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이야기

공기밸브 장착형 파워미터 Arofly

이루" 2017. 12. 10. 11:54

들어본 분들이 많이 계실 것 같은, '공기주입 밸브 장착형 파워미터'라고 소개된 Arofly 를 써볼 기회가 생겼습니다.



지금까지 제품화된 파워미터들은 크게 스트레인 게이지를 이용해서 직접 금속의 미세한 변화를 측정하는 크랭크형, 페달형, 허브형과 속도, 풍압, 고도 등을 이용해서 간접적으로 측정하는 뉴튼, 파워팟 등의 종류가 있어왔습니다. Arofly는 공기주입 밸브에 꽂아 튜브 내부의 기압 변화를 측정해서 파워값을 산출해낸다는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고 합니다.


꽤 신박한데, 스럽다가 이내 '진짜 겨우 그것만으로 정확한 파워값을 알아낼 수 있을까?'라는 회의감에 빠지게 됩니다. 아무튼 대만의 개발사는 그런 제품을 '실제로' 만들어냈습니다.


이 제품의 가격은 대략 10만원대. 기존 파워미터들의 가격을 생각하면 엄청나게 저렴합니다.



어휴 바닥 더러운 거 ㅠ


실제 패키징의 구성품은 Arofly 본체와 프레스타 어댑터, 배터리 교체를 위한 전용 공구, 그리고 휴대폰을 핸들바에 장착하기 위한 실리콘 거치대, 사용설명서입니다. 본체 안에는 CR1632 배터리가 내장되어 있어 저기 보이는 시커먼 공구를 이용해서 본체 뒷캡을 열고 배터리 차단 실링을 빼내면 바로 사용할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본체 자체로는 슈레더 타입만 지원하고 프레스타 밸브에 사용하려면 어댑터를 장착해야 합니다. 본체와 배터리, 프레스타 어댑터를 모두 합친 무게는 11.1그램입니다. 엄청나게 가볍지만 바퀴에 장착하는 거여서 영향이 작지는 않습니다.



장착할 때는 뒷바퀴의 밸브를 열고, 타이어의 공기압을 원하는 만큼 충분히 채운 다음 그 위에 Arofly를 돌려 끼웁니다. 페달링할 때 크랭크를 누르는 힘이 뒷바퀴에 전달되는 압력변화를 측정하는 거라서, 앞바퀴에 끼우면 안된다고 합니다. 완전히 단단하게 끼워 공기가 새어나오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밸브에 11그램짜리 덩어리를 끼웠기 때문에 약간씩 흔들리면서 림과 밸브가 닿아 소음이 생기기도 합니다. 당황할 필요는 없습니다. 바퀴가 회전할 때 밸런스가 밸브쪽으로 쏠려 덜덜거릴 수 있으므로(실제 주행시에 그렇게 느껴지지는 않습니다만) 밸브 반대편에 11그램짜리 추를 달아 균형을 맞춰주면 더 좋을 겁니다. 그렇게 하면 최종적으로는 22그램 정도 늘어나겠네요.


블루투스만 지원하고 ANT+ 는 지원하지 않습니다. 물어본 바로는 자체적으로 raw 데이터만 송신하고 그것으로부터 여러 정보를 계산해서 표출해줘야 하는데 그 계산을 전용 앱이나 혹은 전용 모니터인 A-Plus로만 할 수 있어서 기존의 가민이나 브라이튼이나 혹은 심지어 블루투스를 지원하는 와후나 그밖의 GPS 속도계들을 전부(!) 지원하지 못한다고 하네요. 심지어 ANT+ 규격을 넣을 수도 없는 방식이라고 하는데.. 사실 그게 가장 약점이어서 시장 보급의 걸림돌인 것 같습니다. 


심박 기반으로 파워를 표시해주던 Cyclops의 PowerCal도 ANT+는 지원해서 가민이나 기타 장치에 파워값을 그나마 수치로는 보여줬었거든요. 유의미한 경향성을 보여준다고는 했지만 직접 사용해본 바로는 말도 안되는 뻥파워여서 재미로나 쓸까, 그냥 심박벨트로구나 싶었죠. 하지만 Arofly는 '파워미터'라면서 그런 장치들에서는 사용할 수 없으니 스스로 스마트폰을 핸들에 부착하고 다니는, 혹은 저렴한 전용 모니터 속도계를 달고 다닐 사용자층 정도만 고객층으로 가져갈 수밖에 없습니다.


전용 모니터 속도계인 A-PLUS Meter. 가민 엣지500처럼 생겼다.


Arofly를 사용하는 방법은 아이폰이나 안드로이드에서 전용 앱을 받아 설치하는 것, 혹은 전용 모니터 속도계를 사용하는 것입니다. 전용 모니터의 패키징에는 전용의 쿼터턴 아웃프론트 핸들바 마운트가 제공되는데 가민이나 브라이튼과 호환되지는 않습니다. 가민 마운트에 A-PLUS가 끼워지지 않습니다.


USB로 충전하고 GPS 트래킹을 비롯한 여러 정보들이 기록되고 저장됩니다. 라이딩 후에 Arofly Cloud라는 전용 사이트에 데이터를 업로드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스트라바로도 저장이 가능하구요. 


전용 앱의 화면은 맨 위에서 보여주는 화면처럼 생겨서, 속도 파워 케이던스와 그밖의 부수정보들을 보여줍니다. 화면 전체를 다 덮어서 '전용' 속도계로 바꿔버리기때문에 달리면서 음악을 플레이한다든가 하는 조작은 꽤 불편하게 됩니다. 전용 앱도 자체적으로 데이터를 저장하고 직접 스트라바로 업로드가 가능합니다. 스트라바를 제대로 사용하려면 조금은 기능이 더 좋은 장치들로 업그레이드하고 싶은 마음들이 생길텐데 그러면 Arofly를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 되니까 아이러니한 겁니다.


블루투스 심박계를 사용하면 심박도 표시할 수 있다고 하는데 안해봤습니다.(이유는 없어서..)


어쨌든, 그럼 파워 측정은 어떠한가..


저는 벡터를 사용하고 있어서, 두 장치를 동시에 장착하고 주행해봤습니다.


Arofly는 '파워미터'로 소개하고 있고 자신들도 그렇게 광고하고 있습니다만 그밖에도 속도, 케이던스까지 측정할 수 있는 기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11그램짜리인 이것만 끼우면 속도센서와 케이던스 센서도 필요없어지는 셈이죠.


일단 속도는 바퀴의 회전을 측정하는 거니까 충분히 정확할 거라고 생각했고 꽤 다르지 않은 결과를 보여줬습니다. 약간의 오차가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지만 그쯤은 실사용에는 큰 문제가 되지 않을 수준이었구요.


페달을 밟을 때마다 변화하는 압력변화를 측정하는 방식이라서 케이던스를 역으로 환산해낼 수 있을테고, 실제로 케이던스 표시도 그럭저럭 꽤 정확한 편이었습니다. 


속도나 케이던스는 꽤 실용적이었습니다.


파워는..


일단, 파워가 표시됩니다. 라이더의 몸무게에 따라 어떻게 변화할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그리고 타이어의 공기압은 또 어떤 영향을 미칠까, 그런 것까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전용 앱에서는 W로 파워가 표시됩니다. 실제 주행하면서 가민에 표시되는 파워값과는 그 때 그 때 꽤 차이를 보입니다. 급작스럽게 페달을 세게 밟으면 많이 튑니다. 댄싱을 하면 말도 안되게 뻥파워를 보여줍니다. 오르막이면 더 크게 오차가 발생합니다. 아마도 꾹꾹 밟는 페달링 스타일의 라이더와 원운동에 가까운 페달링을 하는 라이더간의 오차는 더 클 것 같습니다. 이는 평페달과 클릿페달의 차이도 오차의 원인이 될 거라는 유추를 가능하게 합니다.


그밖의 오차는 도로의 요철이나 고르지 못한 노면때문에도 발생했습니다. 덜덜거리는 곳(청계천..)을 지나니 마구 튀더군요. -_-


그런데 라이딩을 모두 끝내고 돌아와 저장된 평균파워를 보면 또 얼추 비슷한 값을 보여줍니다. ㅋㅋㅋ


워낙 순간적으로 튀고 변화가 심하다는 의미겠죠. 앱에서는 몇 초 평균 같은 설정은 불가능합니다. 그냥 순간순간 보여주는 모양입니다. 


아마도 평로라에서 댄싱은 거의 하지 않는 훈련주행 같은 환경이라면 꽤 오차변수가 적어 유의미한 도구로 사용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고정로라라면 안되겠죠.


일단, 블루투스만 지원하더라도 각각의 신호들(속도, 케이던스, 파워)는 분리해서 나와야겠죠. 그래야 블루투스를 지원하는 모든 장치들을 다 지원할 수 있을테니까요. 전용 앱이나 전용 모니터 이외에는 사용이 불가하다니, 그래도 제품화시켜서 판매하다니. 혹은 또는 ANT+가 되지 않으면 어떤 식으로든 사용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워낙 작은 회로, 신호 송출방식과 알고리즘에 문제가 있더라도 다음 버전은 이렇게 범용 블루투스나 ANT+를 지원하지 않으면 안될 것 같습니다.


만일 파워미터로서의 기능은 사용하지 않더라도 겨우 11그램에 속도와 케이던스 센서 두 가지를 모두 사용할 수 있다면 지금 달려 있는 속도센서와 케이던스 센서를 대체하기 위해 한번 써볼 용의가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약간의 단점이 더 있다면 공기밸브에 장착하는 불편함인데요, 펌프질을 할 때마다 빼고 또 끼우는 번거로움이 이 방식의 문제점 하나일 듯합니다. 오래 끼워두지 않아 공기는 얼마나 새는지 모르겠지만 밸브 자체를 잘 잠가두는 것보다는 조금은 더 새지 않을까 싶기도 하구요.


'재미로 보는 파워값이 표시되기도 하는 속도/케이던스 센서'를 제품 포지셔닝으로 가져간다고 해도 BLE/ANT+가 반드시 지원되어야 할 장치라고 총평을 내립니다.


Road.cc 에서는 더 심한 평가를 내렸었네요. http://road.cc/content/review/227916-arofly-power-meter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