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야기2017. 2. 22. 21:19

2019년 6월 현재 코다크롬 필름 현상 서비스는 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나옵니다. 시험적으로 현상에 성공했었는데 상업적 서비스에는 문제가 있었거나, 혹은 실제 현상에 성공하지 못했었을 수도 있네요. (그 이후 저는 아직 여기서 현상받았다는 필름을 본 적이 없습니다.) 아쉽네요.



코다크롬(Kodachrome) 필름이 다시 현상 가능해지다


전통적으로 사진술(photography)는 필름(혹은 그 옛날에는 유리판 등)에 역상(negative)을 만들어 그것을 인화지에 대고 노광을 줌으로써 종이에 완성된 사진을 얻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필름 자체로 역상이 아닌 정상의 상을 얻도록 현상할 수 있게 한 방법이 있었으니 그래서 네거티브가 아닌 포지티브(positive) 혹은 리버설(reversal) 이라고 부르는 필름이 바로 우리가 흔히 말하는 '슬라이드' 필름이었고 그것은 필름 자체만으로도 눈으로 볼 수 있는 정상의 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 슬라이드 필름에는 내식 필름과 외식 필름의 두 가지가 있었는데, 아직까지도 구입하고 사용해볼 수 있는 슬라이드 필름들은 모두 내식(발색유제가 필름에 있는)이고 코다크롬이라고 불리는 필름이 바로 외식(발색유제가 현상액에 있는) 필름이었습니다. 외식필름은 그래서 더 감광특성이 좋아 많은 이들이 사랑했었다고 합니다. 물론 내식 필름도 기술의 발전으로 외식 못지 않은 품질을 보여주게 되었습니다만. 내식 필름은 흔히 엑타크롬(Ektachrome)이라고 부르는 그 방식이고, 코닥의 엑타크롬 뿐만아니라 후지필름이나 그밖의 메이커들이 만들어 내놓는 E-6 현상 방식의 모든 필름이 다 엑타크롬입니다.




코다크롬 필름은 매우 복잡한 K-14라는 방식의 현상과정을 거치는데, 그래서 아무 곳에서나 현상하지 못하고 코닥이 지정한 현상소에서만 거의 현상 가능했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88올림픽을 전후해서 주로 기자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코다크롬을 현상하는 현상소가 있었지만 올림픽이 끝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중단했었습니다. 그 후에는 일본, 미국 등에서 현상가능했었는데, 코닥은 경영이 악화되던 그 무렵, 2009년에 코다크롬 필름의 생산을 중단했고 이듬해 2010년에 현상까지 종료했습니다.


마지막 코다크롬 필름들을 사진가 스티브 맥커리가 촬영했다는 얘기도 유명하죠. 하지만 코다크롬으로 촬영된 진짜 마지막 컷은 코다크롬 현상소였던 미국의 Dwayne's Photo의 직원들이 단체로 촬영한 컷이었다고 합니다.


케이채님의 블로그에 자세한 이야기가 쓰여 있네요.


그리고나서 2012년에는 코닥은 자신들이 생산하던 엑타크롬 방식의 슬라이드였던 E100VS와 E100G까지 생산을 중단합니다. 많은 분들이 충격에 빠졌었죠.


그로부터 5년 후, 코다크롬 현상이 종료된 지 거의 만 6년 후, 코닥은 필름사진의 새물결을 확인하고 엑타크롬 필름의 재생산을 발표하기에 이릅니다. 그리고 그것뿐만이 아니라 시장 상황에 따라 코다크롬 필름도 다시 만들어볼까 어쩔까 한다는 의향까지 흘리기도 했습니다. 만일 코닥이 코다크롬 필름까지 다시 생산한다면 누군가 어디선가 지정된 현상소가 다시 K-14 프로세스를 처리한다는 이야기가 되고, 미처 사용하지 못하고 냉장고에 잠들어 있던 전 세계의 코다크롬 필름들이 다시 촬영되고 현상될 수 있겠지요.


그런데...


코닥이 지정하지 않았지만, K-14 역시 필름을 현상하는 과정이고 화학 약품들로 이루어진 프로세스였기에 도전하는 분들이 있었습니다. 작년께에는 호주에선가 코다크롬 필름의 컬러현상에 성공했다고 하는 분의 페이스북 포스팅이 화제가 되기도 했었습니다. 하지만 개인이었기때문에 다른 사람들의 필름을 받아 현상해주는 일을 하기는 어려웠던 모양입니다. 물론 품질도 완벽하지 않았을 수도 있구요.


다른 분들도 이런 연구를 계속 했던 모양입니다. 


급기야 올해 1월 25일쯤에 '코다크롬 필름의 컬러현상에 성공했고, 여러분들의 필름도 현상해드리겠다'는 발표를 미국의 개인 현상소에서 포스팅합니다. 'Piratelogy Studio'라는 타이틀을 달고 Etsy.com 에 입점해 있는 개인(으로 보이는) 분입니다. 클래식 카메라들이나 빈티지 스트랩, 기타 물건 등을 판매도 해 온 분이었고 코다크롬 필름의 현상에 성공해서 다른 분들을 위해 서비스한다고 하고 있습니다.




한 롤 현상하는 데 $25라고 합니다. 그 희귀성을 생각하면 엄청나게 비싸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한국으로 배송해주는 데에는 26불 가량이라고 나오네요. Kodachrome 25, 64와 200을 현상할 수 있으며 135와 120/220 필름을 처리 가능하고 8mm나 16mm등의 영화용 필름들은 안된다고 합니다. 


Etsy.com의 Piratelogy Studio의 코다크롬 현상서비스 페이지에 들어가서 원하는 수량만큼을 결제하면 필름을 보낼 주소를 알려준다고 합니다. 몇몇 샘플 컷들도 이 페이지에 올라와 있네요.


미국의 어디일테니까 보내는 데 드는 비용, 현상료, 반송비용까지 고려하면 대략 일단 한 롤 현상하는 데에 7만원 이상 정도의 비용이 들 것으로 보입니다. 롤당 3만원씩 더 들겠구요. 기간은 2~3주 정도는 생각하라고 합니다. 하지만 코다크롬을 컬러 슬라이드로 현상할 수 있다는 데에야..


여러분의 코다크롬 필름들의 행운을 빕니다.


(어쩌면 나중에 언제가 될 지 모르는 그 나중에 코닥이 다시 코다크롬을 현상해준다고 할 때까지 기다리시든가요)


Posted by 이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