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이야 어떻든, 현실에 어려운 점이 많으니 사실 자전거타고 차도에 나와 타는 게 위험한 건 맞습니다.
위험한 원인은 도로 및 인프라 상황과 여건, 자동차 및 자전거 운전자들의 인식과 문화, 그리고 법규 미비 등
상당히 복합적입니다. 다른 말로 하자면 '아직은 멀었다'라고 해야겠지요.
그런 의미에서 도로에서 다반사로 일어나는 위협 난폭운전에 적절히 대처하는 방법에 대해
경험담 얘기해드릴게요.
저는 자출코스가 그냥 시내도로밖에 없어서 차들과 함께 달릴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가장자리로 요령있게 다니고, 차들이 추월하기 좋게 양보도 잘 하면서 다니죠.
3년 넘게 다니면서 자출 과정 자체로 사고가 나거나 한 적은 없습니다.
법규를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법규 못지 않게 요령도 중요합니다.
왜냐면.. 현실은 법대로가 아니라서요. 법으론 자전거도 차도로 다녀라, 라고 돼 있지만
실제 차도에 나가보면 차도를 달리는 자전거를 눈엣가시로 여기는 운전자들이 많으니까요.
작년 여름이었는데, 출근중에 사건이 있었어요. 홍제천에서 올라와 유진상가로 가는 길에는
시범적(-_-)으로 자전거도로가 만들어져 있고 분리대로 구분돼 있습니다. 근데 실상은 보행자가
더 많아요.(우리나라에 '자전거전용도로'라는 건 없습니다)
그냥 차도로 다니는 데 익숙하기때문에 굳이 그 자전거도로로 들어가지 않고 차도로 달려서 의주로로
들어간 다음 시내로 오는데, 그날은 마을버스가 옆으로 밀더군요.
차도 다녀보신 분은 알겠지만.. 은근히 밀거나 방해하거나 혹은 대놓고 밀거나 위협하는 경우를
다들 겪어보실 겁니다. 이게 진심인지 아니면 운전하면서 자연히 있을 수 있는 상황인지 직감이 오죠.
뭐 익숙(-_-)한 상황이라 당황하지 않고 따라가서 정류장에 정차한 기사한테 왜 그러셨냐고 물었죠.
그랬더니 '뭘?' 그러더군요. . 길게 얘기해봤자 필요없을 거 같고.. 버스를 폰카로 찍었어요.
번호판, 그리고 번호판과 운전자 나오게 담으면 끝. 이건 나중에 증거물로 쓸 수 있습니다.
신고하겠다고 이야기하고 재빨리 현장 떴습니다. 거기서 시비해봐야 시간만 낭비하고 열만 받거든요.
출근한 다음에 신고전화를 돌렸습니다.
일반적인 민원들에 대해서는 다산콜센터(국번없이 120)를 이용하면 되는데, 난폭운전 신고하겠다고 하면
서울경찰청 번호를 알려줍니다.
서울지방경찰청 신고전화 번호는 02-700-5010 입니다. 난폭운전 신고는 여기로 바로 하면 됩니다.
제대로 접수되고 처리되면 경찰서로 이관되고 얼마 있다가 담당 경찰관한테 전화가 옵니다.
'당시 운전기사가 모든 잘못 인정하고 사과하겠다고 하는데 통화해보실 생각이 있느냐'
라고 하시길래..
'그럴 생각까지는 없고 앞으로는 자전거도 배려해주시고 더욱 안전운전 해달라고 말씀드려달라'
고만 했습니다.
제가 뜻을 굽히지 않고 처벌을 원한다고 하면 벌점 부과되고 버스운전 등 직업적인 부분에도 문제가
생길 거라고 말씀하시더군요. 그래서 그냥 주의 정도만 원한다고 진술서를 적어서 팩스로 넣었습니다.
그 이후에는 이동네 다니는 마을버스에게는 어떠한 위협운전도 당한 적이 없습니다.
적어도 '자전거 건드리면 어떻게 된다더라'라는 정도의 소문은 났겠지요.
처음 자출 시작할 때는 버스들도 위협 많이 하고 그랬는데 요즘은 버스나 택시들은 꽤 얌전합니다.
건드려봐야 귀찮거나 혹은 말썽만 생길 뿐이고, 그냥 보호하고 배려하는 게 낫다는 분위기가 된 거 같습니다.
요즘은 버스정류장을 지날 때 뒤를 돌아보면 버스가 조용히 뒤를 따라오다가 제가 지나고 난 뒤 정차하는 걸
자주 봅니다. 예전같이 빵빵거리지도 않더군요. 저도 요즘은 뒤에 버스가 있으면 손 한번 들어주고
ㅍㅍ댄싱 한번 쳐서 인사치레 해드립니다.
3줄 요약.
- 현장에서 시비하지 말고 재빨리 폰으로 찍고 현장 뜨세요.
- 서울경찰청 02-700-5010 에 전화하시고 느긋하게 처리하세요.
- 도로교통문화는 시간을 두고 천천히 개선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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