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콘(Flextight) 가상드럼(Virtual drum) 스캐너와 업소용 스캐너간의 비교
세칭 이마콘 Imacon이라고 불리는 스캐너는 많은 분들이 '끝판왕'이라고들 알고 계십니다. 워낙 가격도 가격인데다가 생김새도 독특해서 대체 어떤 방식으로 동작하는 것인지 궁금하기도 하실테고, 어떤 식으로 스캔이 진행되는지도 궁금하실테죠. 이마콘 스캐너들의 전형적인 생김새는 이렇습니다.
이마콘 플렉스타이트 646스캐너
이외에 848이나 949, 현행 모델인 X1이나 X5도 모양과 스타일, 크기는 거의 비슷합니다. 구형 모델은 가로로 누운 모델도 있지만 방식과 원리는 같습니다. 높이가 65cm, 무게는 무려20kg이 넘는 통 주물 하우징으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앞에 혓바닥처럼 내민 부분이 필름홀더를 장착하는 곳이고 저기에 스캔할 필름을 세팅한 후 전용 소프트웨어를 구동시키면 홀더가 스캐너 안으로 빨려들어가면서 동작합니다.
진짜 드럼 스캐너는 필름이나 인화물 같은 원고를 원통형 드럼에 오일을 발라 밀착시켜 고속으로 회전시키면서 정밀하게 상을 읽어들이는 방식이었지만, 월등한 품질에도 불구하고 오일을 발라야만 하기때문에 한번 스캔하고 나면 아무리 잘 닦아내도 원고가 훼손된다는 단점이 있었습니다.
이마콘의 가상드럼스캐너는 위의 그림에서 보듯 원고가 내부의 원통형 구조를 따라 둥글게 감기면서 들어가는데, 이렇게 '원통형으로 굽어지는 평면의 접선 부분은 완벽한 직선을 이룬다'는 특허 원리를 이용해서 초초초 정밀한 초점과 스캔이 가능한 방식이어서 '가상' 드럼이라고 부릅니다. 실제 테스트한 바로는 진짜 드럼스캐너를 이용한 결과물보다 나으면 나았지 떨어지지 않는다고들 하네요.
우수한 광학적 성능은 스캐너의 가장 큰 덕목입니다. 다만 그 외에는 많은 단점들이 있는데, 이런 방식이기 때문에 홀더가 지원하는 길이 이상의 필름을 한번에 스캔할 수 없고(롤스캔 불가) ICE를 이용한 먼지/스크래치 제거가 되지 않아 스캔된 이미지에서 수작업으로 먼지를 지워주어야 한다는 점, 그리고 우수한 계조때문에 일반적으로 우리가 보는 사진들의 색상과 조금 다른(!) 결과물을 얻게 된다는 점 등이 아쉬움입니다. 높은 가격은 단점이라고 보긴 그렇구요.
이전의 기종간 리뷰에서 보았던 그 이미지를 다시 한 번 볼까요?
위에서 아래로 순서대로 후지-노리츠-코닥-이마콘입니다.
후지
노리츠
코닥랩
이마콘
위의 세 기종들은 모두 시원한 반면 이마콘의 이미지는 어딘가 답답해 보이실 겁니다. 오른쪽 담장이 가장 어둡게 나왔고 왼쪽 가장자리 어두운 부분들도 가장 밝게 나온 듯해 보입니다. 한마디로 명부(하이라이트)와 암부(섀도우) 부분이 다 살아있다는 뜻입니다. '컨트라스트가 낮다'라고 이야기할 수도 있겠지만 스캐너의 능력이 되지 않으면 아무리 컨트라스트를 낮추어도 밝은 부분과 어두운 부분의 계조를 다 읽어들일 수 없습니다.
보통은 계조를 읽어들이지 못하고 하얗게 날아간 명부를 '화이트홀'이라고 부르고 위의 세 스캐너에서는 어딘가 그런 부분이 있지 않을까 싶은 정도의 하얀 부분이 보이는 듯도 합니다만 아래의 이마콘은 그래 보이는 부분이 전혀 없습니다. 암부도 마찬가지죠.
이마콘같은 이미지는 컨트라스트를 높여 쨍하게 만들어줄 수는 있지만 반대로 이미 날아간 계조는 다시 살려낼 방법이 없기 때문에 스캔된 이미지를 활용하는 측면에서는 비교할 수가 없습니다.
물론 시각적으로는 여러분이 느끼신 것처럼 이마콘의 이미지가 상쾌하고 깔끔해보이는 것과는 거리가 있을 수 있습니다. 리터칭이 필요할테죠.
계조가 좋은 것뿐 아니라 사실 이마콘의 가장 뛰어난 점은 해상력입니다. 그저 스캔해 놓은 이미지의 가로세로 크기와 용량만 크다고 더 좋은 품질의 이미지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평판스캐너들도 광학해상도 9600dpi니 하지만 광학해상도 8000dpi의 이마콘과는 게임이 되지 않습니다. 필름전용 스캐너들도 4000~6000dpi 정도를 지원하지만 분해능은 이마콘에 비해 떨어집니다. 업소용 스캐너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래는 다시 순서대로 후지-노리츠-코닥-이마콘의 순서입니다. 이마콘으로는 50mb의 용량으로 스캔했으며 대략 5100x3300 픽셀 정도가 됩니다. 나머지 세 업소용 스캐너들은 그런 해상도가 지원되지 않거나 하기 때문에 업스케일링으로 같은 크기로 맞추었고 100%를 크롭했습니다. 각각의 이미지들을 클릭해보시면 원본사이즈로 커집니다.
후지
노리츠
코닥랩
이마콘
굳이 클릭해서 원본을 100%로 보지 않으셔도 대강 차이는 보이시겠지만 그래도 한번씩 원본을 클릭해서 자세히 보셔도 좋습니다. 이마콘의 경우는 그냥 선예도가 좋은 게 아니라 필름의 입자 하나 하나가 구분이 되고, 그것들이 만드는 상이 고스란히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후지가 가장 해상력이 떨어지고 뭉개져 있으며 노리츠는 뛰어난 해상력을 보이지만 채도가 너무 강해서 원색이 튀고 모래알같은 입자감이 거슬립니다. 코닥 랩스캐너가 셋 중에서는 가장 좋아보이지만 붉은 기운이 강한 편이네요. (조정해야겠습니다)
이마콘의 이미지는 이렇게 좋지만 또 사진 전체로 보면 깔끔한 맛이 떨어지는 답답함이 밀려옵니다. 여자친구의 얼굴을 마크로 렌즈로 클로즈업해서 땀구멍과 피지까지 다 보이게 선명하게 찍으면 싫어한다고들 했던가요? 인물사진에서 해상력이 떨어지는 뽀샤시가 많이 쓰이는 것은 사진이 지녀야 할 가치가 무조건 선명하거나 계조가 좋거나 한 것만은 또 아니라는 점을 말해주기도 하죠.
하지만 스캐너는 필름이 가진 아날로그 정보를 가장 손실이 적게 디지털 데이터로 변환해주는 게 좋은 겁니다. 그것을 취향과 목적에 맞게 가공하고 활용하는 것은 그 이후의 일이죠.
그렇지만...
이마콘으로 스캔된 이미지를 보정하고 먼지를 지우고 컬러를 맞추고.. 하는 작업은 매우 무척 고되고 어려운 일입니다. 맨 아래의 이미지를 위의 셋 중 하나와 비슷하게 만져낸다고 생각해보세요... ㅋㅋㅋ...
(실제로 이마콘으로 스캔했는데 색이 왜 이러냐, 하는 분들도 많이 계십니다. 업소용이나 개인용 스캐너로 이전에 작업했을 때는 읽어들이지 못했던 계조나 선명도가 이마콘에서는 읽어들여지고 더 보이는 때문입니다..)
가정에서 평판스캐너를 사용할 때 가장 번거롭고 시간이 많이 걸리는 부분은 의외로 홀더에 필름을 세팅하고 다루는 등의 과정입니다. 일부 필름전용 스캐너들도 홀더 다루는 것에 많은 시간이 걸리고 불편하죠. 이마콘도 예외는 아닙니다. 그런데 그것보다 훨씬 더 불편한 점은 ICE를 탑재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먼지/스크래치 제거가 전혀 안 된다는 점입니다. 아무리 잘 불어가며 작업해도 먼지는 눈에 보이지도 않는 수준이죠. 포토샵의 도장툴이나 힐링브러시로 지워줘야만 합니다. 1만 픽셀이 넘는 이미지를 띄워놓고 몇 시간씩 먼지를 지우는 작업은 때로는 고오오오오통이지요...
네.. 즐거운 필름생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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