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에 '대처'한다는 표현은, 아직 대부분의 자동차 운전자들이 도심의 도로를 달리는 자전거들을 귀찮고 위험하기 짝이 없는 주행 방해요소 쯤으로 생각한다는 이유에서이다. 물론 자동차 운전자들 중에도 자전거 운전자들이 있고, 자전거를 배려하는 운전을 하는 분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동차를 운전하면서 맞닥뜨리는 자전거에 대해 좀 더 이해하고 함께 달릴 수 있어야 한다고 믿기에 이 글을 적는다.
"죽고싶어서 차도에 나왔냐" 거나, "싹 밀어버리고 싶다"는 등의 감정이 치밀어올라본 적이 있다면 더더욱 한번쯤 읽어주시기 바란다. 물론 자전거들도 폭주하거나, 교통법규를 무시하거나, 혹은 진짜로 교통방해가 될 정도로 운행하는 사람들이 더러 있다는 사실도 염두에 두어 주시고.
(실제로 얼마전 브라질에서는 자전거를 타자는 캠페인을 벌이던 100여 대의 자전거를 자동차로 밀고 돌진해버린 사건도 있었습니다. 나도 따라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자동차 운전자분들은 안 계시겠지만요.)
자동차 운전자분들이 읽어주셔야 한다는 전제로 부드러운(?) 말투로 쓰기로 합니다. 자전거타시는 분들도 읽으실지 모르지만, 자전거 안 타는 자동차 운전자분들한테도 널리널리 일독을 권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1. 자전거는 빠르다.
대개의 자전거들은 시속 15~25km의 정도로 달립니다. 무척 느린 속도인 것 같지만 실제로 자전거를 타고 시속 25km로 달려보면 상당한 속도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시내에서 자동차들은 꽤 빠른 속도로 달리는 듯하지만, 실제 자동차의 평균속도는 러시아워에는 시속 20km를 넘기 힘들고, 교통량이 적은 한적한 시간에도 겨우 시속 30km대에 머물곤 합니다. 이것은 차들이 많아 속도를 내기 어려운 것과, 신호대기가 이유라고 볼 수 있습니다. 신호를 받고 급가속해서 70km를 찍고 다시 급감속해서 다시 다음 신호에 서는 것과, 천천히 가속해서 40km쯤으로 천천히 달려 천천히 다음 신호에 서는 것의 차이는 연료소모량밖에 없을 겁니다. 비슷한 이유로, 자전거는 시속 20km로 달려도 결국 신호등에 정차해 있는 자동차를 계속해서 따라잡게 됩니다.
요즘은 자전거를 타는 인구가 늘어나고 체력이 좋은 사람들이 많아져서, 자전거의 속도도 대단히 빨라지고 있습니다. 평지에서도 시속 30km 이상은 물론이고, 약간 내리막이라면 시속 40~60km 이상으로까지 달리는 자전거들도 있습니다. 자전거로 시속 60km라니 놀라우시겠지만, 실제로 그렇게 달릴 수 있습니다. 물론 그렇게 빨리 달리는 것은 자전거로서는 과속이고 대단히 위험한 일이지만, 자전거도 그런 속도로 달릴 수 있다는 걸 알아두시기 바랍니다. 사이클 선수들이 경기중 내리막에서 내는 속도는 시속 100km를 넘기도 하니까 말입니다.
시내를 달리는 자전거는, 자동차라고 해도 무시할 수 있을만큼 느리지 않습니다. 아니, 오히려 대단히 빠릅니다.
2. 자전거는 제동거리가 길다.
아마도 시속 30km 정도로 달리는 자동차는 브레이크를 밟으면 겨우 수 미터 이내에서 정지할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자전거는 그렇지 못합니다. 만일 자전거의 제동력이 뛰어나서 겨우 몇 미터 내에서 정지할 수 있다고 해도 그 관성에 의해 타고 있는 사람이 앞으로 튀어나갈 겁니다.
자전거가 급정거를 시도하면 몇 가지의 위험한 상황이 일어납니다. 자전거는 바퀴가 두 개이고 사람이 위에 타기 때문에 무게중심이 상당히 높습니다. 앞 브레이크를 강하게 잡으면 자전거가 앞바퀴를 중심으로 거꾸로 뒤집히는 '잭나이프'가 일어나기 쉽습니다. 앞뒤 브레이크를 잘 조절해서 잡아도 바퀴가 회전하지 않고 정지(잠김)하면 제동되는 게 아니라 마치 자동차가 스키드마크를 만들며 미끄러지듯 그대로 지면에서 더 미끄러져나갑니다. 바퀴가 회전하지 않으므로 관성력을 잃은 자전거는 직진방향뿐만아니라 좌우로도 미끄러지며 방향이 돌아갑니다. 자동차가 급브레이크를 밟으면 똑바로만 나가는 것이 아니라 빙글 돌아버리기도 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자동차는 빙글 돌면서 정지하겠지만 자전거는 그렇게 사이드슬립이 일어나면 넘어지고 맙니다. 그래서 자전거의 제동에는 감속과 균형을 잘 잡으면서 브레이킹하는 기술도 중요한데, 결국 자동차만큼 빠르게 정지할 수 없고 또 위험하다는 얘기가 됩니다.
그러니까, 꽤 빠른 속도로 달려오고 있는 자전거는 막아섰을 때 손쉽게 정지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걸 염두에 두어야 한다는 것이죠.
3. 자전거 추월하기 혹은 뒤따르기
차도에서 자전거들은 대개 맨 바깥 차선에서, 그리고 그 중에서도 우측 가장자리로 다니게 되어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주로 버스 전용차선이거나 혹은 정차하거나 우회전하는 차량들이 주로 접근하게 됩니다. 차선 오른쪽에서 느린 속도로 달리는 자전거가 앞에 있으면 자동차 운전자로서는 당연히 추월을 시도하게 됩니다.
자전거 운전자의 입장에서는, 뒤에서 접근하는 자동차는 언제나 공포의 대상입니다. 뒤에서 접근하는 자동차는 항상 자기를 앞질러갈 거라는 생각을 가지고 다니게 되어 있습니다. 이미 앞질러 갈 것을 알면서도, 스치듯 가까이 지나치는 자동차는 위협적이고, 심지어 깜짝 놀라기도 합니다.
자동차 운전자들 중에도 자전거를 타는 분들이 많아졌습니다. 때로 자전거를 타고 시내를 다니다 보면, 눈에 띄게 자전거를 배려하면서 운전하는 분들을 간혹 만납니다. 이 분들은 자전거를 타고 다녀본 분들이라는 걸 직감하곤 합니다.
자전거를 앞지르더라도 너무 가까이 스치지는 맙시다. 최소한 1미터 이상의 거리를 두는 것이 좋습니다. 그래야 안전하기도 하고, 자전거를 위협하지 않습니다.
위의 1번에서 얘기했듯이, 자전거는 충분히 빠릅니다. 무리하게 자전거를 앞지르지 않아도 될 때가 있습니다. 몇 년 새, 버스들은 정류장에 접근할 때 자전거들의 뒤를 조용히 따르는 편입니다. 그렇게 해도 충분한 속도이고, 자전거도 버스도 모두 안전하기 때문이겠죠. 승용차나 화물차도 굳이 앞지르지 않아도 될 때가 많을 겁니다.
4. 정차 및 우회전시의 주의
사실, 자동차를 정차하거나 혹은 우회전하려고 할 때 앞에 있는 자전거가 가장 걸리적거릴 겁니다. 그리고 이 때 사고도 많이 일어납니다. 바로 위의 문단에서 버스들이 앞에 가는 자전거를 추월하지 않고 대개들 조용히 뒤를 따르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했는데, 그것은 자전거를 앞질러 정차하려고 할 때 많은 트러블이 생기곤 했기 때문입니다.
자전거가 앞서서 느리게 가면 자동차는 브레이크를 밟아 속도를 줄이기보다는 주행하는 속도를 그대로 유지하려고 앞지르기를 시도하게 마련입니다. 그런데 정지하려는 곳에 거의 다 와서 속도를 조금 줄였는데 앞에 자전거가 가고 있다면, 자동차의 속도로는 충분히 앞질러서 정지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자전거의 뒤에서 천천히 정지하기보다는, 일단 자전거를 앞지른 뒤 좀 급하게 서거나 혹은 우회전하려고 시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달리고 있는 자전거를 앞질러 정차할 것인가, 아니면 속도를 줄여 자전거 뒤에서 따라가다가 정차할 것인가를 선택하는 일은 자동차 운전자에게는 꽤나 혼란스러운 일입니다. 자동차를 운전하면서 시속 40~60km의 속도로 달리면, 앞서서 천천히 달리는 자전거는 무척 느리게 느껴집니다. 상대방이 얼마만큼의 속도로 달리고 있는가보다는, 잠깐 액셀러레이터를 밟기만 하면 손쉽게 앞지를 수 있다는 생각이 들게 마련입니다.
차를 세워야할 곳에 접근하면, 대개는 50~100미터쯤 전방에서 가장자리 차선으로 바꾸고 속도를 줄이게 됩니다. 이 때 앞서서 가장자리를 달리고 있는 자전거를 발견하는 셈입니다. 달리고 있는 자전거는 대개 순간적으로는 뒤에서 접근해오는 자동차를 알지 못합니다. 시속 20km로 달리고 있는 자전거는 50미터의 거리를 9초에 주파합니다. 실제로는 시내를 달리는 자전거들의 속도는 시속 20~30km 정도에 이르므로, 빠르면 50미터를 5~6초에도 주파하는 셈입니다. 목표 정차지점 100미터를 앞두고 앞서 달리던 자전거를 앞질러 급히 정차하면, 자전거의 입장에서는 갑자기 자동차가 나타나 자기 앞으로 뛰어들어 급정거하는 셈이 될 것입니다. 피하거나 정지할 시간은 불과 몇 초밖에 주어지지 않을테구요.
우회전시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자전거들은 맨 가장자리 차선에서도 맨 가장자리쪽으로 달리기때문에, 자동차는 우회전하기 위해 접근했다가 자전거를 추월해서 오른쪽으로 돌아나가려고 합니다. 이 때에는 두 가지의 상황이 발생하는데, 자전거의 입장에서는 우회전하려고 속도를 내어 급히 돌아나가려는 자동차의 옆구리를 들이받는 상황입니다. 실제로 얼마전 인천에서도 정확히 이러한 상황에서 자전거 운전자가 우회전 차량에 치어 사망하는 사고가 있기도 했습니다.
또 하나는 우회전하려고 비교적 천천히 들어왔는데, 우회전하는 도로에 있는 횡단보도를 건너는 보행자 때문에 미처 빠져나가지 못하고 순간적으로 정차하는 경우입니다. 충분한 거리를 두고 들어왔음에도 빠져나가지 못하고 정지하는 경우인데, 자전거의 입장에서는 우회전으로 빠져나갈 것으로 예상하고 속도를 덜 줄이고 달려오다가 계속 정지해 있는 자동차와 맞닥뜨리게 됩니다. 물론 이 경우는 자전거의 방어운전 책임도 있지만, 자동차 운전자로서는 우회전하려 할 때 바깥 차선을 달리고 있는 자전거에 대해 신경쓰거나 배려해야 한다는 점을 알아두어야 하겠습니다.
그래서, 중앙차선 뿐만아니라 맨 가장자리 차선을 달리면서 늘 정지하고 출발하는 운전을 해야 하는 버스들이 자전거를 앞지르기보다는 조용히 뒤를 따르는 경우가 많아졌다는 점은, 그것이 훨씬 안전하고 또 결과적으로 느리지도 않다는 점을 말해줍니다. 머지 않아 영업용 택시들도 자전거는 뒤를 따르는 편이 안전하다는 것을 많이들 알게 되겠죠. 자가용을 운전하시는 여러분들도 정차나 우회전은 그래서 특히 가장 조심해야 한다는 점을 알아두셨으면 좋겠습니다.
5. 빵빵
자전거를 타고 시내도로를 달리면서 듣는 자동차의 클랙션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위협, 하나는 알림. 클랙션 소리 자체에는 어떤 감정도 없을 것 같지만, 실제로는 복잡미묘합니다. 자동차를 운전하면서도 상대방 차량의 클랙션 소리를 들으면, 그것이 나에 대한 항의인지, 어떤 행동을 요구하는 것인지, 혹은 그냥 주의차원의 소리인지 알아들을 수 있는 것과 비슷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전거들은 접근하거나 혹은 옆을 스치듯 앞질러가는 자동차들에 대해서는 어떤 경우라도 심리적으로 위축되게 마련입니다. 따라서 뒤에서 앞으로 앞질러 가면서 '앞지를테니 조심하세요'라는 의미로 짧고 간결하게 '빵'하고 울려주는 그야말로 '알림'의 의미인 빵빵거림 조차도 자전거 운전자에게는 위협적으로 들릴 때가 많습니다.
가능하다면 자전거 운전자들에게는 클랙션을 사용하지 말고 보호적으로 운전하실 것을 권장합니다.
6. 문열기주의
정차시나 혹은 정체시에 가장자리 차선에서 하차를 위해 문을 열고 내릴 때가 있습니다. 뒤에 어떤 차량이나 교통이 다가오는지 확인하고 안전하게 문을 열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는 경우들이 종종 있습니다. 시내에서는 자전거뿐만아니라 오토바이들도 큰 위협입니다. 이제는 뒤를 확인하고 문을 열어야 한다는 인식이 널리 퍼지고는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뒷좌석이나 조수석에 탄 승객은 문을 열 때 훨씬 부주의하게 마련입니다. 누구든 차에서 내리려고 문을 열 때에는 운전자가 뒤쪽을 확인하고 문을 열어도 좋은지 확인해주어야 합니다.
최근의 판례에 따르면, 도로 가장자리에 정차한 뒤 문을 열다가 뒤에서 오던 오토바이와 부딪혀 난 사고에 대해 '주의하지 않고 문을 연 자동차의 잘못 100%'라고 합니다. 가장자리에 정차했더라도 길 가쪽 자동차와 보도턱까지의 50cm정도의 폭은 이륜차가 충분히 통행할 수 있으므로 문을 열기 전에 반드시 뒤쪽에서 무엇인가가 다가오는지 확인했어야 한다는 판례입니다. 알고 계시기 바랍니다.
7. 교통법규
이제는 대부분 자전거도 '차'라는 법적 지위를 갖는다는 사실을 알고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앞선 글에서 적었듯이, 자전거도 차이며, 인도를 주행하는 것은 오히려 불법입니다. 오토바이나 자동차로 인도를 주행하는 것이 법적으로 어떤 의미를 갖는지 생각해보면 알 수 있습니다. 문제가 되는 것은 자전거로 차도를 달림에 있어서 많은 것들이 적합하지 않다는 점입니다. 아마도 가장 어려운 것은 도로사정이 아니라 자전거가 도로를 달린다는 것에 대한 많은 운전자들의 의식, 그리고 자전거 운전자들 스스로의 의식일 것입니다.
자전거는 오토바이와 마찬가지로 차도를 달릴 수 있는 이륜차입니다. 오토바이를 '원동기장치자전거'라고 부르는 것에 비추어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다만 속도가 느리고, 그럼으로 인해 자동차들이 불안하게 생각할 뿐입니다. 역설적으로, 자전거를 배려하는 운전자들이 많아질수록 사실은 자동차들에게 더욱 좋은 운전환경이 될 것입니다. 왜 그런가에 대해서는 이 글의 맨 마지막 문단에서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8. 사각주의
두말 안 드려도 이해하시리라 믿습니다. 자전거는 다른 차량들에 비해 작기때문에 자동차의 백미러로 잘 보이지 않습니다. 특히 야간과 같은 때에는 더욱 보이지 않습니다. 가장자리 차선 가까이로 달리거나 할 때에는 이런 사각과, 사각이 아니어도 잘 보이지 않을 수 있다는 점에 더욱 유의해야 합니다. 자전거와 사고가 나면 과실비중을 차치하고라도 약자보호 원칙도 적용되어 자동차에게 유리하지 않습니다.
9. 자전거의 역주행에 대한 대처
자전거도 '차'라서 차도로 달릴 수 있고 차처럼 대우해줘야 하는데, 스스로 차라는 인식이 부족한 자전거 운전자들이 아직은 많습니다. 차도 가장자리로 거꾸로 다가오는 자전거를 만날 때가 의외로 꽤 많은 편입니다. 자동차를 운전하다보면 대부분은 미리 발견하고 피할 수는 있지만, 가끔은 깜짝 놀라기도 합니다. 차도에서 역주행해오던 자전거를 발견하고 미리 정지한 자동차에게 거꾸로 다가와 욕설을 퍼붓던 자전거의 어르신 영상을 기억하는 분들도 계실지 모르겠습니다.
뭐, 미리 발견하고 피한다는 것 이외에는, 그러한 불법 혹은 위험한 역주행 행위에 대해서는 분명한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클랙션과 상향등 정도가 있을까요? 이런 경우에만큼은, 분명히 경고하고 또 항의하시도록 합시다. 안 되는 건 절대로 안 되는 거니까요.
10. 자전거 그까짓 것
간혹 인터넷 등에 올라오는 자전거 사고사례를 보면, 파손된 자전거를 보상 혹은 배상하려다가 자전거의 어마어마한 가격에 깜짝 놀랐다는 얘기들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물론 자동차가 더 비싸겠지만, 때로는 자전거도 상상하기 힘들만큼 고가의 물건들이 있습니다. 억대를 넘는 자동차가 있듯, 일, 이 천만원을 넘는 자전거들도 있는 법이고, 그런 것을 타고 왜 나왔느냐고 할 수는 없습니다. 십억이 넘는 자동차도 길에 다니듯 말입니다. 그래서 때로는, 우습게 보았던 자전거가 몇 년 된 내 자동차의 가치보다도 비쌀 수도 있습니다. 자전거는 그까짓 것이 아닙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자전거를 타는 사람이 우선입니다. 자전거와 무슨 일이 생기면 거의 모든 경우에 인사사고에 해당됩니다. 자동차를 운전함에 있어 방어운전이라는 말은 다른 차량들로부터 나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운전이겠지만, 자전거나 오토바이에 대해서만큼은 그들을 보호하는 운전이 바로 방어운전일 것입니다.
11. 자전거도로
애초에 자전거와 같은 형태의 교통수단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만들어진 시내 도로들은 참 답답하고 어렵습니다. 도로다이어트(차선의 폭을 좁게 줄이고 차선의 수를 줄이는 방식)로 양쪽 가장자리에 자전거도로를 만들고 있는 지자체도 있지만, 자전거도로라는 것은 짧은 구간 가다 끊어지고 가다 끊어지고 해서는 의미가 없고, 지자체 차원이 아니라 국가적 SOC 계획과 검토를 거치고 전국적 규모의 시스템적 투자가 이루어져야만 해결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일례로 광화문 앞과 경복궁 주위에 만들어져 있는 자전거도로를 보면, 거기에만 보기 좋게 만들어놓은 것이 전체적인 자전거의 통행에 있어 어떤 역할을 하는지, 그리고 차량통행이 빈번한 도로 옆에 그런 식으로 만들어진 도로가 결국 어떻게 이용돼버리고 마는지를 보면 쉽게 알 수 있습니다.
결국 우선 해결되어야 할 점은 시설과 인프라로서의 무리한 자전거도로가 아니라, 자전거가 레저수단이 아닌 교통수단으로 교통수요자들 스스로에게 인정받고 나름의 위치를 차지할만큼 인식이 성장해야만 한다는 점입니다. 지금과 같이 '어디 죽으려고 자전거타고 도로에 나왔느냐'는 운전자들이 아직 많은 한, 자전거도로든 무엇이든 어떤 시설이나 인프라를 만들어도 결국 인천이나 서초구와 같은 사례가 보여주듯, 만들었다가 도로 뜯어내는 혈세낭비에 지나지 않을 것입니다.
12. 자전거를 대우해야 하는 이유
이제 자전거 운전자들을 배려하고 안전하게 다닐 수 있도록 보호하는 일이 왜 결과적으로 자동차 운전자들에게 더욱 좋은 운전 환경을 제공할 수 있을까에 대해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자전거가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으므로 친환경이라는 얘기는 두 말할 필요도 없이 당연한 것이고, 주차나 근거리 교통의 효율성면에서도 자동차보다 월등하다는 점도 그냥 당연하기때문에 부연설명할 필요가 전혀 없습니다.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사람들이 더 많아질 수 있도록 자동차들이 배려해야 하는 이유는, 자전거가 많아질수록 자동차가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사람들도 자전거를 이용할 수 없게 된다면, 많은 이들이 다시 자동차를 끌고 도로에 나올 것입니다.
극단적으로 생각하자면 시내 도로를 살살 달리는 자전거 한 대는 원래는 자동차 한 대였을지도 모릅니다. 자전거 열 대면 자동차가 열 대일지도 모릅니다. 그들을 위협하고 밀어붙여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일을 포기하게 만들면, 자동차로 바뀌어 길에 나올 것입니다. 원래 대중교통을 이용했던 사람들일 수도 있지만, 자동차를 이용했던 사람일 수도 있습니다. 어쨌거나, 생각해보면 역설적으로 자전거가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자동차들의 숫자는 줄어들 것입니다. 그리고 자전거를 이용하기도 편리해지고, 언젠가는 나도 자전거를 타고 싶게 될 것입니다. 서울에서 부산은 갈 수 없을지 몰라도, 시내에서는, 가까운 거리는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게 편리해질 겁니다. 그리고 자동차를 이용할 일이 있더라도 체증도 덜하고, 쾌적하겠지요.
그래서 결국 자전거를 더 보호하고 대우해줄수록 자동차 운전자들에게도 좋은 결과가 돌아간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그 때가 되면 자전거 도로도, 자동차 도로도, 법규도 인식도 문화도 다 제자리를 잡아갈 거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시간은 많이 걸리겠지요.
여기까지, 운전자 여러분들께 말씀드렸습니다.
자전거들 너무 밉게 보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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