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으면 빈소 앞에 올려질 사진, 영정 사진.
미리 준비해두면 고인의 모습이 아름답게 보이겠지만 살다보면 대개 그런 거 생각할 겨를이 없다. 그래서 언제부턴가 생겨난 게 '영정사진 촬영 봉사'활동인데, 참 복잡하고도 미묘한 감정을 갖게 한다.
그 나이쯤 되면 죽음도 삶의 일부라는 걸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되는 걸까, 당신 죽으면 이 사진 쓰라고 미리 찍어주는 건 어쩌면 어서 죽으라는 얘기 같기도 하고, 젊고 이쁠 때 사진도 아니고 이제 다 늙어 꼬부라졌는데 와서 당신 죽으면 걸어둘 사진 찍어준다니 섭섭할만도 한데.
그 나이가 되어서 그런 상황에서 봉사를 받아보지 않아 감정을 이해하기는 어렵지만 아무튼 그 봉사를 하는 친구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그렇게들 좋아라 하신다고.
그리고 언제부턴가 '영정사진'이라는 말 대신 살아 생전에 즐겁게 찍는 사진을 '장수사진'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는데 그런 복잡미묘할만한 간극을 잘 메워주는 용어 선택이기도 한 것 같고.
'하루라도 젊고 예쁘실 때 미리 잘 찍어두시면 좋잖아요'
내 경험으로도 이 말 싫어하는 어르신들은 한 분도 안 계셨던 것 같다. 가장 좋았던 시절은 이미 지난 게 아니라 어쩌면 지금 당장일지도 모른다. 셀카봉 들고 selfie 찍는 거 얘기가 아니고, 사진에 사람들을 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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