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기사에서 일포드의 흑백필름이 담긴 일회용 카메라는 재활용이 무척 쉽다고, 그 과정을 상세히 포스팅했었습니다.
그런데 처음 해본 거라 매우 많은 과정이 쓸 데 없거나 혹은 삽질이거나 ㅋㅋㅋㅋㅋ
그리고 필름을 꺼낼 때 부러뜨리고 금가도록 만든 부분으로 빛이 새어들어와서 좋지 않습니다. 그래서 몇 번 더 해보는 과정에서 아주 손쉽게 위험하지 않게 할 수 있는 최소한의 방법 그리고 빛도 덜 새어들어올 수 있는 방법을 찾아냈기에 개정판으로 다시 포스팅합니다.
이렇게 하시면 꽤 더 여러번 재활용이 가능하실거예요. 카메라의 원형 그대로를 거의 보존하면서 아주 쉽게 할 수 있습니다.
문제의 일회용 카메라입니다. 일포드는 흑백필름만 생산하는 업체인데 일회용으로는 XP2가 들어 있는 버전과 HP5가 들어 있는 버전이 있습니다. XP2가 들어 있는 버전을 구입하시면 다른 컬러필름과 똑같은 방식(C41)으로 현상할 수 있기 때문에 필름을 현상하는 곳이면 어디든 작업이 가능합니다. 컬러약품으로 현상하는 흑백필름이거든요. HP5가 들어있는 버전을 구입하시면 흑백필름을 현상할 수 있는 곳에 맡겨야만 합니다.
코닥이나 후지필름도 일회용 카메라를 만들지만 필름을 재장전하는 것에는 약간 난도가 있습니다. 코닥은 그래도 쉬운데 후지는 꽤 어렵습니다. 참, 일회용 카메라들 중에는 이렇게 일단 사용되고 남은 들을 업체가 수거해서 재생한 다음 자기네 상표를 붙여 파는 저렴한 것들이 있습니다. 이런 카메라들은 재활용하기 어렵습니다. 일포드의 카메라는 퍽 쉽고 결과도 좋아서 굳이 해보려고 했던 거죠.
일단 구입하셨으면 신나게 촬영을 합니다. 보통은 카메라째로 현상소에 맡기고 현상소에서 알아서 카메라를 부순 뒤 필름을 꺼내지만, 우리는 재활용할 거라서 직접 필름을 꺼낼 겁니다. 그것도 카메라를 부수지 않고!
이전 버전의 포스팅에서는 부수어서 필름을 꺼낸 카메라를 사용했기때문에 오른쪽 아래의 필름모양 부분이 갈라져 깨져 있었습니다. 그렇게 된 카메라도 재활용이 가능하지만 갈라진 부분을 완전히 잘 막아서 쓰지 않으면 마치 스폰지가 삭은 카메라들처럼 빛이 새어들어갑니다. 특히 아랫판보다도 필름 와인딩하는 부분이 갈라져 벌어져서 빛이 스며들게 됩니다. 그래서 갈라지지 않고 망가지지 않게 잘 분리해야 합니다.
사진관이나 현상소에서는 이렇게 합니다. 옆구리만 벌려 뜯어내면 필름을 꺼낼 수 있거든요. 이전 버전의 포스팅에서도 그랬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하면 안 됩니다. 이 과정은 필름만 꺼내는 거니까 암백이 아니어도 됩니다. 그냥 눈으로 보면서 합니다.
일자 드라이버를 준비해서 아랫쪽 가운데 판 사이로 밀어넣습니다. 무리한 힘을 주지는 마세요. 오른쪽 둥그런 판은 잘 벌어지고 갈라지도록 부서지기 쉽게 돼 있습니다. 살짝 살짝만 해도 뒷판은 잘 분리됩니다.
드라이버를 깊이 밀어넣어서 위쪽 세 개의 노치가 분리될 수 있도록 들어줍니다. 이 때 카메라의 양 옆구리쪽도 드라이버를 살짝 넣어서 맞물려 있는 노치들이 분리되도록 해 준 다음 아랫판을 들어주면 뒷 뚜껑만 분리됩니다. 왼쪽의 두 개를 먼저 들어주고 오른쪽의 하나를 조심스럽게 들어주면 됩니다. 무리한 힘을 주면 갈라지니까 살살 하세요. 하다 보면 자칫 앞판이 분리될 수도 있을텐데 회로를 절대 만지지 않도록 하면서 다시 끼워주세요. 앞판을 빼낼 필요는 없습니다. 회로를 손으로 만지면 엄청난 전기충격을 받으실 수도 있고 만진 부분에 화상을 입으실 수도 있습니다. 조심하세요.
뒷 뚜껑이 분리됐습니다. 오른쪽에는 24컷짜리 일포드 XP2 필름이 들어 있네요. 일회용 카메라들은 왼쪽의 스풀에 필름이 풀려 나와 있다가 찍으면서 감겨 들어가는 거라 다 찍고난 다음이면 그냥 부수어 필름을 꺼내도 됩니다. 다만 우리는 재활용할 거니까 이렇게 하는 거죠.
앞판을 분리하지 않았기때문에 훨씬 안전하지만, 그래도 대형 캐패시터가 구석에 드러나 있어 손으로 만질 때는 주의해야 합니다. 화살표 부분을 만지면 여전히 감전될 수 있거든요.
카운터를 맞춥니다. 장착된 필름은 24컷짜리지만 필름의 앞쪽 여유분까지 찍을 수 있기 때문에 27컷이라고 표기돼 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찍어보면 30컷까지 찍을 수 있더군요. 36컷짜리 필름을 다시 끼울 거면 39 정도에 맞추면 됩니다. 그런데 이 카메라가 두 가지 버전이 있더군요. 카운터가 27까지밖에 없거나 혹은 39까지 있거나.. 27까지밖에 없는 버전이면 거꾸로 12컷 정도를 되돌아가는 위치까지 뒤로 돌려줍니다. 그럼 한바퀴 돌아서 0으로 가겠죠. 그냥 돌리면 잘 돌아갑니다.
<이제부터 암백 안에서의 작업입니다.>
암백 안에는 새로 장착할 필름(400짜리 넣으세요), 카메라, 뒷판 이렇게 세 가지만 넣으면 됩니다. 흑백필름이 들어 있던 카메라지만 컬러필름을 넣어도 됩니다. 컬러사진도 아주 잘 나옵니다.
암백 안에서 스풀에 필름을 감아줍니다. 스풀의 한쪽(위 사진의 오른쪽부분)은 두줄로 홈이 파져 있고 그 부분이 카메라 아래쪽 방향입니다. 이전 버전의 포스팅에서는 거꾸로 감았었는데, 그냥 지금 이 방향대로 감아주면 됩니다.
팽팽하게 잘 감아줍니다. 지금 보이는 이 필름면(앞면)은 필름을 감을 때 정도의 지문은 묻어도 상관이 없습니다. 사진은 뒷면인 유제면에 찍히는 것이고 암백 안에서 손으로 만질 때 앞면에 조금 묻은 지문은 현상할 때 씻겨나가니까요.
필름을 카메라에 장착합니다. 퍼포레이션(구멍들)이 톱니바퀴에 잘 물려서 팽팽한지 확인하시면 됩니다. 왼쪽의 스풀을 엄지손가락으로 잡고 있으면 오른쪽 필름 파트로네는 튀어나오지 않습니다.
뒷 뚜껑을 잘 맞춰 닫아줍니다. 아래쪽 바닥판은 튀어나오거나 단차 없이 매끈하게 딱 맞아야 합니다. 사방이 잘 맞았으면 어디 한 곳도 단차가 안 생기고 아귀가 잘 맞습니다. 그러면 꼭꼭 눌러 딱딱 소리가 나게 잘 닫아줍니다. 사방을 만져서 잘 맞물렸나 확인합니다. 이제 암백에서 꺼냅니다.
어쨌든 분리하는 과정을 거쳤기때문에 약간 벌어지거나 혹은 미세하게 조금 깨지거나 한 부분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면 완벽하게 딱 맞지 않고 1mm쯤 벌어지거나 하기도 합니다. 이런 경우에는 스카치 테이프 같은 것으로 붙여 고정해줍니다.
이제 새 필름을 장착한 30mm F9.5짜리, 플래시까지 장착된 아주 가벼운 새 카메라가 하나 생겼습니다.
어때요, 참 쉽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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