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카메라 이야기를 써 봅니다. 새로 나올 카메라에 대한 리뷰라기보다는, 그냥 잠시 만져보고 딱 한 롤 찍어본 소감이라고 생각해주시면 되겠습니다.
디지털카메라들이 세상을 주름잡던 2000~2020년대까지도 필름카메라들이 개발되고 생산되어 판매되었었습니다. 캐논은 2018년이 되어서야 EOS-1v와 EOS-30v를 단종시켰고 니콘은 2020년에 들어서야 F6의 판매를 중단했습니다. 물론 마지막 생산은 훨씬 더 이전이었을테고 재고판매의 종료였겠지만, 그 때까지도 신품 필름카메라를 정상적인 방법으로 구입할 수 있었습니다. 캐논이나 니콘이라는 일본의 대중적 브랜드 외에도 실은 후지필름도 GF670이라는 중형필름 카메라를 2014년까지, 일본의 코시나도 Voigtlander나 ZeissIkon 이라는 브랜드를 통해 레인지파인더 카메라를 만들어내고 판매했습니다. 명품카메라 브랜드인 독일의 라이카는 M7과 MP 그리고 M-A를 판매, 2022년에는 M6를 복각해내기도 했고, 그 중 MP는 2024년 현재에도 신품 주문을 받고 있습니다. 이외에는 일회용카메라, 그리고 토이카메라라고 불리는 간단한 메커니즘을 가진 플라스틱 다회용 카메라류가 여전히 판매되고 있었죠.
하지만 새로이 설계되고 개발되는 신모델이 등장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던, AI가 등장해서 인간의 생활패턴을 완전히 바꿔놓기 시작한 21세기 하고도 20년도 지난, 코로나가 한창이던 시기에 새로운 필름카메라를 만들겠다!는 발표가 일본에서 나옵니다.
펜탁스 Pentax는 일본을 대표하는 카메라 브랜드였지만 2008년 호야 HOYA에 인수되었다가 다시 2011년 리코 Ricoh에 인수합병되었었습니다. 디지털카메라 시장에서는 리코보다 펜탁스가 더 인지도 있는 브랜드였기때문에 리코가 펜탁스를 인수했을 때 적잖이 놀랐었는데요, 사실 리코도 GR이라는 브랜드로 널리 알려진 유명기업이었죠.
회사들의 역사나 자료에 대해서는 너무나 긴 이야기가 될 것 같아 생략하구요.
이 리코가 펜탁스 브랜드로 새 필름카메라를 만들겠다고 발표한 겁니다. 아사히펜탁스로 여러 시대를 풍미했고 깊고 넓은 인지도를 가지고 있었던 필름시대의 향수를 적극 이용하기로 했던 것 같습니다.
여러번 두루뭉술한 소식들이 유출(?)되거나 티저가 발표되면서 궁금증을 더해갔습니다. 정말 만드는 거야? 혹시 시장 반응을 보려고 떠보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도 있었지만 몇 달 간격으로 티저가 발표되면서 진짜 만드는구나 하는 확신들을 갖게 되었고 이윽고 몇 가지 구체적인 내용들이 밝혀지면서 기대와 실망이 오가게 되었습니다.
- 풀프레임이 아닌 하프판형일 것이다
- 풀사이즈의 SLR이나 레인지파인더가 아니라 P&S일 것이다
- 오토포커스가 아니라 목측식일 것이다....
솔직히 기대보다는 아쉬운 부분이 많았습니다. 2020년대라면 필름카메라에서 구현할 수 있는 모든 최신 기술들을 다 넣어 엄청난 모델이 나와야 하지 않을까, 하는 바람을 다들 가지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과연 저 사양과 기능으로 지금의 디지털카메라나 혹은 심지어 스마트폰의 카메라와 맞짱뜰 수 있다고?
그리고 지난 달, 실물의 모습이 유출되었습니다. 보통 유출은 비공식 사전 실물공개를 통한 홍보작전의 일환으로 느껴지는 게 대부분인데, 이 유출은 진짜 유출이었던 듯한 충격적인 비쥬얼이었어요.
새로 개발되어 나오는 카메라에 대한 기대는 뭐랄까, 최신의 그 무엇이었으면 했는데, 크기도 작지 않아 보이고 재질은 플라스틱처럼 보이고, 양쪽으로 갈라놓은 파인더의 기괴한 모습, 둥글게 튀어나온 그립부, 세련되어보이지도 않고 어중간해 보이는 바디라인, 3.5라는 아쉬운 밝기... 이 사진은 급속도로 퍼져나갔고 많은 사람들이 아쉬움을 이야기했습니다.
그리고 6월16일, 유튜브 라이브를 통해 실제 제품이 공개됩니다. 많은 의구심들이 해소되는 순간이었어요.
유출된 사진이 너무 포토제닉하지 않아서 생겼던 오해였달까요. 오히려 너무도 클래식한 디자인의 상판을 포함한 전체의 조화로운 모습을 보면서, 정말 많은 분들이 다시 구매욕을 가지게 되신 것 같습니다.
일본과 미국 등에서는 이미 판매에 돌입하면서, 초기 주문수량이 생산량보다 너무 많아서 며칠만에 주문예약을 닫고 대기하는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미국내 판매가격은 499.99달러, 환율을 대충 1400이라고 하면 70만원 가량인데 어쩌면 정말 무리하지 않은 적당한 가격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전례로 볼 때 제가 예상하는 국내 판매가는 85만~95만원 사이 정도일 것 같습니다. 아님말구)
실은 전세계 대상 발표 및 판매가 개시되던 6월16일 이전에 이미 한국에 초호 테스트기가 들어와 있었고 수입사인 세기P&C에서 촬영하셨던 필름을 현상하고 스캔해보았었습니다만, 엠바고 때문에 발설할 수가 없었습니다. 대략의 화질, 특성을 파악하고 있는 정도였죠. 그리고 아직도 국내 판매는 시작되지 않았습니다만, 지난 주초에 전시품이 진열되어 직접 만져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테스트 촬영을 위한 대여는 불가능했는데, 일본 펜탁스에서 직접 직원이 방한하여 같이 미팅을 가지면서 테스트 촬영을 위한 대여를 부탁드렸고 오랜 시간은 아니었지만 필름 한두 롤 정도는 찍어볼 여유를 갖게 되었습니다.
내심 컬러, 흑백을 다 찍어보고 싶었는데 70여 컷 속사 촬영이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더라구요. ㅎㅎㅎ 결국 컬러필름 1롤만 촬영완료하고 반납했습니다.
촬영에는 포트라 400을 사용했습니다만, 포트라는 낱개 종이포장이 아니어서 필름태그를 넣을 수 없더라구요. 그래서 컬러플러스200 필름의 태그를 넣어봤습니다.
펜탁스(리코)의 담당직원 겐이치로 상이 보여준 프로토타입과 시판기를 비교해봤습니다. 디자인이나 기능은 대동소이하지만 상판 다이얼이나 파인더 상부의 레터링 색상 등이 다른 것을 보면 마지막까지 무척이나 세심한 정성을 기울였다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대충의 외관과 기능을 살펴봤습니다.
상판은 마그네슘 재질이고 전면에는 아주 약간 푹신한 인조가죽을 붙였습니다. 뒷면은 그대로 플라스틱입니다.
파인더를 따로 배치하지 않고 렌즈 바로 위에 두어 시차를 최소화했고, 목측식 초점링을 돌려 적당한 거리에 맞추도록 하면서도 눈을 떼지 않고 파인더 안에서 초점 표시 모양 아이콘들이 바로 보이도록 설계했습니다. 앞 뒤의 나사들은 일부러 십자가 아닌 1자 모양을 이용해서 클래식한 느낌을 더했다고 합니다.
초점거리는 25mm 니까, 35mm 풀프레임 환산으로는 약 37mm 정도가 됩니다. 밝기는 F3.5이지만 목측이란 점을 고려해볼 때 오히려 너무 밝아서 초점이 많이 나가는 것보다는 나아 보입니다. 요즘에는 필름 제조기술이 좋아져서 가장 흔히 사용할 수 있는 필름의 감도가 대개 200부터 시작하니까, 실제로는 F1.8 정도와 비슷한 정도의 셔터속도를 사용할 수도 있구요. 필터 사이즈는 40.5mm 인데, 목측식이지만 특이하게도 실제 동작메커니즘은 반셔터를 눌렀을 때 해당 초점 위치로 이동하는 전동 방식이라 렌즈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렌즈캡 또는 UV필터를 꼭 사용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전동식으로 필름이 자동으로 감기도록 할 수도 있었지만 아날로그적 감성을 위해 와인더를 설계하는 데 많은 비용과 시간이 들었다고 합니다. 아날로그 시절의 기술자들이 나이를 먹고 이제는 거의 퇴사해서 기술을 복각하는 데에 많은 공을 들였다고 합니다. 와인더는 펜탁스 P30의 메커니즘을 가져왔다고 하네요. 스트랩 고리는 좌우 그리고 아래쪽에 더 있어서 가로로 혹은 세로로 다양하게 맬 수 있습니다. 뒷면의 태그홀더는 굳이 고집해서 만들어 붙였다고 합니다. 이게 비용이 상당히 들었다고.
펜탁스 직원인 겐이치로 상에게 왜 하프 포맷으로 만들었냐고 질문을 해보았습니다. 새로운 카메라를 설계하려는 방향의 정체성을 확립하기 위해 일본내에서 다양한 연령층에 설문과 시장조사를 진행했고, 젊은 세대와 기존 사진 세대(나이든 세대)간의 의견은 많이 달랐다고 합니다. 겐이치로 상의 답은 이랬습니다.
- 만들 수 있는 다양한 선택지가 있었다(35mm, 하프, SLR, P&S, 중형, 파노라마...)
- 필름 가격이 많이 올라 같은 필름으로 더 많이 찍을 수 있는 편이 낫다는 분들이 많았다
- SNS와 휴대폰 촬영 등에 익숙한 세대는 가로보다 세로포맷을 더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 쉽고 편하게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편리함과 간단함에 중점을 두었다
그리고 중요한 이야기를 더 했습니다. 이걸로 끝나는 게 아니라 처음 내놓은 제품이다, 이 제품의 시장 반응과 성공여부에 따라 본격적인 기종들을 계속 개발하고 내놓을 계획을 가지고 있다.
일단, 지금까지의 반응은 무척 폭발적인 것 같습니다. 없어서 못사는 상황은 고무적입니다.
포트라400으로 촬영한 몇 컷을 첨부해봅니다.
하프판이어서 2in1 혹은 싱글컷으로 스캔이 가능합니다.
측광이 TTL(렌즈를 통한 노출 측정)이 아니라 렌즈 상단의 센서를 통해 이루어지는 듯, 밝은 쪽을 향할 때 암부의 노출이 부족한 경우들이 꽤 있었습니다. 가능하다면 +1 스톱 정도 노출보정을 염두에 두시는 게 좋을 듯합니다.
겐이치로 상은 '최신의 렌즈라서 화질이 충분하다'고 했습니다. 하프판이어서 사실 성에는 안 차지만 한편으로는 너무도 쨍한 스마트폰과 디지털 이미지에 익숙한 세대에게 차고 넘치는 아날로그적 감성(입자감, 컬러, 흑백 등)을 만끽할 수 있는 지점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목측은 재미있었지만 원하는 곳에 충분히 초점을 맞출 수 있으려면 조금 연습이 필요할 것 같았습니다. 초점이 조금 덜 맞아도 나름의 감성으로 커버할 수 있다는 생각도 들긴 했습니다. ㅎㅎㅎ
<막샷들입니다. 포트라400으로 촬영했고 노리츠 기종으로 스캔했습니다.>
이왕 실어드리는 김에 플래시 테스트샷도... 플래시는 광량도 적당하고 노출도 잘 잡아줍니다.
좌측이나 우측에 검은 테두리가 나타나는 경우가 있습니다. 와인딩이 수동이어서 컷간 간격이 조금씩 차이가 납니다. 그런 이유로 스캔단계에서는 좌측이나 우측으로 조금씩 밀리거나 혹은 이렇게 아예 좁아서 양쪽으로 남기도 합니다. 이런 것조차 감성으로 접근한다면 뭐 그러려니 하는 정도일 수 있겠습니다.
필름 사이즈가 하프포맷이라 아무래도 화질의 한계는 있습니다. 첨단의 선예도를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충분히 즐길만한 듯합니다. 컬러는 화려하기보단 무난하지만 색들을 잘 살려주는 느낌입니다. 세로 프레이밍은 금방 적응되고 편안합니다. 카메라는 매우 가볍지만 필름과 배터리를 장착하면 들고 촬영하기 적당하고, 그립부는 들고 촬영하는 데 매우 편안합니다. 오히려 하프판이어서 가볍게 들고 다니며 필름값 걱정 없이 마구마구 찍어도 부담없는 느낌입니다. 계산상으로는 36컷의 2배니까 72컷을 찍을 수 있어야 하지만, 실제로는 필름의 여유부분 때문에 79컷이나 촬영했습니다.
Pentax 17을 구입해서 촬영한다면 아마도 2in1 보다는 한 컷씩 스캔해서 따로 따로 70여 컷을 사용할 것 같습니다.
국내 출시는 7월중이 될 것으로 기대되며 가격은 위에서 예상한 범위였으면 싶습니다. 이왕이면 저렴했으면 좋겠네요. 출시 날짜와 가격 등이 정해지면 업데이트해보겠습니다. 다만 초기 주문량이 너무 많아 생산량이 따라가질 못해서 한국에는 몇 대나 수급이 가능할지 모르겠습니다. 또 오픈런하는 거 아닌가
지금도 국산 필름은 없지만 옛날에는 아주 잠깐은 필름을 제조하는 회사가 있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옛날에는 국내에는 어떤 특수한 필름들은 현상할 수 있는 현상소가 없어서 외국으로 보내야만 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88년 서울 올림픽이 열리면서 코다크롬 필름을 현상할 수 있는 시설이 국내에도 도입되었었는데요, 코다크롬 필름은 그 뒤로 점차 수요가 줄어서 2010년에 현상서비스가 종료됐습니다.
대략 2015년경부터 불어오기 시작한 필름사진 유행의 바람이 2019년 초부터의 필름가격 폭등, 수많은 현상소들의 재설립 등을 불러왔습니다만, 가장 큰 변화는 아무래도 Covid-19 때문에 일어난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는 그래도 지리적으로 가까운 편이어서 직접 현상소에 방문해서 필름을 맡기는 분들이 많지만 외국에서는 직접 방문보다 우편으로 필름을 보내 현상하는 Mail-in 서비스가 더 보편화되어 있었습니다. 필름을 구매할 때 마치 현상쿠폰처럼, 몇 롤 까지의 필름을 넣어 보내면 현상해주는 메일러 봉투같은 것을 팔고 사기도 했었죠.
코로나 이후에는 이런 메일러 서비스가 더욱 범위를 넓히면서 필름 현상이 국경을 넘나드는 일이 매우 쉽게 일어나고 있습니다. 아직 국내에서는 외국으로 필름현상을 보내는 일이 보편화되지 않은 걸로 보이지만, 외국에서는 한국내의 현상소로 필름을 보내 현상하는 일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물론 북남미, 유럽, 호주 등 여러 국가에서 서로 왕래하는 필름들의 숫자도 많아지고 있죠. 자국내에서조차 필름을 보내고 받아야 하는데 물류에 드는 시간, 그리고 현상에 드는 시간을 생각해보면 자국내나 외국이나 그다지 차이가 많이 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는 현상료가 매우 저렴하지만 품질은 수준급이라는 인식이 외국인들 사이에 퍼지면서 외국에서 한국으로 보내지는 필름들의 숫자를 늘어나게 하고 있습니다.
마음만 먹으면 한국에서도 외국의 유명 현상소로 필름을 보내 서비스받을 수 있습니다만, 보내는 비용이 국내 우편이나 택배에 비해 많이 비싸고, 특히 작업비용이 국내에 비해 비싸고 오래걸리는 편이기때문에 그다지 추천드리기 어렵기는 합니다.
2011년에 문을 열었고 후지와 노리츠 스캐너가 있습니다. 컬러, 흑백, 슬라이드 현상이 가능하고 35mm 컬러필름의 경우는 현상+스캔에 11불에서 30불(tiff는 10불 추가), 120은 10불에서 22불까지 해상도에 따라 가격이 다릅니다. 흑백과 슬라이드는 더 비싸지고, 코렉션(스캔 이후 노출과 컨트라스트를 조절해줌)이 들어가는 Pro 옵션을 사용하면 가격이 조금 더 올라갑니다. 그리고 슬리빙(속지에 넣어주는 서비스)와 필름 수취 수수료가 9불 정도 붙습니다. 결과물에 대해서는 좋은 리뷰들이 많은 편입니다. 물량이 많지 않은 시즌에는 25롤 미만이면 5~7일(주말제외) 정도 걸린답니다.
단순히 필름 현상에 그치지 않고 결과물에 대해 피드백(코멘트)을 자세히 해주는 서비스 옵션이 있어 좋은 평을 듣고 있는 랩입니다. 꽤 좋은 가격에 다양한 필름들도 판매합니다. (물론 국제배송도 해줍니다.) 컬러필름은 35mm의 경우 12불부터, 중형은 10불부터 시작합니다. 2일 정도(주말제외) 걸린다고 되어 있고 빠른 서비스 옵션도 있는데 당일에 작업해주는 옵션은 롤당 8불을 추가해야 합니다. 필름을 되돌려받으려면 9.95불을 더 내야 하구요. 역시 노리츠와 후지 스캐너를 선택할 수 있으나 거의 노리츠 우선으로 작업합니다.(대부분의 결과물에서 노리츠의 특성이 보입니다) 한국으로 받는 배송비는 28불 내외 정도 나오는 것 같습니다.
축구선수 이강인이 유스시절 성장했던 발렌시아 축구팀이 있는 그 발렌시아에 있는 현상소입니다. 컬러필름 35mm는 14유로부터, 중형은 13유로부터 시작합니다. 많지 않은 수량은 5~8일(주말제외) 정도 걸린다네요. 적지 않은 금액(롤당 10유로 ㅎㄷㄷ)의 급행료 서비스도 있고 TIFF는 롤당 5유로 추가해야 됩니다. 노리츠 후지를 모두 보유하고 있는 걸로 알려져 있지만 작업은 노리츠로만 하는 것 같습니다. 한국으로의 배송은 25~50유로 정도라고 합니다.
컬러필름 현상스캔은 35mm와 중형 모두 12불에서 시작합니다만 1800x1200 픽셀이고 3600x2400픽셀의 미디엄 해상도는 15불 정도 하네요. 고해상도는 3불 더 비쌉니다. 후지와 노리츠 모두 사용한다고 되어 있지만 해상도 안내는 후지로 되어 있습니다. 실제 샘플들도 후지의 특성이 보이는 듯합니다. 작업에는 주말제외 3~4일 걸리는 것으로 되어 있고 미국내 전지역 모두 배송료는 5.95불이라고 하니 혹 한국배송을 이용해보실 분들은 배대지를 쓰시면 저렴할 것 같습니다. 전용 app이 있습니다만 현상주문과 필름구입 주문만 가능합니다.
컬러 35mm와 중형 모두 12불에서 시작합니다. 현상만은 5불로 매우 저렴하네요. 흑백은 현상만 8불에서 시작합니다만 510pyro와 같은 특수 연속교반 장비를 이용하는 현상은 25불까지도 받습니다. 롤 스캔에는 후지 프론티어와 노리츠 모두 사용한다고 하네요. 명시되어 있지는 않지만 작업에는 2~3일 걸린다고 하고 당일이나 다음날 작업되는 급행료는 2배 가격입니다. 각종 옵션들이 있는데(예를 들어 필름 잘라서 속지에 넣어주거나 등등) 모두 추가요금이 들어갑니다. 리뷰나 샘플이 많지는 않은데, 구글 플레이스에서 조금 찾아볼 수 있습니다. 몇 장의 샘플에서 보이는 품질은 조금 아쉬운 느낌입니다.
76년에 문을 열어 거의 50년이 다 된 이곳도 35mm와 중형 모두 컬러필름은 12불에서 시작합니다. 현상작업에는 행거타입 장비를 사용하네요. 작업에는 주말제외 3~6일 정도 걸린다고 하고 한국으로 배송은 30불이 듭니다. 작업에는 주로 노리츠 스캐너를 사용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리뷰와 샘플은 https://www.yelp.com/biz/the-darkroom-san-clemente를 참고해보세요. 음.. 글쎄요.
'동우'는 이름 그대로 동쪽에서 내리는 비라는 뜻입니다. 오래전부터 알고 지내는 동생인데, 사진을 참 잘 찍습니다. 그간 찍어온 사진들은 Eastrain의 티스토리 http://eastrain.tistory.com 에 가시면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몇 해 전에 뇌혈관 질환으로 여러가지가 불편해졌다가 이제는 많이 회복하고 있는 중입니다. 아직 정상적인 사회활동은 어렵지만 사진은 여전히 그대로 열정적으로 잘 찍을 수 있어서, 매 주 한 번씩 보내드리는 '포토메일'이란 것을 시작했다고 합니다.
위의 티스토리에 가보면 대략 어떤 사진들을 어떤 스토리와 함께 받아보게 될지 살짝 짐작되실텐데요, 매주 한번씩 사진과 글이 담긴 메일을 받아보면 기분도 좋아지고 생활의 활력이 되실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간은 페이스북, 인스타와 티스토리에 주로 올려왔는데요, 기분 좋아지는 동우의 사진들 저도 참 좋아라 했습니다.
월 구독료는 5천원이고 6개월치를 선납하면 5천원 할인해서 2만5천원이라고 합니다. 참 부담스럽지 않은 금액이네요. 지금 자기가 잘할 수 있는 것으로 조금씩 세상으로 올라서려는 노력이 엿보이는 것 같아 많은 분들이 도움을 주셨으면, 하는 바람도 생깁니다. 일단 한 달 구독해보시고 좋으면 연장하는 것도 무척 추천드립니다. 그냥 '견본 궁금합니다'라고 메일을 보내면 한 호를 받아볼 수 있다고 하니 그렇게 찔러?보셔도 좋구요.
구독하시려면 동우의 계좌 하나은행 101-892461-25607로 구독료를 입금하시고 eastrainphotomail@gmail.com 으로 '몇개월 구독합니다'라고 간단히 내용을 적어서 보내면 받아볼 수 있답니다.
필름사진은 디지털사진과 달라서 찍었다고 바로 사진이 나오지 않습니다. (찍었다고 필름에 뭐가 보이는 게 아닙니다. 절대 주욱 잡아빼서 확인하려고 하지 마세요) 필름으로 촬영하셨다면 꼭 현상을 해야만 사진이 나오는데요, 그래도 과정과 용어들이 복잡해서 약간은 어리둥절하거나 혼란스러울 수도 있으실 겁니다. 그런 분들을 위해서 이 글을 적어보았습니다.
필름사진이 처음이거나 초보라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시겠다면 천천히 한번 읽어봐주세요. ^^
[요즘 '인화'했다, 인화한다라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네이버 필카동에 다녀오신 초보분들이 많이들 그러시는데요, 그곳 Q&A 메뉴에 '인화/스캔/필름Q&A'라고 된 코너가 있어서 인화부터 말씀하시는 걸로 짐작합니다. 메뉴좀 바꿨으면 좋겠는데 거기 운영진이 누구신지 모르겠더라구요. 인화는 한자로 印畵라고 쓰고 책 만들고 신문 만들고 전단 만들 때의 그 '인쇄'와 같은 인 자를 사용합니다. 종이로 뽑는 걸 인화라고 하는 거죠. 영어로는 print 입니다. 2020년대에는 필름으로 찍었다고 무조건 종이로 뽑는 거 아닙니다. 그럼 뭐라고 하는지 아래에서 주욱, 나름 친절하게 설명해드리겠습니다.]
우선 '현상'입니다.
필름으로 사진을 찍으면 현상을 해야 한다고 하는데, 세간에서는 현상한다고 하면 사진을 뽑아오는 것까지 다 그냥 뭉뚱그려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지만, 정확히 구분하자면 그게 또 다릅니다. 필름은 다음과 같은 순서로 처리됩니다.
촬영된 필름 -> 현상 -> (스캔) -> (인화)
현상은 촬영한 필름을 약품으로 처리해서 눈으로 볼 수 있게 해주는 과정입니다. 디카로 찍는 사진과 달라서 필름은 찍고 필름을 빼본다고 사진이 눈에 보이는 게 아닙니다. (호기심에라도 필름을 빼보면 빛만 다 먹어버리죠) 필름에 찍혀 있는 사진을 실제 눈으로 볼 수 있는 형태로 드러나게 하려면 빛이 없는 곳에서 약품으로 처리해야만 합니다. 이 과정을 현상(develop)이라고 합니다. 따라서 현상소에 오셔서 '현상만 해주세요'라고 하시면 '현상된 필름'만 돌려받으시게 됩니다. 그래서 '현상만'은 꽤 저렴하죠. 돌려받으시는 건 아래 그림과 같은 필름입니다.
'현상만'의 결과물은 필름만입니다.
이렇게 현상이 되어야 필름으로 그 다음 과정을 진행할 수가 있습니다. 직접 스캔이나 인화를 하신다면 필름을 가져 가셔도 되고, 현상소에 스캔이나 인화를 맡기신다면 이렇게 필름을 본 후 주문하셔도 되지만 처음 주문하실 때 전 과정을 한번에 주문하시는 게 저렴하고 효율적이죠.
그러니까 이제 이 글을 읽고 이해가 되신 분들은 '저는 현상은 필요없고 스캔만 하려구요'라든가 하는 말씀은 하지 않으시리라 생각합니다. ^^;
현상 -> (스캔) -> (인화)라고 (스캔)과 (인화)에 괄호를 쳐 두었는데, 그 이유는 할 수도 있고 하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인데요,
스캔(scan)은 필름을 스캐너로 읽어들여서 컴퓨터에서 볼 수 있는 이미지(주로 jpg파일)를 만드는 과정을 말합니다.
디지털카메라가 나오기 전에는 사진은 필름으로만 찍을 수 있었고 일단 찍었으면 사진관에 가져가서 사진들을 뽑아 야만 했습니다. 그런데 디카가 나온 뒤에는 종이 사진을 뽑지 않아도 컴퓨터로 사진을 확인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종이사진으로 뽑는 것(인화)은 그 다음의 순서가 된 것이죠.
필름도 마찬가지 과정으로 바뀌었습니다. 필름으로 찍고, 현상한 다음 스캔을 거치면 디카로 찍은 것처럼 사진을 이미지로 얻어 컴퓨터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이미지로 종이사진을 뽑으면(인화) 됩니다. 물론 종이 사진이 필요없다면 스캔되어 만들어진 jpg 사진만으로 웹에도 올리고 인스타에도 올리고 페북에도 트위터에도 올리고 블로그에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종이로 굳이 뽑지 않아도 되고, 필요하다면 나중에 잘 나온 것들만 따로 모아 뽑거나 확대를 해도 됩니다.
그래서 많은 분들이 필름으로 사진을 찍으면 필름을 맡기실 때 현상+스캔을 주문하시는 것이죠. 이걸 인화라고 하는 분들은 이제부터라도 현상스캔이라고 말씀해주세요. ^^
현상+스캔을 주문하시면 찍은 사진들을 스캔해서 24컷 혹은 36컷(혹은 그보다 많거나 적을 수도)의 jpg 이미지들을 얻을 겁니다. 필름을 맡기고 기다렸다가 찾아가시는 게 아니라 맡기기만 하면 사진은 집에서 받아볼 수 있을테고, 필름은 현상소에서 보관해주는 기간 내에 찾아가거나 혹은 택배로 받거나 할 수 있을 겁니다. (스캔)다음에 (인화)에 괄호를 쳐 둔 이유는 하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종이사진으로 인화(印畵, print)하면 컴퓨터로 보는 것과는 또 다른 사진이 만들어집니다. 스캔된 이미지가 디지털이니까 디카로 찍은 것과 비슷하지 않겠냐고 생각하실 수도 있지만 소스(source)가 필름이라서 디카로 찍은 것과는 전혀 다른 사진이 만들어집니다. mp3로 들어도 현악기의 선율과 전자기타의 디스토션이 전혀 다른 것처럼 말입니다.
스캔된 이미지로 인화할 수 있는데, 이 때는 스캔된 이미지의 해상도가 인화할 수 있는 사이즈의 기준이자 한계가 됩니다.
나중에 사진이 잘 나와서 좀더 크게 확대해야겠다고 할 때에는 이미지가 아니라 해당 필름을 가지고 가서 확대인화를 주문하면 됩니다.
그러니까, 찍은 필름을 가지고 현상소에 주문할 때
1. 스캔이나 인화는 내가 직접 하겠다- 현상만 주문: 필름만 돌려받음
2. 현상+스캔(혹은 현상+롤스캔)을 주문하면: 현상된 필름과 스캔된 이미지들을 돌려받음
3. 현상+스캔+인화까지: 필름과 이미지와 뽑은 종이사진까지 한꺼번에 받음
중에서 고르면 됩니다. (보통은 2번을 가장 많이 고르죠.)
그래서 문의하실 때 '필름 현상해주세요'라고 하시면 현상소에서는 보통 '현상만 하시면 필름만 드립니다'라고 확인하거나 하게 됩니다.
현상, 스캔, 인화를 구분하는 게 중요하고, 순서와 특성을 이해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그리고, 보통의 필름은 135필름 혹은 35mm 필름이라고 부릅니다. 따라서 가격표에서는 135를 찾아보시면 됩니다.
중형필름은 120이라고 부르니까 가격표에서도 따로 있습니다.
현상소 가격표를 다시 한번 살펴봐보세요. 다들 구분이 잘 되어 있을 겁니다. ^^;
옛날에 찍어서 이미 다섯 컷 혹은 여섯 컷 단위로 잘라져서 저 위의 사진처럼 비닐에 넣어져 있는 필름은 이미 현상이 되어 있는 필름이라 스캔 혹은 인화만 하면 됩니다. 이 때에는 작업하는 방식도 달라져서 주문하시는 단위도 달라집니다.
이미 현상이 되어 필름만 보관하는 경우는 대개 이런 식으로 되어 있을텐데요,
이렇게 되어 있는 필름의 한 줄 한 줄을 '스트립'(strip)이라고 부릅니다. 그러니까 한 줄 단위로 가격이 매겨지는 것이죠. 보통 현상소에서는 이런 경우 스트립 단위로 스캔 가격을 책정할 겁니다.
어쨌든 코로나의 막바지가 이제 정말 느껴지고 있습니다. 어서 오미크론의 파도가 지나고 다시 그립던 세상이 돌아왔으면 합니다. 2019년 8월의 호주 시드니를 필름으로 담아왔었고 팬데믹이 어서 끝나기를 기원하며 전시를 갖습니다.
1차 전시는 2021년 12월 성북동 탭하우스F64에서 가졌으며 2차 전시는 2022년 2월21일부터 3월5일까지 2주간 충무로의 갤러리카페 옥키에서 갖습니다.
모든 사진들은 필름으로 촬영되었습니다. 촬영에는 코닥 Portra 400, 후지필름의 Velvia50, Provia100F 이 사용되었습니다. 스캔을 거쳐 디지털로 작업되었으며 최고의 인화지인 Museo Silver Rag을 이용하였습니다. 필름만의 고유한 매력과 본연의 표현을 위해 노력했습니다.
지난 2021년 12월 후지필름은 미국시장에 기존의 C200의 후속인 Fujicolor 200 이라는 필름을 새로 발표했습니다. 패키징 디자인이 꽤 산뜻하게 달라졌습니다.
그런데 이 필름의 데이터 시트로 같이 발표된 자료를 보고 눈치빠른 사용자들이 '이거 코닥 골드200이랑 똑같은데?'하고 의문을 제기합니다.
비슷한 게 아니라 그냥 똑같습니다.
둘 다 구매해서 찍어보고 비교해서 진짜 똑같은지 판단하는 게 좋을 것 같지만, 예전에 이미 겪어본 리브랜딩의 전례(후지필름의 C200을 아그파컬러 비스타 및 여러 다른 상표의 필름으로 판매했었죠. 똑같은 필름이라고 아무리 설명해도 느낌이 다르다거나 특정 발색이 더 어떻다거나... 그래도 다르다는 분들이 많으셨어요. 데이터시트가 똑같은데도..)를 볼 때 데이터시트의 유사성 혹은 일치함을 확인할 수 있으면 그걸로 이미 확정적이라는 결론에 도달합니다. 저 둘은 같은 필름인 거죠.
"... Fujifilm works with a pool of valued partners around the world as part of the production process to ensure we can continue to deliver high-quality imaging products to delight customers."
전세계의 파트너 풀과 함께 일하고 있다.. 고 인정하고 있습니다.
이미 필름을 만드는 회사들의 숫자가 '전세계'라고 할만큼 많지도 않은데...
후지필름은 필름을 계속 생산한다고 했습니다. 회사 이름도 후지필름인데 필름을 만들지 않으면 필름을 떼어야겠죠. 하지만 이미 회사의 주 사업과 수익은 다른 분야이며 필름 사업의 매출과 수익은 매우 작은 비중이라고 합니다. 지금까지의 행보를 보면 이런저런 필름들을 단종시켜 왔고, 몇 년 사이에 모든 흑백필름들의 생산을 중단했다가 일포드를 통해 생산하는 필름을 아크로스II로 판매했습니다. 중형 컬러네거티브 필름들 모두를 단종시켰고 급기야 4x5판에서는 벨비아50까지도 단종시켰습니다. 이미 업계의 확인되지 않은 소문으로는 '후지는 새로운 유제를 제조하고 있지 않으며 재고가 소진되면 모두 단종될 것이다'라는 흉흉한 말들이 돌고 있었습니다. 대표적인 보급형 필름인 C200이 단종되고 대체품으로 딱지만 갈아붙인 코닥 골드200을 후지필름인 것 같은 기분으로 찍어봐라, 라는 셈이죠.
과연 정말로 후지필름이라는 물리적인 후지필름이 역사속으로 사라지고 말 것인가, 자못 궁금합니다만, 지금으로서는 매우 확정적인 것 같습니다. 왜 독립시키거나 매각할 생각도 없는 걸까요. 안타깝네요.
컬러필름은 코닥(...의 생산시설에서 만드는) 밖에 없어지는 상황이 곧 올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럴 때는 어떤 필름이 좋은가요'와 같은 추천도 의미 없어지는 셈입니다. 몇 가지 있지도 않으니까요. 로모 필름도 로모가 직접 제조하는 것은 아니라고 합니다. 그럼 뻔하겠죠.
흑백필름은 일포드와 포마, 코닥, 그리고 Adox와 롤라이, 그밖의 몇몇 상표들에게 필름을 공급해주는 모 제조시설이 있습니다. 이탈리아의 Ferrania에서 P30이란 필름을 내놨었는데 다시 제조가 어려운지 잘 공급되지 않네요. 컬러는, 한 곳밖에 안 남는 것 같습니다.
참, 영화용이 있네요. 아직 창고에서 보관되어 오던 후지의 영화용 필름들 재고가 조금 남아 국내에 일반 판매자들이 감아서 팔고 있고 코닥은 다행히 아직도 새 필름을 제조하고 있습니다. 그 밖에는 드물게 구할 수 있는 오래된 필름들이 있겠지만, 곧 구경하기 힘들어지겠죠. Yashica라든지, FND라든지, 포토콜라라든지, 뭔가 새로운 필름이 시장에서 보인 것 같을 수 있었겠지만, 모두 기존 필름들 리브랜딩(재포장, 스티커갈이)이었습니다. 더는 없을 거예요.
그리고 암울한 소식은 가격이 더 오를 거라는 얘깁니다.
지난 가을 코닥이 '2022년 1월께 필름 가격을 20~30퍼센트 올리겠습니다'고 발표하자 가격이 오르기 전에 미리 구입해두자는 수요가 몰렸고 그 영향으로 시장 자체의 필름 가격이 자연스럽게(?) 올랐습니다. 한참만에 필름 가격을 검색해보신 분들은 깜짝깜짝 놀라셨을 겁니다. 지금도 각 커뮤니티, 카페, 게시판, SNS에는 필름 가격이 미쳤다, 실화냐, 무섭다, 포기하고 디지털로 바꿔야겠다는 반응들이 계속 올라오고 있습니다. 그마저도 물량이 없어 필름을 구하고 싶어도 구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놀라운 사실은 아직 코닥이 가격을 올린 필름이 시장에 풀리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지금 놀라고 계신 것보다 더 오를지도 모른다는 거죠. 이름을 밝힐 수 없는 어느 업계 관계자님께 물어본 바로는 정말 깜짝 놀랄만큼 더 오른다고 합니다. 너무 과할만큼의 사실은 아니면 좋겠습니다.
해외직구의 메리트도 점점 사라져갑니다. 한국시장의 필름 가격만큼 미국이나 일본의 필름 가격도 올라서 유의미할만큼 차이가 나지 않게 되어 가고 있습니다.
어느 분은 '그래도 생산이라도 해준다는 게 어디냐, 찍을 수 있을 때 찍자'고 하시기도 했습니다. 디지털에서는 맛볼 수 없는 필름만의 감성과 느낌, 그리고 필름사진. 찍어보신 분만 알겠죠. 어쩌면 정말 머지 않은 미래에 필름사진은 끝날지도 모릅니다. 그래도 '아직 찍어볼 수 있을 때, 해볼 수 있을 때 해보세요'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옛날에는 그런 게 있었단다, 라고 말이라도 후대에 전할 수 있게 말이죠.
지금에야 디지털 기술이 발전해서 많은 영화들을 디지털로 촬영합니다만, 오랜동안 영화는 필름으로 촬영돼 왔습니다. 물론 아직도 영화를 필름으로 촬영하는 걸 고집하는 유명한 감독들이 있고 그런 흐름이 세계 영화계에 남아 있어서 계속해서 필름으로 촬영하는 영화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필름으로 영화를 촬영하려면 여러 불편함과 제약이 있고, 프로세스가 번거롭고 어려우며 무엇보다도 디지털 촬영에 비해 많은 비용이 들어갑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를 필름으로 촬영하려는 건 필름으로 촬영한 영화에서만 느낄 수 있고 표현할 수 있는 무언가가 있기 때문이겠죠.
후지필름은 영화촬영용 필름의 생산을 중단한 지 꽤 되었고, 현재 생산되는 영화촬영용 필름은 코닥에서만 나오는데 8mm와 16mm용, 35mm, 그리고 70mm가 나오고 있습니다. 일반적인 극장에서 상영하는 대부분의 장편 영화들은 35mm 필름으로 촬영됩니다. 70mm는 아이맥스 촬영용으로 사용된다고 합니다. mm는 필름의 폭을 의미하는데, 보통 사진을 찍는 필름이 35mm이며 이 필름은 외관상 기능상으로 똑같아서 잘라서 사진촬영용 파트로네에 감아 넣으면 보통의 필름카메라에서도 영화가 아닌 스틸 사진 촬영용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현상이겠죠.
영화촬영용 필름에는 컬러필름과 흑백필름이 있으며 영화를 만들고 가공하기 위해서 사용되는 중간과정용, 그리고 릴리즈용(극장에서 상영하는 데 필요한) 등 여러 버전이 있습니다만, 촬영을 위해서는 촬영용 필름을 사용하게 됩니다. 코닥에서는 비젼 시리즈, 후지에서는 이터나, 리얼라 등의 시리즈가 있었습니다.
코닥에서 현재도 생산하고 있는 영화용 필름은 Vision3 50D, 200T, 250D, 500T가 있으며 35mm의 경우는 400ft(약 120미터)의 큰 캔(위의 사진)의 형태로 판매됩니다. 사진촬영용 36컷짜리 필름의 길이가 대개 1.5미터 정도이므로 약 80롤 정도를 만들어 사용할 수 있습니다. 후지의 필름들은 생산하지 않은지 오래 됐기때문에 지금 구할 수 있는 것들은 어떻게 보관되었든 예외없이 유통기한을 한참 지난 것들입니다. 특이하게 영화용 필름들은 어디에도 유통기한이 적혀 있지 않은데, 일반 소매유통이 되지 않았고, 가장 좋은 영화 품질을 위해서는 오래도록 두었다 사용하지 않기도 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예외없이 언제 생산되고 판매된 것인지, 어떤 정도의 상태인지를 촬영하고 현상해보기 전에는 알 수 없기도 합니다.
사진촬영용 필름들이 많이 단종되고 사라지면서 영화를 촬영하는 데에만 사용되었던 필름들이 이렇게 리스풀링(re-spooling, 사용된 빈 파트로네에 다시 감아넣기)의 형태로 만들어져 사용되거나, 혹은 재판매하는 셀러들이 많아졌습니다. 문제는 이미 얘기한 것처럼 필름의 상태가 어떤지 촬영하고 현상해보기 전에는 알 수 없다는 것입니다. 찾아보면 이베이나 일부의 해외사이트들, 국내외 필름샵들, 사진관들, 중고장터들, 사진동호회들 혹은 심지어 개인들에게서까지 이런 필름들을 구할 수 있습니다. 국내에서 감은 것들도 있고 외국에서 감아서 이쁘게(?) 디자인된 스티커를 붙인 리패키징 필름을 아예 수입해서 판매하는 경우도 있습니다만, 어쨌든 외관에 아무리 이쁘게 멋지게 혹은 우락부락하게 붙이고 포장했다고 하더라도 내용물은 동일합니다. 어떤 컨디션의 필름을 감아넣었는가가 중요할 뿐입니다.
50D나 250D는 촬영감도가 각각 50과 250인 필름입니다. D는 Daylight, 햇빛(주광)에서 촬영해야 제 색상이 나온다는 의미입니다. 200T와 500T는 각각 감도가 200, 500이며 T는 텅스텐(백열등) 조명에서 촬영해야 제 색상이 나오는 것입니다. 영화촬영을 위해서는 반드시 조명이 필요했기때문에 D와 T의 두 가지로 나옵니다.
영화용 필름의 현상은 ECN-2라는 프로세스로 이루어집니다. 통상 영화용 필름은 영화필름 현상소에서 대규모/다량으로 처리되었고 일반적인 사진관이나 현상소에서는 처리하지 못했습니다. 왜냐면, 한 씬은 몇 초에서 몇십 초 혹은 몇 분이나 이어지고 그러기 위해서는 24컷 36컷과 같은 짧은 길이가 아닌 수십 혹은 수백 피트 길이의 롱 롤(long roll) 그대로를 현상해내야 했기 때문입니다.
영화용 필름에는 일반 사진촬영용 필름에는 없는 렘젯(remjet)이라는 특수 코팅이 입혀져 있습니다. 렘젯은 보통 검은 색의 카본(탄소)층인데, 필름에서 발생하는 정전기를 제거하고, 고속으로 이송될 때의 스크래치로부터 필름을 보호하고, 검은 색이어서 재귀반사(할레이션)를 방지하는 역할까지 하지만 현상과정에서 제거돼야만 합니다. 그래서 ECN-2 현상프로세스에는 이 렘젯을 제거하는 과정이 있고, 일반 사진관이나 현상소에서 보통의 사진촬영용 필름들과 같이 작업하지 못하는 이유가 되기도 합니다. 이를 무시하고 사진관에서 사용하는 현상기에 넣었다간 약품도 오염되고 롤러나 드라이 유닛 등이 심하게 오염되어 큰 문제가 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 렘젯층을 미리 제거한 다음 패키징해서 판매하는 필름이 바로 씨네스틸입니다. 보통의 사진용 필름처럼 촬영하고 아무 사진현상소에서나 현상할 수 있도록 만들어둔 것이죠. 하지만 그렇게 하면 ECN-2가 아닌 C-41로 현상하기 때문에 색상이 좀 달라지게 됩니다. 이 부분은 아래에서 더 설명하죠.
ECN-2 프로세스는 소규모(한 롤에 1.5미터의 길이)의 사진용 필름을 현상하는 현상소를 위한 것이 아니기때문에 대규모, 대량처리를 위해 개발되어 있습니다. 또 스크린 영사용 포지티브를 만들어내는 데 사용되는 원본 소스로 활용되어야 하기때문에 필름 자체가 담아내는 이미지의 관용도도 사진용 필름보다 넓은 편입니다. 영화는 종이사진이 아니어서 필름 자체로 편집하고 보정하고 복사되어 상영용 필름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입니다. 이런 특성은 스캔하거나 인화할 때에도 마찬가지로 드러납니다. C-41에 비해 약품 조성도 완전히 다르고, 시간도 다르다거나, 현상과정의 온도도 한참 높다거나 하는 차이가 있습니다.
E6로 현상해야 하는 슬라이드필름을 C-41로 현상하는 것을 크로스현상이라고 합니다. 크로스(cross, 교차)현상이란 E6를 C41로 하는 것만을 의미하지는 않고, 어떤 필름을 다른 프로세스로 작업하는 모든 것들을 다 의미합니다. 흑백필름을 C41이나 E6로 현상해보는 것도 크로스 현상이지만 필름의 구조와 특성상 그렇게 했다간 아무 상이 나오지 않으니 하지 않는 것이고, 의미있는 결과물을 얻기에 슬라이드필름을 C41로 현상했을 때 결과가 좋으니 주로 그 작업이 대부분이어서 그것을 크로스라고 말하는 것이죠.
그래서, ECN-2로 현상되어야 하는 영화용 필름을 C41로 현상하는 것도 일종의 크로스 현상입니다.
영화용 필름을 C41로 크로스현상하고자 해도 렘젯은 제거해야 하기 때문에 영화용필름을 현상해주는 국내의 모든 현상소들은 이런 과정을 작업합니다. 다만 이후의 과정을 C41로 하느냐, ECN2로 하느냐의 차이가 있는데, C41로 하는 이유는 ECN2 약품을 구할 수 없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이미 2013년에 국내의 모든 영화용 필름 현상소가 문을 닫았고 더는 코닥에서 그 약품을 유통하지 않습니다. 대안으로는 외국의 필름/약품 유통업체에서 ECN2 킷을 만들어 판매하고 있으며 이를 소량 혹은 대량으로 구매하는 방법 등이 있습니다.
영화용 필름을 촬영해서 C41로 현상하고 스캔했을 때 보이는 가장 큰 특징은 컬러 밸런스가 틀어진다는 점입니다. 현상소에 스캔까지 의뢰했다면 보통의 컬러 필름들과 다른, 매우 틀어진 듯한 컬러들을 경험하신 적이 있을테고, 직접 스캔해보셨다면 색잡기가 아주 까다로왔던 경험이 있으실 겁니다. 현상소에서 작업할 때에도 이렇게 틀어진 색상을 잡아줘야 하기 때문에 보통의 C41 컬러필름으로 촬영한 것과 같은 완벽한 밸런스의 색상을 만들기가 무척 까다롭습니다. 심지어 한 컷 한 컷 다르기때문에 적당한 선에서 마무리하기도 합니다. 그렇게 틀어진 색상은 또 한편 인위적으로 보정해서 만들어내기 어렵기 때문에 어떤 분들은 좋아하시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극장에서 보는 영화이 그런 식으로 이상하게 틀어진 컬러들로 가득했던 경험은 없으시겠죠.
ECN-2로 현상하면 그런 일이 줄어듭니다. 특히 싱싱하고 좋은 컨디션의 필름으로 촬영하고 현상하면 놀랄만큼 좋은 밸런스와 발색을 보여줍니다. 극장의 스크린에서 보던 그 색상이 나옵니다. 다만 T(텅스텐) 필름은 텅스텐 조명(카페 등의 할로겐과 같은 노란 색 조명)에서 촬영해야 밸런스 잡힌 색상이 나오고, 주광에서 촬영하면 특유의 푸르스름함이 나타납니다. 다만, 유통되는 영화용 필름들의 컨디션이 천차만별이어서 완벽한 색상이 나오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특히 후지의 영화용들은 이미 단종된 지 십 년 이상인 것들도 있어서 더한 경우가 많습니다.
오래된 영화용 필름들은 원래의 표기감도보다 노출을 더 주어 촬영하고 정상(노멀)로 현상하는 게 나은 결과물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필름09에서 구입한 영화용 필름들인 50D와 200T를 이용해서 촬영하고 ECN-2로 현상한 다음 스캔해서 약간의 조정을 거친 샘플컷들 몇 개를 소개하며 글을 마칩니다.
후지필름은 2019년 11월 13일 뉴스릴리즈를 통해 지난 2018년 가을 단종 및 생산종료했던 초미립자 흑백필름인 ACROSS 100의 후속버전인 ACROSS 100II를 11월 22일부터 판매 재개한다고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여전히 후지필름은 필름 생태계의 활성화나 필름산업으로 인한 수익창출보다는 기존 필름 사업의 구조조정을 통한 이익 비율 극대화 정도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고, 그러면서도 아직 '후지필름'이라고 하는 회사의 정체성 정도는 눈치껏 지켜줘야 한다는 생색내기 정도의 수준으로 이 필름을 재발매하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흑백필름을 만들어 팔면서 400짜리도 안 내놓는 건 잘 이해가..)
어쨌든, 사라질 줄만 알았던 필름이 다시 나와주는 것은 반갑고 고마운 일입니다. 가격은 좀 오를 것으로 예측합니다만.
#bringback #neopan400
또한 이탈리아의 필름회사 Ferrania에서는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밀라노에 있는 Foto Ottica Cavour라는 샵을 통해 Ferrania P30 필름의 한정수량 판매를 재개했다는 소식을 알렸습니다.
Ferrania P30 필름(ISO 80)은 이탈리아의 필름회사 Ferrania가 수십 년 전에 판매했던 필름이었습니다만, 솔라리스 등의 필름을 생산 판매해오다가 2009년 경영난으로 회사문을 닫고 사라졌었죠. Ferrania의 얘기와 P30 필름에 대한 소개는 이전 기사 https://irooo.tistory.com/68에서 읽어보실 수 있습니다.
꽤 소량만 판매되어 저도 어렵게 구해서 써보았었는데, 지금 꽤 많은 필름들이 일포드와 포마에서 생산하는 필름들을 리브랜딩한 것에 불과한 상황에서 P30은 실제 베이스부터 유제까지 완전히 독자적으로 제조한 필름이었다는 중요한 가치를 지니고 있었습니다.
이후 재고가 소진되어 생산이 중단되었고, Ferrania는 더 생산을 하겠다는 건지, 회사문을 닫겠다는 것인지 모를 정도로 매우 느리고 더디게 자사의 사이트 http://filmferrania.it 를 통해 조금씩 조금씩 '우리 여전히 뭔가 하고 있고 죽지는 않았어'하는 정도의 생존소식을 알려오고 있었습니다. 마지막 업데이트가 5월이었으니 그것조차 6개월이 지난 시점이었고 소매점을 통해 P30 필름을 한정수량이나마 판매한다는 소식을 뜬금없이 전한 겁니다.
Foto Ottica의 웹사이트는 이탈리아어만 지원하며 한 롤당 가격은 10유로입니다. 구입해보실 분이 계신다면 도전해보셔도 되겠네요.
영국의 흑백필름 제조사인 일포드(Ilford)에서 며칠간 '뭔가 새로운 것이 온다'는 티저를 인스타그램 등을 통해 보여주더니 드디어 발표했습니다.
35mm와 중형필름의 모양이었으니 분명히 새로운 필름일 거라고 예상은 했습니다만.. 어떤 분들은 심지어 '컬러필름 아닐까'라는 생각도 하셨던 모양입니다만.. 정색반응 Orthochromatic 필름이었네요. 이름하여 Ortho Plus. 그러니까, 저 티저의 바탕색이 빨간 색이었던 게 힌트였던 거랄까요. Orthochromatic 필름은 청색, 녹색, 주황색(~600nm의 파장까지) 등에 반응합니다. 빨간색에는 반응하지 않는 필름입니다.
암실에서 빨간 암등을 켜놓고 사진을 인화할 때처럼, 필름을 주욱 꺼내 눈으로 보면서 현상할 수도 있겠네요. 약품 속에서 상이 올라오는 걸 마치 인화지에 사진이 올라오는 것처럼 눈으로 보면서 작업할 수도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사실 이미 롤라이에서 Orth 25라는 제품이 나오고 있었기때문에 그다지 신선하게 다가오지는 않습니다. 이걸 내놓겠다고 티저까지 뿌리면서 호들갑을 떨었나 싶은 생각도 들고요. 하지만 이런저런 상표를 달고 나오는 여러 흑백필름들조차 리브랜딩(기존 제조사에서 공급받아 자기들 상표만 붙여서 다른 이름으로 파는)인 상황에서 그래도 뭔가 진짜 새로운 필름이 나와준다는 건 환영할만한 일이죠.
정색성(ortho) 필름이기때문에 흑백필름이지만 전색감응(panchromatic)인 보통의 흑백필름들과는 다른 사진이 만들어집니다. 빨간색을 찍으면 암부처럼 나오는 거죠. 사진들의 예는 검색을 통해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