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야기2019.04.14 00:31

다시금 필름사진을 많은 분들이 즐기게 되면서, 옛날에 제조-판매되었지만 미처 사용하지 않은 필름들이 발굴(!)되어 드디어 빛을 보고 있습니다. 이런 필름들은 국내에서는 사진동호회의 장터나 중고거래 장터, 혹은 드물게 필름 기자재 상점에서도 구할 수 있는 경우가 있고, 외국에서는 ebay 등의 마켓플레이스에 올라온 매물을 구입하는 등의 방법으로 구할 수 있습니다.

 

보통 사진용 필름들은 제조일자로부터 2년 정도를 유통기한으로 표기해서 판매됩니다. 유통기한은 필름이 포장된 종이박스에 찍혀 있습니다. 종이 박스를 열고 필름을 꺼내면 플라스틱 통 안에 필름이 들어 있습니다. 중형 필름들은 마치 사탕봉지처럼 비닐 혹은 종이로 포장되어 있죠. 이렇게 종이 상자 포장을 벗겨내면 유통기한 표시가 사라져 정확히 언제 제조된 것인지 알 수 없게 됩니다. 하지만 어쨌든, 유통기한을 지나버렸다는 건 언젠가 알 수 있겠죠.

 

이렇게 오래된 필름들을 항간에는 빈티지필름이라고 부르거나, 혹은 단종되어 구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원래 발매당시의 가격보다 더 비싼 가격에 거래되기도 하는데, 개인적으로는 오래되면 오래될수록 필름의 성능은 떨어지는 것이어서 더 비싼 가격이 되어야 할 이유는 없다고 봅니다. 오래된 필름으로 촬영해서 나오는 색바랜 혹은 제대로 발색이 이뤄지지 않거나 특성이 발현되지 않아 생기는 여러 경우의 미흡한 사진들을 '빈티지'하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최근 몇 년간 불어온 필름사진 유행을 틈타고 등장한 조악한 상업주의에 이끌린 결과라고 봅니다. 특히나 이런 필름들은 얼마나 오래됐는지가 아니라 어떻게 보관되었는지에 따라 상태가 달라지기때문에 시험삼아 촬영하고 현상해보기 전에는 어떻게 나올지 알 수 없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기도 합니다.

 

오래된 필름들(expired films)은 원래의 싱싱한 필름에 비해 여러 성능과 특성이 떨어지게 됩니다. 전체적으로 미세하게 노광되어 탁해지는 포깅(fogging), 유제의 반응력이 약해져 생기는 감도저하, 베이스의 경화로 인한 컬링과 같은 것들입니다. 이런 것들의 종합적 결과로 발색이 제대로 되지 않아 색이 틀어지거나 노출이 부족하다거나 그레인이 더욱 거칠게 올라오거나 하는 등의 증상이 생깁니다. 이 중에 특히 원래의 감도로 촬영해도 노출이 부족해지는 감도저하 현상이 두드러지는데, 그래서 '오래된 필름으로 촬영할 때에는 노출을 더 주어라'거나 '더 낮은 감도로 촬영해라'와 같은 팁들이 알려지기 시작했습니다. '유통기한 몇 년당 몇 스톱'과 같은 식으로 노출을 더 주라는 분들도 계시는데, 위에서 얘기한 것처럼 보관된 기간보다는 보관된 상태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실제로는 테스트해보기 전에는 장담할 수가 없습니다. 같은 필름이 여러 롤이라면 한 롤을 테스트해보고 나머지 롤을 찍겠지만 그럴 수 없는 경우도 있겠죠. 이런 필름들을 다량 판매하는 업자 혹은 개인이더라도 전문 판매자 같은 사람들 중에는 자기가 미리 테스트를 해보고 적정 권장 감도를 알려주는 경우도 있기는 합니다. 오래되었더라도 냉장 혹은 냉동 등으로 보관이 아주 잘 되었다면 거의 제 감도를 유지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노출을 더 주어라'라고 하는 팁은 네거티브 필름에만 해당됩니다.

 

네거티브 필름은 노출을 더 주면 빛을 받은 부분의 상이 진하게 맺힙니다. 감도저하에 의한 노출부족이라는 건 상이 약하게 맺힌다는 거니까, 더 노출을 주면 상이 진해져서 보다 나은 사진을 얻을 수 있다는 거죠. 물론 이렇게 해도 너무너무 변질이 심한 필름은 포깅이 완전히 진행되어 베이스 자체가 타버리는 경우도 있고, 감도저하가 너무 심해 상이 맺히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또, 강제로 노출을 더 주었더라도 각 색상별 유제층의 반응이 달라 정상적으로 발색이 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렇게 색이 틀어진 것을 빈티지하다며 좋아하시는 분들이 많이 계시기는...)

 

그럼 슬라이드(포지티브positive 혹은 리버설reversal) 필름인 경우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우선 유통기한을 지나 변질된 슬라이드필름들은 어떤 증상을 보이는지를 보시죠.

 

마젠타가 돌기 시작한 모습

현재 우리가 시장에서 접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슬라이드필름은 엑타크롬(ektarchrome) 입니다. 코다크롬(kodachrome)이 있었지만 이제는 필름도 구할 수 없고 현상도 되지 않죠. 엑타크롬의 특징들 중 하나가 암부쪽으로 마젠타의 경향을 띄기 쉽다는 점입니다. 많은 엑타크롬류의 필름들이 유제가 변질되기 시작하면 암부의 농도가 떨어지고 이게 마젠타를 띄는 원인이 됩니다.

 

좀더 변질돼서 암부에 확연한 마젠타가 띈다 

더 변질된 필름은 더 투명해집니다.

 

사진이 찍히지 않은 부분이어서 사실은 완전히 검게 보여야 하지만.

 

완전히 변질돼서, 완전히 투명해진 필름

 

이런 순서로 변질이 진행됩니다. 맨 아래 완전히 투명한 필름은 네거티브 필름의 경우라면 완전히 새카맣게 포그를 먹어 상이 구분되지 않는 필름인 경우와 같겠죠.

 

슬라이드필름은 베이스가 까맣게 나올 수 있어야 비로소 촬영한 상이 제대로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유통기한을 지나 오래되어 변질되기 시작하면 베이스가 약해지기때문에 상이 약해보이게 되는 것이죠. 네거티브라면 노출을 더 주어 명부의 상을 진하게 맺히도록 해서 사진을 얻을 수 있지만, 슬라이드는 투명한 부분이 명부이고 암부는 베이스 자체의 어두운 색이 담당해야 하는데, 이 베이스가 점차 투명해지기때문에 그렇게 해서는 안되게 됩니다.

 

노출을 더 주면 그냥 상만 날아가버리게 되고 맙니다. 

 

위의 두번째 컷으로 노출을 더 준 경우로 시뮬레이션. 그냥 상만 날아가버린다.

노출을 더 준다고 베이스가 짙어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유통기한을 많이 지나 변질이 심해진 슬라이드필름이더라도 노출을 더 주어서는 안됩니다. 틀어지고 약해진 상은 일단 스캔한 다음 보정을 통해 살려내는 정도가 최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증감현상도 베이스를 진하게 만들지 못하기 때문에 마찬가지 결과가 됩니다.

 

편법이 하나 있다면 크로스현상하는 것입니다. 슬라이드필름이지만 네거티브로 현상하는 것이죠. 이렇게 하는 경우엔 노출을 더 주는 것이 의미가 있어집니다.

 

만일 몇 롤을 가지고 있는데 한 롤 찍어보았더니 많이 변질되어 사진이 희미하게 나왔다면 원래의 감도보다 더 노출을 주고 네거티브로 크로스현상하는 것이 보다 나은(?) 사진을 얻을 수 있는 대안일 수 있겠습니다. 얼마나 더 노출을 주어야 하는지 또한 테스트를 거친 다음 결정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참, 엑타크롬 슬라이드들이 전부 유통기한을 지난다고 마젠타를 띄는 것은 아닙니다. 일부 필름들의 경우는 이렇게 녹색혹은 그밖의 이상한 색으로 변질되기도 합니다. 유제층의 구성에 따라 다르기 때문입니다.

 

프로비아100F(RDP3)를 비롯한 몇몇 필름들은 녹색으로 변질되기도 합니다.

 

 

Posted by 이루"
사진이야기2019.03.17 22:07

필름로그(FilmLog)는 태생부터 매우 독특한 곳입니다. 어쩌면 제가 알기로는 현상소가 본래 목적이 아닌 곳이기도 했었던 것 같습니다. 이름에서 풍기는 의미대로, 필름으로 찍은 사진을 기록(log)해두는 솔루션 혹은 서비스를 개발하면서 출발했었으니까요.


필름으로 사진을 찍으면 현상을 해야 하고, 현상된 필름을 스캔하면 24컷 혹은 36컷 내외의 사진들이 이미지로 탄생합니다. 여기에는 무슨 필름인지, 언제 어느 카메라, 렌즈로 찍었는지, 언제 현상했는지 혹은 그밖의 '데이터'가 생겨납니다. 이런 것들을 자세히 기록해두면 나중에 유용하기도 하죠. 그래서 필름로그의 분들은 롤단위로 이미지를 업로드하고 보관하고 정보를 기록해둘 수 있는 웹 서비스를 개발했고, 여러 현상소들에 제안을 했었던 것 같습니다. 헌데 아무튼 시기적으로도 그렇고 현상소들의 영세함도 그렇고.. 이렇게 좋은 서비스가 상업적으로는 성공을 거두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자신들이 직접 서비스하기 시작하게 되었죠.


그래서 필름로그가 그대로 현상소의 이름이 되었습니다. 이제는 어느덧 유명세를 타고 있는 좋은 서비스이자 공간이 되었네요.


필름로그웹사이트

필름로그 사이트. 로그인하면 맡겨서 현상/스캔받은 사진들을 볼 수 있고 선택해서 공개할 수도 있습니다.



필름로그는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5번출구 근처에 있습니다.



지도로는 이렇습니다.




5번출구로 나가서..



청화빌딩의 CU편의점을 보고 골목 안으로 들어섭니다.


필름로그 현상소는 4층으로 오라고 쓰여 있네요. 2019년 4월에는 1층으로 내려온다고 합니다.



일단 3월 현재의 입구 모습입니다. 이리로 들어서면 필름로그입니다.


평일에는 오전9시부터 오후6시까지, 토요일에는 오후1시까지 영업을 합니다만, 토요일은 매장운영과 접수만 가능한 것 같습니다. 공휴일은 거의 운영하지 않는데, 특별한 경우엔 별도로 공지가 뜨니 사이트나 인스타그램 @filmlog_official 을 참조하시면 됩니다.



4월에 1층으로 이전하면 고객을 위한 공간을 더 확장하고 본격적인 매장과 작업공간을 꾸며 새로이 시작하시겠다고 대표님이 말씀하시더군요. 부러워보였습니다.











필름도 판매하고 카메라들도 판매하고 수리도 대행합니다. LP레코드에서 음악이 울려나오는 매우 아날로그한 공간이 펼쳐지네요. 1층으로 옮겼을 때의 모습이 기대됩니다.




작업실에서는 노리츠 현상기와 후지필름의 스캐너가 열심히 작업하고 있습니다. 노리츠 스캐너도 함께 사용된다고 합니다.


가격이나 그밖의 서비스에 대해서는 필름로그 홈페이지 http://filmlog.co.kr 을 열어보시면 됩니다.




더욱 좋아지는 서비스와 멋진 공간이 기대되는 현상소 필름로그 방문기였습니다.


Posted by 이루"
사진이야기2019.03.14 11:26

필름으로 사진을 찍는 많은 분들이 '흑백필름'은 흑과 백으로 나오는 필름이라고 생각하고 계신 것 같네요.


Black & White Film은 까만색과 하얀색만 있어서 사진이 까맣게 하얗게 나오는 게 아니라, 색정보는 기록하지 않고 단일톤의 계조(밝고 어두운 상)만 담는 필름입니다.


색을 나타내지 않는 인화지에 인화하니까 흑과 백으로 나온 거지만, 실제로는 검정 흰색만이 아니라 무수한 여러 밝기의 회색 톤들이 연속되는 상을 표현하죠.


흑백필름은 실제로 완전히 흑과 백이지 않습니다. 베이스(필름 자체의 셀룰로우즈)는 대개 옅게 색을 띕니다. 어떤 것은 푸르스름하거나 어떤 것은 옅은 보라색을 띄기도 하고 현상약품에 따라 그 색이 달라지기도 합니다. 컬러필름을 스캔하듯 색정보를 읽어들여 반전시키면 해당 색상의 보색으로 보이겠죠. 옅은 마젠타나 세피아톤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스캐너들이 가지고 있는 컬러필름 스캔 알고리즘은 대개 컬러필름들의 오렌지마스킹(컬러필름들은 오렌지색 셀룰로우즈 베이스를 가지고 있죠?)으로부터 제대로된 색을 뽑아내기 위한 알고리즘들을 가지고 있어서, 오렌지마스킹이 없는 흑백필름들을 컬러모드로 스캔했을 때는 해당 필름의 이미지 분포에 따라 컬러가 일정하지 않고 세피아나 혹은 컬러톤이나 등등이 들쭉날쭉하게 됩니다. 어떤 컷은 좀더 흑백으로 보이기도 하고 어떤 컷은 좀더 붉거나 더 옅거나 진하거나 그렇게 되는 일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그래서 컬러모드로 스캔해도 비교적 온전한 흑백처럼 보이도록 오렌지마스킹을 가지도록 만들어지고, 컬러약품을 이용해서 현상하는 필름이 코닥에서 나왔던 BW400CN 같은 것이었습니다. 이 필름은 컬러사진만 뽑게 되어 있는 예전의 아날로그 QSS 장비를 이용해서 컬러인화지에 인화해도 흑백처럼 보였죠. 하지만 실제로는 컬러모드로 스캔해보면 미묘한 색이 낍니다. 아직도 일포드에서 만들어지는 XP2는 오렌지마스킹을 가지고 있지 않아 이런저런 색들이 불규칙하게 낍니다. 


어떤 스캐너도 흑백을 흑과 백으로 스캔하지 않습니다. 스캐너는 절대적인 장비가 아니라, 필름으로부터 정보를 읽어들여 디지털 정보로 변환하는 AD 컨버터이고, 읽어들인 정보를 알고리즘으로 처리해서 이미지로 만들어 저장하는 소프트웨어와 함께 돌아갑니다. 위에서 말한 것처럼 흑백필름이어도 베이스는 색을 가지고 있으니 그 정보도 읽어들여집니다. 하지만 흑백 모드로 설정하면 흑백 정보만 취하고 컬러정보는 버리는 거죠. 흑백필름이라고 해서 읽어들인 정보를 반전만 하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적절히 농도와 컨트라스트를 조절해야 보기 좋은 흑백 이미지가 됩니다. 이것 역시 스캐너의 알고리즘으로 동작합니다. 최종적으로는 흑백의 이미지로 저장되어야 흑백이 되죠. 흑백 이미지로 저장하는 방법은 8비트 혹은 16비트의 RGB값을 모두 갖지만 그레이 값들 - 0,0,0은 검정, 128,128,128은 중간회색, 255,255,255는 흰색인 것과 같이 RGB 값이 모두 동일한 색상들만 - 으로 저장하는 것과 실제 grayscale만으로 이뤄진 포맷으로 저장하는 수가 있고, 활용성에서는 RGB 이미지가 편리하므로 보통은 컬러정보가 일부 남아 있더라도 채도를 빼주는desaturate(흑백변환)등의 방법으로 흑백으로 만들기도 합니다.


흑백필름은 색정보를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따라서 인위적인 색정보를 넣더라도 모노톤이 되어야 합니다. 세피아톤의 사진이라고 흑백이 아닌 것이 아니고, 애초에 종이가 색을 가지고 있으면 그런 톤의 흑백사진이 나오는 것과 마찬가지로, 컬러정보를 제거하지 않고 스캔하면 흔히 '잡색'이라고 하는 톤들이 남아있게 되는 거죠.


컬러필름을 스캔했는데 흑백으로 나오면 스캔을 잘못했다고 생각하실테죠. 흑백필름을 스캔했는데 색이 끼어 나오면 역시 스캔의 문제이지, 필름의 문제가 아닙니다.


그리고, 흑백필름을 컬러가 나오게 현상할 수 있지 않습니다. 흑백필름은 제조과정에서부터 베이스가 가진 색상 이외의 컬러를 담을 수 없게 설계되어 있습니다. 흑백필름을 현상하고 난 다음 눈으로 보이는 네거티브 상은 컬러를 갖지 않습니다. 성분적으로 그것은 은 silver 입자들입니다. 컬러필름에서 보이는 색을 가진 상들은 은이 아니고 현상과정에서 착색(발색)된 감광층들입니다. 컬러현상과정에서는 색소만 남기고 모든 은성분을 포함한 유제가 말끔히 제거되기때문에 흑백필름을 컬러 과정으로 현상하면 투명한 베이스만 남아 아무 상도 나오지 않습니다.


Posted by 이루"
사진이야기2019.02.25 23:27

4월1일부로 올린다는 점에서 혹시라도 만우절 조크가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만, 2월에 발표하는 건 그러니까 지금 시장에 남아 있는 재고들 얼른얼른 사라는 메시지인 셈이겠죠.


http://www.fujifilm.com/news/n190225.html?fbclid=IwAR2gmWGdMQKdFN-hh_G-0wn7xqZnIB_Y1Gt7rxUlpl5HDw0J5yupSYE9SW8


- 후지필름이 모든 사진용 필름(컬러네가, 슬라이드, 일회용 포함)의 전 세계 가격을 최소 30% 올린다고 합니다.

- 인화지류 제품도 최소 두자리숫자 퍼센트만큼 올린답니다.

- 4월 1일부터 적용된다고 합니다.



며칠전 c200 가격이 급작스레 오른 것은 이 발표와는 관계 없어 보입니다. 후지필름의 일부 혹은 여러 필름들의 시장내 재고가 적거나 한 것은 이 움직임과 관계가 있을 수도 있는 것 같습니다.


수익성을 강화하겠다는 것으로도 볼 수 있으나 지금의 시장은 오히려 필름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게 분명한데도 뭔가 후지필름은 이상한 생각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특히 지금껏 즉석필름류, 흑백필름, 그리고 이런저런 필름들의 생산 판매를 중단 종료시켜온 자취로 볼 때, '찍지마 ㅅㅂ'의 메시지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돈도 안 되는 필름사업 접어버리고 싶은데 수요가 자꾸 늘어나는 것 같으니 가격을 확 올려서 찬물을 끼얹어보자, 그러다 그래도 수요가 더 늘어 접지 못하게 되더라도 이익이 늘어나니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은 딜이로군'이라는 생각인 것만 같습니다.


코닥도 조만간 가격인상이 예정되어 있다는 소식이 들립니다. 저렴하게 필름사진을 즐길 수 있었던 시절이 가버리면 어쩌나 싶습니다.





Posted by 이루"
사진이야기2019.02.24 21:24

흑백필름은 세룰로우즈 베이스에 감광성을 띄는 유제가 발라져 있습니다. 그래서 빛을 받아 전하를 띈 입자가 현상액(developer)에 반응하면 은으로 변하고, 은으로 변하지 않은 남은 유제를 정착액(fixer)로 녹여내면 비로소 현상이 되어 사진을 얻을 수 있게 됩니다.


그래서 보통은 (전습)-현상-정지-정착-(안정)-수세의 과정을 거치게 되죠.


여러 약품에 반응하는 방식이나 특성이 달라 필름과 현상액마다의 궁합도 다르고, 그래서 특정한 필름과 특정한 현상액을 취향이나 선호도에 따라 달리 쓰시는 분들도 많습니다. 


Monobath는 이런 과정을 단 한 번의 과정으로 줄여놓은 현상약품입니다. 현상과 정착이 동시에 이뤄져 한번의 bath만으로 전체 현상과정이 끝나게 되죠.


Monobath Chemistry는 최근에 새로 개발된 것은 아닙니다. 과거의 폴라로이드 타입의 chemistry에서도 이런 방식이 사용되었었고, R3/R5라든가 FF, 또는 FilmPhotographyProject(FPP)에서도 Monobath 타입의 약품들이 만들어져 판매되고 있습니다.


모노배스의 장점은 간편함입니다. 약품들을 따로따로 준비할 필요가 없으며 특정 비율로 희석할 필요도 없습니다. 그저 온도를 맞추고 정해진 시간동안 정해진 방법으로 교반하면 됩니다. 많은 경우에 필름마다의 데이터조차 필요없으므로 그냥 모든 필름을 한꺼번에 같은 탱크에 넣고 현상하면 되기도 합니다.


씨네스틸에서 2018년 중순에 발표한 Df96은 액체와 가루 형태로 판매됩니다. 자세한 정보는 씨네스틸 사이트에 있으며 이곳에서도 주문이 가능합니다. https://cinestillfilm.com/products/df96-developer-fix-b-w-monobath-single-step-solution-for-processing-at-home?variant=7367677247522


하지만 한국으로의 직배송 비용이 제법 나가기때문에 B&H 등에서 배대지를 이용하시는 편이 훨씬 저렴합니다. 가루형태는 16.99, 1리터 액체는 19.99불입니다. 이것으로 최소 16롤 이상(135기준)의 필름을 현상할 수 있습니다.


제가 손이 작아서 통이 커 보이지만 1리터 용량입니다. 500ml짜리 생수병 두 개..



자세한 내용을 읽어보겠습니다.



화씨(섭씨)


70도(21도) 보다 차갑게 하면 감감효과가 나타난다고 하고

70도 에서는 교반을 최소로 하여 6분 이상

75도(24도)에서는 간헐적 교반(30초마다 5초씩과 같은)으로 4분 이상

80도(27도)에서는 연속교반으로 3분 이상


만 해주면 현상이 끝난다고 쓰여 있습니다. 증감/감감을 위해서는 스톱당 화씨10도(대략 섭씨6도)정도 높게/낮게 작업하라는군요.


상온에서 보관할 수 있는 시간은 1년 정도라고 되어 있습니다. 많이 찍으시거나 여행이라도 다니거나 하시는 분이라면 매우 편리하겠습니다.


위에서 얘기했듯이 약품을 따로 희석하거나 뭘 따로 준비하거나 할 필요 없이 그냥 이 약품의 온도만 맞추면 됩니다.

아니 사실 그럴 필요조차 없이 온도계로 재봐서 21도~27도 사이라면 위에 쓰여진 방법대로 현상하면 됩니다. 각 과정에 플러스마이너스 화씨2도(섭씨 1.2도) 정도의 관용도가 있습니다. 실제로는 20도~28도 이내에서 가까운 값으로 작업하면 되겠네요.


이전의 모노배스들이 R5의 경우 30도에서 6분, FPP의 약품이 24도에서 3.5분이니까 씨네스틸의 Df96도 매우 빠르게 작업이 가능합니다. 1리터에 16롤 이상이라는 효력도 꽤 좋네요.



그래서 HP5 한 롤, 켄트미어400 한 롤을 준비했습니다.


데이터 따위 신경쓸 것 없이 그냥 릴에 감아서 한 통에 넣으면 됩니다.



로터리 교반으로는 240ml만 필요하므로 약품을 따라봤습니다. 거의 무색투명하고 냄새도 전혀 안 나는 수준입니다.(일부러 맡아보지는 말라네요)


아주 느리게 교반해서 24도에서 4분을 돌렸습니다. 그리고 열어봤더니.. 정지도 정착도 필요없이 그냥 현상이 되었군요!


현상되어 나온 게 분명합니다.. @.@



이렇게 사용한 약품은 다시 통에 부어넣고 다음번에 재사용합니다. 이런 식으로 16롤까지 사용할 수 있다고 제조사에서 보증하고, 그 이상은 현상이 나올 때까지 더 쓸 수 있다고 합니다. 시간을 더 주라네요.


보통의 흑백현상과정과 결과물의 측면에서는 다르지 않으므로 수세는 동일하게 해줍니다.




스캔해봤습니다.


Ilford HP5 400










Kentmere 400








일단 샤프니스는 나쁘지 않은 것 같습니다. HP5는 컨트라스트가 약간 강한데, 특히 하이라이트가 조금 부담스럽게 날아갑니다. 스캔과정에서 꽤 잡아줘야 합니다. 그에 비해 켄트미어400은 매우 적절한 정도로 현상이 되었고, 실제 사진에서도 훨씬 좋은 계조와 밸런스를 보여줍니다. 켄트미어와 유사한/혹은 비슷한 계열의 필름들인 APX, RPX, UlraFineExtreme 과 같은 필름들이 아주 잘 나올 것 같습니다.


이런저런 여러 필름들에 대한 데이터를 위의 씨네스틸 페이지에서 구할 수 있습니다. 저는 정감도로 촬영했지만, HP5는 800 정도로 찍었다면 더 좋은 네거티브를 얻을 수 있었을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약품을 사용하는 온도와 시간은 바꾸지 않으므로 각 필름별로 권장하는 촬영감도가 적혀 있는 거죠. 마치 Diafine처럼.



1리터에 19.99불이고 운송비를 생각하면 병당 약 3만원이 넘게 됩니다. 20롤을 작업한다고 해도 롤당 약품가격은 1500원이 넘게 듭니다. 하지만 편의성을 생각하면 그 정도의 비용은 매우 납득이 됩니다. 



이전의 모노배스 약품들보다 실용성 면에서도, 가격적 면에서도, 결과물의 측면에서도 꽤 좋은 것 같습니다.


특히 정착 먼저 부어서 홀랑 날리는 사고는 절대 일어나지 않겠군요.



Posted by 이루"
사진이야기2019.01.26 09:18

코닥(정확히는 코닥 알라리스)은 2017년 1월 초에 '엑타크롬 E100 슬라이드필름을 다시 만들겠다'는 깜짝뉴스를 발표했었습니다. 그리고 자신들이 예상했던 발매일보다 1년이나 더 걸렸지만, 그렇게도 기다리고 기다리던 New E100을 전세계의 필름사진인들에게 결국 가져다주었죠.


하지만 35mm 포맷만 발매가 되었었습니다. 그렇게 오랜 시간 공들여 다시 발매하기는 했지만 자신들도 이 필름의 반응이 어떨지 걱정이 되었던 모양입니다. 심지어 미국시장에 처음 E100을 내놓으면서도 매우 조심스러워서, 첫 생산물량은 금방 동이 났고, 한국과 유럽, 일본에 조금씩 물량을 공급한 다음 반응을 보고 2차 생산물량을 결정하는, 매우 조심스럽고 보수적인 '코닥스러운' 행보를 보여줬습니다.


그러던 코닥이 결국에는 E100의 예상을 뛰어넘는 좋은 반응에 결국 중형 120 포맷의 E100을 생산하기로 결정한 모양입니다. 이 소식은 KosmoFoto의 기사에서 영국 코닥 알라리스의 담당자인 앤디 처치Andy Church가 Sunny16 필름포토그래피 팟캐스트에서 밝혔다고 합니다.





인터뷰에서 앤디는 중형이나 대형(4x5판) 시트필름을 만들기 위해서는 35mm 필름과는 다른 베이스를 사용해야 하고 그러면 유제의 조성을 살짝 바꿔야 한다면서, 파일럿 버전의 코팅 시험을 시작했다고 합니다. 석 달 정도 걸릴 것 같다고 하는데, 그러면 4월 정도에는 발매할 수 있다는 얘기가 되지만 이전의 행보로 보아 아마도 더 걸릴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는 35mm 버전의 E100이 거의 생산되자마자 재고가 바닥나는 등 예상보다 훨씬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고, 최근 미국 뉴욕 로체스터로 출장을 다녀와서 확신을 얻었다고 합니다. 시장 반응이 아주 좋고, 그래서 다음에는 어떤 필름을 더 발매할까에 대한 진지한 대화들도 나누고 있다네요. 조금은 시간이 걸리겠지만 TMZ(Tmax P3200)의 중형 버전도 발매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런저런 필름들을 더 발매할 계획이 있다면, 개인적으로는 125PX, E100VS 정도를 더 만들어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If Kodak is having a plan to bring back more films to the market, I hope there would be 125PX and E100VS in their list.




 

Posted by 이루"
사진이야기2019.01.16 12:07

아무래도 필름사진을 하는 분들께 가장 구심이 되는 곳은 서울의 충무로일 겁니다. 그런데 필름사진 현상소라기엔 그 구심으로부터 매우 먼 거리에, 그것도 몇백 미터만 가면 바로 바다가 있는, 충무로를 기준으로라면 바다가 가장 가까운 곳에 현상소(사진관)이 지난해 문을 열었습니다. 


바다 가까운 곳에 꽃처럼 피어난 듯한 이름을 가진 '해당화 사진관'입니다.


해당화 사진관은 인천역 2번 출구 앞에 있으며 유명한 '차이나타운' 입구로부터 150미터쯤 왼쪽, 선광아파트 1층 상가에 있습니다.


인천역 2번출구 바로 코앞입니다.


주차는 꽤 쉽지 않은 편입니다. ㅠㅠ 평일이라면 가까운 공영주차장이 있습니다만 주말은 차이나타운이 붐벼서 주차가 쉽지 않을 겁니다. 대중교통 이용이 더 편리합니다.


들어서면 바로 보이는 진열장에는 많은 필름카메라들이 있습니다. 실장님 내외분의 컬렉션 취향이기도 하고 대여용이기도 합니다.



박보검 카메라로 유명해진 니콘의 FM2도 있네요.



차이나타운에 오셨다가 사진을 휴대폰으로만 찍고 가시는 것보다는, 해당화사진관에 들러 필름카메라를 하나 대여한 다음 한바퀴 돌면서 재미나게 촬영하시고, 해당화에 맡긴 다음 집에 돌아오면 감성가득한 사진들을 메일로 전송받아보실 수 있으리라는 생각입니다. 물론 일회용 필카를 구입하시는 방법도 있죠.


사진집들도 놓여 있으니 편히 보셔도 되구요.


냉난방기에는 해랑이(해당화사진관 주인장 고양이)의 사진들이 붙어 있습니다.


소문에는 해당화사진관 주인이 이 고양이이고, 실장님과 사모님이 일도 하고 청소도 하고 주인장 식사도 챙겨드리고 한다고.. 아 확인된 바는 없습니다.


해랑이 사진 찍기 쉽지 않습니다 ㅠㅠ 


동물들의 사진집도 놓여 있네요.


각종 필름과 배터리, 액세서리들도 판매중입니다.


필름은 월별로 1년간 보관한다고 하네요. 만일 스캔된 이미지만 받으시고 필름을 찾아가실 필요가 없다면 처음부터 폐기를 요청하셔도 되고, 다시 찾으러오기 힘들다면 택배로 보내달라고 하셔도 되겠습니다.


해당화사진관의 2019년1월 가격표입니다.


카운터/접수대와 환하게 웃고 계신 사모님 모습입니다. 아쉽게도 실장님은 안 계셔서 못 뵈었네요.


해당화사진관에서는 후지필름의 시스템을 사용중입니다. 후지필름의 현상기, 후지필름의 은염인화장비, 그리고 유명한 후지필름의 SP-3000 스캐너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흑백과 슬라이드는 시간이 좀더 걸립니다. 아, 중형도 취급하신다네요.


특히 많은 사진관들이 이제는 잉크를 이용하는 장비로 사진을 인화해서 서비스하는 시대가 되었음에도 아직 은염인화의 고유한 감성을 위해 거대한 프론티어550이라는 장비를 운용하고 계십니다. 맑고 투명한 광택이 흐르는 은염사진은 필름으로 찍는 사진의 또 하나의 완성이죠.


해당화사진관은 월요일에 쉽니다.


그냥 오기 아까워서 저도 흑백필름으로 한 컷 담아왔습니다. Ricoh GR1, Foma Retropan320, XTOL현상.



현상소 탐방은 #2로 이어집니다.


Posted by 이루"
사진이야기2019.01.04 11:53

지난번 코닥 엑타크롬 E100의 출시와 함께 진행된 '얼리리뷰어'행사에 참여하셨던 @yasmi 님의 인스타그램 포스팅이 1월4일 새벽 코닥의 공식계정을 통해 페이스북/인스타그램에 리포스팅되었습니다.


축하드립니다. :)





Posted by 이루"
사진이야기2018.12.30 12:53

예전 다음블로그 시절에 간단하게 엑스레이가 사진용 필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정리해둔 글이 있었는데, 블로그가 날아가면서 같이 사라져버렸었습니다. 검색을 해봤는데 퍼가신 분도 없더군요 ㅋㅋ(퍼다가 자기 블로그에 박아두신 분들이 좀 계셔서 사라진 옛날 글들을 다시 제가 퍼오기도 했습니다. 그렇다고 퍼다가 담아가시란 얘기 아닙니다. 그 글들이 사라진 건 해당 블로그 서비스의 문제였죠.) 


그리고 여러 경험과 데이터가 쌓여서 좀더 보완할 내용도 있어서 새로 정리해보고자 하는 생각을 해왔었습니다. 이제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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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달 전에 어떤 분이 '엑스레이가 필름에 영향이 없다는 게 사실이냐'라는 질문을 하셨습니다. '그럴리가 없다, 사진에 영향을 끼친다'고 대답했는데, '그쪽 분야의 현업이라는 분이 엑스레이는 필름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는 글을 써둔 것을 보았다'라며 알려주셨습니다. 그래서 '말도 안된다, 필름에 영향을 끼치는 에너지의 주체는 가시광선만이 아니다'라고 얘기해드렸지만, 그래도 갸우뚱하시는 모양새였습니다. 그래서, 다시 정리해야겠다는 생각이 더욱 들었습니다.



엑스레이는 분명히 사진용 필름에 영향을 끼칩니다. 



엑스레이가 필름에 영향을 끼치지 못했다면 여러분은 병원에 가서도 엑스레이 사진을 찍을 수 없었을 겁니다. 엑스레이용 필름도, 촬영된 엑스레이용 필름을 현상하는 것도 우리가 찍는 사진용 필름과 똑같습니다.


공항 검색대를 통과했다가 엑스레이의 영향을 받은 필름을 경험하신 수많은 분들이 있는데, 엑스레이가 사진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면 그건 어쩌면 유령이 핥아주기라도 한 걸까요?



엑스레이의 영향을 받은 Tmax100 필름의 모습. 구불구불한 이중 사인곡선 형태의 모양이 보입니다.



잘 아시다시피 필름의 구조는 베이스(셀룰로우즈)와 유제(감광성 물질)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유제는 빛에 반응해서 전하를 띄게 되는 감광성 물질로 이뤄져 있는데, 그런 물질로는 할로겐화은, 브롬화은 등의 은염(silver-halide)이 주 성분을 이룹니다. 그래서 국제 은 시세에 따라 필름가격도 오르는 것이고, 필름사진을 현상하는 데 사용한 약품의 폐수 등에는 환경오염물질인 은 성분이 들어 있어 함부로 버려서는 안되는 것이죠.


필름을 설계할 때, 어떤 빛의 파장에 대해 반응하게할 것인가, 얼마나 강하게 반응할 것인가 하는 게 나중에 만들어지는 사진의 톤, 색상, 감도 등 여러 특성을 결정하게 됩니다. 그래서 흑백필름도 컬러필름도 만들어지고, 저감도 고감도의 필름도 만들어집니다. 


저감도의 필름은 빛이 가진 에너지에 반응하는 정도가 작고, 고감도의 필름은 적은 빛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유제를 사용하는 것이죠. 또 빛의 파장에 따라 다른데 흑백필름들 중에도 우리 눈에 보이는 모든 색에 반응하는 필름(전색, panchromatic - 보통의 흑백필름들)이 있고, 특정한 파장에만 반응하게 만든 것들이 있으니 orthochromatic, infrared(적외선), 및 xray용, 청감(블루센서티브) 필름 등이 있습니다. 인화지도 감광성이 있는데, 파장이 긴 붉은 색 암등을 암실에 켜놓고 작업해도 되는 건 그 빛에는 거의 반응하지 않도록 설계된 유제가 발라진 orthochromatic이기 때문입니다.


가시광선을 포함한 모든 전파는 에너지를 가지고 있어서 감광성 필름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무시할만큼의 영향밖에 끼치지 못한다면 '영향이 없다'고 하는 것입니다. 


눈에 보이는 광선 이외에도 다양한 파장의 광선 혹은 전파들이 필름에 영향을 주는데, 그 매우 작은 양의 에너지들이 오랜 시간 축적되면 필름의 화학적 성질을 변하게 합니다. 그렇게 영향을 받아 제대로 된 사진을 만들 수 없게 된 필름들을 '유통기한이 지났다' 혹은 '변질된 필름' 혹은 'expired film' 혹은 어떤 분들은 '빈티지 필름'이라고도 합니다. 유제만이 아니라 베이스도 변질되기는 하는데, 주로 유제가 변해서 사진의 품질을 망가뜨리기 때문에 필름 변질의 특성은 유제쪽에서 거의 나타납니다.


따뜻한 곳에서 필름이 쉽게 변질되는 것은 필름에 영향을 주는 적외선류가 증가하기 때문입니다.(온도가 높아진 물체는 여러 복사에너지를 방출하는데 적외선도 그에 포함됩니다) 이렇게 안개가 끼듯 탁해진 필름을 '포깅fogging 되었다'고 합니다. 중형(120, 220)필름들은 빛을 차단하는 차광지와 필름이 함께 둘둘 감겨있는데, 차광지의 성능이 떨어질 경우 포깅이 쉽게 진행되곤 합니다.


몇 해 전 난리났었던 코닥 중형 필름들의 포깅현상(얼룩얼룩하거나 차광지의 숫자가 배겨나온다거나..)도 성능이 떨어지는 차광지때문이었던 것으로 판명이 되었고(구글에 Kodak backing paper problem을 검색해보세요) 일부 다른 메이커의 필름들에서도 종종 비슷한 증상이 나타나곤 합니다. 모두 이렇게 잘못된 보관 혹은 성능이 떨어지는 차광지, 혹은 필름의 특성 때문에 더욱 쉽게 나타나는 경우가 있습니다.


- 로모 중형필름에서 자주 나타납니다.

- 롤라이 레트로400s, 80s 등 s가 붙은 필름에서 자주 나타나곤 했습니다.


(레트로400s/80s는 차광지의 성능보다는 필름이 적외선에 잘 반응하는 특성 때문에 그런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실제로 적외선 필터를 이용하면 적외선 사진을 찍을 수도 있죠. 옛날에 나왔던 R3도 비슷한 특성이 있었는데, 그래서 카메라 내에서 적외선을 이용해 퍼포레이션 코마 수를 검출하고 필름을 이송시키는 메커니즘을 사용했던 미놀타의 일부 기종 등에는 사용하지 말라고 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적외선류의 포깅을 막기 위해서 차갑게 냉장 더 차갑게 냉동보관하면 필름을 훨씬 오랜동안 덜 변질되도록 할 수 있는 것이죠.


자연상태에서도 여러 방사선, x레이 등 에너지를 가진 전파들이 필름에 영향을 줍니다. 냉장/냉동보관해도 마찬가지죠. 하지만 이런 류의 에너지량은 매우 작아서 통상은 무시해도 될 정도입니다. 우리 몸도 자연계에서의 여러 전자파나 방사선에 노출되어 있지만 영향이 적기 때문에 잘 살아가죠. 우주에서 오는 우주선들이 대기권과 오존층에 걸러져 지구상의 생명체에게 영향이 적다는 것도 아마 잘 알고 계실 겁니다.


그런 류의 전자파들 중에서 에너지 단위는 높으면서 물체를 잘 투과하는 파장들이 있습니다. 그 중 하나가 x레이이고, 물체는 통과하고 필름에는 잔상을 남겨 현상해내면 우리 눈으로 볼 수 있는 영상을 얻게 해줄 수 있는 기술이 x레이 사진입니다. 병원에서 촬영된 x레이 사진을 의사선생님과 함께 볼 때 흑백의 역상으로 된(피부는 검고 뼈는 하얀) 상이었던 기억이 나실 겁니다. 저 위의 흑백필름처럼 '네거티브'필름이기 때문이고, 일반 사진용 필름과 똑같이 현상-정지-정착-수세의 현상과정을 거치기 때문입니다. 현상데이터가 단순하기때문에 아직도 필름으로 엑스레이를 촬영하는 병원에는 이 필름용 자동현상기가 있습니다. 이제는 많은 병원들이 디지털 방식으로 바뀌었거나 바뀌고 있습니다만.


여기까지, '필름은 x레이뿐만아니라 여러 전파 에너지에 반응합니다'를 말씀드렸습니다.



공항 검색대, 필름의 숙명?



필름을 가지고 지하철이나 버스를 탈 때는 보안검색 같은 걸 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유독 비행기를 탈 때에는 승객이 어떤 물건을 몸이나 가방에 지니고 타려는지 검색합니다. 국제선 국내선을 막론하고 경비행기가 아닌 다음엔 보안검색을 위해 엑스레이 검색대에 소지품을 넣고, 금속탐지기류를 통과해야 합니다. 사진용 필름을 따로 빼내어 엑스레이 검색대가 아닌 수검사를 요청할 수 있는 공항도 있기는 합니다만, 잘 해주지 않거나 혹은 실랑이를 해야 하거나 혹은 절대 해주지 않거나 하는 곳도 있습니다.


검색대의 엑스레이의 에너지는 매우 강한 것이어서 분명히 사진용 필름에 영향을 줍니다. 다만 그 영향이 매우 미미해서 일반적인 필름에 흔적을 남기지 않을 정도라면 '안전하다'고 하는 것이죠. 'ISO1600 이하의 필름은 안전하니까 검색대에 넣으시고'같은 문구가 쓰여 있는 검색대도 보셨을 겁니다. 실제로 안전할까요? 


네.. 안전한 것 같습니다.


검색대의 엑스레이는 다음과 같은 형태로 흔적을 남깁니다.


물결모양으로 영향이 나타난 필름



매우 강하게 먹어서, 커튼처럼 사진들을 망쳐버린 필름


위쪽으로 둥근 사인곡선의 아랫부분이 물결처럼 나타난 슬라이드필름



전형적인 형태로 나타난 중형 로모800 필름의 모습



구불구불한 곡선으로 나타나기도 하고, 와장창 '먹기'도 합니다. 컬러, 흑백필름을 가리지 않고 나타납니다. 


고감도뿐만아니라 무려 감도가 100인데도 엑스레이의 영향을 받은 경우가 보입니다.


필름에 이렇게 구불구불한 곡선 혹은 사선과 같은 형태로 나타나는 것은 필름이 돌돌돌 말려 있는 상태에서 엑스레이의 주사선이 지나가기때문입니다. 대략 그림으로 그려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돌돌 말린 상태에서 비스듬히 엑스레이를 먹은 경우, 필름을 펼치면 이렇게 구불구불한 사인(sine)곡선이 나타나게 됩니다. 주사선이 수직이나 수평 혹은 더 큰 각도로 지나가면 아래처럼도 되겠죠.


확률상 수직이나 수평보다는 비스듬히 기울어져 지나가는 경우가 많아서, 구부러진 정도는 다르지만 대부분 사인곡선의 형태로 나타나게 됩니다.



실제로 현업에 있다 보면, 엑스레이의 영향을 받은 필름들을 많이 봅니다. 우리 국민들의 해외여행도 많아지고 또 필름을 들고 외국여행을 다녀오시는 분들의 숫자도 더 늘어서, 그 빈도도 높아지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어느 공항이 더 위험하고 어느 나라 공항들은 비교적 안전할까요. 이 물음에 대해서는 지금까지의 경험치에 의한 빅데이터(!)로 답변이 가능할 것 같습니다.


해외여행을 다녀오신 많은 분들의 필름을 작업하면서 엑스레이에 의한 영향이 나타난 필름들을 많이 보아왔고, 어느 나라가 촬영된 필름인지, 어떤 경로로 국내로 가져오신 필름인지를 보아 왔기때문에 그 경향성에 대해 어느 정도는 정리가 가능합니다.


과거에는 선진국의 시설 좋은 공항들은 안전하고 조금 덜 잘사는 나라의 지방 공항들은 상대적으로 위험한 편이다 같은 편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만, 지금은 상황이 좀 다릅니다.



유럽, 러시아: 대체로 안전합니다만, 일부 국가에서 1600 이상의 고감도 필름에 영향이 생긴 경우를 보았습니다.


일본: 도교 나리타와 하네다, 오사카의 간사이공항은 대체로 안전한 것 같습니다만, 후쿠오카 공항에서 탑승하면서 엑스레이에 노광된 경우가 최근(2019년초) 보고됐습니다.  후쿠오카인 것으로 생각되었습니다만, 후쿠오카로 입국했다가 국내선으로 하네다로 간 뒤 나리타에서 출국하신 분과 나리타로 입/출국하신 분의 필름에서 발견된 것으로 보아 나리타 공항인 것 같습니다. 다만 일본의 경우 수검사를 요청하면 아주 쉽게 해준다고 합니다. 꼭 수검사를 요청하시는 편이 좋겠습니다. 필름을 보여주며 "hand check"라고 말씀하시면 그렇게 해줄 겁니다. (400짜리 필름에 영향이 있었습니다.)


중국: 거의 대체로 안전합니다.


한국: 거의 대체로 안전합니다. 제주공항도 물론 안전합니다.


동남아: 대체로 안전합니다.


인도 및 서남아: 대체로 안전한 것 같습니다.


중남미: 확신하기 어렵습니다. 800 이상의 고감도는 주의해야할 것입니다.


아프리카: 아직 데이터가 거의 없습니다.


미국: 매우 위험합니다.(아래 설명을 꼭 더 읽어주세요)


911 테러 이후에 미국의 모든 공항의 보안검색이 강화되어 100짜리 필름도 영향을 입은 경우를 다수 보았습니다. 미국의 경우는 심지어 제 필름도 영향을 받았는데, SFO로 입국/LAX로 출국한 루트에서 엑타100이 영향을 받았습니다.(그러므로 LA 공항에서 받은 것으로 추정)


물론, 미국의 공항을 거친다고 모든 필름이 다 엑스레이의 영향을 받는다는 건 아닙니다. 제 경우는 30여 롤의 필름들 중 2롤 정도가 영향을 받은 것 같습니다. 다른 필름들도 엑스레이가 지나갔겠지만 두 롤에 가장 심한 흔적이 남은 것이겠죠. 마찬가지로 공항에 따라, 경우에 따라 엑스레이의 영향을 받을 확률이 높다는 것이지, 모든 필름들이 다 망가진다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대비하는 것이 좋겠죠.


(Rho Paul님의 제보에 의하면 미국 출장때 엑스레이 보호백을 사용했더니 보안요원이 엑스레이 보호백 안에 필름이 들어있는 검사사진을 보여주면서 엑스레이 보호백도 안전하지 못하니 다음부터는 수검사를 요청하라고 했다고 합니다. 미국 공항에서는 적절한 절차에 의해 수검사를 진행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 것 같으니 그렇게 하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또한 엑스레이 보호백 조차 투시가 가능하다고는 하지만 투시가 된다고 해서 필름이 모두 영향을 입는 것은 아니기도 합니다. 공항 검색대의 엑스레이 검색 화면을 보면 실제로 가방 안의 물건들이 상세히 보일 정도로 투시하지만 그래도 필름들에는 영향이 없기도 하거든요. 아직까지는 엑스레이의 영향을 입은 경우를 본 적이 없는 김포나 제주, 인천공항도 마찬가지입니다)



라스베가스에서 야경을 촬영한 필름 스트립이었습니다만, 엑스레이의 흔적이 보입니다.



좀더 잘 나타나도록 보정해보았습니다. 상단에 사인곡선 형태의 엑스레이 주사선이 보입니다.



아마도 제가 해외여행을 다녀올 경우라면 유럽이나 미국으로 갈 때에는 대책을 강구할 것 같습니다. 수검사를 요청할 수도 있겠지만, 많은 공항에서 수검사 요청은 매우 번거롭고 힘든 일입니다. 비행기를 탈 때마다 수검사를 요청하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따라서 이런 위험이 있는 나라들을 여행할 때에는 엑스레이 보호백을 이용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절대로 안전한 경우가 또 있습니다.(이렇게 하시면 안전합니다)


비행기를 타고 직접 가지고 이동하는 것에 비해 우편(UPS, FEDEX, DHL, EMS, USPS, 혹은 기타등등의 국제우편/소포 등)을 이용해서 한국으로 보내면 절대로 엑스레이의 피해를 입지 않습니다. 이 부분은, 제가 지금껏 현업에 종사해온 이래로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습니다. 국제우편을 통해 한국으로 보내지는 필름은 전혀. 네버. 피해를 입지 않습니다. 미국에서 보내도 문제없습니다. 미국의 쇼핑몰에서 필름을 구입하시는 분들도 그런 걱정은 전혀 하지 않으시죠? 그렇습니다. 


그러니까, 인편을 통해 가지고 들어오지 않고 배송편을 통해 직구하시는 필름은 전세계 어디에서 구입하시든 매우 안전하다는 말입니다. 직구는 엑스레이 안 먹습니다. 


매우 중요한 촬영이 있었고 절대로 피해를 입어서는 안되는 필름이라면, 해당 국가의 우체국 등에서 한국으로 우편 또는 소포를 이용해서 보내는 것이 매우 좋은 해결책이 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장기간의 해외여행을 하시면서 중간 중간 기착지마다 필름을 한국으로 보내시는 분들이 간혹 있습니다. 이런 방법은 엑스레이의 피해를 전혀 입을 걱정도 없고, 무겁게 촬영한 필름을 짐으로 가지고 다니는 부담도 줄이고, 분실의 위험도 피할 수 있는 일석 삼조의 방법이기도 합니다.




Posted by 이루"
사진이야기2018.10.16 21:10

2018년 10월16일, 급작스럽게 코닥의 새 슬라이드필름 엑타크롬 E100이 국내시장에 출시됐습니다.

아마도 미국 등에서 출시된 필름을 직구하신 분들이 직배 혹은 배대지 등을 통해 받으신 날짜와 거의 같거나 혹은 더 빠를지도 모르겠습니다.


충무로 등지의 오프라인 기자재샵 뿐만아니라 온라인 쇼핑몰 등에도 일제히 공급되어 판매가 시작됐습니다. 국내 판매가격은 롤당 18,500원. 국내 판매 가격에 대해서는 많은 기대를 했었습니다만 경쟁제품인 후지필름의 벨비아보다 조금 저렴한 수준으로 책정되었네요. 


미국내에서 판매되는 엑타크롬의 평균 가격이 B&H 등에서 12.99불인데, 환율 1130원을 고려했을 때 실제 신용카드 등으로 구입하는 전신환은 1140원 정도이므로 롤당 14,800원 정도의 가격이어서 표면적으로는 약 3,700원 정도의 차이가 납니다만 미국에서 직구하는 경우 배송비 포함 200불까지가 관부가세 면세한도여서 대략 13롤 정도까지가 한번에 구매할 수 있는 최대수량이고 여기에 배송비 십여불이 추가되는 것으로 생각하면 롤당 1불여가 더 붙습니다. 이렇게 애매하게 계산해보면 직구하더라도 롤당 16,000원 정도의 비용이 들게 되고 그 차이는 매우 애매한 정도가 됩니다. 열롤 정도를 구매하신다면 그래도 직구가 총 2만여원 정도 저렴하고, 몇 롤씩 구매해서 사용하신다면 국내 구매가 유리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필름공구에서는 롤당 18,500원으로 판매(구매링크)를 시작했습니다만 오프라인이나 오픈마켓, 혹은 다른 판매처 등에서는 더 저렴하게 판매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당장 충무로에 나가셔도 구입이 가능합니다.



역사적인 엑타크롬 슬라이드의 재발매를 기념하기 위해 포토마루에서는 현상스캔 할인행사를 6개월간 진행합니다. (현상스캔 50%할인)


코닥의 공식 제품설명은 이렇게 되어 있습니다.


제품설명


- 입자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세밀한 확대 

- 화이트 컬러를 더욱 밝은 화이트 컬러로 재현 

- 코닥의 전설적인 자연스러운 피부톤 및 정확한 색상재현

- 입자를 찾아 볼 수 없을 정도로 초미립자의 T-Grain 유제 공법을 채택. 

- 색상 재현을 향상시키기 위하여 특정 이미지층의 채도를 향상.

- 향상된 유제 감광기술로 화이트 컬러는 더욱 하얗게 표현, 명암은 뚜렷하게 재현.


실제 베타테스트에서는 과거에 판매되었다가 단종된 E100VS와 E100G의 중간 정도가 아닌가 하는 얘기를 하고 있습니다만, 이제 실제 촬영하신 분들의 후기가 곧 여기저기에서 보일 듯합니다.


E100이어서 오해가 있으실 수 있는데요, 이번에 발매된 Ektachrome E100 필름(정확히는 E100D)은 2017년 이후 새로 개발되어 판매되는 것이며 오래전에 발매되었던  Ektachrome E100의 재발매, 혹은 재생산이 아닙니다. 특히 포트라나 엑타 컬러네거티브에서도 그랬던 것처럼 디지털 시대를 위한 스캔 후의 이미지 활용을 위한 특성을 설계시에 고려했다는 소문이 있었다고 합니다.



Posted by 이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