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야기2019. 2. 25. 23:27

4월1일부로 올린다는 점에서 혹시라도 만우절 조크가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만, 2월에 발표하는 건 그러니까 지금 시장에 남아 있는 재고들 얼른얼른 사라는 메시지인 셈이겠죠.


http://www.fujifilm.com/news/n190225.html?fbclid=IwAR2gmWGdMQKdFN-hh_G-0wn7xqZnIB_Y1Gt7rxUlpl5HDw0J5yupSYE9SW8


- 후지필름이 모든 사진용 필름(컬러네가, 슬라이드, 일회용 포함)의 전 세계 가격을 최소 30% 올린다고 합니다.

- 인화지류 제품도 최소 두자리숫자 퍼센트만큼 올린답니다.

- 4월 1일부터 적용된다고 합니다.



며칠전 c200 가격이 급작스레 오른 것은 이 발표와는 관계 없어 보입니다. 후지필름의 일부 혹은 여러 필름들의 시장내 재고가 적거나 한 것은 이 움직임과 관계가 있을 수도 있는 것 같습니다.


수익성을 강화하겠다는 것으로도 볼 수 있으나 지금의 시장은 오히려 필름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게 분명한데도 뭔가 후지필름은 이상한 생각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특히 지금껏 즉석필름류, 흑백필름, 그리고 이런저런 필름들의 생산 판매를 중단 종료시켜온 자취로 볼 때, '찍지마 ㅅㅂ'의 메시지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돈도 안 되는 필름사업 접어버리고 싶은데 수요가 자꾸 늘어나는 것 같으니 가격을 확 올려서 찬물을 끼얹어보자, 그러다 그래도 수요가 더 늘어 접지 못하게 되더라도 이익이 늘어나니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은 딜이로군'이라는 생각인 것만 같습니다.


코닥도 조만간 가격인상이 예정되어 있다는 소식이 들립니다. 저렴하게 필름사진을 즐길 수 있었던 시절이 가버리면 어쩌나 싶습니다.





Posted by 이루"
사진이야기2019. 2. 24. 21:24

흑백필름은 세룰로우즈 베이스에 감광성을 띄는 유제가 발라져 있습니다. 그래서 빛을 받아 전하를 띈 입자가 현상액(developer)에 반응하면 은으로 변하고, 은으로 변하지 않은 남은 유제를 정착액(fixer)로 녹여내면 비로소 현상이 되어 사진을 얻을 수 있게 됩니다.


그래서 보통은 (전습)-현상-정지-정착-(안정)-수세의 과정을 거치게 되죠.


여러 약품에 반응하는 방식이나 특성이 달라 필름과 현상액마다의 궁합도 다르고, 그래서 특정한 필름과 특정한 현상액을 취향이나 선호도에 따라 달리 쓰시는 분들도 많습니다. 


Monobath는 이런 과정을 단 한 번의 과정으로 줄여놓은 현상약품입니다. 현상과 정착이 동시에 이뤄져 한번의 bath만으로 전체 현상과정이 끝나게 되죠.


Monobath Chemistry는 최근에 새로 개발된 것은 아닙니다. 과거의 폴라로이드 타입의 chemistry에서도 이런 방식이 사용되었었고, R3/R5라든가 FF, 또는 FilmPhotographyProject(FPP)에서도 Monobath 타입의 약품들이 만들어져 판매되고 있습니다.


모노배스의 장점은 간편함입니다. 약품들을 따로따로 준비할 필요가 없으며 특정 비율로 희석할 필요도 없습니다. 그저 온도를 맞추고 정해진 시간동안 정해진 방법으로 교반하면 됩니다. 많은 경우에 필름마다의 데이터조차 필요없으므로 그냥 모든 필름을 한꺼번에 같은 탱크에 넣고 현상하면 되기도 합니다.


씨네스틸에서 2018년 중순에 발표한 Df96은 액체와 가루 형태로 판매됩니다. 자세한 정보는 씨네스틸 사이트에 있으며 이곳에서도 주문이 가능합니다. https://cinestillfilm.com/products/df96-developer-fix-b-w-monobath-single-step-solution-for-processing-at-home?variant=7367677247522


하지만 한국으로의 직배송 비용이 제법 나가기때문에 B&H 등에서 배대지를 이용하시는 편이 훨씬 저렴합니다. 가루형태는 16.99, 1리터 액체는 19.99불입니다. 이것으로 최소 16롤 이상(135기준)의 필름을 현상할 수 있습니다.


제가 손이 작아서 통이 커 보이지만 1리터 용량입니다. 500ml짜리 생수병 두 개..



자세한 내용을 읽어보겠습니다.



화씨(섭씨)


70도(21도) 보다 차갑게 하면 감감효과가 나타난다고 하고

70도 에서는 교반을 최소로 하여 6분 이상

75도(24도)에서는 간헐적 교반(30초마다 5초씩과 같은)으로 4분 이상

80도(27도)에서는 연속교반으로 3분 이상


만 해주면 현상이 끝난다고 쓰여 있습니다. 증감/감감을 위해서는 스톱당 화씨10도(대략 섭씨6도)정도 높게/낮게 작업하라는군요.


상온에서 보관할 수 있는 시간은 1년 정도라고 되어 있습니다. 많이 찍으시거나 여행이라도 다니거나 하시는 분이라면 매우 편리하겠습니다.


위에서 얘기했듯이 약품을 따로 희석하거나 뭘 따로 준비하거나 할 필요 없이 그냥 이 약품의 온도만 맞추면 됩니다.

아니 사실 그럴 필요조차 없이 온도계로 재봐서 21도~27도 사이라면 위에 쓰여진 방법대로 현상하면 됩니다. 각 과정에 플러스마이너스 화씨2도(섭씨 1.2도) 정도의 관용도가 있습니다. 실제로는 20도~28도 이내에서 가까운 값으로 작업하면 되겠네요.


이전의 모노배스들이 R5의 경우 30도에서 6분, FPP의 약품이 24도에서 3.5분이니까 씨네스틸의 Df96도 매우 빠르게 작업이 가능합니다. 1리터에 16롤 이상이라는 효력도 꽤 좋네요.



그래서 HP5 한 롤, 켄트미어400 한 롤을 준비했습니다.


데이터 따위 신경쓸 것 없이 그냥 릴에 감아서 한 통에 넣으면 됩니다.



로터리 교반으로는 240ml만 필요하므로 약품을 따라봤습니다. 거의 무색투명하고 냄새도 전혀 안 나는 수준입니다.(일부러 맡아보지는 말라네요)


아주 느리게 교반해서 24도에서 4분을 돌렸습니다. 그리고 열어봤더니.. 정지도 정착도 필요없이 그냥 현상이 되었군요!


현상되어 나온 게 분명합니다.. @.@



이렇게 사용한 약품은 다시 통에 부어넣고 다음번에 재사용합니다. 이런 식으로 16롤까지 사용할 수 있다고 제조사에서 보증하고, 그 이상은 현상이 나올 때까지 더 쓸 수 있다고 합니다. 시간을 더 주라네요.


보통의 흑백현상과정과 결과물의 측면에서는 다르지 않으므로 수세는 동일하게 해줍니다.




스캔해봤습니다.


Ilford HP5 400










Kentmere 400








일단 샤프니스는 나쁘지 않은 것 같습니다. HP5는 컨트라스트가 약간 강한데, 특히 하이라이트가 조금 부담스럽게 날아갑니다. 스캔과정에서 꽤 잡아줘야 합니다. 그에 비해 켄트미어400은 매우 적절한 정도로 현상이 되었고, 실제 사진에서도 훨씬 좋은 계조와 밸런스를 보여줍니다. 켄트미어와 유사한/혹은 비슷한 계열의 필름들인 APX, RPX, UlraFineExtreme 과 같은 필름들이 아주 잘 나올 것 같습니다.


이런저런 여러 필름들에 대한 데이터를 위의 씨네스틸 페이지에서 구할 수 있습니다. 저는 정감도로 촬영했지만, HP5는 800 정도로 찍었다면 더 좋은 네거티브를 얻을 수 있었을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약품을 사용하는 온도와 시간은 바꾸지 않으므로 각 필름별로 권장하는 촬영감도가 적혀 있는 거죠. 마치 Diafine처럼.



1리터에 19.99불이고 운송비를 생각하면 병당 약 3만원이 넘게 됩니다. 20롤을 작업한다고 해도 롤당 약품가격은 1500원이 넘게 듭니다. 하지만 편의성을 생각하면 그 정도의 비용은 매우 납득이 됩니다. 



이전의 모노배스 약품들보다 실용성 면에서도, 가격적 면에서도, 결과물의 측면에서도 꽤 좋은 것 같습니다.


특히 정착 먼저 부어서 홀랑 날리는 사고는 절대 일어나지 않겠군요.



Posted by 이루"
사진이야기2019. 1. 26. 09:18

코닥(정확히는 코닥 알라리스)은 2017년 1월 초에 '엑타크롬 E100 슬라이드필름을 다시 만들겠다'는 깜짝뉴스를 발표했었습니다. 그리고 자신들이 예상했던 발매일보다 1년이나 더 걸렸지만, 그렇게도 기다리고 기다리던 New E100을 전세계의 필름사진인들에게 결국 가져다주었죠.


하지만 35mm 포맷만 발매가 되었었습니다. 그렇게 오랜 시간 공들여 다시 발매하기는 했지만 자신들도 이 필름의 반응이 어떨지 걱정이 되었던 모양입니다. 심지어 미국시장에 처음 E100을 내놓으면서도 매우 조심스러워서, 첫 생산물량은 금방 동이 났고, 한국과 유럽, 일본에 조금씩 물량을 공급한 다음 반응을 보고 2차 생산물량을 결정하는, 매우 조심스럽고 보수적인 '코닥스러운' 행보를 보여줬습니다.


그러던 코닥이 결국에는 E100의 예상을 뛰어넘는 좋은 반응에 결국 중형 120 포맷의 E100을 생산하기로 결정한 모양입니다. 이 소식은 KosmoFoto의 기사에서 영국 코닥 알라리스의 담당자인 앤디 처치Andy Church가 Sunny16 필름포토그래피 팟캐스트에서 밝혔다고 합니다.





인터뷰에서 앤디는 중형이나 대형(4x5판) 시트필름을 만들기 위해서는 35mm 필름과는 다른 베이스를 사용해야 하고 그러면 유제의 조성을 살짝 바꿔야 한다면서, 파일럿 버전의 코팅 시험을 시작했다고 합니다. 석 달 정도 걸릴 것 같다고 하는데, 그러면 4월 정도에는 발매할 수 있다는 얘기가 되지만 이전의 행보로 보아 아마도 더 걸릴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는 35mm 버전의 E100이 거의 생산되자마자 재고가 바닥나는 등 예상보다 훨씬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고, 최근 미국 뉴욕 로체스터로 출장을 다녀와서 확신을 얻었다고 합니다. 시장 반응이 아주 좋고, 그래서 다음에는 어떤 필름을 더 발매할까에 대한 진지한 대화들도 나누고 있다네요. 조금은 시간이 걸리겠지만 TMZ(Tmax P3200)의 중형 버전도 발매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런저런 필름들을 더 발매할 계획이 있다면, 개인적으로는 125PX, E100VS 정도를 더 만들어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If Kodak is having a plan to bring back more films to the market, I hope there would be 125PX and E100VS in their list.




 

Posted by 이루"
사진이야기2019. 1. 4. 11:53

지난번 코닥 엑타크롬 E100의 출시와 함께 진행된 '얼리리뷰어'행사에 참여하셨던 @yasmi 님의 인스타그램 포스팅이 1월4일 새벽 코닥의 공식계정을 통해 페이스북/인스타그램에 리포스팅되었습니다.


축하드립니다. :)





Posted by 이루"
사진이야기2018. 12. 30. 12:53

예전 다음블로그 시절에 간단하게 엑스레이가 사진용 필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정리해둔 글이 있었는데, 블로그가 날아가면서 같이 사라져버렸었습니다. 검색을 해봤는데 퍼가신 분도 없더군요 ㅋㅋ(퍼다가 자기 블로그에 박아두신 분들이 좀 계셔서 사라진 옛날 글들을 다시 제가 퍼오기도 했습니다. 그렇다고 퍼다가 담아가시란 얘기 아닙니다. 그 글들이 사라진 건 해당 블로그 서비스의 문제였죠.) 


그리고 여러 경험과 데이터가 쌓여서 좀더 보완할 내용도 있어서 새로 정리해보고자 하는 생각을 해왔었습니다. 이제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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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달 전에 어떤 분이 '엑스레이가 필름에 영향이 없다는 게 사실이냐'라는 질문을 하셨습니다. '그럴리가 없다, 사진에 영향을 끼친다'고 대답했는데, '그쪽 분야의 현업이라는 분이 엑스레이는 필름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는 글을 써둔 것을 보았다'라며 알려주셨습니다. 그래서 '말도 안된다, 필름에 영향을 끼치는 에너지의 주체는 가시광선만이 아니다'라고 얘기해드렸지만, 그래도 갸우뚱하시는 모양새였습니다. 그래서, 다시 정리해야겠다는 생각이 더욱 들었습니다.



엑스레이는 분명히 사진용 필름에 영향을 끼칩니다. 



엑스레이가 필름에 영향을 끼치지 못했다면 여러분은 병원에 가서도 엑스레이 사진을 찍을 수 없었을 겁니다. 엑스레이용 필름도, 촬영된 엑스레이용 필름을 현상하는 것도 우리가 찍는 사진용 필름과 똑같습니다.


공항 검색대를 통과했다가 엑스레이의 영향을 받은 필름을 경험하신 수많은 분들이 있는데, 엑스레이가 사진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면 그건 어쩌면 유령이 핥아주기라도 한 걸까요?



엑스레이의 영향을 받은 Tmax100 필름의 모습. 구불구불한 이중 사인곡선 형태의 모양이 보입니다.



잘 아시다시피 필름의 구조는 베이스(셀룰로우즈)와 유제(감광성 물질)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유제는 빛에 반응해서 전하를 띄게 되는 감광성 물질로 이뤄져 있는데, 그런 물질로는 할로겐화은, 브롬화은 등의 은염(silver-halide)이 주 성분을 이룹니다. 그래서 국제 은 시세에 따라 필름가격도 오르는 것이고, 필름사진을 현상하는 데 사용한 약품의 폐수 등에는 환경오염물질인 은 성분이 들어 있어 함부로 버려서는 안되는 것이죠.


필름을 설계할 때, 어떤 빛의 파장에 대해 반응하게할 것인가, 얼마나 강하게 반응할 것인가 하는 게 나중에 만들어지는 사진의 톤, 색상, 감도 등 여러 특성을 결정하게 됩니다. 그래서 흑백필름도 컬러필름도 만들어지고, 저감도 고감도의 필름도 만들어집니다. 


저감도의 필름은 빛이 가진 에너지에 반응하는 정도가 작고, 고감도의 필름은 적은 빛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유제를 사용하는 것이죠. 또 빛의 파장에 따라 다른데 흑백필름들 중에도 우리 눈에 보이는 모든 색에 반응하는 필름(전색, panchromatic - 보통의 흑백필름들)이 있고, 특정한 파장에만 반응하게 만든 것들이 있으니 orthochromatic, infrared(적외선), 및 xray용, 청감(블루센서티브) 필름 등이 있습니다. 인화지도 감광성이 있는데, 파장이 긴 붉은 색 암등을 암실에 켜놓고 작업해도 되는 건 그 빛에는 거의 반응하지 않도록 설계된 유제가 발라진 orthochromatic이기 때문입니다.


가시광선을 포함한 모든 전파는 에너지를 가지고 있어서 감광성 필름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무시할만큼의 영향밖에 끼치지 못한다면 '영향이 없다'고 하는 것입니다. 


눈에 보이는 광선 이외에도 다양한 파장의 광선 혹은 전파들이 필름에 영향을 주는데, 그 매우 작은 양의 에너지들이 오랜 시간 축적되면 필름의 화학적 성질을 변하게 합니다. 그렇게 영향을 받아 제대로 된 사진을 만들 수 없게 된 필름들을 '유통기한이 지났다' 혹은 '변질된 필름' 혹은 'expired film' 혹은 어떤 분들은 '빈티지 필름'이라고도 합니다. 유제만이 아니라 베이스도 변질되기는 하는데, 주로 유제가 변해서 사진의 품질을 망가뜨리기 때문에 필름 변질의 특성은 유제쪽에서 거의 나타납니다.


따뜻한 곳에서 필름이 쉽게 변질되는 것은 필름에 영향을 주는 적외선류가 증가하기 때문입니다.(온도가 높아진 물체는 여러 복사에너지를 방출하는데 적외선도 그에 포함됩니다) 이렇게 안개가 끼듯 탁해진 필름을 '포깅fogging 되었다'고 합니다. 중형(120, 220)필름들은 빛을 차단하는 차광지와 필름이 함께 둘둘 감겨있는데, 차광지의 성능이 떨어질 경우 포깅이 쉽게 진행되곤 합니다.


몇 해 전 난리났었던 코닥 중형 필름들의 포깅현상(얼룩얼룩하거나 차광지의 숫자가 배겨나온다거나..)도 성능이 떨어지는 차광지때문이었던 것으로 판명이 되었고(구글에 Kodak backing paper problem을 검색해보세요) 일부 다른 메이커의 필름들에서도 종종 비슷한 증상이 나타나곤 합니다. 모두 이렇게 잘못된 보관 혹은 성능이 떨어지는 차광지, 혹은 필름의 특성 때문에 더욱 쉽게 나타나는 경우가 있습니다.


- 로모 중형필름에서 자주 나타납니다.

- 롤라이 레트로400s, 80s 등 s가 붙은 필름에서 자주 나타나곤 했습니다.


(레트로400s/80s는 차광지의 성능보다는 필름이 적외선에 잘 반응하는 특성 때문에 그런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실제로 적외선 필터를 이용하면 적외선 사진을 찍을 수도 있죠. 옛날에 나왔던 R3도 비슷한 특성이 있었는데, 그래서 카메라 내에서 적외선을 이용해 퍼포레이션 코마 수를 검출하고 필름을 이송시키는 메커니즘을 사용했던 미놀타의 일부 기종 등에는 사용하지 말라고 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적외선류의 포깅을 막기 위해서 차갑게 냉장 더 차갑게 냉동보관하면 필름을 훨씬 오랜동안 덜 변질되도록 할 수 있는 것이죠.


자연상태에서도 여러 방사선, x레이 등 에너지를 가진 전파들이 필름에 영향을 줍니다. 냉장/냉동보관해도 마찬가지죠. 하지만 이런 류의 에너지량은 매우 작아서 통상은 무시해도 될 정도입니다. 우리 몸도 자연계에서의 여러 전자파나 방사선에 노출되어 있지만 영향이 적기 때문에 잘 살아가죠. 우주에서 오는 우주선들이 대기권과 오존층에 걸러져 지구상의 생명체에게 영향이 적다는 것도 아마 잘 알고 계실 겁니다.


그런 류의 전자파들 중에서 에너지 단위는 높으면서 물체를 잘 투과하는 파장들이 있습니다. 그 중 하나가 x레이이고, 물체는 통과하고 필름에는 잔상을 남겨 현상해내면 우리 눈으로 볼 수 있는 영상을 얻게 해줄 수 있는 기술이 x레이 사진입니다. 병원에서 촬영된 x레이 사진을 의사선생님과 함께 볼 때 흑백의 역상으로 된(피부는 검고 뼈는 하얀) 상이었던 기억이 나실 겁니다. 저 위의 흑백필름처럼 '네거티브'필름이기 때문이고, 일반 사진용 필름과 똑같이 현상-정지-정착-수세의 현상과정을 거치기 때문입니다. 현상데이터가 단순하기때문에 아직도 필름으로 엑스레이를 촬영하는 병원에는 이 필름용 자동현상기가 있습니다. 이제는 많은 병원들이 디지털 방식으로 바뀌었거나 바뀌고 있습니다만.


여기까지, '필름은 x레이뿐만아니라 여러 전파 에너지에 반응합니다'를 말씀드렸습니다.



공항 검색대, 필름의 숙명?



필름을 가지고 지하철이나 버스를 탈 때는 보안검색 같은 걸 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유독 비행기를 탈 때에는 승객이 어떤 물건을 몸이나 가방에 지니고 타려는지 검색합니다. 국제선 국내선을 막론하고 경비행기가 아닌 다음엔 보안검색을 위해 엑스레이 검색대에 소지품을 넣고, 금속탐지기류를 통과해야 합니다. 사진용 필름을 따로 빼내어 엑스레이 검색대가 아닌 수검사를 요청할 수 있는 공항도 있기는 합니다만, 잘 해주지 않거나 혹은 실랑이를 해야 하거나 혹은 절대 해주지 않거나 하는 곳도 있습니다.


검색대의 엑스레이의 에너지는 매우 강한 것이어서 분명히 사진용 필름에 영향을 줍니다. 다만 그 영향이 매우 미미해서 일반적인 필름에 흔적을 남기지 않을 정도라면 '안전하다'고 하는 것이죠. 'ISO1600 이하의 필름은 안전하니까 검색대에 넣으시고'같은 문구가 쓰여 있는 검색대도 보셨을 겁니다. 실제로 안전할까요? 


네.. 안전한 것 같습니다.


검색대의 엑스레이는 다음과 같은 형태로 흔적을 남깁니다.


물결모양으로 영향이 나타난 필름



매우 강하게 먹어서, 커튼처럼 사진들을 망쳐버린 필름


위쪽으로 둥근 사인곡선의 아랫부분이 물결처럼 나타난 슬라이드필름



전형적인 형태로 나타난 중형 로모800 필름의 모습



구불구불한 곡선으로 나타나기도 하고, 와장창 '먹기'도 합니다. 컬러, 흑백필름을 가리지 않고 나타납니다. 


고감도뿐만아니라 무려 감도가 100인데도 엑스레이의 영향을 받은 경우가 보입니다.


필름에 이렇게 구불구불한 곡선 혹은 사선과 같은 형태로 나타나는 것은 필름이 돌돌돌 말려 있는 상태에서 엑스레이의 주사선이 지나가기때문입니다. 대략 그림으로 그려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돌돌 말린 상태에서 비스듬히 엑스레이를 먹은 경우, 필름을 펼치면 이렇게 구불구불한 사인(sine)곡선이 나타나게 됩니다. 주사선이 수직이나 수평 혹은 더 큰 각도로 지나가면 아래처럼도 되겠죠.


확률상 수직이나 수평보다는 비스듬히 기울어져 지나가는 경우가 많아서, 구부러진 정도는 다르지만 대부분 사인곡선의 형태로 나타나게 됩니다.



실제로 현업에 있다 보면, 엑스레이의 영향을 받은 필름들을 많이 봅니다. 우리 국민들의 해외여행도 많아지고 또 필름을 들고 외국여행을 다녀오시는 분들의 숫자도 더 늘어서, 그 빈도도 높아지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어느 공항이 더 위험하고 어느 나라 공항들은 비교적 안전할까요. 이 물음에 대해서는 지금까지의 경험치에 의한 빅데이터(!)로 답변이 가능할 것 같습니다.


해외여행을 다녀오신 많은 분들의 필름을 작업하면서 엑스레이에 의한 영향이 나타난 필름들을 많이 보아왔고, 어느 나라가 촬영된 필름인지, 어떤 경로로 국내로 가져오신 필름인지를 보아 왔기때문에 그 경향성에 대해 어느 정도는 정리가 가능합니다.


과거에는 선진국의 시설 좋은 공항들은 안전하고 조금 덜 잘사는 나라의 지방 공항들은 상대적으로 위험한 편이다 같은 편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만, 지금은 상황이 좀 다릅니다.



유럽, 러시아: 대체로 안전합니다만, 일부 국가에서 1600 이상의 고감도 필름에 영향이 생긴 경우를 보았습니다.


일본: 도교 나리타와 하네다, 오사카의 간사이공항은 대체로 안전한 것 같습니다만, 후쿠오카 공항에서 탑승하면서 엑스레이에 노광된 경우가 최근(2019년초) 보고됐습니다.  후쿠오카인 것으로 생각되었습니다만, 후쿠오카로 입국했다가 국내선으로 하네다로 간 뒤 나리타에서 출국하신 분과 나리타로 입/출국하신 분의 필름에서 발견된 것으로 보아 나리타 공항인 것 같습니다. 다만 일본의 경우 수검사를 요청하면 아주 쉽게 해준다고 합니다. 꼭 수검사를 요청하시는 편이 좋겠습니다. 필름을 보여주며 "hand check"라고 말씀하시면 그렇게 해줄 겁니다. (400짜리 필름에 영향이 있었습니다.)


중국: 거의 대체로 안전합니다.


한국: 거의 대체로 안전합니다. 제주공항도 물론 안전합니다.


동남아: 대체로 안전합니다.


인도 및 서남아: 대체로 안전한 것 같습니다.


중남미: 확신하기 어렵습니다. 800 이상의 고감도는 주의해야할 것입니다.


아프리카: 아직 데이터가 거의 없습니다.


미국: 매우 위험합니다.(아래 설명을 꼭 더 읽어주세요)


911 테러 이후에 미국의 모든 공항의 보안검색이 강화되어 100짜리 필름도 영향을 입은 경우를 다수 보았습니다. 미국의 경우는 심지어 제 필름도 영향을 받았는데, SFO로 입국/LAX로 출국한 루트에서 엑타100이 영향을 받았습니다.(그러므로 LA 공항에서 받은 것으로 추정)


물론, 미국의 공항을 거친다고 모든 필름이 다 엑스레이의 영향을 받는다는 건 아닙니다. 제 경우는 30여 롤의 필름들 중 2롤 정도가 영향을 받은 것 같습니다. 다른 필름들도 엑스레이가 지나갔겠지만 두 롤에 가장 심한 흔적이 남은 것이겠죠. 마찬가지로 공항에 따라, 경우에 따라 엑스레이의 영향을 받을 확률이 높다는 것이지, 모든 필름들이 다 망가진다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대비하는 것이 좋겠죠.


(Rho Paul님의 제보에 의하면 미국 출장때 엑스레이 보호백을 사용했더니 보안요원이 엑스레이 보호백 안에 필름이 들어있는 검사사진을 보여주면서 엑스레이 보호백도 안전하지 못하니 다음부터는 수검사를 요청하라고 했다고 합니다. 미국 공항에서는 적절한 절차에 의해 수검사를 진행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 것 같으니 그렇게 하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또한 엑스레이 보호백 조차 투시가 가능하다고는 하지만 투시가 된다고 해서 필름이 모두 영향을 입는 것은 아니기도 합니다. 공항 검색대의 엑스레이 검색 화면을 보면 실제로 가방 안의 물건들이 상세히 보일 정도로 투시하지만 그래도 필름들에는 영향이 없기도 하거든요. 아직까지는 엑스레이의 영향을 입은 경우를 본 적이 없는 김포나 제주, 인천공항도 마찬가지입니다)



라스베가스에서 야경을 촬영한 필름 스트립이었습니다만, 엑스레이의 흔적이 보입니다.



좀더 잘 나타나도록 보정해보았습니다. 상단에 사인곡선 형태의 엑스레이 주사선이 보입니다.


2019년 10월 업데이트: 미국 공항들에 더욱 강력한 xray 검사장비가 설치됐다고 합니다.


LA의 Freestylephoto의 인스타그램에 새로 LAX에 설치되어 가동중인 투사기의 사진이 올라왔네요. 이 장비들은 매우 강력해서 테스트로 넣어본 필름에 바로 포깅이 일어났고 감도 높은 필름들은 더 강하게 먹었다고 합니다. 다만 이런 점 때문에 요청하면 수검사를 할 수 있다고 해요. 미국에서 비행기 타실 때는 꼭 수검사(handcheck)를 요청하셔야겠습니다.


https://kosmofoto.com/2019/10/new-airport-hand-luggage-scanners-will-destroy-unprocessed-film



아마도 제가 해외여행을 다녀올 경우라면 유럽이나 미국으로 갈 때에는 대책을 강구할 것 같습니다. 수검사를 요청할 수도 있겠지만, 많은 공항에서 수검사 요청은 매우 번거롭고 힘든 일입니다. 비행기를 탈 때마다 수검사를 요청하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미국은 잘 해준다고 하니 따로 대책을 강구하지는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따라서 이런 위험이 있는 나라들을 여행할 때에는 엑스레이 보호백을 이용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절대로 안전한 경우가 또 있습니다.(이렇게 하시면 안전합니다)


비행기를 타고 직접 가지고 이동하는 것에 비해 우편(UPS, FEDEX, DHL, EMS, USPS, 혹은 기타등등의 국제우편/소포 등)을 이용해서 한국으로 보내면 절대로 엑스레이의 피해를 입지 않습니다. 이 부분은, 제가 지금껏 현업에 종사해온 이래로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습니다. 국제우편을 통해 한국으로 보내지는 필름은 전혀. 네버. 피해를 입지 않습니다. 미국에서 보내도 문제없습니다. 미국의 쇼핑몰에서 필름을 구입하시는 분들도 그런 걱정은 전혀 하지 않으시죠? 그렇습니다. 


그러니까, 인편을 통해 가지고 들어오지 않고 배송편을 통해 직구하시는 필름은 전세계 어디에서 구입하시든 매우 안전하다는 말입니다. 직구는 엑스레이 안 먹습니다. 


매우 중요한 촬영이 있었고 절대로 피해를 입어서는 안되는 필름이라면, 해당 국가의 우체국 등에서 한국으로 우편 또는 소포를 이용해서 보내는 것이 매우 좋은 해결책이 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장기간의 해외여행을 하시면서 중간 중간 기착지마다 필름을 한국으로 보내시는 분들이 간혹 있습니다. 이런 방법은 엑스레이의 피해를 전혀 입을 걱정도 없고, 무겁게 촬영한 필름을 짐으로 가지고 다니는 부담도 줄이고, 분실의 위험도 피할 수 있는 일석 삼조의 방법이기도 합니다.




Posted by 이루"
사진이야기2018. 10. 16. 21:10

2018년 10월16일, 급작스럽게 코닥의 새 슬라이드필름 엑타크롬 E100이 국내시장에 출시됐습니다.

아마도 미국 등에서 출시된 필름을 직구하신 분들이 직배 혹은 배대지 등을 통해 받으신 날짜와 거의 같거나 혹은 더 빠를지도 모르겠습니다.


충무로 등지의 오프라인 기자재샵 뿐만아니라 온라인 쇼핑몰 등에도 일제히 공급되어 판매가 시작됐습니다. 국내 판매가격은 롤당 18,500원. 국내 판매 가격에 대해서는 많은 기대를 했었습니다만 경쟁제품인 후지필름의 벨비아보다 조금 저렴한 수준으로 책정되었네요. 


미국내에서 판매되는 엑타크롬의 평균 가격이 B&H 등에서 12.99불인데, 환율 1130원을 고려했을 때 실제 신용카드 등으로 구입하는 전신환은 1140원 정도이므로 롤당 14,800원 정도의 가격이어서 표면적으로는 약 3,700원 정도의 차이가 납니다만 미국에서 직구하는 경우 배송비 포함 200불까지가 관부가세 면세한도여서 대략 13롤 정도까지가 한번에 구매할 수 있는 최대수량이고 여기에 배송비 십여불이 추가되는 것으로 생각하면 롤당 1불여가 더 붙습니다. 이렇게 애매하게 계산해보면 직구하더라도 롤당 16,000원 정도의 비용이 들게 되고 그 차이는 매우 애매한 정도가 됩니다. 열롤 정도를 구매하신다면 그래도 직구가 총 2만여원 정도 저렴하고, 몇 롤씩 구매해서 사용하신다면 국내 구매가 유리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필름공구에서는 롤당 18,500원으로 판매(구매링크)를 시작했습니다만 오프라인이나 오픈마켓, 혹은 다른 판매처 등에서는 더 저렴하게 판매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당장 충무로에 나가셔도 구입이 가능합니다.



역사적인 엑타크롬 슬라이드의 재발매를 기념하기 위해 포토마루에서는 현상스캔 할인행사를 6개월간 진행합니다. (현상스캔 50%할인)


코닥의 공식 제품설명은 이렇게 되어 있습니다.


제품설명


- 입자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세밀한 확대 

- 화이트 컬러를 더욱 밝은 화이트 컬러로 재현 

- 코닥의 전설적인 자연스러운 피부톤 및 정확한 색상재현

- 입자를 찾아 볼 수 없을 정도로 초미립자의 T-Grain 유제 공법을 채택. 

- 색상 재현을 향상시키기 위하여 특정 이미지층의 채도를 향상.

- 향상된 유제 감광기술로 화이트 컬러는 더욱 하얗게 표현, 명암은 뚜렷하게 재현.


실제 베타테스트에서는 과거에 판매되었다가 단종된 E100VS와 E100G의 중간 정도가 아닌가 하는 얘기를 하고 있습니다만, 이제 실제 촬영하신 분들의 후기가 곧 여기저기에서 보일 듯합니다.


E100이어서 오해가 있으실 수 있는데요, 이번에 발매된 Ektachrome E100 필름(정확히는 E100D)은 2017년 이후 새로 개발되어 판매되는 것이며 오래전에 발매되었던  Ektachrome E100의 재발매, 혹은 재생산이 아닙니다. 특히 포트라나 엑타 컬러네거티브에서도 그랬던 것처럼 디지털 시대를 위한 스캔 후의 이미지 활용을 위한 특성을 설계시에 고려했다는 소문이 있었다고 합니다.



Posted by 이루"
사진이야기2018. 9. 25. 20:18

코닥 알라리스는 9월25일의 프레스릴리즈와 Kodak, Kodak Professional 인스타그램 및 페이스북 등의 계정을 통해 엑타크롬 E100의 shipping을 다음 주 초부터 시작한다고 밝혔습니다.


https://www.instagram.com/p/BoJW11glJYU/?taken-by=kodakprofessional



2017년 벽두에 슬라이드필름을 재발매하겠다고 발표한 지 어언 22개월이 지났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름사진 시대의 조촐하지만 화려한 부활을 선언하는 매우 반가운 일입니다.


많은 분들이 2012년 마지막까지 공급되었던 E100G와 E100VS를 그리워하고 계셨지만 E100은 지금까지 배포된 베타테스트 샘플로 볼 때 그 중간 정도의 Saturation을 갖고 있지 않나 싶습니다. Ektar와 Portra에서 본 것처럼 스캔 후의 디지털 처리에 더욱 중점을 둔 색재현, 그리고 grain과 sharpness에 치중한 결과물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필름을 스캔한 뒤 adjust를 통해 과거의 E100VS 이상의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도 있을 것이라는 예측을 가능하게 합니다.


35mm 포맷으로 우선 공급되며 Super8 포맷은 10월1일, 16mm는 연말이라고 합니다. 중형 포맷으로도 얼른 나와줬으면 좋겠습니다.


가격은 아마도 경쟁제품들(후지필름의 벨비아)을 충분히 의식했을 거라고 보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도 소소하게 이런저런 행사들이 준비중입니다. 기대하셔도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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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정보 업데이트:


미국 내의 몇몇 판매 사이트들이 E100을 진열하고 가격을 띄우기 시작했습니다. 유명한 뉴욕의 B&H나 Adorama는 휴일이라 아직이고 LA의 Freestyle Photo가 12.99불에 띄웠네요. 실제 출고는 10월16일이라고 합니다. 이밖에는 몇몇 사이트에서 최저가가 11불까지도 발견되는 것으로 보아 그 사이에서 가격이 형성될 것 같습니다. 미국내에서도 경쟁제품인 후지필름의 벨비아50이 15불선, 프로비아100F가 13불선이므로 11~12불선의 가격은 매우 긍정적입니다. 국내에서 벨비아50이 18000원~2만원선, 프로비아는 그것보다 조금 저렴한 선이니까, E100은 아마도 롤당 15000원 내외에서 구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가 됩니다.


Posted by 이루"
사진이야기2018. 8. 22. 11:12

'해상도'(resolution)는 꽤 오래된 해묵은 떡밥입니다. 보통 DPI(Dot Per Inch)라는 약어로 많이들 얘기하는데, 디지털사진은 물론 필름사진에서도 이 부분은 많은 분들이 아주 잘 알고 계시지만 또 많이들 모르고 계시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필름사진의 시대가 대략 2000년대 초에 거의 끝났었던 것 같았는데, 시간이 흐르니 레트로의 물결을 타고 다시 조금씩 돌아오는 것 같습니다. 필름으로 사진을 찍으면 옛날에는 종이에 인화해서 뽑아야 비로소 사진으로 완성됐었지만, 디지털 시대 이후로는 스캔해서 이미지로 만들어야 어딘가에든 사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조금 길고 지루한 숫자놀음에 관한 이야기를 쓰게 될 것 같습니다. 그래도 한번씩 읽어봐주시면 필름으로 사진을 찍고 즐기는 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DPI의 유래


이것은 프린터 회사가 만들어낸 말입니다. 아주 옛날에는 붓이나 펜으로 글씨를 써야 했지만 활자가 발명된 이후로 인쇄가 발전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인쇄는 많은 양의 똑같은 책을 만들기에는 적합했지만 적은 부수의 다양한 인쇄물을 만드는 데에는 좋지 않았죠. 한편으로는 붓이나 펜을 대체할 기계인 타자기가 발명되어 쓰이기 시작했습니다. 기계에 활자를 박아 하나씩 찍을 수 있게 만든 것이죠. 타자기는 초기의 컴퓨터와 연결되어 문서를 자동으로 종이로 출력해서 하드카피를 만들어주는 데에 쓰이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단순히 알파벳을 넘어 다양한 문자나 기호, 특수문자나 다른 언어와 같은 다양한 요구를 수용하기에 매우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등장한 게 바로 여러개의 점으로 글자를 구성하는 도트매트릭스(dot matrix)방식의 인쇄였습니다. 초기에는 8개 혹은 9개의 핀을 일렬로 세워 지나가면서 점을 찍어 글자를 만들어냈습니다. 지금도 프린터로 유명한 엡손같은 회사에서 만들어 팔았습니다. 이 방식은 헤드가 좌우로 지나가면서 종이 앞에 대어진 먹지에 가느다란 핀들이 충격을 가하면 글자가 점점이 새겨지는데, 그러기 위해 핀들이 계속 부딪혀야 해서 찌익~ 찍찍 찌이이익~ 하는 소음이 있었습니다. 몇 년 전까지도 신용카드로 결제하면 여러장 겹쳐진 명세표를 인쇄하던 그 방식이었죠.



9핀 도트매트릭스로 인쇄된 글자들의 모양


기술이 발전하면서 더 가느다란 핀들을 촘촘히 배치해서 더 세밀한 글자를 인쇄할 수 있게 됐습니다. 도트매트릭스 방식으로는 24핀 정도까지 실용화돼서 널리 사용됐습니다. 사실, 48핀이나 72핀 같은 더 세밀하고 우수한 방식으로 발전할 수도 있었겠지만 그러지 못한 이유는 기술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새로운 방식이 출현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게 바로 레이저와 잉크분사 방식이었죠.


비슷한 시대에 사무실에 등장한 혁명적 기기가 바로 복사기였습니다. 문서를 유리판 위에 올려놓고 버튼을 누르면 빛이 좌에서 우로 한번 왔다가고 똑같은 문서가 종이에 인쇄되어 나왔습니다. 이전에는 같은 문서를 만들기 위해서는 실크스크린 류를 이용한 등사나 혹은 손으로 베끼는 필사와 같은 방법 외에는 답이 없었죠. 이 복사기는 원본 문서에 빛을 반사시키고 그 빛이 복사할 종이에 비춰지면 글자나 그림의 모양대로 부분부분 뜨거워진 종이에 미세한 입자의 토너를 흘려 순간적으로 녹여 붙이는 메커니즘이었습니다. 


레이저 프린터는 원고에 빛을 반사시켜 노광하는 대신 아예 종이에 레이저를 쏘아 같은 효과를 얻도록 만들어졌습니다. 그리고 잉크분사식은 도트매트릭스와 같은 방식이지만 핀이 종이를 때리는 게 아니라 미세한 잉크방울들이 튀어나가 종이에 떨어지는 거였죠.


이런 방식을 처음 만들어 팔기 시작한 게 HP였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자신들의 프린터에 각각 레이저젯(Laserjet)과 잉크젯(Inkjet)이라는 상표를 부여합니다. 여기에서 만들어진 '잉크젯'은 마치 봉고차, 프렌치프라이, 바바리코트, 포크레인과 같이 상표가 일반명사화한 채 '잉크를 분사하는 프린팅 방식'의 대명사로 쓰이고 있습니다. (이제는 그래도 잉크방울분사식인쇄 - pigment print - 를 정확히 쓰시는 분들이 많아졌습니다)


DPI의 개념은 이 프린터 메커니즘의 발달과 함께 등장하기 시작합니다. 점을 찍어 글자를 구성하기 때문에 점이 정밀하고 작고 촘촘할수록 더 세밀하고 미려한 글자나 그림을 인쇄할 수 있었거든요. 1인치에 몇 개의 점이 들어갈 수 있는 크기인가 하는 게 바로 인치당 도트갯수(dot per inch)의 개념이었습니다. 8핀 혹은 9핀 프린터는 60 혹은 72dpi 수준이었습니다. 1인치에 72개의 점을 찍을 수 있는 크기의 점들을 사용한 거죠. 24핀 프린터는 8핀에 비해 세 배 조밀했으므로 60 x 3 = 180 dpi 수준이었습니다.



왼쪽(8핀) 오른쪽(24핀)의 글자모양 차이


이 시점에서 레이저와 잉크를 이용한 인쇄장비가 등장했는데, 이 장비들은 핀이 종이를 때려야 하지 않았으므로 매우 조용했습니다. 또 무려 300 dpi를 구현했죠. 레이저 방식의 장비들은 빠르고 품질이 우수했지만 가격이 비쌌으므로 개인보다는 주로 사무용으로, 잉크 장비들은 조금 느렸지만 크기가 작고 저렴했으므로 개인용 프린터로 날개돋힌 듯 팔려나가면서 기존 도트매트릭스 핀프린터들을 대체했습니다.


HP는 300dpi에서 시작했고, 엡손은 기존의 도트매트릭스 프린터들이 180dpi였던 것을 발전시키면서 360dpi로 출발합니다. 그래서 다음 세대의 더 정교한 프린터들이 HP는 600dpi, 엡손은 720dpi로 나오게 된 것이고 그 이후로도 1200/1440dpi와 같은 숫자의 차이들이 발생했습니다. 기술발전의 단위일 수도 있고, 시장점유율에서 앞서는 HP보다 우리 기술이 더 좋다는 느낌을 주기 위한 엡손의 정책이었을 수도 있겠죠. 수십 년이 지난 2018년에는 엡손도 2400짜리 엔진을 쓰고 있기는 합니다.


이 때 만들어진 '300dpi'라는 기준(꽤 오랜 세월동안 그리고 지금도 여러가지 이유로 마치 이 숫자가 어떤 최소 혹은 필요충분한 크기라고 여겨지는)이 되어 오고 있습니다. 폰트(font) 하나를 300dpi로 설계하는 것에 비해 600dpi로 설계하면 가로세로 네 배나 데이터량이 커지고 이것들이 문서를 구성할만큼의 많은 숫자를 가지면 실제로 컴퓨터가 처리해야 하는 데이터 저장이나 정보량이 커지게 됩니다. 그래서 HP는 600dpi로 인쇄할 수 있는 프린터를 만들어내면서 '엔진'이라는 개념을 사용하는데, 실제 데이터는 300dpi로 처리하고 프린팅하는 단계에서 더 조밀하게 하도록 디더링(dithering)과 인터폴레이션(interpolation: 보간)방법을 사용했습니다. 


예를 들어 가로세로 1인치짜리 그림을 300dpi로 인쇄하려면 300x300 픽셀(pixel)의 이미지가 필요하겠죠?


하지만 위의 그림처럼 A를 인쇄할 때 더 작고 조밀한 점을 사용해서 오른쪽과 같은 더 예쁜 글자를 만들어낸 것처럼, 네 배 더 작은 600dpi의 점을 이용해서 인쇄하는 것이죠. 그 차이는 디지털적인 보간처리로 메워내고요.


보간(補間, interpolation)은 디지털 데이터를 아날로그로 표시하고자 할 때 많이 사용하게 됩니다. 디지털 데이터는 실제로는 점들의 값만 가지고 있지만 인간은 그것을 곡선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실제로 곡선으로 표시해야 하죠. 점과 점 사이의 간격을 매우 좁게 촘촘하게 할수록 곡선에 가까워지고 그것을 더 좁게 더 촘촘하게 하면 완전한 곡선이 되겠죠. 이런 알고리즘을 더 작은 점을 사용할 때 이용하도록 합니다.



그래서, 프린터 회사는 데이터 처리는 300dpi로 수월하게 하고 출력은 600, 1200dpi의 촘촘한 점들을 이용해서 미려해보이게 하는 효율화를 이룩한 것이죠. 


그럼 대체 300dpi가 언제쩍 얘기인데, 컴퓨터 성능이 이렇게 발전하고 데이터 처리와 저장용량도 이렇게 좋아졌는데 왜 아직도 300dpi에 머물러 있나 하는 생각이 안 들 수 없습니다. 그건 몇 가지 이유가 있는데, 우선 가장 큰 것은 300dpi면 꽤 충분하다는 점입니다. 300dpi의 데이터를 이용해서 600이나 1200으로 보간된 이미지를 프린터로 출력해놓으면 실용적 측면에서 꽤 선명하고 충분한 선명도를 보여줍니다. 


예를 들어 가로세로 10인치의 이미지를 프린터로 뽑는다고 하면 300dpi일 때 3000x3000 pixel의 이미지가 필요하게 됩니다. 이것은 RGB 24비트의 8비트 이미지일 때 3000x3000x3 = 270만, 대략 26mb 정도의 용량이 되고, 이제는 48비트 이미지도 많이 사용하므로 처리해야 하는 데이터는 50mb가 됩니다. 하지만 네이티브 600dpi를 처리하려면 면적이므로 제곱이 되어 100mb가 아닌 50x4 = 200mb가 되고, 1200dpi로 처리하려면 800mb가 되는 거죠. 현재의 프린터들이 2400dpi 정도의 정밀도를 가지고 있으니 3000x3000 픽셀의 이미지를 네이티브로 처리하려면 10x10인치 인쇄 한 컷에 3.2GB의 용량이 되고 맙니다.


많이들 쓰시는 30x20인치 정도라면 18GB, 40x60인치(1미터x1.5미터)라면 56GB 정도가 한 장을 위한 용량이 되겠네요.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어마어마한 크기가 됩니다. 1테라 하드디스크에 이미지 20장을 다 못 넣겠네요. ㄷㄷㄷ


... 용량의 문제로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이기도 한 셈입니다.


300dpi는 말하자면 실용적 이미지 처리 해상도의 최소 필요점, 혹은 넉넉한 지점 정도가 됩니다.



화면표시의 해상도


이제까지는 프린터 회사들의 기술발전과 dpi에 대해 얘기했습니다. 왜냐면 조밀하고 정밀한 이미지를 만들어내야 하는 출력장치가 프린터였기 때문이죠.


하지만 기술은 또 발전하고 발전했으니 모니터라는 화상표시장치도 더욱 고성능이 되었습니다. 초기의 모니터들은 그저 글자만 표시하는 데 그쳤지만 IBM에서 개인용 컴퓨터인 PC를 내놓으면서 그림도 표시할 수 있는 CGA(Color Graphics Array)를 내놨고 이것은 320x240픽셀의 해상도에 16개의 색상들 중 네 가지 색을 한번에 표시할 수 있었습니다. 애플이나 MSX의 디스플레이들도 훌륭했지만 8비트의 CPU 시대가 저물고 16비트 CPU의 시대로 넘어오면서 시장은 급격히 인텔의 CPU를 사용한 MS-DOS의 것으로 재편됐고 거기에는 720x480픽셀의 고해상도 모노크롬 디스플레이가 주로 사용됐습니다. 그리고 640x350 픽셀의 EGA, 1024x768픽셀에 24비트 컬러를 모두 표시할 수 있는 VGA가 나오면서 완전한 컬러 디스플레이의 시대가 됐죠. 


프린터와 다르게 모니터는 네모난 발광화소(픽셀)들이 화면을 가득 채우고 있고, 이것은 프린터와 특성이 많이 다릅니다. 예전의 CRT 모니터들은 한 픽셀이 다시 RGB의 발광소자의 조합으로 되어 있었지만, 현재 만들어지는 패널형 디스플레이들은 작고 네모난 픽셀 하나 하나가 스스로 다른 색상을 냅니다. 


모니터의 경우는 프린터보다 상대적으로 가로세로 픽셀 수의 크기(dimension)이 작아서 해상도의 개념을 상대적으로 나중에 사용하게 됐습니다. 그리고 종이 인쇄물보다 덜 정교해도 되었죠. 컬러 텔레비젼의 해상도는 훨씬 더 열악했었으니까요. VGA가 발표되었던 시절 1024x768픽셀의 화상을 15인치 모니터에서 볼 때 한 픽셀의 크기는 72dpi 정도였고, 이 정도의 조밀함을 가진 디스플레이라면 사람이 화면에 표시되는 글자나 이미지를 보기에 충분한 편안함을 제공한다는 암묵적 동의가 있었습니다. 책상(desktop)에 모니터를 두고 약 40~50cm 정도 떨어진 거리에서 화면을 볼 때 픽셀 하나 하나가 너무 굵게 튀지 않는 정도였던 겁니다. 모니터 디스플레이가 점점 커지고 1280x1024픽셀, 1600x1200픽셀과 같은 더 큰 크기를 지원하는 디스플레이 장치가 나오면서 모니터의 크기도 17인치, 20인치로 커져갔습니다. 더 큰 크기의 모니터가 더 넓은 화면을 지원했지만, 픽셀 하나의 크기는 여전히 72dpi였고, 조금 작은 화면에 같은 픽셀수를 지원하는 모니터는 100dpi 수준이기도 했습니다.


이러던 디스플레이들에 패러다임의 변화를 가져온 것은 모바일이었습니다.  휴대폰은 그 자체로 컴퓨터였으며 통신기기였고 디스플레이였습니다. 1280x800 픽셀 정도의 조밀한 디스플레이가 고작 3~4인치 수준에서 구현되기 시작한 거였죠. 말하자면, 디스플레이도 더욱 크고 조밀하게 생산이 가능했지만 지원하기 위한 그래픽 디바이스들이 받쳐줄 수 없었던 겁니다. 프린터는 한 장을 출력하면 되지만 디스플레이는 계속해서 변화하는 초당 수십 프레임의 장면을 보여주기 위한 엄청난 용량의 데이터를 초고속으로 처리해야 했으니까요.


그럼에도 TV 방송도 HD를 거쳐 UHD의 시대가 됐고, 개인용 컴퓨터 화면도 4K를 지나 이제는 8K까지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단순히 사이즈보다 얼마나 조밀한가까지 따지게 된 셈이죠.


프린터 회사들이 점(dot)를 사용해서 해상도의 단위가 dpi가 된 것은 이해가 되는데, 모니터 화면의 점 하나는 프린터의 dot와는 분명히 다릅니다. 이제껏도 픽셀(pixel)이라고 계속 얘기해 왔죠. 그래서 화면의 해상도를 ppi(pixel per inch)라고도 얘기합니다. 하지만 어차피 해상도의 단위로 조밀도를 얘기하자니 그냥 dpi를 널리 쓰고들 있습니다.


디지털 카메라로 사진을 촬영한 다음 메타데이터(이미지마다 기록되어 있는 촬영정보)를 보면 72dpi로 되어 있는 것들이 있습니다. 72dpi밖에 안 될만큼 열악한 해상도라는 게 아니라, 화면표시용으로 사용할 때의 표준격인 수치인 72를 해당 메타데이터의 빈 칸에 적어 넣어둔 것 뿐입니다. 실제로 의미를 갖는 디지털 이미지의 수치는 가로 세로 픽셀 수인 '몇만 화소'와 '센서크기' 같은 것들일 겁니다.


그리고 애플에서 디스플레이를 내놓으면서 '레티나'라는 말을 사용한 적이 있습니다. 알려진 것처럼 retina는 눈의 '망막'이라는 의미의 단어로 애플에서는 '이 정도 정밀도의 디스플레이라면 인간의 눈으로는 구분할 수 있는 한계점이다'라는 뜻으로 사용했다고 합니다. 326ppi 정도의 조밀도를 가진 것이었는데, 실제로 인간의 눈은 그보다 훨씬 더 정교하지만 그만큼 좋은 거라는 걸 강조하기 위한 마케팅 컨셉이었겠죠. 


종이 프린트도 디스플레이 화면도 마찬가지지만 무한대로 정밀한 것은 사실 의미가 없습니다. 인간의 눈이 구별할 수 있는 한계 이상은 무의미하니까요. 젊고 건강하고 시력이 좋은 사람이라면 아마도 20cm 이내에서 또렷하게 초점을 맞춰 사물을 볼 수 있고, 그런 경우 충분히 300dpi 이상, 600이나 1200dpi 정도의 정밀도도 구분이 가능할 겁니다. 하지만 통상적으로 그렇게 가까이에서 자세히 들여다보는 일은 없죠. 보통은 30cm 이상, 그리고 프린트나 화면의 크기가 커질수록 더 뒤로 물러나야 전체가 편안히 보입니다. 인간에게는 시야각이란 게 있고 또렷하게 사물을 볼 수 있는 시야 범위가 제한돼 있거든요. 


프린트에서는 그렇게 얘기하지 않지만 이미지를 모니터로 볼 때는 100%라는 얘기를 합니다. 많은 경우에 이미지의 가로세로 크기가 화면의 픽셀수보다 더 커서 이미지 전체를 볼 때에는 본래보다 축소돼야만 하는데, 화면의 한 픽셀이 실제로 이미지의 한 픽셀로 대응하도록 완전히 키워 일부분만 보게 될 때를 100%로 본다고 말합니다. 


어쨌든 화면은 아직 프린트만큼 조밀하지 않고, 그렇게 조밀하지 않아도 되어서, 이제 100dpi 수준 혹은 그 이상의 해상도를 갖는 모니터들이 많이 나오고 있는 정도입니다. 


이제 필름 스캔 해상도..


프린터와 모니터 얘기를 하느라 한참 걸렸습니다. 이제 필름사진을 스캔할 때의 해상도 얘기를 해볼까 합니다.


업체에서 일하다보니 가끔은 고객들이 '300dpi로 스캔해주느냐'라고 문의하실 때가 있습니다. 길게 설명해야 하지만 그냥 '네'라고 대답해드리곤 합니다. 


dpi는 프린터 회사들이 쓰기 시작한 '1인치에 몇 개의 점을 찍을 수 있나'를 기준으로 하는 조밀도의 단위입니다. 따라서 필름을 스캔할 때에는 조금 덜 맞는 개념이지만 이미 dpi가 해상도를 의미하는 공통된 개념의 단위가 되었기때문에 스캐너 제조사도 운용사도 그대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일반적인 35mm 필름 한 컷의 크기는 알려진 것처럼 36x24mm 입니다(카메라마다 조금씩의 차이가 있습니다). 프린터는 점을 찍어서 글자나 그림을 인쇄하지만 스캐너는 그만한 크기의 점에 해당하는 정도의 분해능으로 상을 읽어들이는 겁니다.


꽤 여러번 반복한 것이지만 또 적어봅니다. 만일 필름을 300dpi로 스캔한다면?


36x24mm는 1인치가 25.4mm 이므로 인치로 환산하면 1.417인치 x 0.945인치의 크기입니다.


300dpi는 1인치를 300개의 점을 찍을 수 있는 해상도로 읽어들이는 거라서, 1.417인치를 300dpi로 읽어들이면 425.1픽셀을 얻을 수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0.945인치는 283.5픽셀이 됩니다.


그러니까 필름을 300dpi로 스캔한다면 425x283 픽셀짜리 이미지를 얻을 수 있습니다. 웹용으로도 한참 모자라겠네요....;;


300dpi로 스캔해달라구요? ㅎㅎ


물론, 이건 진짜 300dpi로 스캔해달라는 의미가 아니라 충분한 해상도로 작업해주느냐, 메타데이터에 300으로 되어 있어서 포토샵이나 혹은 그밖의 작업을 할 때 불편이 없게 해주느냐의 의미로 문의하신 거라고 해석해야 옳겠죠. (그래서 모든 스캔 이미지의 메타데이터를 300dpi로 세팅해서 출고합니다)


일반적으로 업소에서 작업해주는 이미지는 1000x1500픽셀이거나 혹은 1800x1200, 혹은 3000x2000, 3600x2400 과 같은 크기입니다. 이것은 가로세로 픽셀수이므로 이 자체를 해상도라고 하지는 않습니다.


긴 쪽(36mm)을 1.417로 나누어 계산해보면 몇 dpi로 스캔하는 것인지를 알 수 있습니다.


1500/1.417 = 1058 dpi

1800/1.417 = 1270 dpi

2300/1.417 = 1623 dpi

3000/1.417 = 2117 dpi

3600/1.417 = 2540 dpi


스캔해상도가 작을수록 스캔하는 센서가 빨리 움직여도 되고 데이터 처리량도 작으므로 스캔 속도가 빠르고 시간이 적게 걸립니다. 그래서 업소의 가격을 결정하는 요소가 되죠. 


업소 말고 많이들 사용하시는 개인용 스캐너의 스펙에 따라서는 어떤가 알아보겠습니다.


이제는 단종되어 신품은 나오지 않지만 많이들 쓰시는 니콘의 쿨스캔 5ed, 5000ed, 9000ed 등은 모두 4000dpi를 지원합니다. 그렇다면


4000x1.417 = 5668이니까 스캔되어 나오는 이미지는 대략 5668x3778 픽셀 정도가 되겠습니다.


엡손의 V700, V800과 같은 평판스캐너들은 6400dpi까지 지원합니다. 음... 니콘보다 더 크네요.


플러스텍의 옵틱필름 120은 5300dpi까지, 8200은 스펙상 7200dpi까지 지원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필름스캐너의 끝판왕이라고 알려져 있는 핫셀블라드(Imacon)의 플렉스타잇 스캐너들은 8000dpi까지 지원합니다.


업소용에 비해 개인용 스캐너들이 더 큰 해상도를 지원하는 것은 속도가 느려서 시간이 걸려도 되기 때문이고, 둘째는 업소용 스캐너들도 위에 적은 것보다는 더 큰 해상도를 지원하지만 업소용임에도 스캔에 시간이 많이 걸려 상업적으로 서비스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평판형 스캐너보다는 필름 전용 스캐너의 품질이 더 좋다'고 알려져 있음에도 수치가 보여주듯 평판형인 엡손의 해상도가 더 큽니다. 그렇다면 품질은 어떤 것을 기준으로 해야 할까요?


디지털카메라에서 꽤 중요한 성능의 지표는 화소수입니다. DSLR 시대를 풍미했던 캐논이나 니콘에서 처음 내놨던 보급형 DSLR이었던 D30은 고작 300만화소, D100은 600만화소에 불과했습니다. 그러던 것이 이제는 휴대폰에 달린 카메라도 천만화소를 훌쩍 넘고, DSLR이나 미러리스 디지털 카메라들은 4천만화소를 넘고 있습니다. 휴대폰의 천만화소 이미지는 저 초창기의 D100의 6백만화소보다 월등한 화질을 보여줄까요?


디지털 카메라에서는 센서의 크기가 클수록 더 화질이 좋다고 합니다. 이것은 물리적으로 한 픽셀 한 픽셀이 크기때문에 받아들일 수 있는 빛이 많아서 이미지에 더 풍부한 정보를 담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광학계 자체가 커서 렌즈의 크기도 커지고 더 좋은 성능을 낼 수 있다는 점도 또다른 이유입니다. 휴대폰에 달린 작은 렌즈와 센서로도 훌륭한 이미지를 얻을 수 있는 것은 기술이 발전해서 작은 광학계와 센서로 얻어낼 수 있는 정보를 더 잘 가공해내기 때문이겠지만, 물리적 한계를 극복할 수는 없을 겁니다.


같은 이유로, 필름 스캐너도 약간 작은 해상도를 가졌더라도 필름 전용인 것과 필름과 센서 사이에 유리판이 있는 평판형의 물리적 차이는 쉽게 극복하기 어렵습니다. 스캐너에서 사용하는 광학부와 센서, 그리고 이미지 처리엔진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도 품질을 결정하는 요소가 됩니다. 이마콘 스캐너의 가상드럼 방식은 그래서 다른 스캐너들이 흉내낼 수 없는 품질을 보여주게 되는 것이죠.


그래서 '유효해상도'라는 말을 정의하고 싶습니다.


정확히 측정해보지는 않았지만 대략의 품질을 기준으로 할 때 수치와는 관계없이 실제 유효한 해상도는 평판형들보다는 전용들이 더 높습니다. 심지어 엡손 평판의 6400보다도 니콘의 4000이 훨씬 더 뛰어납니다.


실제 필름스캐너에서는 단순히 해상도 수치뿐만아니라 해상력, 그리고 색정보를 더 잘 읽어들일 수 있는 척도인 Dmax 등이 품질을 결정하는 요소가 되며 최종적으로는 어떤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가에 따라 재현되는 색상이 달라지는 부분까지 모두 고려해야 할 듯합니다.


적당한 스캔해상도의 선택


그렇다면 어느 정도의 해상도로 스캔하는 게 좋을까요?


'이루의 필름으로 찍는 사진' 2권에 이런 내용을 적어두었던 2010년 무렵에는 필름에 담긴 최소한의 디테일을 충분히 읽어낼 수 있는 1200dpi 정도가 실용적으로는 충분하지 않은가, 그 이상의 목적을 위해서는 따로 해당되는 컷들만 더 고해상도로 받아내면 된다고 했었습니다.


하지만 당시에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이 있는데, 필름이 아날로그적 매체여서 시간이 지날수록 담긴 정보가 변한다는 점입니다. 슬라이드나 흑백필름은 조금 덜하긴 한데, 특히 컬러네거티브 필름은 오래 보관하면 색상이 변하게 됩니다. 이를 막고자 중성속지에 담아두거나 하면 덜할 수도 있지만, 일반적인 현상소에서 작업되는 C-41RA 프로세스로 고속현상처리된 네거티브들은 빠른 수세 혹은 무수세처리로 인해 약품 성분의 잔류물이 필름에 아직 남아 있게 됩니다. 이 성분들이 속지 안에서 그대로 같이 보관되기 때문에 더 빠른 변질을 일으키기도 합니다. 


가장 좋은 것은 막 현상된 싱싱한 필름을 가장 성능 좋은 스캐너로 가장 좋은 품질로 읽어들여 디지털 데이터로 보관하는 것이겠지만 비용과 시간, 스토리지의 문제 등으로 현실화하기는 어렵습니다.


필름을 보관해보면 몇 년 정도까지는 크게 문제가 없습니다. 그 때까지 가장 크게 문제가 되는 위험요소는 습기입니다. 속지 안에서 늘어붙으면 가장 심하게 훼손됩니다. 색상변질은 10년 이내에서도 크게 눈에 띌 정도는 아닌 것 같습니다. 그 이상의 시간 동안 보관하면 필름들에 따라 변질되기 시작하는 것들이 있습니다.


그럼 필름사진에서 얻어진 이미지를 사용할 '목적'에 대해 생각해봐야 하겠습니다. 어디에 사용할 사진들인가.


크게 화면용, 인화용, 보존용으로 나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화면용은 웹사이트의 갤러리 등에 올리거나 인스타그램 및 페이스북 등에 사용할 이미지


- 인화용은 8x10인치(A4 언저리 크기)나 혹은 더 크게 뽑을 사진들


- 보존용은 최고의 품질로 최대한의 데이터를 뽑아 저장해둘 사진들


모니터 디스플레이가 더욱 고해상도가 되기 전에는 아직은 웹용 이미지들은 1000픽셀 언저리면 충분한 것 같습니다. 인스타그램용으로 사용할 이미지라면 마찬가지로 충분하고 넘칩니다. 페이스북도 이 정도로 충분한데, 다만 페이스북의 경우 이미지를 클릭해서 크게 볼 때 자체적으로 저장하는 이미지의 크기에 따라 화질이 변화하기 때문에 처음부터 2048픽셀로 리사이즈해서 올리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그러므로 화면용으로 사용할 이미지도 이제는 2048픽셀보다는 큰 것이 좋습니다. 1500픽셀급은 이제는 조금 부족한 시대가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더 고해상도로 스캔해두고 작게 리사이즈하는 게 화면에서 더 선명하고 좋은 화질을 보여준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지만, 그렇게 해서 얻어지는 이득보다는 적당한 사이즈의 이미지를 적절하게 리사이즈해서 맞춘 다음 적절하게 샤픈으로 처리하는 것이 화면에서는 더 선명해 보입니다. 뭐랄까.. 비결은 샤픈에 있다고나 해야 할까요. 그리고 2000픽셀대의 이미지라면 사실 8x10인치급 인화에도 사용할 수는 있어서, 많은 경우에 충분하기도 하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화면용 이미지: 최소 2048픽셀 이상


모든 사진을 다 종이로 인화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리고 모든 사진을 다 크게 뽑는 것도 아니죠. 35mm 필름 사진을 8x10인치 정도로 뽑아도 감상하기에 매우 충분한 큰 사진입니다. 더 크면 따로 큰 파일북이나 포트폴리오 북, 혹은 더 크면 액자로 만들어 걸어두어야 가치가 있게 됩니다. 그런데 8x10인치 정도의 사진(실제로는 가로세로 3:2 비율이므로 6.7x10인치쯤)을 뽑는 데에는 300dpi를 기준으로 잡아도 3000x2000 픽셀이면 충분합니다. 조금 실용적으로 화질을 양보하면 200dpi면 충분하므로 2000x1300 픽셀쯤이어도 충분히 좋은 품질로 뽑을 수 있습니다. 3600x2400픽셀이면 8x12인치를 네이티브로 뽑을 수 있고, 크기가 커질수록 감상하는 거리가 멀어지므로 화질을 조금 양보하자면 16x24 인치 정도를 뽑아도 충분한 품질을 보여줄 수 있습니다. 


니콘 쿨스캔의 5600 픽셀은 18인치를 네이티브로 커버합니다. 12x18인치를 화질양보 없이 뽑을 수 있는 셈이죠. 하지만 그렇게 큰 사진을 언제 뽑을 수 있을까, 몇 장이나 뽑게 될까를 생각해보는 것도 필요합니다. 컷당 수백MB가 넘는 사진들로 한 롤 한 롤 스캔해서 하드디스크에 저장한다면 롤당 몇GB씩 스토리지만 차지할테니까요. 심지어 유효해상도로는 더 부족한 평판형으로 최대해상도를 이용하면 용량만 더 큰 이미지들을 저장하게 될 겁니다.


만일 수십인치급 이상의 큰 사진을 뽑고자 한다면 그 컷들만 따로 크게 스캔해두거나 혹은 업체에 의뢰하는 것도 효율상 나쁘지 않을 것입니다. 니콘의 4000dpi로 읽어낸 5600픽셀로도 30인치급 사진 인화에 무리없는 정도가 됩니다. 더욱 좋은 품질의 사진을 원한다면 가상드럼을 이용해서 읽어들여두면 될 겁니다.


인화용 이미지: 3000~3600픽셀 정도


필름의 물적 특성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변화하기때문에 보존을 위해서는 가장 좋은 품질로 데이터를 뽑아 디지털적으로 저장해두는 것이 좋을 수 있는데, 이러려면 현재로서는 최소한 가상드럼 스캔을 이용해야 합니다. 지금 제조되고 있는 가상드럼 스캐너의 최고품질은 16비트 8000dpi 입니다. 아마도 700mb 근처의 용량을 얻게 될 것입니다. 다만 컬러네거티브의 경우 색상 재현이 조금 다르고 먼지제거가 되지 않기 때문에 한 컷 한 컷에 매우 공을 들여야 할 것입니다.


그래도 더 크게 스캔해서 가지고 있다가 화면용으로 리사이즈해서 올리는 게 낫지 않은가 하는 생각을 가진 분들이 계십니다. 틀린 생각은 아닙니다. 그리고 나중에 풀스크린을 덮을 이미지라면 이왕이면 충분한 사이즈가 좋겠죠. 지금은 충분하지만 미래에는 또 작은 크기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필름을 초고해상도로 스캔한다고 해도 더 선명해지고 더 또렷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필름은 필름 자체가 가진 분해능이 있고 필름 입자들의 한계가 있습니다. 이마콘의 8000dpi 결과물을 보면 필름에 촬영된 상이 더 선명한 것보다는 필름 입자들 하나 하나의 모양이 참 또렷하다는 것을 발견하시게 될지도 모릅니다.



쓰다 보니 너무 길어졌네요. 죄송하고 감사합니다.



덧.


- 이 글의 핵심은 '해상도'에 대해서만입니다. 위에서도 얘기했듯이 스캐너의 종합적 판단은 여러가지 기준에 의해서 해야 합니다. 스캐너라는 장비는 해상도 뿐만아니라 속도, Dmax, 소프트웨어, 운용상의 편의성과 효율성, 내구성 등 여러가지 평가요소가 있으며 이 밖에도 크기나 무게, 가격과 같은 요소도 고려대상입니다. 업소용 스캐너보다 개인용 스캐너가 더 뛰어난 점도 있지만 속도나 편의성에서 비교가 되지 않고, 가상드럼 스캐너가 끝판왕인 것 같아도 매우 여러가지 단점들이 있습니다. 평판이 떨어지는 것 같아도 평판만이 가능한 것들, 평판만의 장점들이 있습니다. 저라면 무엇을 선택하겠느냐는 질문에는 업소용을 배제한다면 5000ed와 V800을 같이 쓰겠다는 정도로 답해둡니다.


Posted by 이루"
사진이야기2018. 8. 4. 11:16

2017년 1월초 엑타크롬 슬라이드를 다시 만들겠다고 발표한 지 무려 20개월 가량이나 지난 2018년 8월3일(현지시간)에야 코닥은 인스타그램 티저 동영상을 통해 베타테스터들에게 필름을 보냈다며 박스에서 10롤짜리 필름 패키징을 꺼내는 짧은 화면을 보여줬습니다.


이제는 진짜로 8월중에 시판되기 시작할 것 같습니다. 가격만 착하면 다 용서될텐데 말입니다..


https://www.instagram.com/p/BmB7vHIHXMx/?taken-by=kodakprofessional


댓글 수천개가 달리면서 아우성이네요 ㅋㅋㅋ



Posted by 이루"
사진이야기2018. 6. 4. 13:38

1년 반을 기다렸는데, 베이퍼웨어가 되나 걱정했던 코닥의 엑타크롬 슬라이드 필름이 이제 머지 않아 정말 발매될 모양입니다.


6월4일자로 티저가 코닥 프로페셔널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떴네요.


https://www.instagram.com/p/BjlZqjUnNPG/



현재까지 비공식 채널을 통해 알려진 바로는


- E100VS보다는 E100G에 가까울 것이다

- 6월중에 발매될지도 모른다(늦어지면 8월이라고도 합니다..)


정도이며 가격에 대한 정보는 아직 없습니다. 저렴하게 나왔으면 좋으련만..



Posted by 이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