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포스팅은 구버전입니다. 이것보다 훨씬 쉽게 작업하는 새 버전을 http://irooo.tistory.com/72 에 새로 포스팅해두었습니다. 쉽게 하는 걸로 읽어보세요.
지난번 포스팅에서 일포드의 흑백필름 XP2가 들어 있는 일회용 카메라가 아주 사진이 잘 나온다는 얘기를 했었습니다. 그냥 버리기에는 왠지 아까운 생각이 들어서, 혹시 필름을 넣어 다시 사용할 수 있을까 연구해보았습니다. 결론은 그렇게 어렵지 않네요. 궁금한 분들은 아래를 보시고 따라해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다만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물건이라 두세 번 정도 재활용하면 아마도 수명을 다하지 않을까 싶기는 합니다.
코닥에서 나오는 펀세이버 일회용 카메라도 많이들 재활용하시는데 어쩌면 이 카메라는 그것보다 조금 더 쉽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카운터 리셋이 너무너무 손쉽거든요.
준비물: 다 쓴 일포드 일회용카메라(XP2나 HP5가 들어 있었던 것들 중 어떤 것도 좋습니다. 구조는 같으니까요), 일자드라이버, 암백, 검정 절연테이프, 새로 넣을 필름(감도 400 이상이면 좋습니다)
<지금은 밝은 곳에서 해도 되는 작업입니다.>
이 카메라는 필름을 꺼내기 위해 현상소에서 필름이 장착되었던 부분을 뜯어낸 것이라 사진처럼 그 부분이 벌어져 있습니다.
드라이버를 이용해서 앞판을 분리합니다.
깨지거나 하지 않도록 무리한 힘을 주지 마시고 홈 부분들을 아랫판과 양 옆구리쪽을 들어내면 간단히 앞 투명판이 분리됩니다. 투명판 안쪽의 종이는 그야말로 포장입니다. 뒤쪽의 본체와 뒷판만으로 카메라의 모든 구조가 사실상 완성이고 필름으로 빛도 새어들어가지 않습니다. 앞쪽 판은 외형과 포장(내부의 종이를 바꾸면 다른 필름용이 되겠죠)용인 겁니다.
이번엔 카메라는 잠시 바닥에 놓고 준비한 검정 절연테이프를 5cm 정도의 길이로 잘라 두 겹으로 겹쳐 붙입니다. 왜 이런 걸 하냐고 묻지 마시고 그냥 두 겹 혹은 세 겹으로 두껍게 붙이세요.
일회용카메라들에는 대개 플래시가 내장되어 있는데, 구조가 간단하기때문에 케이스 안쪽으로 회로가 노출되어 있습니다. 사진에 보이는 'PHOTO FLASH'라고 쓴 부분이 대형 콘덴서인데, 이 부분의 접점을 만지면 전류량은 크지 않지만 전압은 매우매우매우 매우 강력한 전기에 감전될 수 있습니다. 따끔 정도가 아니고 쇼크를 입을 수 있는 정도이며 화상을 입은 것처럼 오래 욱씬거릴 수도 있으니 절대로 만지지 마시고 조심하세요. 절연테이프는 암백에 이 부품들을 넣고 작업해야 하는데 손으로 만질 수도 있는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플래시 옆의 접점부를 가려 막기 위해 붙여주는 용도로 준비한 것입니다. 한 겹으로 붙이면 그 위로 전기가 통할 정도로 강력합니다. 꼭 두 겹 혹은 불안하다면 세 겹 정도 붙여서 사용하세요.
이 부분을 잘 덮고 위쪽 콘덴서 발 부분의 배선과 옆구리쪽 부분까지 잘 덮히게 감싸주면 됩니다. 이 절연테이프는 나중에 또 중요한 용도에 사용하게 됩니다.
이제 뒷판을 분리합니다. 분리해보면 알 수 있지만 이 카메라는 앞쪽 투명 커버는 커버일 뿐이고 실제 필름은 몸체와 뒷판 안에 모두 들어 있습니다. 앞쪽이 투명하다고 해서 빛이 새어 들어가거나 하는 구조는 아닙니다. 드라이버를 넣어 살짝 들고 배터리 아래쪽 판을 손으로 들어주면 뒷판도 분리됩니다.
이렇게 작업하실 때 아까 절연테이프로 감싸주었던 접점 쪽은 일단 주의해서 잡도록 하세요. 혹시나 덜 가려진 접점이 손에 닿으면 으아....
일회용카메라의 핵심 구조입니다. 코닥이나 후지는 왼쪽에 보이는 스풀이 없거나 하기도 한데 일포드는 스풀이 있어서 더 작업하기 쉽네요. 이제 카운터를 설정해야 합니다.
다른 브랜드와 다르게 일포드 일회용 카메라는 이 카운터 부분을 그대로 돌려서 세팅할 수 있게 돼 있습니다. 처음 구매했을 때는 27컷이라고 되어 있었지만, 36컷짜리 필름을 넣어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이 때에는 39가 보이도록 카운터를 돌려 세팅해 두고 새 필름을 장착하기로 합니다. 36컷짜리 필름도 실제로는 38컷에서 39컷도 찍히기도 하니까.. 카운터는 그렇게 보자구요.
필름은 감도400 이상의 것을 준비합니다. 800 이상은 가격이 좀 나가니까 400이 가장 좋겠죠. 일회용 카메라는 조리개와 셔터가 고정되어 있으므로 어두운 곳에서는 플래시를 터뜨리거나 해야 하는데 그래서 감도가 높은 것이 유리합니다. 원래 들어 있는 XP2 필름도 감도가 400이었죠.
왼쪽의 스풀에 모두 감겨 있다가 촬영하면서 오른쪽의 필름 파트로네 안으로 되감겨 들어가는 방식으로 촬영이 진행됩니다. 그래서 암백 안에서 작업해야만 합니다.
준비한 암백에 필름과 본체, 앞뒤 커버를 모두 넣습니다. 나중에 방향과 자리를 잘 파악해서 작업해야 하니까, 암백에 넣으면서 왼쪽에는 앞커버, 가운데에는 본체, 그리고 필름과 스풀, 오른쪽에는 뒷커버 하는 식으로 자리를 잡아서 넣고 내용물이 흐트러지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팔을 끼웁니다.
<이제부터는 암백내에서 하는 작업입니다. 편의상 작업내용이 보이도록 사진을 촬영했습니다.>
필름을 왼쪽의 스풀에 감아주어야 합니다. 감는 방향은 사진처럼 역방향입니다. 스풀은 위쪽은 일자홈, 아래쪽은 끼워넣을 수 있는 틈이 있는 이중홈이 있으니 방향에도 주의하세요.
이런 식으로 단단하고 타이트하게 감아줍니다. 처음 하시는 분들은 이 작업이 쉽지 않을 수 있습니다. 암백 작업이 늘 그렇듯이 시원한 곳에서도 한참 하다보면 손에 땀이 나고 암백 안이 더워집니다. 가능하면 빨리 작업하는 것이 좋습니다. 장갑을 끼면 좋겠지만 감각이 매우 둔해져 이 작업을 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혹시라도 자신이 없다면 암백 안에 화장지 몇 장을 같이 넣어 손과 손끝의 땀을 닦으면서 하시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됩니다. 못 쓰는 필름이 있다면 암백 밖에서 연습을 조금 해보고 하시는 것도 좋습니다. 자꾸 풀리기 때문에 요령껏 해야 합니다. 필름에 땀이나 지문이 많이 묻으면 사진에도 나올 수 있으니 필름의 촬상면 안쪽은 될 수 있으면 안 만지도록 하세요. 양 옆의 퍼포레이션 부분만 잡으면서도 충분히 감을 수 있습니다.
36컷짜리 필름을 전부 감으면 이런 정도의 굵기가 됩니다. 이대로 풀리지 않도록 잡고 저어기 보이는 본체에 장착한 후 뒷 커버까지 닫아야 하는 겁니다.
이런 식으로 안착시킵니다. 왼쪽을 잡으실 때는 접점을 만져서 감전되지 않도록 주의하시면서 또한 필름 타래가 풀리지 않도록 하셔야 하는데, 일단 왼쪽 스풀을 자리에 넣었다면 아래 바닥쪽에서 스풀의 구멍으로 손가락을 넣어 잡아주면 편리합니다.
이제 뒷 커버를 닫습니다. 자리를 잘 잡고 꼭꼭 눌러서 딸깍 딸깍 소리가 나도록 잘 닫아줍니다. 이 때 바닥의 구멍으로 스풀을 잡고 있으면 필름 타래가 안 풀리도록 작업할 수 있습니다.
필름을 뺄 때 필름 파트로네 장착부를 들어 뜯어냈기 때문에 바닥이 갈라져 있습니다. 이 부분으로 빛이 샐 수도 있겠죠. 이 부분을 위해서 아까 그 절연테이프를 사용하기로 합니다.
접점을 만지지 않도록 주의하면서 아까 그 절연테이프를 뜯어 임시로 뒷판에 살짝 붙여둡니다. 나중에 떼어서 사용할 겁니다.
투명 앞 커버를 끼워줍니다. 접점 안 만지도록 주의하세요. 안에 들어 있던 XP2 표시가 되어 있던 종이 조각은 빼봤습니다. 그랬더니 투명한 속 구조가 보이는 아주 특이한 카메라가 되었네요.
<이제 암백에서 꺼내도 됩니다.>
암백에서 꺼낼 때는 필름 장착부를 손으로 눌러 들뜨지 않도록 하면서 꺼내세요. 자칫 빛이 살짝 스며들 수도 있습니다.
구석구석 앞커버 뒷커버가 덜 맞물린 부분이 있다면 잘 맞춰 꼭꼭 눌러가며 잘 끼우시고, 아까 뒷판에 붙여두었던 절연테이프를 이용해서 갈라져 깨진 부분, 그리고 들떠서 덜 맞물리는 부분을 힘받게 붙여 고정시켜줍니다.
이제 모든 작업이 끝났습니다. 사진 아주 잘 나오는 새 일회용 카메라가 하나 생겼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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