보행자들은 다가오는 자전거를 잘 의식하지 못한다는 점이고, 걷는 속도는 자전거의 생각보다는 빨라서 충돌하거나 혹은 아슬아슬한 상황을 종종 겪게 된다. 

전방의 상황을 잘 살피고, 가로지르는 보행자가 있다면 미리 그 보행자의 뒤쪽으로 진행방향을 잡는 것이 안전하게 자전거를 운행하는 방법이다. 보행자는 의외로 대단히 빠르다. 가능한 보행자의 앞쪽으로 미리 지나치려 하지 말자. 보행자의 뒤편으로가 맞는다.

15. 신호대기

시내 도로로 주행할 때 맞닥뜨리는 신호체계는 보통의 횡단보도 신호와 교차로 신호이다. 신호에 대해서는 좀 과격하게 말해도 부족함이 없을 것 같다. 

"까불지 말고 신호 지켜라, 죽는다"

솔직히 말하면, 횡단보도에 켜지는 신호는 길을 건너는 보행자들을 피해 적당히 통과해도 그다지 위험하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교차로 신호는 반드시 지켜야 할만큼 위험하다. 오토바이나 스쿠터들이 이리저리 눈치보다 자기 신호가 아님에도 잽싸게 지나가는 모습을 시내에서는 간혹 목격하는데, 그런 이륜차들의 대형사고들이 바로 이런 교차로 신호위반에서 많이 일어난다는 사실도 상기해두기 바란다. 자전거의 시내 주행에서 목숨이 왔다갔다하는 정도의 위험과 가장 쉽게 마주칠 수 있는 부분이 바로 신호위반일 것이다.

16. 늦은 출발, 빠른 출발

자동차를 운전하면서 신호에 대기하다가 출발할 때면 비록 신호가 떨어지더라도 좌우를 살피고 천천히 방어적으로 출발하는 것이 훨씬 안전하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자전거도 별반 다르지 않은데, 신호에 대기하다가 출발할 때 같이 옆에 서 있는 자동차나 버스가 출발하는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교차로에서는 우측으로 조금 더 떨어져 천천히 출발하면서 차량들을 먼저 보내는 것도 한 방법이다. 이미 차량들이 진입해서 앞서갔다는 얘기는 내가 교차로를 직진해서 건너가도 안전하다는 얘기도 되기 때문이다. 좌회전 차선에서 맨 앞 차량들보다도 앞에 서 있다가 신호가 떨어지자마자 재빨리 출발하는 것도 그래서 그다지 안전하다거나 더 빠를 것도 없다는 점도 염두에 두면 좋다. 좌회전 신호가 끝나면 바로 다음 직진신호가 떨어진다.

방어운전의 첫걸음은 좌우와 교통상황을 모두 확인한 후 천천히 출발하는 것이다.

17. 안전거리, 미리하는 감속

당연히 생각해야 하는 부분이 바로 안전거리 유지이다. 고속도로에서 시속 100키로로 달리는 자동차에게 앞차와의 거리를 100미터로 유지하라는 문구를 보지 못한 분은 거의 없을 거다. 자전거는 강력한 첨단 제동장치를 가진 자동차에 비해 상대적으로 제동장치의 시스템이나 능력이 열악하고 부족하다. 시속 30키로밖에 안 되는 속도로 달리고 있더라도 앞차와 바짝 붙어 있었다면 갑자기 발생하는 돌발상황에서 급정차하는 자동차의 뒤를 들이받거나, 혹은 조금은 거리를 두었더라도 바퀴의 슬립이 일어나 스키딩(옆으로 주욱 미끄러짐)하거나 혹은 그렇게 넘어지거나 하는 일이 있을 수 있다. 내리막길 등에서는 잭나이프(앞바퀴의 완충장치가 앞으로 숙여지며 뒷바퀴를 들고 거꾸로 뒤집히는 일)를 당하는 수도 있다. 

그러므로 차량들과 함께 달리거나 혹은 앞에서 차량이 달리고 있을 때는 생각하는 것보다 좀더 거리를 두고 달리도록 하고, 앞쪽의 교통상황을 살피면서 미리미리 감속하는 방어적 주행이 좋은 습관이다. 

한가지 더 생각할 것이 있다면 측면 안전거리인데, 교통정체때문에 차량들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자전거와 비슷한 속도로 달리는 경우가 많다. 이럴 때 자전거는 '자동차와 같이 달린다'라거나 혹은 '자동차보다 빨리 달려야지'라는 욕심에 더 속도를 내기도 하는데, 자동차의 옆으로 바짝 붙어 달리기도 한다. 이럴 때 자동차 운전자는 옆에서 달리고 있는 자전거를 잘 볼 수 없어 부주의하게 급차선 변경을 시도하기도 한다. 옆에서 달리는 자동차와도 충분한 거리를 확보하도록 하자.

안전거리와 관련해서 하나 더 추가해야 할 꼭지는, 길 가장자리로 달리고 있는 자전거 앞으로 급히 끼어들어 급정차하거나 혹은 우회전하는 차량에 대한 주의사항이다. 사실 자동차가 자전거를 보는 시각이나 자전거가 보행자를 보는 시각에는 유사한 점이 많아서, 자동차 역시 자전거보다 빨리 앞질러 재빨리 지나가거나 행동을 취하려고 한다. 가로질러 걸어가는 보행자가 다가오기 전에 얼른 지나가려고 보행자 앞으로 지나가는 자전거와 똑같은 심리다. 그렇지만 자전거의 속도는 자동차가 생각하는 것보다 상당히 빠르고, 승객을 발견하고 자전거를 앞질러 재빨리 정차하는 택시나 급히 우회전하러 들어오는 자동차의 뒤나 옆구리를 들이받는 사고는 흔히 일어난다. 특히 우회전하는 자동차들은 위험한데, 자전거 역시 우회전하는 차량이 앞으로 급히 밀고들어왔다가 완전히 회전해서 빠져나갈 것으로 예상하고 감속하지 않았다가, 우회전하려다가 보행자때문에 잠시 멈칫하는 자동차의 옆구리를 들이받는 사고도 빈번하게 일어난다. 이면도로와의 교차로에서는 반드시 우회전을 위해 접근하는 차량이 없는지 살피도록 하고, 전방에서 택시를 잡기 위해 손을 흔드는 승객이 있다면 긴장하도록 하자.

18. 전후방, 좌우 교통상황에 대한 인지

앞선 단락에서 '뒤에서 달려오는 차들이 덮칠까 무서워서, 앞에서 오는 차들을 보면서 다니려고' 역주행한다는 분들이 실제로 계신다는 얘기를 했다. 그리고 역주행의 위험성에 대해서도 이야기한 바 있다. 자동차도 마찬가지인데, 자동차라고 해서 '뒤에서 들이받혀도 안전한' 것만은 아니다. 자동차 역시 전방이나 양 측방뿐만아니라 뒤를 살필 수 있도록 백미러와 사이드미러가 장착되어 있으며, 안전과 시인성을 위해 후미등, 깜빡이, 반사스티커 등이 장착되어 있다. 자전거 역시 마찬가지다. 뒤에서 오는 자동차가 어떤 짓을 할지 두렵고 궁금하다면 뒤를 볼 수 있는 백미러를 달거나, 요령껏 뒤를 돌아보면서 항상 전후좌우의 교통상황을 숙지하고 있어야 한다. 역주행만큼이나, 고개도 돌리지 않고 앞만 보며 페달만 열심히 밟는 것이 안전하지 않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주행하는 차로를 선택할 때에도, 뒤에서 오는 차량에게 앞질러갈 여유공간을 양보할 때도 뒤에서 오는 교통상황에 대한 인지는 중요하다. 



19. 수신호

이전에는 핸들의 왼쪽이 뒷브레이크, 오른쪽이 앞브레이크였지만 몇 년 전부터 오른쪽이 뒷브레이크, 왼쪽이 앞브레이크로 바뀌고 있다. 이것은 자전거의 진행방향이 자동차와 마찬가지로 우측통행으로 바뀌면서, 오른손으로 뒷 브레이크를 잡거나 하면서 왼손으로 수신호를 쉽게 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자전거의 제동력은 앞브레이크가 강하지만 주행중 앞브레이크부터 잡으면 균형을 쉽게 잃기 쉬우므로 뒷브레이크부터 잡아 감속하기 시작하면서 앞브레이크를 같이 잡아주어야 하는데, 수신호를 하기 위해서 감속한다면 뒷브레이크가 우선이므로 이런 식이 좋다.

공식적으로 정해져 있는 수신호는 없다. 다만 자전거를 타고 달리면서 마치 자동차가 깜빡이를 켜듯 뒤에서 오는 어떤 교통에 대해 무언가를 알릴 수 있는 방법이라면 어떤 것이라도 좋다. 아무런 제스츄어나 의사표시 없이 갑자기 차선을 바꾸거나 혹은 주정차하고 있는 차량의 왼쪽으로 돌아 앞서가기 위해 안쪽 차선으로 들어가거나 한다면 뒤에서 오는 교통은 깜짝 놀랄수도 있기 때문이다. 

여러 대의 자전거가 함께 달리는 경우라면 몇 가지의 수신호 약속들이 있지만 대부분 표준화되어 있지는 않다. 그러나 좌/우회전할 것이다, 속도를 줄여라, 위험하니 주의해라 하는 등의 수신호는 굳이 약속하지 않아도 알아들을 수 있을만큼 쉽게 아무나 즉석에서 할 수 있을 것이다.

20. 진입할 수 없는 도로

당연한 거지만 자전거는 자동차 전용도로로 진입해서는 안된다. 예를 들어 서울시내라면 올림픽대로, 서부간선도로, 내부순환로, 강변북로, 동부간선도로, 북부간선도로 등이 자동차 전용도로에 해당한다. 이런 도로들은 실수로 진입하게 될 수도 있는데 주로 강변, 교량 등을 건너다가 진입하는 수가 많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일단 들어가보면 갓길이 상당히 넓어서 자전거를 타고 계속 가도 될 것 같지만, 절대로 달려서는 안된다. 조금 들어갔는데 차들이 달리는 속도가 이상하고 길이 넓다면 바로 내려서 끌고 되돌아 나오도록 하자. 가까운 진출로도 아주 먼 곳에 있을 수 있다.

이밖에는, 법규상으로는 진입해도 되지만 실제로는 위험해서 권하지 않는 도로들이 있다. 대부분의 지하차도들, 고가도로들이다. 가능하면 우회하도록 하자. 

21. 터널과 교량에서의 주행

몇 해 전, 거의 차량 전용으로 설계되어 있던 몇몇 터널들에 차로폭 다이어트 방식으로 인도가 설치되었다. 인도는 인도이기때문에 인도통행과 같은 방식으로 지나갈 수 있다. 폭이 너무 좁다면 내려서 끌고 가야 한다. 충분한 넓이의 갓길이 있다면 타고 통행해도 되지만, 대부분의 터널들은 그렇지 않으므로 가능한 터널을 통과하지 않는 코스로 운행하자.

한강과 같은 큰 다리에는 대부분 인도가 설치되어 있거나 자전거도로가 설치되어 있다. 이때는 이곳을 이용하면 된다. 각 다리마다의 접근방법은 서로 다르므로 사전에 숙지하거나 인터넷 검색 등으로 알아보는 것이 좋다. 지천 등을 건너가는 작은 다리의 경우는 일반 차도통행방법과 다르지 않은데,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인도가 있다면 터널을 통과할 때처럼 인도를 이용해도 좋다.

큰 교량의 보통의 차량용 제한 최고속도는 시속 60~80키로미터인데, 자신이 있더라도 가장 바깥으로 그대로 달리는 것은 권장할만하지 못하다. 대부분의 교량에는 갓길이 충분히 준비되어 있지 않아 차도 안쪽으로 달려야 하는데, 자전거도 자전거지만 달리던 차량도 깜짝 놀라 돌발상황을 일으킬 위험이 크다.

22. 빗길과 눈길에서의 주행

평상시의 맑은 날 조건이 좋은 도로를 달리는 건 문제가 없지만, 비가 올때나 도로가 아직 젖어있을 때는 가급적 운행하지 않는 것이 좋다. 하지만 그래도 달려야 한다면 충분히 감속해야 하는데, 감속하는 데에는 몇 가지 어려운 점들이 있다. 접지력이 좋은 MTB용의 타이어를 이용하는 자전거이고 바퀴에서 튀어오르는 빗물로 옷을 버리거나 하는 게 두렵지 않다면 차도를 그대로 이용하되 평소보다 20퍼센트 정도 감속하는 것이 좋다. 시속 25키로미터 이상은 과속이 된다. 그렇지 않다면 가급적 느린 속도로 인도를 천천히 주행한다. 우산을 쓰거나 들고 인도를 운행하는 것은 좋지 않다. 미끄러운 도로를 한 손에는 우산을 들고 한 손만으로 자전거의 균형을 잡으며 브레이크까지 조작하는 것이 정답은 아니다. 빗물받이가 설치되어있지 않은 자전거라면 빗물이 튀어오를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하고 천천히 달린다. 대개의 경우 시속 10~13키로미터 정도의 속도라면 빗물이 튀어오르지 않는다. 빗길주행으로 더러워진 자전거는 물로 깨끗이 세차한 후 잘 건조시키고 닦고 조이고 기름쳐 주자. 

겨울에 눈이 오면 주행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비가 왔을 때와는 다르게 눈이 왔을 때는 아무리 잘 달리더라도 한순간 날아갈 수 있다. 제설작업이 진행되고 컨디션이 좋아진 도로라 할지라도 군데군데 얼어붙거나 미끄러울 수 있다는 점을 꼭 염두에 두고 전방 도로상황을 잘 살피며 달려야 한다. 겨울 주행에는 도로에 뿌려진 염화칼슘이라는 성분이 자전거에 엉겨붙어 녹슬게 할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하자.

23. 다른 이들과 함께 달리기

시내주행이므로 일단 같이 달리는 사람들은 자동차 운전자들이다. 그들이 자전거를 어떤 시각으로 바라볼지에 대해서는 이미 얘기한 바 있다. 가끔은 자전거를 보호할 생각보다는 위협하거나 욕설을 퍼붓는 경우도 있다. 흥분되고 화가 나겠지만, 사고가 나지 않은 상황이라면 애써 쫓아가 시비를 가리거나 하지는 말자. 진짜로 위험한 주행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신호대기 등으로 따라잡을 수 있었다면 가지고 있는 휴대폰 카메라 등으로 운전자와 번호판이 함께 나오도록 촬영한 후 이를 증거로 경찰에 난폭운전으로 신고하면 된다. 촬영되고 있다는 것, 신고하겠다는 고지만으로도 자동차 운전자에게는 충분한 교훈이 될 것이다. 내가 실제로 사용하는 방법이다.

다른 자전거들은 같이 달리게 되는 파트너들이다. 자주 마주친다면 서로 인사를 나누어도 좋고, 신호대기때 먼저 인사를 해도 좋다.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며 경쟁하는 주행은 좋지 않다. 추월당했다고 다시 따라잡거나 하려는 경우엔 십중팔구 과속이나 오버페이스를 하게 마련이다. 나는 나의 주행을 해야 함을 잊지 말자.

24. 대중교통 이용하기

자전거를 타고 갔다가도 힘이 들거나 혹은 너무 멀리 갔다면 자전거를 휴대한 채로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이동할 수도 있다. 이렇게 하는 것을 '점프한다'고 하기도 한다. 버스나 지하철에 아무런 제재 없이 들고 탈만큼 작게 접어지는 자전거도 있지만 가격이 비싸거나 달리는 성능이 부족하거나 혹은 취향이 아닐 수도 있다. 서울의 경우 버스는 어렵지만 일요일과 공휴일에는 지하철 맨 앞이나 맨 뒤칸을 이용해서 자전거를 휴대할 수 있다. 각 지역의 도시들은 그곳의 지침대로 이용하면 된다.

25. 주차하기

사실, 지금까지 한 이야기들을 모두 뒤로 하고, 가장 중요한 것은 자전거의 주차이다. 착착 접어서 주머니에 넣고 볼일을 볼 수 있으면 좋으련만, 자전거는 그렇지 못하다. 실제로 자전거를 타고 다녀보면 보이지 않는 곳에 어떻게 자전거를 묶어놓고 다닐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가장 큰 불안요소로 다가온다. 시내의 곳곳에는 자전거 보관소나 거치대와 같은 시설들이 마련되어 있는데, 이곳에서도 많은 자전거들이 도난당하곤 한다. 그렇다고 아무도 훔쳐가지 않을 고물 자전거만 타고 다닐수는 없다. 유료라도 좋으니 안심하고 자전거를 보관할 시설이 많이 만들어졌으면 좋겠지만, 현실은 멀고도 먼 이야기이다. 

가장 흔히 도난당하는 것은 안장이다. 안장 높이를 편리하게 조절하기 위해 사용하는 시트클램프가 달려 있다면 볼트형 등으로 교체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손으로 쉽게 열고 안장과 안장봉을 뺄 수 있다면 훔쳐가기도 쉬울 것이다. 무거운 사관절 잠금장치 등을 이용하는 것도 방법 중 하나지만 무겁기 때문에 항상 가지고 다니는 데 부담이 있다. 몇가지 시내주차 안전의 원칙은 한 곳에 오래 세우지 않는다/밤새 묶어두지 않는다/가능한 안으로 가지고 들어간다/공개되고 넓은 장소, 사람이 많이 다니는 개방된 곳에 묶어둔다 정도이다. 요즘은 시내에도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사람들이 많아 아마도 어지간한 영업장이나 가게에는 안으로 가지고 들어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 가능하면 가지고 들어가자.

26. 자전거 보험

이런저런 상황을 숙지하고 자전거 타기에도 자신이 있고 경험도 충분하더라도, 돌발상황은 내 의지와 상관없이 발생할 수도 있다. 1년에 몇만원에서 십여 만원대에 이르는 금액이면 자전거보험 가입하기에 충분하다. 자동차보험에 가입하듯 의무적인 것이라고 생각해두자. 어느 보험에 가입할 것인지, 보상범위나 조건이 어떻게 되는지는 몇몇 보험사의 상품들을 알아보도록 한다.


마무리.

어딘가 빠졌거나 필요없는 이야기를 했다거나 한 얘기를 또 했다거나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글을 충분히 읽었다고 바로 차도로 뛰어들 수 있는 것도 아닐게다. 하지만 이 글을 마무리하는 바로 오늘도 픽시를 타고 헬멧도 쓰지 않은 채 무악재 고개를 역주행으로 꾸역꾸역 밟으며 올라넘어가는 자전거 운전자를 보면서, 시내에서의 안전주행과 그러기 위한 인프라는 자전거 운전자들이 만들어가야 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상기해본다. 

그 어떤 교통수단보다도, 시내에서 자전거가 가장 존중받고 또 효율적이며 친환경적인 교통수단으로 인식되고 또 인정받고 보장받을 그 날을 위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