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반을 기다렸는데, 베이퍼웨어가 되나 걱정했던 코닥의 엑타크롬 슬라이드 필름이 이제 머지 않아 정말 발매될 모양입니다.


6월4일자로 티저가 코닥 프로페셔널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떴네요.


https://www.instagram.com/p/BjlZqjUnNPG/



현재까지 비공식 채널을 통해 알려진 바로는


- E100VS보다는 E100G에 가까울 것이다

- 6월중에 발매될지도 모른다(늦어지면 8월이라고도 합니다..)


정도이며 가격에 대한 정보는 아직 없습니다. 저렴하게 나왔으면 좋으련만..



Posted by 이루"

니엡스-다게르에 의해 공식적으로 '사진술'이 발명된 게 1839년이니까, 아직 채 200년도 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그 대부분의 시간 동안 가장 보편적인 사진기술의 형태로 이용된 것이 필름이었구요.


디지털 기술이 발전하면서 필름사진은 위기를 맞게 됩니다. 1997년에 상업적 형태의 디지털카메라가 백만화소(MP)를 넘어서더니 1999년에는 드디어 세계 최초의 디지털 SLR 카메라인 D1이 니콘에서 발표됩니다. 그러나 아직은 전세계 필름 사용량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던 미디어와 보도부문에는 적용되지 못하다가, 2000년대를 넘어서면서 드디어 하나 둘씩 이 첨단 장비들로 대체되어 가기 시작합니다.


세계적 추세와 마찬가지로 한국의 업계도 같은 출렁임을 겪었습니다. 오래도록 사진을 해온 분들이라면 기억하실 여러 현상소들의 이름이 있습니다. 2000년대 초기에, 드디어 한국의 언론사 잡지사들도 대거 디지털로 장비를 바꿉니다. 이 충격을 이겨내지 못하고 여러 현상소들이 문을 닫게 됩니다. 지금도 '충무로 현상소'를 검색해보면 이미 십여 년 전에 문을 닫은 여러 현상소들의 이름이 검색됩니다.


하지만 거꾸로 매우 고가였던 디지털 SLR을 비롯한 좋은 품질의 사진 장비들이 대중화되고 널리 보급되면서 다시 사진 붐이 옵니다. 그 중 일부의 아마츄어들이 필름사진을 다시 접하게 되고, 충무로에는 오히려 몇 곳의 현상소가 생겨납니다. 큐픽도 그 중 한 곳이었죠.


그러다 디지털 카메라의 기술발전도 정체되고 휴대폰 카메라의 성능이 좋아지면서 오히려 사진시장은 급격히 위축되고 맙니다. 2000년대 후반부터 카메라 업체들뿐만아니라 전통적인 필름과 인화지, 약품을 생산해오던 많은 업체들이 드디어 쓰러지기 시작합니다.


Forte, Efke, Ferrania와 같은 필름과 인화지 전문업체들, 규모가 컸던 Konica와 Agfa가 필름사업 자체를 접기에 이릅니다. 그리고 2012년, 종국에는 사진계의 거인 Kodak마저 파산보호신청을 내고 법정관리에 들어가게 됩니다. 이 시기에 국내에는 '코닥이 망했다'라고 잘못 보도되면서 아주 없어진 것으로 오해를 샀지만, 특허를 팔고 사업을 정리하고 남은 여러 부문이 가치를 인정받아 바로 이듬해 파산보호를 졸업하기에 이릅니다. 코닥의 필름과 인화지를 비롯한 아날로그 부문은 Kodak Alaris라는 이름으로 종전 코닥의 최대주주 중 하나였던 영국자산공사에 의해 인수되어 별도 회사로 독립하는데, 아쉽게도 파산보호 진행 과정에서 수많은 필름들이 단종되고 인화지의 생산도 중단되었었습니다. 모든 슬라이드필름들이 단종되었고, 골드 시리즈는 단순화되었으며 프로용 필름이었던 울트라컬러(UC)도 없어졌습니다. 포트라는 VC와 NC를 통합하면서 한가지로 정리됐고, Tmax3200(TMZ)와 PX, IR(적외선) 필름들이 모두 단종되었었습니다. 그나마 Ektar가 새로 발매되면서 필름사진 애호가들에게는 한 줄기 위안이 되었었더랬습니다만.


한편 후지필름은 코닥과는 다른 방향으로 생존을 도모하고 있었으니, 점점 매출과 수익이 줄어가는 필름과 감재사업의 비중을 줄이고 새로운 먹거리를 찾고 있었습니다. 오래도록 필름용 유제와 젤라틴, 콜라겐, 그리고 화학적 가공에 대한 노하우를 쌓아온 덕분에 후지필름은 전혀 완전히 새로운 분야인 화장품 시장에 진입할 수 있었고, 그밖에도 의료나 전자기기, 디지털카메라 등의 사업이 성공적으로 확장되면서 필름산업 이후의 체제로 완전히 체질을 바꿀 수 있었습니다.


어쨌든 지나고 나서 되돌아보면 세계적으로도 2000년대 후반이 필름시장의 최저점이었으며, 국내뿐만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사진용 필름사업은 이제 사라져버릴 분야라고만 생각했었습니다. 충무로에서도 2010년에서 2012년께까지 여러 현상소들이 문을 닫거나 규모를 줄이는 등의 부침을 겪었습니다. 2003년에 이은 두 번째 출렁임의 골짜기였던 셈이죠.


2006년쯤엔가 필름사진을 많이 찍고 즐기던 한 사진동호회에서 많은 사람들이 던지던 질문을 기억합니다. 


'필름 언제까지 나올까요?'


당시에는 '10년 정도는 나오지 않겠냐' 라든가 '지금이라도 즐기자' 정도의 얘기들이 오갔었습니다.


(여담이라면, 이러던 시절이었던 2005년 말에 '큐픽'이라는 현상소를 만들었고, 2007년에는 충무로에 문을 열었고, 그 해 10월에는 '이루의 필름으로 찍는 사진'이라는 책을 쓰고, 2008년에는 대대적으로 큰 규모의 '큐픽'이 오픈했었습니다. 하지만 그 해 5월에 찾아온 촛불정국, 그리고 10월에 찾아온 외환위기 등으로 국내 정치와 경제가 휘청이고 경영이 힘들어지고, 여러 어려움을 겪게 되었죠. 그러다 2009년 말에 큐픽에서 나와 포토마루를 창업하게 됩니다. 돌이켜보면 시장도 정세도 읽지 못하고 계속해서 거꾸로 거꾸로 불 속으로 뛰어들었었군요...)


그렇게 춥고 긴 필름사진 업계의 겨울이 계속되는가 싶었는데, 휴대폰에 장착된 카메라들의 성능이 좋아진 건 오히려 사진시장의 활성화를 불러왔습니다(라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 등 소셜 네트워크를 위시로 수많은 사람들이 다시 사진에 눈을 뜨게 됐고, 시간이 지나는 동안 휴대폰의 카메라로는 만족할 수 없었던 사람들이 더욱 고성능의 디지털카메라는 물론 #filmisnotdead 라는 해시태그를 필두로 필름사진까지 서로 올리며 공유하게 되면서 조금씩 필름사진에도 훈풍이 불어오기 시작했습니다. 춥고도 추웠던 아마도 2014년께의 어느 날부터, 조금씩 늘어나기 시작한 전화들이 있었으니 '필름 넣고 사진 찍었는데 현상 어떻게 하나요'라는, 필름을 처음 써보신다는 젊은이들의 문의였습니다. 그렇게 조금씩, 조금씩 새로 필름사진을 접하는 분들이 늘어나는 것을 보았습니다.


2015년, 16년이 지나면서 국내에서는 필름사진 현상과 스캔의뢰가 늘어나는 것을 보았고, 세계적으로도 문을 닫았던 이탈리아의 Ferrania는 킥스타터의 펀딩을 통해 '회사를 다시 세우고 필름을 생산하겠다'는 소식을 전해왔으며 2017년 벽두에는 코닥이 '슬라이드필름을 다시 만들겠다'는 발표를 하기에 이릅니다. 많은 분들이 깜짝 놀랐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제가 블로그에 이 소식을 전하기 위해 올렸던 포스팅도 수만 회 이상의 방문자를 기록하며 널리 알려졌었습니다. 


다 없어지고 사라질 줄 알았던 필름들이 이런 이름 저런 이름으로 다시 만들어지고 새로 발표되었고, Berrger, JCH, Oriental 등의 새로운 흑백필름들이 나왔으며 Ferrania도 P30이라는 필름을 발표했습니다. Foma와 Adox도 이제 더는 구경할 수 없을 것만 같았던 흑백 슬라이드필름을 다시 만들기 시작했고, 성능은 아쉬웠지만 CR200, Wittner, VarioChrome과 같은 슬라이드 필름들도 만들어져 나왔습니다. 코닥은 아직 Ektachrome을 발매하지는 않았지만 시장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단종 6년만에 Tmax3200 필름을 재발매했습니다. 확실한 정보는 아니지만 Ektachrome E100 필름도 올 여름께에는 다시 판매를 시작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코닥이 파산보호를 신청했던 그 때 저는 그런 생각을 했었습니다. '필름으로 100년 넘게 그 많은 사람들이 먹고 살았겠지만 이제는 불가능하겠지. 하지만 규모를 줄인다면 여전히 필름으로도 아주 오랜동안 많지 않은 사람들은 따뜻하게 먹고 살 수 있지 않을까'


사실 지금의 사진용 필름산업의 경제적 규모는 보잘 것 없습니다. 하지만 규모가 작은 필름 회사들은 지금의 규모만으로도 충분한 사업을 영위할 만큼이 되겠죠. 코닥이 다시 필름을 내놓으려고 하고 사진용 필름에 열심인 이유는 충분한 구조조정을 거치고 난 뒤 필름사진 사업만으로도 먹고 살 수 있는 규모를 만들었기 때문일 겁니다. 


그러나 후지필름의 다른 부문의 매출은 더욱 신장하고 있고 따라서 필름사업 부분의 매출비중은 더욱 작아지고 있습니다. 전체로 보면 필름사업은 안 해도 그만인 셈이 되어갈 것입니다. 실제로 후지필름은 지난 기간동안 계속해서 생산하고 있는 필름의 종류를 줄이고 있습니다. 리얼라를 단종시켰고, 소매용 패키지로는 감도 100의 네거티브를 아예 생산하지 않은 지 오래고, 프로비아400을 없앴고, 네오판1600과 400에 이어 이제 아크로스100도 단종하겠다고 합니다. 수퍼리아1600과 내츄라1600도 단종을 예고했습니다. 그리고 꾸준히 가격을 올리고 있습니다. 그동안 아그파에 '비스타'로 공급하던 OEM 제품도 더는 공급하지 않고 없앤다고 합니다. 조금씩 시장눈치를 보면서 돈도 안되고 귀찮기만 하고 신경은 쓰이는 필름사업 부문을 구조조정하고 있는 겁니다. 2005년의 아그파였다면, 2007년의 코니카미놀타였다면 후지필름도 청산 혹은 매각으로 없애버렸을테지만, 2018년이어서 차마 그러지는 못하고 있는 거겠죠.


2007년 DNP에게 필름 재고분과 아날로그 사진부문을 매각했던 코니카미놀타도 다른 부문으로 먹고는 살고 있지만 미놀타 부문까지 소니에 넘기면서 이제 사진을 했던 회사라는 흔적은 거의 지워져가고 있습니다. DNP는 필름설비는 모두 없애고 재고만 센츄리아로 포장해서 팔아치우고는 인화지와 감재만 팔다가 이제는 그것도 시들하다고 하죠.


후지필름은, 아직도 디지털카메라와 사진용 제품들을 만들어 판매하고 사진문화를 지키고 있는 회사로서 아무리 다른 분야가 잘 돼서 잘 먹고 잘 살고 있더라도 그런 만행을 저질러 수많은 사진필름 애호가들에게 잔인하고 매정한 회사라는 낙인을 찍히는 건 두려운가 봅니다. 일본에는 그런 문화가 조금 있죠.


사진용 필름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코닥과 후지필름은 아이러니의 극을 보여줍니다. 필름을 고집하다 망할뻔한 코닥은 그래도 필름으로 오래오래 갈 것 같고, 다른 걸로 잘 먹고 잘 살게 된 후지필름은 필름따위 접어버리고 배나 튕길 것 같고..


그래도 '필름'회사라고 '후지필름'이라는 이름을 고수하고 있는 후지필름. 하지만 이제는 눈치를 보며 '필름'을 떼어버리고 싶어하는 후지. 사실 이미 후지필름의 고모리 회장도 그냥 후지필름이 아니라 자본회사인 후지필름 홀딩스의 회장입니다. 


아크로스 100 필름의 생산종료를 발표하던 그 때 페이스북의 수많은 필름사진 애호가들은 #fujifilm 대신 #fujiNOTfilm 이라는 태그를 달며 후지필름을 비난하고 아쉬워했습니다. 


'당신들은 필름회사가 아니고 싶어하는구나'


필름사업부문을 정리하거나 매각하기 전에 너무 많은 필름산업의 유산이 사라지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Posted by 이루"

원래 '사진술'은 음영이 반대로 되어 있는 네거티브(Negative)의 형태로 발명되었습니다. 감광성을 띄는 은염(Silver-Halide)은 빛을 많이 받은 부분에 전하를 더 띄게 되어 현상액 속에서 은으로 더 많이 변하고, 이 결과로 필름의 베이스 위에 은의 불투명한 검정색 입자의 농도가 짙어져 새카맣게 상을 형성합니다. 그래서 밝은 부분은 현상된 필름 위에서 검게, 어두운 부분은 투명하게 보이는 역상, 네거티브의 필름을 얻게 됩니다.


이 필름을 인화지 위에 놓고 빛을 투사하면 필름의 어두운 부분을 통과한 빛은 인화지에 적게 닿고, 필름의 투명한 부분을 통과한 빛은 인화지에 많이 닿게 되어, 역시 은염 성분으로 이루어진 흰색의 인화지 위에서 다시 역상이 되어 흑백의 정상(Positive) 사진을 얻게 됩니다. 네거티브의 네거티브로 포지티브를 얻는 것이죠.


이 네거티브-네거티브 메커니즘은 매우 효율적입니다. 필름에 얻어진 네거티브 상으로부터 이런저런 조절(노광시간, 닷징, 버닝 및 인화지의 선택, 인화지 조작 등...)을 통해 매우 다양하고 변화무쌍한 사진을 얻을 수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사람들은 필름 그대로도 정상의 상을 얻고 싶어했습니다. 필름의 네거티브는 종이사진으로의 '인화'를 위해 설계되는 것이어서 자체로는 실제의 장면보다 컨트라스트도 낮고 맨눈으로 보아 얻을 수 있는 정보들이 매우 제한적이지만 필름 자체만으로도 실제의 장면처럼 보이는 정상, 포지티브(positive)의 필름을 얻으려면 암부와 명부의 대비가 강한 전용의 필름이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만들어진 게 컬러슬라이드 필름이었죠. 


슬라이드(slide) 필름이라는 명칭이 널리 쓰이고 있지만 사실 필름 자체의 특성을 나타내는 적절한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일반 컬러필름을 '컬러네거티브 필름'이라고 부른다면 슬라이드 필름은 '컬러포지티브 필름'이라고 부르는 게 정확하겠죠. 역상으로 현상한다고 해서 리버설(Reversal) 필름이라고도 부릅니다. 슬라이드는 환등기로 스크린에 투영하기 위해 한 컷씩 잘라 네모난 틀에 끼워둔 형태를 말하고, 그 용도의 필름이기때문에 그렇게들 널리 부르게 된 것입니다.


컬러 포지티브 필름은 몇몇 용도를 위해, 그리고 그것이 가진 특성때문에 사진가들에게 매우 선망의 매체였습니다만 비싼 가격과 불편하고 번거로운 현상이라는 진입장벽이 있었습니다. 


종이로 인화된 것만이 사진이었던 시대에 등장한 포지티브 필름은 필름에 맺힌 상 자체로 너무나 아름다웠고, 그것을 환등기라는 장치를 통해 스크린에 투사하면 종이로는 얻을 수 없는 넓은 다이내믹 레인지의 재현으로 더욱 현실감있는 영상을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 극장에서 보는 영화장면이 실제처럼 아름답게 보이던 것을 상상해보시면 비슷합니다. 실제로 극장의 영화는 포지티브로 만들어진 영사용 필름을 화면에 투사하는 것이었으니까요.


사실, 포지티브 필름의 역사가 짧은 것은 아닙니다. 에디슨이 활동사진을 발명하고 영화가 극장에 걸리던 시절, 아직 컬러 영화가 보편화되기 전 극장에 걸리던 영사용 필름들은 모두 흑백으로 된 포지티브 필름이었습니다. 다만 그것들은 네거티브로 촬영된 원본 필름을 영사용으로 다시 네거티브 듀프(Duplicate)함으로써 얻는 포지티브 필름이었을 뿐이죠. 상영본 필름을 다량으로 생산해야 하는 상영 배급용 필름을 제작하기에는 이런 네거티브-네거티브 필름 복사 방법이 유용했습니다. 컬러 영화가 보편화된 이후에도, 심지어 지금도 촬영은 컬러 네거티브 필름으로 하고 듀프로 포지티브 상영본을 만들어 배급하고 있습니다. 시중에서 구할 수 있는 '영화용 필름'은 그래서 컬러네거티브 필름입니다.


그래서 현상하는 것만으로 포지티브 상을 만들 수 있는 필름은 컬러가 주종을 이루었습니다. 전설의 코다크롬이 그랬고, 이후에 만들어진 엑타크롬 역시 그랬습니다. 흑백필름도 포지티브 현상을 통해 정상의 상을 가진 필름으로 만들 수 있었지만 용도가 한정적이었습니다. 이왕 포지티브를 쓰려면 컬러를 쓰고 말았겠죠.


그래도 이런저런 목적과 호기심으로 흑백필름을 포지티브로 현상하는 수요가 조금씩 있었고, 네거티브를 얻기 위해 만들어진 일반적인 흑백필름을 리버설 현상해서 얻어지는 포지티브 상은 컨트라스트가 약했기에 더 많은 은성분을 도포한 포지티브용 흑백필름이 따로 만들어져 팔렸습니다. 그게 옛날에는 AGFA에서 만들어 판매하던 그 유명했던 스칼라 SCALA 필름이었고, 감도는 200이었습니다.


AGFA SCALA200x 패키징의 모습



이 필름을 현상하기 위해서는 흑백 리버설 현상을 서비스하는 현상소에 보내야만 했었는데, 국내에는 없었기 때문에 일본이나 미국 등의 유명 현상소에 보내야 했고 그 과정이 어렵거나 불편하거나 비싸거나 오래걸리거나 해서 실제로 사용해보신 분들은 많지 않았습니다.


이밖에 흑백슬라이드를 경험해볼 수 있는 방법으로는 코닥에서 발매했던 Tmax 필름용 리버설 현상킷 같은 것을 이용하는 것이 있었는데 수요가 많지 않아 잠시 적은 양이 수입되어 판매되고 사라지곤 했습니다. 그리고 상업적으로 서비스하는 현상소가 없으니 직접 현상작업을 해야만 했었죠.


하지만 아그파가 문을 닫으면서 이 필름도 사라졌고, 필름 수요의 감소와 함께 잊혀지는 듯했었습니다.


하지만 2018년.. 현재 구할 수 있는 흑백 슬라이드 필름이 두 가지나 있으니 바로 포마에서 발매되는 포마팬 Fomapan R100과, 아그파의 혈통을 이어받은 ADOX의 스칼라 SCALA 160 필름입니다.



Fomapan R100과 ADOX SCALA160의 패키징 모습



포마팬 R100은 몇 년 전부터 국내의 모 업체를 통해 수입되었는데 약품이 수입되지 않아 현상할 방법이 없었다가 이제 약품도 수입되면서 자가현상하시는 분들은 직접 작업이 가능해졌습니다. 다만 매우 독한 약품, 번거롭고 조금은 까다로운 과정이 있어 자료나 동영상, 리뷰 등을 통해 충분히 사전정보를 확보하신 다음 작업하시는 걸 권해드립니다. 판매되는 약품 킷은 8롤 정도를 권장 현상량으로 추천하고 있는데 가격도 상당하기때문에 그다지 경제적인 편은 아닙니다.


스칼라160은 국내에는 아직 판매하는 곳이 없습니다만 수요가 있으면 들어오겠죠. 박스포장은 없고 이렇게 벌크형태로 판매됩니다.


두 필름 모두 직구가 가능합니다만 포마의 경우는 국내 가격도 매우 합리적입니다.


베이스를 비교해봤습니다. 서로 확연히 다르네요.






이 필름들은 사실 일반 흑백필름과 구조상 다를 것은 없습니다. 보통의 흑백필름과 동일한 방법으로 현상하면 네거티브의 흑백필름을 얻을 수 있습니다. 다만 리버설로 현상했을 때 풍부한 계조와 컨트라스트를 가질 수 있도록 더 많은 은과 유제를 발라놓은 것이죠. 은함량과 유제의 두께가 얇은 다른 일부 흑백 필름들은 리버설현상을 거치면 흐리멍텅하고 뿌옇게 나옵니다.


현상의 과정은 대충 이렇습니다.


1차현상 - 잠상을 은화시킵니다.

블리치 - 1차현상에서 만들어진 은 입자를 녹여냅니다.

재노광 - 남은 부분들(포지티브 성분들)에 빛을 쬐어 은화시킵니다.

2차현상 - 유제들을 실제 상으로 맺히게 합니다.

정착 - 남은 찌꺼기 유제는 녹여냅니다.


이렇게 현상과정을 거치면 흑백인데도 상이 정상으로 보이는 슬라이드 필름이 얻어집니다.


왼쪽(흑백슬라이드)과 오른쪽(컬러슬라이드)



현상된 포마팬 R100




현상된 SCALA160



컬러슬라이드필름도 루페나 환등기로 보면 마치 현실세계를 보는 듯한 입체감과 아름다움에 빠져들게 됩니다. 흑백슬라이드 역시 그렇습니다. 세상이 흑백으로 보이지만 그 미려한 입체감과 선명함은 그대로 감상할 수 있습니다.





포마와 아독스 두 필름의 특성은 조금 다르기는 한데, 공통된 특징은 입자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매우 곱고 해상력이 좋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계조가 매우 좋은데, 컬러슬라이드필름은 발색과정에서 착색된 색상이고 흑백슬라이드는 은 성분이 그대로 상을 이루기때문에 계조특성이 다릅니다. 흔히 흑백사진에서 듣게 되는 '암부는 촬영에서, 명부는 현상에서'라고 하는 얘기는 네거티브인 흑백필름의 특성을 생각해보면 쉽게 이해가 됩니다. 하지만 흑백슬라이드는 암부를 풍부한 은성분으로 가지고 있어서 그 부분의 계조가 매우매우 풍부합니다.


컬러슬라이드필름의 암부를 뚫어내기 위해서는 매우 강력한 광원을 가진 스캐너가 필요한데, 흑백슬라이드는 그 정도까지는 아니면서도 보통의 네거티브 흑백필름이 가지는 명부계조를 반대로 암부가 가지고 있는 셈이죠. 암실에서 닷징하면서 살려내던 계조, 스캔하면서 명부쪽 커브를 만지거나 혹은 스캔후 보정하면서 명부를 살려낼 때 느꼈던 그 풍부함이 암부에 살아있습니다.


단지 그것뿐만이 아니라, 애초에 제조될 때부터 더 풍부한 은 성분을 유제로 발라두었기 때문에 담아내는 계조 자체가 더 폭넓은 듯합니다. 루페로 들여다볼 때뿐만 아니라 스캔과정에서 조절하면서 느껴지는 자유도는 마치 디지털에서의 RAW 파일을 컨버팅해낼 때 느낄만한 엄청난 다이내믹레인지에 비견할만큼입니다.


루페로 볼 때 보이는 정도의 사진입니다.



창 밖의 명부를 기준삼아 밝기를 조정해서 스캔해봤습니다.


어두운 부분들을 끌어올려 스캔해봤습니다. 어렴풋이 오른쪽 어두운 벽의 벽돌패턴까지도 보입니다.



사실 흑백슬라이드는 일정한 부분 이상에서는 호기심의 대상이기도 합니다. 써보신 분들이 많지 않을테니까요. 하지만 루페나 환등기로 보고 즐기는 아날로그적인 부분 외에도, 스캔 이후에 디지털 이미지로 활용하고자 하는 부분에서 엄청난 강점을 가진 듯합니다. 디지털카메라로 촬영해서 흑백으로 변환한 것과는 전혀 다른 아날로그 흑백사진의 특성은 그대로 가지고 있으면서도, 매우 뛰어난 샤프니스와 입자감, 그리고 엄청나게 강력한 계조특성과 다이내믹 레인지...


미확인 정보로는, 스칼라160은 역시 Adox의 상표로 판매되는 실버맥스 SilverMax 필름과 거의 같은 것일 거라는 얘기가 있습니다. 은을 많이 넣었다고 광고하는 필름인데요, 그렇기때문에 리버설 현상을 해도 또한 뛰어난 슬라이드를 얻을 수 있을테니까요. 가격차가 크지 않다면 큰 의미는 없겠습니다만.


아름답고 뛰어난 흑백 슬라이드의 세계도 한번쯤 구경해보시는 것,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두 필름 모두 이제 국내에서 현상이 가능하니까요.



Posted by 이루"

이전 기사에서 일포드의 흑백필름이 담긴 일회용 카메라는 재활용이 무척 쉽다고, 그 과정을 상세히 포스팅했었습니다. 


그런데 처음 해본 거라 매우 많은 과정이 쓸 데 없거나 혹은 삽질이거나 ㅋㅋㅋㅋㅋ


그리고 필름을 꺼낼 때 부러뜨리고 금가도록 만든 부분으로 빛이 새어들어와서 좋지 않습니다. 그래서 몇 번 더 해보는 과정에서 아주 손쉽게 위험하지 않게 할 수 있는 최소한의 방법 그리고 빛도 덜 새어들어올 수 있는 방법을 찾아냈기에 개정판으로 다시 포스팅합니다.


이렇게 하시면 꽤 더 여러번 재활용이 가능하실거예요. 카메라의 원형 그대로를 거의 보존하면서 아주 쉽게 할 수 있습니다. 



문제의 일회용 카메라입니다. 일포드는 흑백필름만 생산하는 업체인데 일회용으로는 XP2가 들어 있는 버전과 HP5가 들어 있는 버전이 있습니다. XP2가 들어 있는 버전을 구입하시면 다른 컬러필름과 똑같은 방식(C41)으로 현상할 수 있기 때문에 필름을 현상하는 곳이면 어디든 작업이 가능합니다. 컬러약품으로 현상하는 흑백필름이거든요. HP5가 들어있는 버전을 구입하시면 흑백필름을 현상할 수 있는 곳에 맡겨야만 합니다.


코닥이나 후지필름도 일회용 카메라를 만들지만 필름을 재장전하는 것에는 약간 난도가 있습니다. 코닥은 그래도 쉬운데 후지는 꽤 어렵습니다. 참, 일회용 카메라들 중에는 이렇게 일단 사용되고 남은 들을 업체가 수거해서 재생한 다음 자기네 상표를 붙여 파는 저렴한 것들이 있습니다. 이런 카메라들은 재활용하기 어렵습니다. 일포드의 카메라는 퍽 쉽고 결과도 좋아서 굳이 해보려고 했던 거죠.



일단 구입하셨으면 신나게 촬영을 합니다. 보통은 카메라째로 현상소에 맡기고 현상소에서 알아서 카메라를 부순 뒤 필름을 꺼내지만, 우리는 재활용할 거라서 직접 필름을 꺼낼 겁니다. 그것도 카메라를 부수지 않고!



이전 버전의 포스팅에서는 부수어서 필름을 꺼낸 카메라를 사용했기때문에 오른쪽 아래의 필름모양 부분이 갈라져 깨져 있었습니다. 그렇게 된 카메라도 재활용이 가능하지만 갈라진 부분을 완전히 잘 막아서 쓰지 않으면 마치 스폰지가 삭은 카메라들처럼 빛이 새어들어갑니다. 특히 아랫판보다도 필름 와인딩하는 부분이 갈라져 벌어져서 빛이 스며들게 됩니다. 그래서 갈라지지 않고 망가지지 않게 잘 분리해야 합니다.



사진관이나 현상소에서는 이렇게 합니다. 옆구리만 벌려 뜯어내면 필름을 꺼낼 수 있거든요. 이전 버전의 포스팅에서도 그랬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하면 안 됩니다. 이 과정은 필름만 꺼내는 거니까 암백이 아니어도 됩니다. 그냥 눈으로 보면서 합니다.



일자 드라이버를 준비해서 아랫쪽 가운데 판 사이로 밀어넣습니다. 무리한 힘을 주지는 마세요. 오른쪽 둥그런 판은 잘 벌어지고 갈라지도록 부서지기 쉽게 돼 있습니다. 살짝 살짝만 해도 뒷판은 잘 분리됩니다.



드라이버를 깊이 밀어넣어서 위쪽 세 개의 노치가 분리될 수 있도록 들어줍니다. 이 때 카메라의 양 옆구리쪽도 드라이버를 살짝 넣어서 맞물려 있는 노치들이 분리되도록 해 준 다음 아랫판을 들어주면 뒷 뚜껑만 분리됩니다. 왼쪽의 두 개를 먼저 들어주고 오른쪽의 하나를 조심스럽게 들어주면 됩니다. 무리한 힘을 주면 갈라지니까 살살 하세요. 하다 보면 자칫 앞판이 분리될 수도 있을텐데 회로를 절대 만지지 않도록 하면서 다시 끼워주세요. 앞판을 빼낼 필요는 없습니다. 회로를 손으로 만지면 엄청난 전기충격을 받으실 수도 있고 만진 부분에 화상을 입으실 수도 있습니다. 조심하세요.



뒷 뚜껑이 분리됐습니다. 오른쪽에는 24컷짜리 일포드 XP2 필름이 들어 있네요. 일회용 카메라들은 왼쪽의 스풀에 필름이 풀려 나와 있다가 찍으면서 감겨 들어가는 거라 다 찍고난 다음이면 그냥 부수어 필름을 꺼내도 됩니다. 다만 우리는 재활용할 거니까 이렇게 하는 거죠.



앞판을 분리하지 않았기때문에 훨씬 안전하지만, 그래도 대형 캐패시터가 구석에 드러나 있어 손으로 만질 때는 주의해야 합니다. 화살표 부분을 만지면 여전히 감전될 수 있거든요.



카운터를 맞춥니다. 장착된 필름은 24컷짜리지만 필름의 앞쪽 여유분까지 찍을 수 있기 때문에 27컷이라고 표기돼 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찍어보면 30컷까지 찍을 수 있더군요. 36컷짜리 필름을 다시 끼울 거면 39 정도에 맞추면 됩니다. 그런데 이 카메라가 두 가지 버전이 있더군요. 카운터가 27까지밖에 없거나 혹은 39까지 있거나.. 27까지밖에 없는 버전이면 거꾸로 12컷 정도를 되돌아가는 위치까지 뒤로 돌려줍니다. 그럼 한바퀴 돌아서 0으로 가겠죠. 그냥 돌리면 잘 돌아갑니다.


<이제부터 암백 안에서의 작업입니다.>


암백 안에는 새로 장착할 필름(400짜리 넣으세요), 카메라, 뒷판 이렇게 세 가지만 넣으면 됩니다. 흑백필름이 들어 있던 카메라지만 컬러필름을 넣어도 됩니다. 컬러사진도 아주 잘 나옵니다.



암백 안에서 스풀에 필름을 감아줍니다. 스풀의 한쪽(위 사진의 오른쪽부분)은 두줄로 홈이 파져 있고 그 부분이 카메라 아래쪽 방향입니다. 이전 버전의 포스팅에서는 거꾸로 감았었는데, 그냥 지금 이 방향대로 감아주면 됩니다.



팽팽하게 잘 감아줍니다. 지금 보이는 이 필름면(앞면)은 필름을 감을 때 정도의 지문은 묻어도 상관이 없습니다. 사진은 뒷면인 유제면에 찍히는 것이고 암백 안에서 손으로 만질 때 앞면에 조금 묻은 지문은 현상할 때 씻겨나가니까요. 



필름을 카메라에 장착합니다. 퍼포레이션(구멍들)이 톱니바퀴에 잘 물려서 팽팽한지 확인하시면 됩니다. 왼쪽의 스풀을 엄지손가락으로 잡고 있으면 오른쪽 필름 파트로네는 튀어나오지 않습니다.



뒷 뚜껑을 잘 맞춰 닫아줍니다. 아래쪽 바닥판은 튀어나오거나 단차 없이 매끈하게 딱 맞아야 합니다. 사방이 잘 맞았으면 어디 한 곳도 단차가 안 생기고 아귀가 잘 맞습니다. 그러면 꼭꼭 눌러 딱딱 소리가 나게 잘 닫아줍니다. 사방을 만져서 잘 맞물렸나 확인합니다. 이제 암백에서 꺼냅니다.


어쨌든 분리하는 과정을 거쳤기때문에 약간 벌어지거나 혹은 미세하게 조금 깨지거나 한 부분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면 완벽하게 딱 맞지 않고 1mm쯤 벌어지거나 하기도 합니다. 이런 경우에는 스카치 테이프 같은 것으로 붙여 고정해줍니다.



이제 새 필름을 장착한 30mm F9.5짜리, 플래시까지 장착된 아주 가벼운 새 카메라가 하나 생겼습니다.


어때요, 참 쉽죠?




Posted by 이루"

이 포스팅은 구버전입니다. 이것보다 훨씬 쉽게 작업하는 새 버전을 http://irooo.tistory.com/72 에 새로 포스팅해두었습니다. 쉽게 하는 걸로 읽어보세요.





지난번 포스팅에서 일포드의 흑백필름 XP2가 들어 있는 일회용 카메라가 아주 사진이 잘 나온다는 얘기를 했었습니다. 그냥 버리기에는 왠지 아까운 생각이 들어서, 혹시 필름을 넣어 다시 사용할 수 있을까 연구해보았습니다. 결론은 그렇게 어렵지 않네요. 궁금한 분들은 아래를 보시고 따라해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다만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물건이라 두세 번 정도 재활용하면 아마도 수명을 다하지 않을까 싶기는 합니다.


코닥에서 나오는 펀세이버 일회용 카메라도 많이들 재활용하시는데 어쩌면 이 카메라는 그것보다 조금 더 쉽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카운터 리셋이 너무너무 손쉽거든요.


준비물: 다 쓴 일포드 일회용카메라(XP2나 HP5가 들어 있었던 것들 중 어떤 것도 좋습니다. 구조는 같으니까요), 일자드라이버, 암백, 검정 절연테이프, 새로 넣을 필름(감도 400 이상이면 좋습니다)


<지금은 밝은 곳에서 해도 되는 작업입니다.>



이 카메라는 필름을 꺼내기 위해 현상소에서 필름이 장착되었던 부분을 뜯어낸 것이라 사진처럼 그 부분이 벌어져 있습니다.



드라이버를 이용해서 앞판을 분리합니다. 



깨지거나 하지 않도록 무리한 힘을 주지 마시고 홈 부분들을 아랫판과 양 옆구리쪽을 들어내면 간단히 앞 투명판이 분리됩니다. 투명판 안쪽의 종이는 그야말로 포장입니다. 뒤쪽의 본체와 뒷판만으로 카메라의 모든 구조가 사실상 완성이고 필름으로 빛도 새어들어가지 않습니다. 앞쪽 판은 외형과 포장(내부의 종이를 바꾸면 다른 필름용이 되겠죠)용인 겁니다.



이번엔 카메라는 잠시 바닥에 놓고 준비한 검정 절연테이프를 5cm 정도의 길이로 잘라 두 겹으로 겹쳐 붙입니다. 왜 이런 걸 하냐고 묻지 마시고 그냥 두 겹 혹은 세 겹으로 두껍게 붙이세요.



일회용카메라들에는 대개 플래시가 내장되어 있는데, 구조가 간단하기때문에 케이스 안쪽으로 회로가 노출되어 있습니다. 사진에 보이는 'PHOTO FLASH'라고 쓴 부분이 대형 콘덴서인데, 이 부분의 접점을 만지면 전류량은 크지 않지만 전압은 매우매우매우 매우 강력한 전기에 감전될 수 있습니다. 따끔 정도가 아니고 쇼크를 입을 수 있는 정도이며 화상을 입은 것처럼 오래 욱씬거릴 수도 있으니 절대로 만지지 마시고 조심하세요. 절연테이프는 암백에 이 부품들을 넣고 작업해야 하는데 손으로 만질 수도 있는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플래시 옆의 접점부를 가려 막기 위해 붙여주는 용도로 준비한 것입니다. 한 겹으로 붙이면 그 위로 전기가 통할 정도로 강력합니다. 꼭 두 겹 혹은 불안하다면 세 겹 정도 붙여서 사용하세요.



이 부분을 잘 덮고 위쪽 콘덴서 발 부분의 배선과 옆구리쪽 부분까지 잘 덮히게 감싸주면 됩니다. 이 절연테이프는 나중에 또 중요한 용도에 사용하게 됩니다.



이제 뒷판을 분리합니다. 분리해보면 알 수 있지만 이 카메라는 앞쪽 투명 커버는 커버일 뿐이고 실제 필름은 몸체와 뒷판 안에 모두 들어 있습니다. 앞쪽이 투명하다고 해서 빛이 새어 들어가거나 하는 구조는 아닙니다. 드라이버를 넣어 살짝 들고 배터리 아래쪽 판을 손으로 들어주면 뒷판도 분리됩니다.



이렇게 작업하실 때 아까 절연테이프로 감싸주었던 접점 쪽은 일단 주의해서 잡도록 하세요. 혹시나 덜 가려진 접점이 손에 닿으면 으아....



일회용카메라의 핵심 구조입니다. 코닥이나 후지는 왼쪽에 보이는 스풀이 없거나 하기도 한데 일포드는 스풀이 있어서 더 작업하기 쉽네요. 이제 카운터를 설정해야 합니다.



다른 브랜드와 다르게 일포드 일회용 카메라는 이 카운터 부분을 그대로 돌려서 세팅할 수 있게 돼 있습니다. 처음 구매했을 때는 27컷이라고 되어 있었지만, 36컷짜리 필름을 넣어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이 때에는 39가 보이도록 카운터를 돌려 세팅해 두고 새 필름을 장착하기로 합니다. 36컷짜리 필름도 실제로는 38컷에서 39컷도 찍히기도 하니까.. 카운터는 그렇게 보자구요.



필름은 감도400 이상의 것을 준비합니다. 800 이상은 가격이 좀 나가니까 400이 가장 좋겠죠. 일회용 카메라는 조리개와 셔터가 고정되어 있으므로 어두운 곳에서는 플래시를 터뜨리거나 해야 하는데 그래서 감도가 높은 것이 유리합니다. 원래 들어 있는 XP2 필름도 감도가 400이었죠.


왼쪽의 스풀에 모두 감겨 있다가 촬영하면서 오른쪽의 필름 파트로네 안으로 되감겨 들어가는 방식으로 촬영이 진행됩니다. 그래서 암백 안에서 작업해야만 합니다.



준비한 암백에 필름과 본체, 앞뒤 커버를 모두 넣습니다. 나중에 방향과 자리를 잘 파악해서 작업해야 하니까, 암백에 넣으면서 왼쪽에는 앞커버, 가운데에는 본체, 그리고 필름과 스풀, 오른쪽에는 뒷커버 하는 식으로 자리를 잡아서 넣고 내용물이 흐트러지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팔을 끼웁니다.


<이제부터는 암백내에서 하는 작업입니다. 편의상 작업내용이 보이도록 사진을 촬영했습니다.>



필름을 왼쪽의 스풀에 감아주어야 합니다. 감는 방향은 사진처럼 역방향입니다. 스풀은 위쪽은 일자홈, 아래쪽은 끼워넣을 수 있는 틈이 있는 이중홈이 있으니 방향에도 주의하세요.



이런 식으로 단단하고 타이트하게 감아줍니다. 처음 하시는 분들은 이 작업이 쉽지 않을 수 있습니다. 암백 작업이 늘 그렇듯이 시원한 곳에서도 한참 하다보면 손에 땀이 나고 암백 안이 더워집니다. 가능하면 빨리 작업하는 것이 좋습니다. 장갑을 끼면 좋겠지만 감각이 매우 둔해져 이 작업을 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혹시라도 자신이 없다면 암백 안에 화장지 몇 장을 같이 넣어 손과 손끝의 땀을 닦으면서 하시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됩니다. 못 쓰는 필름이 있다면 암백 밖에서 연습을 조금 해보고 하시는 것도 좋습니다. 자꾸 풀리기 때문에 요령껏 해야 합니다. 필름에 땀이나 지문이 많이 묻으면 사진에도 나올 수 있으니 필름의 촬상면 안쪽은 될 수 있으면 안 만지도록 하세요. 양 옆의 퍼포레이션 부분만 잡으면서도 충분히 감을 수 있습니다.



36컷짜리 필름을 전부 감으면 이런 정도의 굵기가 됩니다. 이대로 풀리지 않도록 잡고 저어기 보이는 본체에 장착한 후 뒷 커버까지 닫아야 하는 겁니다.



이런 식으로 안착시킵니다. 왼쪽을 잡으실 때는 접점을 만져서 감전되지 않도록 주의하시면서 또한 필름 타래가 풀리지 않도록 하셔야 하는데, 일단 왼쪽 스풀을 자리에 넣었다면 아래 바닥쪽에서 스풀의 구멍으로 손가락을 넣어 잡아주면 편리합니다.



이제 뒷 커버를 닫습니다. 자리를 잘 잡고 꼭꼭 눌러서 딸깍 딸깍 소리가 나도록 잘 닫아줍니다. 이 때 바닥의 구멍으로 스풀을 잡고 있으면 필름 타래가 안 풀리도록 작업할 수 있습니다.



필름을 뺄 때 필름 파트로네 장착부를 들어 뜯어냈기 때문에 바닥이 갈라져 있습니다. 이 부분으로 빛이 샐 수도 있겠죠. 이 부분을 위해서 아까 그 절연테이프를 사용하기로 합니다.



접점을 만지지 않도록 주의하면서 아까 그 절연테이프를 뜯어 임시로 뒷판에 살짝 붙여둡니다. 나중에 떼어서 사용할 겁니다.



투명 앞 커버를 끼워줍니다. 접점 안 만지도록 주의하세요. 안에 들어 있던 XP2 표시가 되어 있던 종이 조각은 빼봤습니다. 그랬더니 투명한 속 구조가 보이는 아주 특이한 카메라가 되었네요.



<이제 암백에서 꺼내도 됩니다.>



암백에서 꺼낼 때는 필름 장착부를 손으로 눌러 들뜨지 않도록 하면서 꺼내세요. 자칫 빛이 살짝 스며들 수도 있습니다.




구석구석 앞커버 뒷커버가 덜 맞물린 부분이 있다면 잘 맞춰 꼭꼭 눌러가며 잘 끼우시고, 아까 뒷판에 붙여두었던 절연테이프를 이용해서 갈라져 깨진 부분, 그리고 들떠서 덜 맞물리는 부분을 힘받게 붙여 고정시켜줍니다.



이제 모든 작업이 끝났습니다. 사진 아주 잘 나오는 새 일회용 카메라가 하나 생겼네요!






Posted by 이루"


저렴하면서도 매우 성능이 좋았던 아그파의 비스타플러스 200 필름이 더는 생산되지 않고 있다는 뉴스가 dpreview 에 떴습니다. Japan Camera Hunter가 먼저 기사화시킨 후에 이 소식이 빠르게 확산되었네요.


사실, 이 필름의 생산과 공급에 뭔가 이상이 있다는 징후는 작년에 포착됐습니다. 한국에서도 싸면 2천원 후반대, 보통 3천원 초반대에 팔리던 필름인데 영국의 Poundland라는 샵에서 1유로 내외의 엄청나게 싼 가격에 판매되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뭔가 공급에 문제가 있지 않는가 하는 얘기가 나왔고 꽤 공식적으로 '더는 생산되지 않고 있다'는 게 확인 된 건데요.


독일의 브랜드인 AGFA의 사진용 필름사업 부분은 이미 2005년에 파산했습니다. 이 때 이탈리아의 루푸스(Lupus) 이미징이 이 상표와 재고를 인수했다고 합니다. 한동안은 독일의 재고를 포장해서 Vista 라는 이름 그대로 판매했지만, 몇 년 후 Vista plus라는 이름으로 바뀌어 판매가 시작됩니다. 이 때에는 100, 200, 400 감도의 필름들이 모두 있었지만, 한두 해 뒤 100은 사라지고 200과 400만 판매가 계속되어 왔습니다. AGFAPhoto의 브랜드로 판매되는 슬라이드필름으로 CT Precisa가 있었고 꽤 최근까지도 판매가 계속되어 왔습니다만, 이 역시 작년 하반기에 단종인 것 아닌가, 새로운 재고가 공급되지 않고 있다는 보고가 여기저기에서 나왔었습니다.


사실 Vista plus는 유럽에서 생산되지 않고 일본의 후지필름에서 생산한 필름을 리브랜딩(주문자상표 부착)방식으로 판매한 것이었습니다. 현상해보면 퍼포레이션 부분에 필름 코드가 아닌 후지필름의 리브랜딩 전용 마킹인 200N 혹은 400N이 적혀 있습니다. 후지필름의 컬러 네거티브 필름들이 가진 바코드를 그대로 가지고 있으며, 베이스도 후지의 것입니다.


후지필름은 자사의 필름 상품을 판매하는 것 이외에도 OEM 방식으로 여러 다량 주문자들에게 자신들의 브랜드로 판매할 수 있도록 매우 저렴한 가격에 필름을 공급했었습니다. 이 필름들은 모두 퍼포레이션에 200N으로만 마킹되는 리브랜드 시리즈들이었습니다.(따라서 현상후에 필름만 보고 어떤 필름인지 알아낼 수가 없습니다)


Perutz

TUDOR

Rossman

WPhoto(Walgreen)

AS Color

MyHeart

CVS Color

Sunny16


(등등 그 외에 몇 가지가 더 있었습니다.)


베이스 특성과 발색특성 등을 종합해보면 이 필름들은 모두 후지필름의 C200 과 거의 같은 것이었다고 합니다.


상표나 패키징에서 얻어지는 플라시보 효과로 인해 사람들은 '다른 필름들'인 것으로 생각하고 이 필름들로 사진을 찍어왔지만, 현상해보면 모두 200N 코딩만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아주 미묘한 유제배합의 차이 정도만 있(거나 한 듯한 정도에 불과할 뿐)어 필름들을 섞어놓은 뒤 블라인드 테스트로는 거의 구분하기 힘든 유사함을 보여줬습니다.


지금도 서로 다른 패키징과 서로 다른 가격으로 서로 다른 필름인 것처럼 판매되고 있지만, 사실상 거의 같은 필름들이라고 봅니다.


아그파 비스타 플러스 필름은 세계적으로 공급돼 있는 재고가 소진되면 더는 판매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슬라이드필름이었던 CT Precisa는 발색특성으로 보면 아마도 후지필름의 프로비아 100F가 아니었나 하고 추측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전의 실제 AGFA의 재고를 판매하던 시절의 CT는 퍼포레이션부분의 글자가 로마자였지만, 후지필름에서 공급받기 시작하면서는 R100 이라고 마킹되어 왔습니다. 이 역시 단종인 것 같구요.


필름사진시장이 다시 기지개를 켜면서 필름 소비량도 늘어나고, 가장 큰 경쟁자인 코닥이 생산을 중단했던 슬라이드필름을 다시 만들겠다고 하고, 새 흑백필름을 내놓고, 이탈리아나 독일 영국 일본에서도 이런저런 다른 흑백필름을 내놓고, 새 컬러필름도 또 만들겠다고 하는 이 시점에서 비스타라는 저렴하고도 뛰어난 성능을 가진 필름이 사라지는 것은 안타까운 일입니다.


이것은 아마도 후지필름이 더는 리브랜딩 방식으로 필름을 싸게 공급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보입니다.


필름수요가 늘어나는 시점에서 싼 필름들을 더 싸게 다른 판매자들에게 공급하는 것보다 자신들이 직접 판매하는 것이 수익성이 더 좋다는 생각이겠죠. 하지만 후지필름은 이미 최근에도 프로비아 400X를 단종시켰고, 벨비아100F를 없앴으며 내츄라1600도 곧 단종시킨다고 합니다. 필름 수요가 더 많아지면 새로운 필름을 만들어낼 생각을 할까요?


코닥은 거대한 몸집을 줄이고 줄여 사진용 필름과 감재의 생산 판매만으로도 굴러갈 수 있는 몸집이 되었기에 새 필름을 발매하고 시장 수요에 대응하는 것으로 성장이 가능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후지필름은 이미 필름사업이 아니어도 잘 먹고 잘 살 수 있을만큼 체질도 바꾸고 사업분야도 거의 바꾸었습니다. 후지필름의 매출규모 전체에서 필름사업 부분이 차지하는 비중이 3%도 안 된다고 들은 것 같습니다. 안 해도 그만인 사업이 된 셈이죠. 열 배쯤 성장해서 30%로 커진다면, 아니면 경쟁업체나 다른 브랜드의 필름들이 더 폭발적인 수요 증가 덕택에 매출과 순익규모가 열 배쯤씩 마구마구 커진다면 후지필름도 약간 정신을 차릴지는 모르겠습니다.


아직 아그파의 상표권을 가지고 있는 루푸스가 새로운 필름을 생산하거나 혹은 새로운 필름 공급처를 찾지 못한다면 우리는 아그파 상표가 붙은 필름들을 더는 볼 수 없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분명 가져다 팔기만 할 수 있다면 조금씩 더 많이 팔릴 거라는 확신은 있을텐데 말입니다.


아직 한국의 판매상에는 꽤 재고가 남아 있는 것 같네요. 필요하신 분들은 얼른 쟁여놓으시기 바랍니다. 아, 물론 후지필름의 C200을 써도 비슷한 사진을 얻으실 수 있을 겁니다. 


Posted by 이루"

일포드Ilford XP2 400 내장 일회용카메라


어제는 일회용 카메라에 깜짝 놀랐습니다. 아무리 낮시간이라고는 했지만, 그리고 400짜리 감도를 가진 필름이 들었다고는 했지만, 물경 열 개가 넘는 카메라에서 단 한 컷도 노출이 부족해서 건지지 못한 사진이 없었네요. (네거티브니까 몇 스톱 정도 오버된 컷들은 거의 다 살려낼 수 있습니다)




일회용 카메라들은 영어로는 'film with camera'라고 쓰여져 있곤 합니다. 필름값과 카메라값, 그리고 들어 있는 배터리값을 다 포함한 가격으로 팔리는 셈입니다. 그러니 카메라가 매우 저렴한 가격의 물건일 수밖에는 없습니다.


토이카메라류도 그렇지만 대개의 일회용 카메라들의 광학부는 1군 1매짜리의 플라스틱 렌즈로 되어 있습니다. 정말 드물게 초광각버전 같은 경우 1군 2매짜리는 본 적이 있는 것 같기는 합니다. 일포드의 XP2가 들어 있는 이 카메라 역시 플라스틱 소재의 1매짜리 렌즈가 끼워져 있습니다. 화각은 대략 30mm, 그리고 조리개는 스펙상 9.5라고 되어 있지만 뭐 아무튼 그 정도. 초점은 과초점 존포커싱으로 아마 1미터 밖으로는 다 맞는 팬포커스. 셔터는 1/100초 정도. 주변부 화질은 열악하지만 중심부는 비교적 퍽 쨍하게 잘 나옵니다. 일회용 치고는 계조도 좋고 선예도도 충분합니다.

셔터는 대개 얇은 금속막 2매에 스프링 하나 정도로 이뤄져 있는데 셔터를 누르면 팅 하고 열렸다 닫히는 속도가 1/100초 내외가 됩니다. 기계적으로 매우 간단한 구조여서 누를 때마다 대략 그 정도의 셔터속도로 노출이 됩니다만 어쩌면 때로는 1/90일 수도 있고 때로는 1/110일 수도 있겠죠. 하지만 필름이 네거티브이니까 큰 차이를 만들어내지는 않습니다. ISO400, F9.5에 1/100초면 맑은 날 낮에 찍으면 잘 나오는 정도에서 한두 스톱 오버되는 정도입니다. 하지만 F8에 1/30초 이하의 셔터가 필요한 그늘쪽에서도 꽤 충분한 암부 디테일이 담긴 사진들이 만들어집니다. 플래시 광량은 약한 편이지만 오버되지 않고 매우 자연스러운 사진을 만들어줍니다.


열 분이 넘는 인원이 각각 하나씩 카메라를 나눠 갖고 흩어져 자유롭게 촬영하고 다시 모아 현상했는데, 찍는 분들이 조리개와 화각과 감도에 대한 설명을 미리 다들 들었다고는 하지만 카메라가 꽤 괜찮았다는, 일회용 카메라도 이 정도면 진짜 쓸만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스펙상 27컷이지만 실제로는 30컷을 찍을 수 있었습니다. 다만 마지막 컷은 절반 정도만 찍히니 주의. 양손으로 잡고 찍을 때 손가락 나오기 쉬우니 주의. 어두운 곳이다 싶으면 아끼지 말고 플래시를 터뜨리는 게 좋습니다. 배터리도 돈 주고 산 물건인데 안 쓰면 아깝죠.


그리고 흑백이지만 컬러현상(C41)으로 작업되므로 특별히 흑백필름을 현상할 수 있는 현상소를 찾지 않아도 필름을 현상하는 곳이면 어디서나 작업이 가능합니다. 현상/스캔 비용도 일반 컬러필름과 같구요. (일포드에는 본격 흑백필름인 HP5같은 것을 내장한 일회용 카메라도 있습니다)


다만 개당 1만7천원 더하기 현상/스캔비용을 합치면 2만원이 넘는 총 소요비용이 아쉽지만, 30컷이므로 컷당 700원대의 비용이라는 걸 생각해보면 Instax나 폴라로이드류보다는 한참 저렴하고 쓸만한 사진을 만들어준다는 점에서는 끄덕끄덕..




왼손 손가락 나오기 쉬우니 주의하세요.



Posted by 이루"


Ferrania P30 Alpha 필름 소개



Ferrania는 매우 역사가 오래된 이탈리아의 필름 메이커였습니다. 1923년에 설립됐고 이런저런 역사와 풍파를 겪으며 필름을 만들어 팔아왔습니다. 아마도 예전에 필름을 써본 분들이라면 혹시 솔라리스 필름을 기억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Ferrania의 대표상품이었던 Solaris 컬러필름. 100, 200, 400, 800 필름이 있었습니다. 솔라리스 상표 외에도 OEM의 형태로 다른 브랜드로 판매되기도 했는데, 유럽쪽에서는 삼성의 상표로 팔리기도 했었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필름시장이 쇠퇴하면서 경영이 악화됐고, 2009년에 문을 닫게 됐습니다. 앞서 2007년에는 헝가리의 필름과 인화지 제조사 Forte도 문을 닫았었습니다. (참고: 폐허가 된 포르테 공장 모습 https://www.lomography.com/magazine/323481-in-memory-of-the-forte-factory )


그러던 Ferrania가 2013년에 기존의 공장과 제조설비를 재인수하면서 다시 부활해서, 2015년에는 '필름을 재생산하겠다'면서 킥스타터에서 펀딩을 시작합니다. 이 시기는 세계적으로도 #filmisnotdead 태그가 유행하면서 다시 필름 포토그래피가 살아나려고 꿈틀대기 시작하던, 그 무렵이었습니다. 2016년 초에는 필름을 다시 생산해서 공급하겠다고..


그런데 펀딩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는데도, Ferrania의 진행상황은 어느 순간부터 전혀 업데이트되지 않기 시작합니다. 몇 달이나 아무런 진행도 소식도 없자 backer들은 Ferrania의 사이트에 '뭐라도 좋으니 그냥 아직 안 죽었다고 글자라도 적어달라'는 등의 하소연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그러다가, 오랜 시간의 침묵기를 거쳐 '공장을 재가동하기 시작했다'는 두루뭉실한 동영상 업로드 같은 조금은 의심스러운 업데이트가 있고 나서, 2017년 2월에 P30 이라는 흑백필름을 재발매하기에 이릅니다.


2000년대 들어서는 주로 저가형의 솔라리스를 생산해서 판매했었지만 옛날에는 흑백필름도 생산했었는데, 그 필름이 P30이었습니다. 말하자면 복각인 셈이죠.


저도 소식은 들었는데 생산량이 많지는 않아 우선 킥스타터 backer들에게 먼저 공급하고, 온라인을 통해서만 판매하기 시작했었습니다. 직접 사용해보지는 않더라도 현상의뢰가 들어올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2017년 중반 즈음 이 필름을 실제 구매하신 분을 뵙기는 했지만 2018년이 되어도 현상의뢰는 들어오지 않아 직접 구매해보았습니다.


온라인에서는 미국/캐나다와 유럽을 위한 사이트가 있는데, 미국쪽에서는 8.5달러, 유럽쪽에서는 8.5유로에 판매합니다. 미국쪽에서 구입하는 게 유리하겠죠. 또 한 생산량이 많지 않아 한 번 주문에 1인당 최대 10롤까지만 판매합니다. 국제배송은 하지 않으므로 배대지를 써야만 합니다. 미국발 구매 사이트는 http://www.filmferrania.com 입니다.(가끔 품절되기도 합니다. 재입고에 몇 주 정도 걸리고 그러네요)



보통 필름 패키징들은 이렇게 종이상자에 풀칠로 밀봉되어 있는데, P30은 잘 접혀 넣어진 형태여서 그냥 박스를 열어볼 수 있게 돼 있습니다. Panchromatic(전색감응) 흑백필름이고 감도는 80입니다.


2017년~18년 무렵에 세상에 다시 선보인 흑백필름들이 몇 가지 있습니다. Agfa 브랜드로 APX가 다시 발매됐고, Japan Camera Hunter에서 JCH StreetPan, Bergger에서 Pancro 400 이란 필름을 내놨었습니다. 일본 오리엔탈에서도 Seagull 이란 필름을 내놨었네요. 헌데 이들 필름 중에서 발매사가 직접 제조한 완전히 새로운 필름은 또 몇 종 안 됩니다. 일포드나 Adox 계열의 필름들이라는 게 베이스나 유제의 특성을 보면 발견되곤 하죠. 그래서 사실 이 필름도 직접 보기 전에는 혹시나 직접 만들지 않는, 기만적인 제품이 아닐까 하는 의심을 살짝 했었습니다. 그리고 직접 열어보았죠.



베이스를 확인하고서야 겨우 믿을 수 있었습니다. 정말로 새로 만들어진, Ferrania만의 완전히 새로운 필름이다! 라는 것을요.


필름 파트로네에 DX 코딩은 되어 있지 않습니다. 따라서 감도를 DX로만 인식하는 일부 자동카메라에 사용하면 80의 감도로 사용할 수 없고, 아마도 100으로 촬영될 겁니다.


100으로 촬영해도 문제 없지만, 100의 데이터로 현상해야 합니다. 따라서 이 필름을 100으로 촬영하셨다면 100으로 현상의뢰하거나, 1/3스톱의 노출부족이 있을 수 있음을 고려해서 약간 노출보정해서 촬영하거나 하면 됩니다. 


저는 빠른 테스트를 위해 리코의 GR1을 이용해서 100으로 촬영하고 XTOL을 이용해서 현상해봤습니다.


Ferrania의 설명으로는 은 성분의 사용량이 매우 많으며 풍부한 계조를 보여줄 거라고 했습니다. 통상 100보다 저감도인 필름들의 특성은 매우 고운 입자와 강한 컨트라스트인데, 그런 특성도 그대로 보이는 듯합니다. 현상된 네거티브는 강렬한 컨트라스트를 보여줬습니다.



그럼에도 암부에서 명부에 이르는 계조는 매우 충실하게 살아 있어서, 실제 활용에 있어서는 깜짝 놀랄만큼의 사진을 보여줍니다. 톤은 매우 클래식하며 입자는 아주 곱고 부드럽습니다. 다음번 롤은 약간 감감해서 현상해보아야겠습니다. 퍼포레이션에는 매우 희미하게 Ferrania와 필름 카운터가 imprint 되어 있습니다. 


샘플 컷 몇 장과 함께 소개를 마칩니다.







Posted by 이루"

T-grain 이라는 입자모양 제어기술 공법을 사용하는 코닥의 흑백 필름에는 세 가지가 있었습니다. 


Tmax100(TMX), Tmax400(TMY), 그리고 Tmax3200(TMZ) 가 그 시리즈였었는데, 코닥이 파산보호를 신청하고 슬라이드필름을 생산 중단하던 그 해에 TMZ도 함께 생산이 중단되어 더는 판매되지 않고 있었습니다. 그동안은 TMX와 TMY만 생산, 판매되고 있었죠.


2017년 벽두에 '슬라이드를 다시 생산하겠다'고 소리쳤던 코닥이 2018년 2월이 다 지나도록 아직 그 슬라이드필름은 내놓지 않고 있는 가운데, 3월에 TMZ를 재발매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여튼 반가운 일입니다. 한동안 감도 3200의 흑백필름은 일포드의 델타3200밖에 없었는데 어찌됐든 코닥이 이 필름을 재발매해준다니, 좋은 소식입니다. 코닥 알라리스 사이트에도 정보가 떴네요.


http://imaging.kodakalaris.com/professional-photographers/photographers/professional-films


엑타크롬 슬라이드는 대체 언제 내놓을까 더 궁금해집니다. 최소한 '언제 내놓겠다'는 얘기라도 좀 해줬으면 좋겠습니다만.





Posted by 이루"


가 영상으로 코닥의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라이브 방송 형식으로 잠시 발표됐습니다.


영상은 코닥이 뛰어든다는 가상화폐 코닥원과 엑타크롬필름, 그리고 수퍼8 필름에 대한 것인데 6분20초분부터 엑타크롬에 대한 얘기가 나옵니다.


물론 유창한 미국식 영어이고 자막 같은 건 없군요 ㅠㅠ


암튼 공장이 끝내주더라 뭐가 어떻더라 이런 잡담이 계속 이어지고 우리가 기다리는 '언제 나온다'는 얘기는 ...


영상 보세요... 털썩


https://www.facebook.com/kodak/videos/1419076258214365/




Posted by 이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