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캔은 6메가로 나옵니다"
자가스캔하시면서는 주로 dpi만 생각했었는데 업소에 맡길 때 어느 정도 크기로 스캔해주느냐고 물으면 이렇게 답변을 듣고는 합니다. 5메가로 나온다는 곳도 있고 그렇죠. '메가'는 물론 MB, 메가바이트를 얘기합니다.
가상드럼(이마콘) 스캔 같은 경우는 50메가, 100메가... 기가라면서 용량당 가격을 받기도 합니다. 그럼 이 용량은 어떤 기준으로 결정되고 어떻게 계산되는 걸까요?
일단 중요한 결론을 하나 먼저 얘기하자면 이 용량은 파일 탐색기나 파인더에서 보이는 "jpg 파일의 크기"는 아니라는 겁니다.
jpg 파일은 jpeg 이미지 압축 방식에 의해 압축된 이미지입니다. 6메가니 5메가니 하는 용량으로 해준다고 했는데 집에 와서 열어보니 고작 몇백 KB 밖에 안 되는 파일 크기들이 보이기도 합니다. 너무한다거나 사기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서로 생각하는 이미지의 크기 단위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6MB는 이미지의 비트맵(bitmap) 사이즈를 얘기합니다. 주로 '포토샵에서 열었을 때 이미지 사이즈다'라고들 얘기합니다.
포토샵에서 1818x1228 픽셀짜리 이미지를 하나 열어본 화면입니다. 이 이미지는 필름을 스캔한 것이고 많은 현상소에서 '6MB'라고 얘기하는 사이즈입니다. 이 이미지의 jpg 크기는 432KB밖에 안 됩니다.
6MB와 432KB의 차이는 압축에서 옵니다. 이 이미지를 포토샵에서 열면 위에서 보이는 것처럼 Doc: 6.39M 라고 돼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이미지의 비트맵 사이즈입니다.
이 비트맵 사이즈는 이렇게 결정됩니다.
가로픽셀수 x 세로픽셀수 x 채널(픽셀당바이트수)
Channels: 3(RGB Color, 8bpc) 라고 적혀 있는 것은 이미지의 구성이 3개의 채널로 되어 있고 RGB(Red, Green, Blue)의 3색이고 채널당 8비트라는 의미입니다. 한 픽셀이 빨강 8비트, 녹색 8비트, 파랑 8비트의 24비트로 이루어집니다.
그러니까 비트맵의 가로세로 크기는 1818x1228 = 2,232,504 픽셀이고 약 223만 화소(pixels)가 됩니다.
이게 픽셀당 24비트, 즉 3바이트이니까 1818x1228x3 = 6,697,512 바이트가 됩니다.
이것을 메가바이트로 환산하면 1MB는 1,000,000바이트가 아니고 실제로는 1024x1024 바이트이기때문에 포토샵에서 보여주는 것처럼 6.387MB 가 됩니다.
즉, 이미지의 비트맵 용량은 압축하고 난 뒤의 jpg 파일의 크기가 아니고 가로세로 픽셀수와 픽셀당 비트뎁스(bit depth)로 이루어집니다.
복잡하고 거친 패턴이 많은 이미지는 압축이 잘 안돼서 같은 jpg 파일이어도 크기가 크고 단순하고 부드러운 이미지는 압축이 잘 돼서 훨씬 더 작은 jpg 사이즈를 가집니다. 또 jpg는 압축율을 설정할 수 있기 때문에 더 많이 압축하느냐 덜 압축하느냐에 따라 같은 이미지라고 하더라도 용량 차이가 나기도 합니다.
그러니까 6MB의 스캔은 '가로세로 1818x1228 픽셀의 8비트 jpg로 스캔해줌'이라고 생각하시면 되는 거죠.
Resolution: 72 pixels/inch 라고 되어 있는 것은 이미지가 화면용 메타데이터로 설정돼 있다는 걸 의미합니다.
많은 모니터들의 도트 피치(도트당 간격)이 72 dpi 정도이기때문에 이렇게 설정해두는 것인데, 이것을 간혹 스캔 해상도라고 생각하고 왜 72밖에 안 되느냐는 의문을 갖는 분들이 계십니다.
이것은 36x24mm의 크기를 갖는 필름을 72dpi로 읽어들인다는 의미가 절대로 아닙니다.
36x24mm는 인치로 환산하자면 1.417 x 0.944 인치입니다. 이것을 72dpi(인치당 72 dot)로 읽어들였다면 결과물은 고작 1.417x72 = 102, 0.944x72 = 68, 즉 102x68 픽셀의 크기밖에 안 됩니다. 이럴 수는 없죠.
1818x1228 픽셀의 이미지는 1818/1.417 = 1282 즉 1280 dpi 정도의 해상도로 읽어들인 것입니다. 72 dpi는 이미지의 EXIF에 기록해두는 '메타데이터'일 뿐입니다. 스캐너에 따라 메타데이터가 전혀 설정되어 있지 않을 수도 있고, 300dpi로 설정되어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 숫자가 중요한 게 아니라 가로세로 크기와 비트뎁스, 그리고 이미지의 실제 해상력과 픽셀마다의 계조가 진짜로 중요한 것이죠. 폰 카메라에서 천만화소라고 하는 것과 DSLR에서 천만화소라고 하는 이미지의 화질 차이 같은 것입니다.
'5MB로 스캔된다'고 하는 곳도 있을텐데 아마도 그쪽의 장비에서 나오는 기본 해상도의 비트맵 사이즈가 5MB인 모양입니다. jpg가 5MB라는 것은 무척 큰 이미지라는 얘기입니다. 5MB짜리 jpg가 있다면 포토샵에서 열어보세요. 비트맵 사이즈는 그것보다 열 배 이상 클 겁니다. 아마도 한 쪽 변이 5천픽셀도 넘어야 할텐데 이렇게 큰 이미지로 스캔을 해주면서 'jpg로는 5MB이다'라고 얘기했을리는 없을 겁니다. 그리고 그런 이미지들이 균일하게 5.0MB이지는 않을테고 이미지의 복잡도에 따라 사이즈가 꽤 차이가 날 겁니다.
압축을 하면 화질에 미묘한 손실이 있기 때문에 초 고해상도의 이미지를 만들어낼 때는 비압축방식으로 된 TIFF 포맷을 많이 사용합니다. 그래서 이마콘으로 스캔받은 이미지의 TIFF는 탐색기에서 보아도 그 용량으로 보이곤 합니다. jpg로 저장하면 용량이 확 줄지요. 같은 가로세로 크기의 이미지라도 흑백의 경우 용량이 더 작은 이유도 그런 것입니다.
집에서 스캔하시면서 4000dpi로 설정하면 얼마의 용량으로 스캔하게 되는 걸까 계산을 해볼까요?
(1.417x0.944)x4000 = 5668x3776 픽셀이고 24비트라면 64MB 가량이 됩니다. 이것을 jpg로 저장하면 컷당 5~8MB 가량의 용량이 나올 것으로 보이네요.
이해가 안되셨다면 찬찬히 다시 읽어봐주세요.. 숫자놀음은 역시 머리아픈 것입니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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