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야기2017. 7. 29. 23:11

필름 스캔이미지 아카이빙시스템, '마루스캔'



필름을 현상소에 맡기면 아마도 많은 분들이 '스캔'까지 작업을 의뢰하실 겁니다. 그러면 대개의 경우 '웹하드'에 올려주고 다운로드할 수 있게 작업해주거나, 게시판에 다운로드 링크를 등록해주거나, 이메일로 전송해주거나, 아니면 CD나 USB에 담아주거나 할 겁니다.


웹하드에 올려주는 경우에는 비밀번호를 설정하고 폴더를 하나 만들어 그 안에 올려주는데, 웹하드의 용량이 제한적이어서 다운받고 나면 하루이틀, 혹은 며칠 안에 삭제되거나 심지어 작업이 많으면 얼른 다운받으라고 연락받는 경우도 있는 것 같습니다.


게시판을 통해 다운받는 경우도 검색을 통해 과거의 작업도 다운받을 수 있는 경우가 많지만, 대개는 용량 등의 문제로 글은 살아 있어도 링크가 비활성화되거나 하는 일들이 종종 있습니다.


이메일로 전송해주는 경우는 보낸 이메일이 스팸처리되어 못 받아보거나 혹은 처음인 경우 알려준 이메일 주소가 잘못되어 누락되거나 하는 등의 문제도 있을 수 있구요. 


현 시점에 와서는 일반 가정이나 업소에서 사용하는 광랜이나 기가비트 인터넷 서비스의 속도도 빨라지고 NAS 등의 스토리지도 매우 발전해서 개별적으로 그런 시스템을 이용해서 스캔된 이미지를 다운받게 해주는 곳도 있습니다. 


특히 이제는 스캔된 이미지를 데스크탑이나 노트북과 같은 PC형 운영체제뿐만아니라 아이폰이나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아이패드나 태블릿같은 다양한 플랫폼에서 사용하게 되었기때문에 웹하드나 웹사이트의 게시판, 혹은 이메일이나 NAS의 직접 액세스 링크 같은 것들이 이런 다양한 장치들을 모두 지원하기란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아마도 필름으로 찍은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올리기 위해 PC에서 사진을 다운받아 구글드라이브나 클라우드에 옮기고 그걸 폰에서 열어보는 분들이 꽤 계실 겁니다. 사실은 이런 온라인 스토리지의 연계 방식도 생겨난 지 그리 오래되지는 않았습니다.


그래서 2015년 여름에 '직접 폰에서 열어볼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만든 스마트폰용 앱이 바로 마루스캔이었습니다.



 

앱스토어나 플레이스토어에서 마루스캔을 검색하면 됩니다.



이 때까지는 게시판에 작업한 내용을 등록하고 비밀번호를 쳐서 열어보고 zip 파일을 다운로드해서 받아보시는 방식을 사용하고 있었고 마루스캔은 스마트폰에서 직접 사진들을 열어보고 공유를 통해 다양한 폰용 앱에 바로 사진들을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제공하는 식이었습니다.


PC에서 zip을 다운받아 풀어놓은 다음 사진을 골라 폰으로 옮기는 과정을 없앤 거였죠.









마루스캔 앱의 구동모습. 


zip을 다운받지 않아도 주문 날짜별로 필름 롤별로 정렬되어 있고 섬네일이 바로 표시되어 원하는 사진만 열어볼 수 있습니다. 무언가 특별한 알림사항이 있으면 빨간줄이 뜨고 편지봉투가 깜빡입니다.


웹하드나 게시판에서 자기 이름을 찾아 비밀번호를 치는 게 아니라 전화번호와 비밀번호를 치면 바로 로그인이 되고, 사진을 열어보고 원하는 사진에서 '공유'를 통해 이메일이나 문자, 인스타그램이나 다른 앱에도 바로 이용할 수 있는 스캔 이미지 데이터베이스가 만들어진 셈이죠.


필름을 맡기고 작업을 의뢰하면 작업된 날짜별 주문별로 폴더가 만들어지고 그 안에 해당 주문의 롤들이 정렬되어 뜹니다. 그러면 오른쪽 점점점 메뉴를 눌러 해당 주문날짜나 롤별로 코멘트를 달아 어떤 사건이나 혹은 어떤 카메라로 촬영했는지 같은 정보를 입력할 수도 있습니다.


처음 발표할 때부터 아이폰과 안드로이드폰 모두를 지원했었지만 여전히 PC만을 사용하고 게시판에서 zip 파일로 다운받아 사용하는 게 익숙한 분들이 많으셨습니다.


그래서 PC에서도 플랫폼을 가리지 않고 사용할 수 있도록 '웹버전'을 만들기로 했습니다. iOS와 안드로이드 버전이 발표되고 1년 반이나 지난 후의 일이었습니다. 보통의 경우와 반대의 순서가 되었네요. :)


두둥!



마루스캔 웹버전은 http://scan.fotomaru.com 으로 접속할 수 있으며 ie(버전10이상), 엣지, 파이어폭스, 크롬, 얀덱스(오페라), 사파리 등 PC와 맥에서 사용가능한 대부분의 브라우저에서 무리없이 작동합니다. 다만 스크립트 처리량이 꽤 많은 관계로 폰이나 태블릿에서는 일부 화면이 제대로 표시되지 않거나 매우 느리게 작동하는 수도 있습니다. 태블릿이나 폰에서는 아무래도 앱을 사용하시는 편이 더욱 빠릿하고 편리하실 겁니다.


일단 스캔작업이 완료되고 업로드가 되면 폰으로 문자를 드리는데, 문자전송용 웹 서비스를 이용하기 때문에 발신번호 표시가 07082354911 (포토마루 번호)으로 되고 이 경우 스팸으로 막아두시거나 혹은 070번호 자체를 차단해두신 경우는 업로드 알림 문자를 못 받으실 수도 있습니다. 작업 의뢰를 했는데 왜 다 됐다는 알림이 없나 싶으시다면 확인연락을 한번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보통 컬러와 슬라이드 작업은 당일, 흑백이나 영화용은 그 다음날 오후 정도에 작업이 완료되니까요. 


앱을 사용해보신 분들은 금방 전화번호와 비밀번호를 치고 로그인하는 데 문제가 없으셨을 겁니다. 웹버전은 넓은 화면을 사용하기때문에 앱에서 안되던 일부의 기능들을 더 지원합니다.


- 다국어를 지원합니다. 현재 한국어/영어만 지원하지만 곧 더 많은 언어들을 지원할 예정입니다.

- 웹하드나 게시판처럼 주문자명이 공개되지 않으므로 프라이버시가 강화되었습니다.

- 지속적인 로그인시도를 차단하는 해킹방지 기능을 갖추고 있습니다.

- fotomaru.com 에 회원으로 가입하면 비밀번호를 따로 지정할 수 있으며 비회원도 지원합니다.

- 앱에서 지원하던 기능들을 모두 지원합니다.


조금 살펴보겠습니다.





로그인하면 앱에서 보이던 것과 같은 주문별 목록이 윈도우의 탐색기처럼 리스트로 그리고 아이콘으로 보여집니다. 클릭하면 열어볼 수 있습니다. 언어 드롭박스에서 English를 누르면 인터페이스가 영어로 바뀝니다. 처음에는 브라우저의 언어별 로케일대로 언어를 선택해서 뜨게 되어 있습니다.


외국인 사용자분들도 꽤 계시기때문에 전화번호가 없는 경우 이메일을 로그인으로 이용할 수도 있게 되어 있습니다.





날짜로 표시된 것은 그 날짜의 주문단위를 담고 있습니다. 세 롤을 맡기셨다면 이렇게 그 날짜 안에 세 롤이 표시됩니다. 7626은 실제 필름에 붙어 있는 번호와 일치하고, FUJI200은 사용한 필름이 Fujifilm의 C200 이었음을 표시합니다. 다른 필름들도 이렇게 간략한 코드로 전부 종류가 표시됩니다.


위에 있는 '전체다운로드'를 클릭하면 이 세 롤 모두가 zip으로 압축되어 다운로드가 시작됩니다. 한두 롤만 따로 다운로드하려는 경우에는 체크를 클릭해서 선택한 다음 '선택다운로드'를 누르면 됩니다.


Live zipping 기술을 적용했기때문에 zip으로 압축하는 데에 따로 시간이 걸리지 않고 클릭과 동시에 마치 스트리밍되듯 zip 파일의 다운로드가 시작됩니다. 저장이 다 되었다면 zip을 풀어 폴더 구조 그대로 저장된 이미지들을 이용하시면 됩니다.




만일 주문 처리과정에 미노광이라든지, 스크래치가 있다거나, 혹은 필름이 변질되었다거나, 혹은 카메라의 오작동 등으로 사진에 이상현상이 나타났다거나 하는 등 여러가지 미리 알려드릴 내용이 있다면 위에 알림이 뜹니다. 저 위에서 보았던 앱 화면에서 깜빡거리는 메시지와 동일한 내용이 웹에서는 바로 보이게 됩니다.


그리고 주문에 따라 드럼스캔이나 무척 대용량의 다운로드가 필요한 '섬네일로 표시하기에 적합하지 않은 결과물'은 맨 아랫줄에 따로 '다운로드링크'가 제공되기도 합니다. 이 경우는 따로 미리 압축되어 있는 zip 파일을 다운로드하게 됩니다. 이런 특별 다운로드는 앱에서는 보여지지 않습니다.


그리고 웹이기때문에 섬네일을 3단계로 더 크게 확대해볼 수 있습니다. 섬네일 자체가 시원시원하게 크게 보이게 됩니다. ㅎㅎ






오른쪽 버튼을 누르면 해당 롤을 다운로드하거나 혹은 폴더에 코멘트를 설정할 수 있습니다. '일본여행'이나 '동네한바퀴'같은 설명을 달아둘 수도 있고 카메라나 렌즈이름을 적어둘 수도 있을테구요.





그래서, 해당 롤을 눌러보면 zip을 다운받지 않아도 이렇게 사진들이 바로 보입니다. 해당 이미지에 오른쪽 버튼을 눌러보면 오른쪽 왼쪽으로 회전도 시켜놓을 수 있습니다. 여러 이미지를 선택해서 선택다운로드 하시면 그 이미지들만 zip으로 묶어 내려받을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이미지를 누르면 브라우저 창에 꽉 차게 큰 이미지를 볼 수 있고 돋보기를 한번 더 누르면 100%로 볼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표시된 상태에서는 오른쪽 버튼을 눌러 '다른이름으로 이미지 저장'을 선택하시면 그대로 이미지를 저장할 수도 있고 오른쪽 상단의 퍼내는 화살표를 눌러 저장할 수도 있습니다. 편리한 대로 하시면 됩니다.



웹버전과 iOS/안드로이드 버전은 같은 서버에 접속하기때문에 좌우로 돌려놓은 이미지라든가, 설정해둔 코멘트 등이 똑같이 보입니다. 이미지를 사용하려는 목적이 되는 플랫폼에서 열어보시면 되겠죠.


주문을 하실 때마다 내역이 추가되고 날짜리스트가 축적되어집니다. 자동 Archiving인 셈이죠. 분류하기도 쉽고 관리하기도 쉬우실 겁니다. 리스트가 너무 많아 아래로 길어지는 경우 연도별로 자동으로 묶여 정리되기도 합니다.


사용자의 이미지를 업로드하거나 혹은 작업되어 올라간 이미지를 직접 삭제하거나 하는 기능은 정책상 제공하지 않습니다. 고객센터나 전화를 통해 삭제 요청하시면 당연히 지워드리구요.


현재는 2년 정도 이미지가 보존된다고 되어 있습니다만, 실제로는 서버 용량을 넘게 된다고 삭제하기보다는 날이 갈수록 저장장치의 단가가 저렴해지고 있어서 용량을 증설하는 방법으로 삭제하지 않고 계속해서 축적해나가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현재시점에서도 이미 2년을 넘은 작업물들이 삭제되지 않고 그대로 저장/브라우징 가능합니다.


물론 현상과 스캔 자체의 품질이 가장 중요하고 그 다음이 편의성일 것입니다. 더욱 노력하고 발전하겠습니다.


#마루스캔 #MaruScan #포토마루 #필름현상 #필름스캔 


Posted by 이루"
사진이야기2017. 6. 7. 21:21

요즘 일회용 필름카메라를 사용하시는 분들이 부쩍 늘었습니다.


저 아래 글에서 '일회용 카메라로 사진 잘 나오게 찍는 팁'을 알려드린 바 있는데요, 다시 상기하자면


1. 될수록 낮에 밖에서 찍으세요 2. 웬만하면 어디서나 무조건 플래시 터뜨리세요(심지어 낮에도!) 3. 렌즈를 가리게 잡으면 사진에 손가락 나와요 4. 손 쭉 뻗은 거보다 조금 더 떨어져 찍으세요 5. 다 찍었으면 얼른 맡기세요


였습니다.




그래서 다 찍었다면 사진관이나 현상소에 맡기셔야 하는데요, 물론 카메라를 통째로 가져가셔도 되지만 부피가 크기도 하고, 기념이나 재미로 일회용 카메라의 카메라 부분은 내 것으로 하고 싶다면 필름만 꺼내 맡기고 싶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일회용 필카에서 필름을 꺼내는 방법을 알아보겠습니다.



일회용 필카들은 필름이 카메라 속에서 모두 꺼내져 반대쪽에 감겨 있다가 촬영하면서 파트로네(매거진)안으로 감겨 들어가는 방식입니다. 그러니까 남은 컷 없이 다 찍어야 필름을 꺼낼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필름 감는 다이얼을 돌려서 셔터가 장전되지 않고 헛도는 걸 확인할 수 있으면 됩니다. 덜 찍었다면 발꼬락이라도 마구 찍으세요 ㅋㅋ



다 찍어서 카운터가 0에 오면 필름 감기 다이얼을 돌려도 계속 헛돌 겁니다. 이제 필름을 꺼내면 됩니다.



바닥에 필름통 뚜껑같은 곳이 있을 겁니다. 코닥이 아니라 후지나 다른 브랜드의 일회용이더라도 바닥쪽을 보면 이렇게 열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날카로운 것으로 뚜껑을 들어냅니다. 이 코닥 펀세이버는 뚜껑이 딸깍 열리면서 떨어지지만 다른 것들은 약간 찢어지기도 하고 그럽니다. 필름만 꺼내면 되니까 문제는 없습니다.


아무튼 이렇게 필름이 보입니다.


아래쪽으로 필름을 떨어뜨리면 쏙 빠져나옵니다.


자아.. 필름이 나왔습니다. GT 코닥800짜리, 27컷 필름이네요. 컬러필름입니다. 이것만 컬러필름으로 현상소에 맡기면 됩니다.


후지의 27컷짜리 일회용 필름도 이렇게 흰색으로 되어 있습니다.



최근에는 일포드의 흑백필름을 장착한 일회용 카메라, 투도르나 로모의 일회용 카메라도 판매되는 것 같습니다. 관광지 같은 곳에서 판매되는 미라* 같은 일회용 카메라는 이렇게 필름만 꺼낸 일회용 카메라를 재생해서 판매하기 때문에 가격이 저렴하기도 합니다.


이제 일회용 카메라에서 필름을 꺼냈으니 카메라는 여러분의 것이 되었습니다. 그냥 가지고 노셔도(!) 되고 혹은 다시 필름을 장착해서 사진을 찍으셔도 되겠습니다. 일회용 카메라에 필름을 다시 장착하는 방법은 검색해보세요. 의외로 많이 어렵지는 않습니다.


다만 필름을 다시 장착해서 사용하실 때에는 400 이상의 높은 감도를 이용하시는 게 좋습니다. 일회용 카메라의 노출시스템이 열악하기때문에 낮은 감도의 필름을 사용하신다면 어두운 곳에서 촬영한 사진들이 다 제대로 안 나오기도 하거든요.


그럼 즐거운 일카 하세요.



Posted by 이루"
사진이야기2017. 3. 5. 21:13

흑백도 슬라이드필름이 있습니다. 들어보셨어요?


리버설(포지티브) 필름을 보통 슬라이드 필름이라고 부릅니다. 대부분의 슬라이드 필름은 컬러이지만 흑백도 슬라이드가 있었죠. 아그파의 스칼라(scala) 필름이 가장 유명했었습니다. 흑백이 무슨 슬라이드냐 하실 수도 있지만 실제 현상된 필름은 아주 대단히 아름답습니다. 인화지로 보는 사진보다 라이트박스에서의 Dmax Dmin이 아주 넓기때문에 흑백이면서도 현실감이 넘치는 박력있고 섬세하고 감동적인 장면이 보이죠.


현상도 쉽지는 않아서 미국(현재 알려진 곳들은)의 몇몇 현상소에서만 가능합니다. 얼마전 포마에서 R100이라는 흑백 리버설 필름과 현상킷을 같이 내놓았었는데 실제로 현상된 필름을 본 적은 없습니다. 그러더니 이번에는 ADOX에서 스칼라라는 이름으로 또 흑백 리버설 필름과 현상킷을 내놓았네요. 왜 더 범용적인 필름들이 아닌 특수한 필름들을 자꾸 내놓는지는 모르겠지만 여튼 반갑습니다.


그랬더니 아주 가끔씩 이런 필름들이 현상 가능하냐고 물어보는 분들이 계시네요. .. 아쉽지만 가능하지 않습니다.


개인용 현상킷과 상업적 현상서비스는 일대일로 매칭되는 것은 아닙니다. 상업적 현상이란 무엇보다도 품질이 보장돼야 하고, 수익성이 있을 만큼의 원가와 서비스가격이 형성될 수 있어야 하고, 그러려면 수요가 그만큼 있어야 하겠죠.

해당 필름들의 전용 현상킷을 구해서 재고를 확보하고 테스트와 안정화를 거쳐 실제 서비스를 진행해야 하는데 안정적인 약품 수급도 어려울 뿐더러 서비스 가격도 저렴하지 않을 겁니다. '그렇게 비싸면 안 쓰고 말지'의 수준이 되면 진짜 궁금한 분들은 직접 구입해서 해보시든가 아니면 정말 아무도 안 쓰시겠죠.


하지만 그런 류의 노력을 해보지 않은 건 아닙니다. 아직 필름작업 수요가 최저점을 찍기 전 무렵에 흑백 슬라이드 현상을 위해 연구를 좀 하고 리버설 노광이나 약품의 수급을 위해 직접 화공약품을 조제해서 테스트를 했었습니다.

흑백슬라이드용으로 나온 그 필름들뿐만아니라 보통의 흑백 네거티브 필름들도 리버설 현상 프로세스를 거치면 슬라이드로 현상 가능합니다. Tmax류의 필름들과 몇몇 필름들은 아주 결과가 좋고, 몇몇 필름들은 컨트라스트가 약해서 좋지는 않고.. 그런 식입니다. 코닥에서 Tmax용 리버설 현상킷을 따로 팔기도 했었어요.


이걸 하려고 리버설 노광을 위해서 거대 형광등을 이용한 노광킷도 만들고 그랬었는데....


bleach 약품이 엄청나게 독한데, 이 부분의 약품 조제가 성분의 문제로 약간 실패작이었고 재시도하려고 하다가 사업적 문제가 생겨 중단했었습니다. 안정적 작업이 가능했더라면, 그리고 사업적 문제가 없었더라면 그 때 아마도 흑백슬라이드 현상 서비스를 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스칼라나 그런 필름들만이 아니라 보통의 흑백필름을 슬라이드로 현상해주는..


그 때 실패작이었던 필름을 오늘 문득 발굴했었네요. 블리치가 너무 강한 탓에 유제가 마구 흐물흐물 녹아내려서 실패했던 필름이었습니다. 포지티브이긴 한데 망한 거죠. 무려 중국산 럭키필름.




이런 기억이 나서, 언젠가는 다시 연구를 재개해볼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쉽지는 않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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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가: 2018년 3월부터 포토마루에서 포마판 R100을 시작으로 흑백슬라이드 현상을 시작했습니다. 

Posted by 이루"
사진이야기2017. 3. 1. 16:04


'아직도 일회용 필카가 나와?'하시는 분들 계시지만 아직은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습니다. 특히 여름 휴가철이나 휴양지에서 물에 들어갈 때 쓸 카메라로는 일회용 방수카메라만한 것이 또 없습니다. 그런데 이 일회용 카메라도 좀 더 성공적으로 사진을 잘 찍을 수 있는 방법들이 있습니다. 왜 그런지를 설명하자면 그래도 꽤 길어지니까 그냥, 무조건 참고하세요. 특히 1번 2번이 제일 중요합니다.



일회용 카메라로 사진 잘 찍는 팁:


1. 될수록 낮에 밖에서 찍으세요 2. 웬만하면 어디서나 무조건 플래시 터뜨리세요(심지어 낮에도!) 3. 렌즈를 가리게 잡으면 사진에 손가락 나와요 4. 손 쭉 뻗은 거보다 조금 더 떨어져 찍으세요 5. 다 찍었으면 얼른 맡기세요


끄읕.


Posted by 이루"
사진이야기2017. 2. 22. 21:19

2019년 6월 현재 코다크롬 필름 현상 서비스는 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나옵니다. 시험적으로 현상에 성공했었는데 상업적 서비스에는 문제가 있었거나, 혹은 실제 현상에 성공하지 못했었을 수도 있네요. (그 이후 저는 아직 여기서 현상받았다는 필름을 본 적이 없습니다.) 아쉽네요.



코다크롬(Kodachrome) 필름이 다시 현상 가능해지다


전통적으로 사진술(photography)는 필름(혹은 그 옛날에는 유리판 등)에 역상(negative)을 만들어 그것을 인화지에 대고 노광을 줌으로써 종이에 완성된 사진을 얻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필름 자체로 역상이 아닌 정상의 상을 얻도록 현상할 수 있게 한 방법이 있었으니 그래서 네거티브가 아닌 포지티브(positive) 혹은 리버설(reversal) 이라고 부르는 필름이 바로 우리가 흔히 말하는 '슬라이드' 필름이었고 그것은 필름 자체만으로도 눈으로 볼 수 있는 정상의 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 슬라이드 필름에는 내식 필름과 외식 필름의 두 가지가 있었는데, 아직까지도 구입하고 사용해볼 수 있는 슬라이드 필름들은 모두 내식(발색유제가 필름에 있는)이고 코다크롬이라고 불리는 필름이 바로 외식(발색유제가 현상액에 있는) 필름이었습니다. 외식필름은 그래서 더 감광특성이 좋아 많은 이들이 사랑했었다고 합니다. 물론 내식 필름도 기술의 발전으로 외식 못지 않은 품질을 보여주게 되었습니다만. 내식 필름은 흔히 엑타크롬(Ektachrome)이라고 부르는 그 방식이고, 코닥의 엑타크롬 뿐만아니라 후지필름이나 그밖의 메이커들이 만들어 내놓는 E-6 현상 방식의 모든 필름이 다 엑타크롬입니다.




코다크롬 필름은 매우 복잡한 K-14라는 방식의 현상과정을 거치는데, 그래서 아무 곳에서나 현상하지 못하고 코닥이 지정한 현상소에서만 거의 현상 가능했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88올림픽을 전후해서 주로 기자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코다크롬을 현상하는 현상소가 있었지만 올림픽이 끝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중단했었습니다. 그 후에는 일본, 미국 등에서 현상가능했었는데, 코닥은 경영이 악화되던 그 무렵, 2009년에 코다크롬 필름의 생산을 중단했고 이듬해 2010년에 현상까지 종료했습니다.


마지막 코다크롬 필름들을 사진가 스티브 맥커리가 촬영했다는 얘기도 유명하죠. 하지만 코다크롬으로 촬영된 진짜 마지막 컷은 코다크롬 현상소였던 미국의 Dwayne's Photo의 직원들이 단체로 촬영한 컷이었다고 합니다.


케이채님의 블로그에 자세한 이야기가 쓰여 있네요.


그리고나서 2012년에는 코닥은 자신들이 생산하던 엑타크롬 방식의 슬라이드였던 E100VS와 E100G까지 생산을 중단합니다. 많은 분들이 충격에 빠졌었죠.


그로부터 5년 후, 코다크롬 현상이 종료된 지 거의 만 6년 후, 코닥은 필름사진의 새물결을 확인하고 엑타크롬 필름의 재생산을 발표하기에 이릅니다. 그리고 그것뿐만이 아니라 시장 상황에 따라 코다크롬 필름도 다시 만들어볼까 어쩔까 한다는 의향까지 흘리기도 했습니다. 만일 코닥이 코다크롬 필름까지 다시 생산한다면 누군가 어디선가 지정된 현상소가 다시 K-14 프로세스를 처리한다는 이야기가 되고, 미처 사용하지 못하고 냉장고에 잠들어 있던 전 세계의 코다크롬 필름들이 다시 촬영되고 현상될 수 있겠지요.


그런데...


코닥이 지정하지 않았지만, K-14 역시 필름을 현상하는 과정이고 화학 약품들로 이루어진 프로세스였기에 도전하는 분들이 있었습니다. 작년께에는 호주에선가 코다크롬 필름의 컬러현상에 성공했다고 하는 분의 페이스북 포스팅이 화제가 되기도 했었습니다. 하지만 개인이었기때문에 다른 사람들의 필름을 받아 현상해주는 일을 하기는 어려웠던 모양입니다. 물론 품질도 완벽하지 않았을 수도 있구요.


다른 분들도 이런 연구를 계속 했던 모양입니다. 


급기야 올해 1월 25일쯤에 '코다크롬 필름의 컬러현상에 성공했고, 여러분들의 필름도 현상해드리겠다'는 발표를 미국의 개인 현상소에서 포스팅합니다. 'Piratelogy Studio'라는 타이틀을 달고 Etsy.com 에 입점해 있는 개인(으로 보이는) 분입니다. 클래식 카메라들이나 빈티지 스트랩, 기타 물건 등을 판매도 해 온 분이었고 코다크롬 필름의 현상에 성공해서 다른 분들을 위해 서비스한다고 하고 있습니다.




한 롤 현상하는 데 $25라고 합니다. 그 희귀성을 생각하면 엄청나게 비싸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한국으로 배송해주는 데에는 26불 가량이라고 나오네요. Kodachrome 25, 64와 200을 현상할 수 있으며 135와 120/220 필름을 처리 가능하고 8mm나 16mm등의 영화용 필름들은 안된다고 합니다. 


Etsy.com의 Piratelogy Studio의 코다크롬 현상서비스 페이지에 들어가서 원하는 수량만큼을 결제하면 필름을 보낼 주소를 알려준다고 합니다. 몇몇 샘플 컷들도 이 페이지에 올라와 있네요.


미국의 어디일테니까 보내는 데 드는 비용, 현상료, 반송비용까지 고려하면 대략 일단 한 롤 현상하는 데에 7만원 이상 정도의 비용이 들 것으로 보입니다. 롤당 3만원씩 더 들겠구요. 기간은 2~3주 정도는 생각하라고 합니다. 하지만 코다크롬을 컬러 슬라이드로 현상할 수 있다는 데에야..


여러분의 코다크롬 필름들의 행운을 빕니다.


(어쩌면 나중에 언제가 될 지 모르는 그 나중에 코닥이 다시 코다크롬을 현상해준다고 할 때까지 기다리시든가요)


Posted by 이루"
사진이야기2017. 2. 11. 15:01

이루의 필름으로 찍는 사진, 2016년 개정판



10년 전인 2007년 가을에 어쩌다 '이루의 필름으로 찍는 사진'이라는 책을 내게 됐었습니다. 그래도 꽤 많은 분들께 좋은 반응을 얻어서 2011년에는 1권에서 미처 못했던 얘기들을 모아 2권을 내기도 했었죠.


그러다가 여러 해가 지나 1권은 품절이 되고 절판이 되어 더는 발매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10년이 훌쩍 흘러버렸습니다. 필름사진은 워낙 오래된 역사를 가지고 있는 것이고 시대에 따라 그다지 변할 것도 없다고 생각했었는데, 막상 정리하고 따져보니 엄청나게 많은 것들이 변해 있더군요.


그래서 작년 8월에 '이루의 필름으로 찍는 사진' 1권의 개정판을 새로 발매했었습니다. 이미 온라인과 오프라인 유명 서점가에서 판매되고 있습니다.




2016년을 기준으로 필름사진을 즐기는 시대적 방법에 대해 많은 부분을 고쳐 썼습니다. 책 크기가 커서 휴대가 불편했던 점도 판형을 고쳐 개선했구요.


코닥에서도 새로이 여러 필름들을 다시 내놓는다고 하고, 이 시대에 새로 필름사진을 시작하시는 분들도 많이 보이고, 그래서 디지털과 모바일, 스마트폰 시대에는 필름사진을 어떻게 즐길 것인가 하는 부분까지 다루어보았습니다.


막상 제 블로그에는 이 책과 관련된 포스팅이 없었길래 한번 올려놓습니다.


책값은 정가 18,000원인데 약간 할인해서 구매 가능한 듯합니다. 그리고 여전히 무료현상스캔, 슬라이드는 할인쿠폰이 첨부되어 있습니다. 책값의 절반 이상은 뽑으실 듯합니다. ^^;



Posted by 이루"
사진이야기2017. 2. 5. 10:39

"스캔은 6메가로 나옵니다"


자가스캔하시면서는 주로 dpi만 생각했었는데 업소에 맡길 때 어느 정도 크기로 스캔해주느냐고 물으면 이렇게 답변을 듣고는 합니다.  5메가로 나온다는 곳도 있고 그렇죠. '메가'는 물론 MB, 메가바이트를 얘기합니다.


가상드럼(이마콘) 스캔 같은 경우는 50메가, 100메가... 기가라면서 용량당 가격을 받기도 합니다. 그럼 이 용량은 어떤 기준으로 결정되고 어떻게 계산되는 걸까요?


일단 중요한 결론을 하나 먼저 얘기하자면 이 용량은 파일 탐색기나 파인더에서 보이는 "jpg 파일의 크기"는 아니라는 겁니다.


jpg 파일은 jpeg 이미지 압축 방식에 의해 압축된 이미지입니다. 6메가니 5메가니 하는 용량으로 해준다고 했는데 집에 와서 열어보니 고작 몇백 KB 밖에 안 되는 파일 크기들이 보이기도 합니다. 너무한다거나 사기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서로 생각하는 이미지의 크기 단위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6MB는 이미지의 비트맵(bitmap) 사이즈를 얘기합니다. 주로 '포토샵에서 열었을 때 이미지 사이즈다'라고들 얘기합니다.



포토샵에서 1818x1228 픽셀짜리 이미지를 하나 열어본 화면입니다. 이 이미지는 필름을 스캔한 것이고 많은 현상소에서 '6MB'라고 얘기하는 사이즈입니다. 이 이미지의 jpg 크기는 432KB밖에 안 됩니다. 


6MB와 432KB의 차이는 압축에서 옵니다. 이 이미지를 포토샵에서 열면 위에서 보이는 것처럼 Doc: 6.39M 라고 돼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이미지의 비트맵 사이즈입니다.


이 비트맵 사이즈는 이렇게 결정됩니다.


가로픽셀수 x 세로픽셀수 x 채널(픽셀당바이트수)


Channels: 3(RGB Color, 8bpc) 라고 적혀 있는 것은 이미지의 구성이 3개의 채널로 되어 있고 RGB(Red, Green, Blue)의 3색이고 채널당 8비트라는 의미입니다. 한 픽셀이 빨강 8비트, 녹색 8비트, 파랑 8비트의 24비트로 이루어집니다.


그러니까 비트맵의 가로세로 크기는 1818x1228 = 2,232,504 픽셀이고 약 223만 화소(pixels)가 됩니다.


이게 픽셀당 24비트, 즉 3바이트이니까 1818x1228x3 = 6,697,512 바이트가 됩니다.


이것을 메가바이트로 환산하면 1MB는 1,000,000바이트가 아니고 실제로는 1024x1024 바이트이기때문에 포토샵에서 보여주는 것처럼 6.387MB 가 됩니다.


즉, 이미지의 비트맵 용량은 압축하고 난 뒤의 jpg 파일의 크기가 아니고 가로세로 픽셀수와 픽셀당 비트뎁스(bit depth)로 이루어집니다.


복잡하고 거친 패턴이 많은 이미지는 압축이 잘 안돼서 같은 jpg 파일이어도 크기가 크고 단순하고 부드러운 이미지는 압축이 잘 돼서 훨씬 더 작은 jpg 사이즈를 가집니다. 또 jpg는 압축율을 설정할 수 있기 때문에 더 많이 압축하느냐 덜 압축하느냐에 따라 같은 이미지라고 하더라도 용량 차이가 나기도 합니다.


그러니까 6MB의 스캔은 '가로세로 1818x1228 픽셀의 8비트 jpg로 스캔해줌'이라고 생각하시면 되는 거죠.


Resolution: 72 pixels/inch 라고 되어 있는 것은 이미지가 화면용 메타데이터로 설정돼 있다는 걸 의미합니다.


많은 모니터들의 도트 피치(도트당 간격)이 72 dpi 정도이기때문에 이렇게 설정해두는 것인데, 이것을 간혹 스캔 해상도라고 생각하고 왜 72밖에 안 되느냐는 의문을 갖는 분들이 계십니다. 


이것은 36x24mm의 크기를 갖는 필름을 72dpi로 읽어들인다는 의미가 절대로 아닙니다.


36x24mm는 인치로 환산하자면 1.417 x 0.944 인치입니다. 이것을 72dpi(인치당 72 dot)로 읽어들였다면 결과물은 고작 1.417x72 = 102, 0.944x72 = 68, 즉 102x68 픽셀의 크기밖에 안 됩니다. 이럴 수는 없죠.


1818x1228 픽셀의 이미지는 1818/1.417 = 1282 즉 1280 dpi 정도의 해상도로 읽어들인 것입니다. 72 dpi는 이미지의 EXIF에 기록해두는 '메타데이터'일 뿐입니다. 스캐너에 따라 메타데이터가 전혀 설정되어 있지 않을 수도 있고, 300dpi로 설정되어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 숫자가 중요한 게 아니라 가로세로 크기와 비트뎁스, 그리고 이미지의 실제 해상력과 픽셀마다의 계조가 진짜로 중요한 것이죠. 폰 카메라에서 천만화소라고 하는 것과 DSLR에서 천만화소라고 하는 이미지의 화질 차이 같은 것입니다.


'5MB로 스캔된다'고 하는 곳도 있을텐데 아마도 그쪽의 장비에서 나오는 기본 해상도의 비트맵 사이즈가 5MB인 모양입니다. jpg가 5MB라는 것은 무척 큰 이미지라는 얘기입니다. 5MB짜리 jpg가 있다면 포토샵에서 열어보세요. 비트맵 사이즈는 그것보다 열 배 이상 클 겁니다. 아마도 한 쪽 변이 5천픽셀도 넘어야 할텐데 이렇게 큰 이미지로 스캔을 해주면서 'jpg로는 5MB이다'라고 얘기했을리는 없을 겁니다. 그리고 그런 이미지들이 균일하게 5.0MB이지는 않을테고 이미지의 복잡도에 따라 사이즈가 꽤 차이가 날 겁니다.


압축을 하면 화질에 미묘한 손실이 있기 때문에 초 고해상도의 이미지를 만들어낼 때는 비압축방식으로 된 TIFF 포맷을 많이 사용합니다. 그래서 이마콘으로 스캔받은 이미지의 TIFF는 탐색기에서 보아도 그 용량으로 보이곤 합니다. jpg로 저장하면 용량이 확 줄지요. 같은 가로세로 크기의 이미지라도 흑백의 경우 용량이 더 작은 이유도 그런 것입니다.


집에서 스캔하시면서 4000dpi로 설정하면 얼마의 용량으로 스캔하게 되는 걸까 계산을 해볼까요?


(1.417x0.944)x4000 = 5668x3776 픽셀이고 24비트라면 64MB 가량이 됩니다. 이것을 jpg로 저장하면 컷당 5~8MB 가량의 용량이 나올 것으로 보이네요.



이해가 안되셨다면 찬찬히 다시 읽어봐주세요.. 숫자놀음은 역시 머리아픈 것입니다. ㅎ



Posted by 이루"
사진이야기2017. 1. 27. 13:32

이마콘(Flextight) 가상드럼(Virtual drum) 스캐너와 업소용 스캐너간의 비교



세칭 이마콘 Imacon이라고 불리는 스캐너는 많은 분들이 '끝판왕'이라고들 알고 계십니다. 워낙 가격도 가격인데다가 생김새도 독특해서 대체 어떤 방식으로 동작하는 것인지 궁금하기도 하실테고, 어떤 식으로 스캔이 진행되는지도 궁금하실테죠. 이마콘 스캐너들의 전형적인 생김새는 이렇습니다.


 이마콘 플렉스타이트 646스캐너



이외에 848이나 949, 현행 모델인 X1이나 X5도 모양과 스타일, 크기는 거의 비슷합니다. 구형 모델은 가로로 누운 모델도 있지만 방식과 원리는 같습니다. 높이가 65cm, 무게는 무려20kg이 넘는 통 주물 하우징으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앞에 혓바닥처럼 내민 부분이 필름홀더를 장착하는 곳이고 저기에 스캔할 필름을 세팅한 후 전용 소프트웨어를 구동시키면 홀더가 스캐너 안으로 빨려들어가면서 동작합니다.


진짜 드럼 스캐너는 필름이나 인화물 같은 원고를 원통형 드럼에 오일을 발라 밀착시켜 고속으로 회전시키면서 정밀하게 상을 읽어들이는 방식이었지만, 월등한 품질에도 불구하고 오일을 발라야만 하기때문에 한번 스캔하고 나면 아무리 잘 닦아내도 원고가 훼손된다는 단점이 있었습니다.




이마콘의 가상드럼스캐너는 위의 그림에서 보듯 원고가 내부의 원통형 구조를 따라 둥글게 감기면서 들어가는데, 이렇게 '원통형으로 굽어지는 평면의 접선 부분은 완벽한 직선을 이룬다'는 특허 원리를 이용해서 초초초 정밀한 초점과 스캔이 가능한 방식이어서 '가상' 드럼이라고 부릅니다. 실제 테스트한 바로는 진짜 드럼스캐너를 이용한 결과물보다 나으면 나았지 떨어지지 않는다고들 하네요.


우수한 광학적 성능은 스캐너의 가장 큰 덕목입니다. 다만 그 외에는 많은 단점들이 있는데, 이런 방식이기 때문에 홀더가 지원하는 길이 이상의 필름을 한번에 스캔할 수 없고(롤스캔 불가) ICE를 이용한 먼지/스크래치 제거가 되지 않아 스캔된 이미지에서 수작업으로 먼지를 지워주어야 한다는 점, 그리고 우수한 계조때문에 일반적으로 우리가 보는 사진들의 색상과 조금 다른(!) 결과물을 얻게 된다는 점 등이 아쉬움입니다. 높은 가격은 단점이라고 보긴 그렇구요.


이전의 기종간 리뷰에서 보았던 그 이미지를 다시 한 번 볼까요?


위에서 아래로 순서대로 후지-노리츠-코닥-이마콘입니다.



후지


노리츠


코닥랩


이마콘



위의 세 기종들은 모두 시원한 반면 이마콘의 이미지는 어딘가 답답해 보이실 겁니다. 오른쪽 담장이 가장 어둡게 나왔고 왼쪽 가장자리 어두운 부분들도 가장 밝게 나온 듯해 보입니다. 한마디로 명부(하이라이트)와 암부(섀도우) 부분이 다 살아있다는 뜻입니다. '컨트라스트가 낮다'라고 이야기할 수도 있겠지만 스캐너의 능력이 되지 않으면 아무리 컨트라스트를 낮추어도 밝은 부분과 어두운 부분의 계조를 다 읽어들일 수 없습니다. 


보통은 계조를 읽어들이지 못하고 하얗게 날아간 명부를 '화이트홀'이라고 부르고 위의 세 스캐너에서는 어딘가 그런 부분이 있지 않을까 싶은 정도의 하얀 부분이 보이는 듯도 합니다만 아래의 이마콘은 그래 보이는 부분이 전혀 없습니다. 암부도 마찬가지죠.


이마콘같은 이미지는 컨트라스트를 높여 쨍하게 만들어줄 수는 있지만 반대로 이미 날아간 계조는 다시 살려낼 방법이 없기 때문에 스캔된 이미지를 활용하는 측면에서는 비교할 수가 없습니다.


물론 시각적으로는 여러분이 느끼신 것처럼 이마콘의 이미지가 상쾌하고 깔끔해보이는 것과는 거리가 있을 수 있습니다. 리터칭이 필요할테죠.


계조가 좋은 것뿐 아니라 사실 이마콘의 가장 뛰어난 점은 해상력입니다. 그저 스캔해 놓은 이미지의 가로세로 크기와 용량만 크다고 더 좋은 품질의 이미지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평판스캐너들도 광학해상도 9600dpi니 하지만 광학해상도 8000dpi의 이마콘과는 게임이 되지 않습니다. 필름전용 스캐너들도 4000~6000dpi 정도를 지원하지만 분해능은 이마콘에 비해 떨어집니다. 업소용 스캐너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래는 다시 순서대로 후지-노리츠-코닥-이마콘의 순서입니다. 이마콘으로는 50mb의 용량으로 스캔했으며 대략 5100x3300 픽셀 정도가 됩니다. 나머지 세 업소용 스캐너들은 그런 해상도가 지원되지 않거나 하기 때문에 업스케일링으로 같은 크기로 맞추었고 100%를 크롭했습니다. 각각의 이미지들을 클릭해보시면 원본사이즈로 커집니다.


후지


노리츠


코닥랩


이마콘



굳이 클릭해서 원본을 100%로 보지 않으셔도 대강 차이는 보이시겠지만 그래도 한번씩 원본을 클릭해서 자세히 보셔도 좋습니다. 이마콘의 경우는 그냥 선예도가 좋은 게 아니라 필름의 입자 하나 하나가 구분이 되고, 그것들이 만드는 상이 고스란히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후지가 가장 해상력이 떨어지고 뭉개져 있으며 노리츠는 뛰어난 해상력을 보이지만 채도가 너무 강해서 원색이 튀고 모래알같은 입자감이 거슬립니다. 코닥 랩스캐너가 셋 중에서는 가장 좋아보이지만 붉은 기운이 강한 편이네요. (조정해야겠습니다)


이마콘의 이미지는 이렇게 좋지만 또 사진 전체로 보면 깔끔한 맛이 떨어지는 답답함이 밀려옵니다. 여자친구의 얼굴을 마크로 렌즈로 클로즈업해서 땀구멍과 피지까지 다 보이게 선명하게 찍으면 싫어한다고들 했던가요? 인물사진에서 해상력이 떨어지는 뽀샤시가 많이 쓰이는 것은 사진이 지녀야 할 가치가 무조건 선명하거나 계조가 좋거나 한 것만은 또 아니라는 점을 말해주기도 하죠.


하지만 스캐너는 필름이 가진 아날로그 정보를 가장 손실이 적게 디지털 데이터로 변환해주는 게 좋은 겁니다. 그것을 취향과 목적에 맞게 가공하고 활용하는 것은 그 이후의 일이죠.


그렇지만...


이마콘으로 스캔된 이미지를 보정하고 먼지를 지우고 컬러를 맞추고.. 하는 작업은 매우 무척 고되고 어려운 일입니다. 맨 아래의 이미지를 위의 셋 중 하나와 비슷하게 만져낸다고 생각해보세요... ㅋㅋㅋ...


(실제로 이마콘으로 스캔했는데 색이 왜 이러냐, 하는 분들도 많이 계십니다. 업소용이나 개인용 스캐너로 이전에 작업했을 때는 읽어들이지 못했던 계조나 선명도가 이마콘에서는 읽어들여지고 더 보이는 때문입니다..)


가정에서 평판스캐너를 사용할 때 가장 번거롭고 시간이 많이 걸리는 부분은 의외로 홀더에 필름을 세팅하고 다루는 등의 과정입니다. 일부 필름전용 스캐너들도 홀더 다루는 것에 많은 시간이 걸리고 불편하죠. 이마콘도 예외는 아닙니다. 그런데 그것보다 훨씬 더 불편한 점은 ICE를 탑재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먼지/스크래치 제거가 전혀 안 된다는 점입니다. 아무리 잘 불어가며 작업해도 먼지는 눈에 보이지도 않는 수준이죠. 포토샵의 도장툴이나 힐링브러시로 지워줘야만 합니다. 1만 픽셀이 넘는 이미지를 띄워놓고 몇 시간씩 먼지를 지우는 작업은 때로는 고오오오오통이지요...



네.. 즐거운 필름생활입니다.





Posted by 이루"
사진이야기2017. 1. 27. 09:47

의도하지 않았던 다중노출을 겪는 경우-


필름을 작업하면서 일하다보면 의외로 여러가지 상황들을 만나게 되는데요, 필름이 끊어지거나 찢어진 경우, 촬영되지 않은 새필름(공필름), 종류(컬러/슬라이드/흑백)가 혼동된 경우, 감도설정이 잘못된 경우, 다중노출된 필름 그리고 그밖의 경우들 등등등이 있습니다.


다중노출은 의외로 자주 겪는데요, 의도해서 촬영된 다중노출 필름들이 약 1% 정도, 그리고 의도치 않은 사고에 의한 다중노출이 99%쯤 되는 거 같아요. 의도치 않은 다중노출의 95% 이상은 찍다가 감아둔 필름 혹은 찍어서 감아둘 때 끝을 남겨둔 필름에서 생기곤 합니다. 둘 중에서는 찍다가 감아둔 필름에서 생기는 경우가 압도적으로 더 많습니다.


그래서 보통은 찍다가 감았다가 다시 끼워서 컷수 넘기고 다시 찍고 하는 거 권장하지 않는 편입니다. 관리 잘 하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그냥 한 롤은 한 카메라에서 다 사용하고 꺼내시는 게 좋겠죠.


특히 몇몇 좋은(..) 카메라들의 경우 컷과 컷 사이에 촬영데이터를 기록하거나, 혹은 공셔터를 날려도 촬영한 날짜가 스탬프로 찍히게 설정된 카메라에 사용하시면 전에 촬영된 컷들과 새로 날리는 공셔터때문에 다중노출을 피하더라도 데이터나 날짜가 겹쳐 찍히는 경우도 많습니다.

 


Posted by 이루"
사진이야기2017. 1. 17. 21:26


 

 

필름 포장 박스에 쓰여있는 09/2007 은 이 필름의 유통기한이 그때까지임을 보여줍니다. 이 사진은 2007년 초에 찍은 듯하니 당시로서는 유통기한이 지난 필름은 아니었었습니다. (이미 2009년이니 이 필름을 아직도 사용하지 않았다면 유통기한이 이미 1년 반 정도 지났을지도) 

 

정확한 용어라고 말할 수는 없는 '유효기간'혹은 '유통기한' 정도의 명칭들이 통용됩니다. 둘 다 필름에 대해서는 비슷한 의미를 가집니다.

 

이 날짜는 대체로 제조일로부터 2년 정도로 표기되는데, 필름이 건냉소(보통의, 춥고 덥지 않은 실내 정도)에서 상온에서 보관될 경우 2년 정도까지는 문제가 없기 때문입니다. 필름에 발라져 있는 유제는 화학물질이기때문에 서서히 반응이 진행되어 그 성질이 변하게 되는데, 특히 따뜻한 곳에서 그 반응은 더 빨리 진행되기때문에 필름을 오래 보관하기 위해서는 일단 온도가 높은 곳은 피해야 합니다.

 

통상 필름은 냉장하여 보관하는 게 정석입니다. 냉장고에 넣고 보관하면 되고, 더 오래 보관하려면 냉동하면 됩니다. 단, 필름을 사용하기 전 한두 시간 전에는 꺼내 서서히 실온이 되도록 해야 기온차이때문에 발생하는 결로현상(습기가 맺히는 현상)을 방지할 수 있습니다.

 

유통기한이 지나면 어떻게 될까요?

 

표시된 유통기한은 위에서 설명한 것처럼 표준적 보관형태(건냉소, 실온보관)일 경우를 위해 쓰여 있는 것입니다. 슈퍼마켓에 진열되어 있는 우유의 유통기한은 냉장보관했을 때의 유통기한이지, 따뜻한 아랫목에 놔뒀을 때를 보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따라서, 필름의 상태는 단지 유통기한이라는 숫자에만 달린 것은 아니고, 보관상태에 따라 그 기한 안에도 변질되거나 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반대로 유통기한이 지났다고 해서 필름이 항상 변질되는 것도 아닙니다. 냉장, 냉동보관한다면 5년 10년도 문제없이 보관이나 사용이 가능합니다. 아직도 현상소에는 10여년 전 단종된 전설의 필름 Ektar 25 같은 것들이 가뭄에 콩나듯 접수되기도 합니다. 물론 대부분 정상적인 성능을 보여줍니다. 보관이 잘 되었다는 뜻입니다.

 

필름 포장에 적힌 유통기한은 그래서, '정상적 유통을 위한 한계기간'임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해하는 게 좋습니다. 필름을 판매하고 유통하는 곳에서 정상적으로 보관하며 판매할 때, 이 기간이 넘거나 혹은 얼마 남지 않은 필름에 대해서는 정상적 판매가 어렵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구매자의 입장에서는, 신선한 필름을 구입하게 되는 것이죠.

 

그러니 단순이 유통기한이 지났다고 해서 필름의 성능에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어떻게 보관되었는가가 더 중요합니다. 냉장고에 있는 우유가 유통기한 날짜가 지난다고 무조건 상하는 게 아니듯 말입니다.

 

그럼 유통기한 말고, 실제로 필름이 변질되면 어떻게 될까요?

 

변질된 필름이 보여주는 증상은 대체로 필름의 종류마다 다릅니다.

 

컬러네거티브 필름: 전체적으로 포그(fog)를 먹어 베이스가 진하게 변색되거나 혹은 오렌지색이 녹색 등으로 변색되어버리거나 하며, 상은 매우 흐리게 맺히거나 혹은 아예 맺히지 못하거나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변질되면 색상이 틀어지고, 입자가 거칠어집니다. 사진은 노출부족과 함께 컨트라스트가 약해집니다.

 

슬라이드필름: 상이 진하게 맺히지 못하고 전체적으로 흐리게 됩니다. 착색이 덜 되어 물이 빠지는 정도가 변질된 정도를 보여줍니다. 물이 빠진 부분이 녹색으로 변색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입자는 거칠어지고 상은 약하며 컨트라스트가 떨어집니다. 상이 약하니 계조도 좋을리가 없습니다.

 

흑백필름: 가장 오래 견딥니다. 그러나 너무 변질되면 현상시 유제가 흐르거나 뭉개지기도 합니다. 상이 약하게 맺히거나 입자가 거칠어지고 암부 명부의 계조가 죽습니다. 특히 흑백필름의 경우 습하게 보관하면 필름에 곰팡이가 피기도 합니다.(현상을 위해 릴에 감을 때 필름표면에 손가락이 닿으면 미끌거리는 느낌이 아주 불쾌합니다) 곰팡이가 피면 현상을 마친 필름의 상에 동글동글한 형태의 무늬들이 불규칙하게 나타나기도 합니다.

 

 

정상필름(위)와 변질되어 상이 약해져버린 슬라이드필름(아래)

슬라이드필름이 변질되면 이런식으로 녹색이 되기도 한다.

 

 

 

Posted by 이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