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야기2017. 11. 17. 21:39


2017년 1월 벽두를 들썩이게 했던 소식, 코닥이 드디어 전설의 슬라이드필름 엑타크롬을 재발매하기로 했다는 그 소식을 기억하시지요?




가을께에는 발매하겠다고 했었는데 벌써 11월 중순이 되어 겨울이 되었네요.


조금씩 조금씩 냄새는 피워 왔었지만 과연 제대로 된 필름이 발매될지, 된다면 언제 될지 많이 궁금했었는데 코닥의 소셜 네트웍 공식 계정들(인스타그램, 트위터 등등)을 통해 티저를 내놓았네요.



실제로 엑타크롬 필름을 제조하고 테스트하는 공정의 사진들 몇 컷을 올렸습니다. 트위터(https://twitter.com/Kodak/status/931203473475022848)에는 4컷밖에 안 보이지만 인스타그램에는 6컷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2018년 초에는 실제로 판매될 수 있을 거라는 기사들이 여기저기에 올라오네요.


http://www.en.finegrain.es/2017/11/ektachrome-is-already-being-tested-and.html


실제로 발매된다면 거의 5년 반만에, 사라졌던 코닥의 슬라이드 필름이 다시 세상에 나오게 됩니다. 이제는 정확한 날짜는 언제가 될지, 가격은 얼마가 될지가 궁금해집니다.


하지만 어쨌든, 다시 코닥의 슬라이드로 찍은 사진을 보게 된다면 감격의 눈물이 나올 것만 같습니다.


#EktachromeIsBack



Posted by 이루"
사진이야기2017. 11. 11. 18:36

'노출계가 없는 디지털카메라' 같은 게 가능할까요?


기계적으로야 가능하겠지만 시장적으로는 불가능하겠죠. '흑백으로만 찍히는 디지털 카메라'가 시장에 나온다고 했을 때만 해도 그게 얼마나 팔리겠나 싶었지만 워낙 많이 안 팔아도 되는 메이커가 비싸게 팔았기에 그래도 꽤 많은 분들이 쓰시는 걸 보게 되었습니다. 물론 흑백만 찍히게 하기 위해서 필요한 최소한의 메커니즘을 이용했기에 컬러로 찍어서 흑백으로 만드는 것보다 몇몇 부분에서 더 좋다, 라고 광고했고 그게 어느 정도는 먹혔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흑백전용 디지털카메라, 라이카 M-Monochrome 

소개기사: http://it.chosun.com/news/article.html?no=2346541&sec_no=


옛날 아주 오래전 필름카메라 시절에는 카메라에 노출계가 없었습니다. 마땅한 사진을 만들기 위해 필름에 노광될 적절한 빛의 양의 측정할 수 있는 장치가 노출계죠. 그렇게 하는 걸 측광이라고 합니다. 폰을 들고 카메라 앱을 돌려서 화면으로 보다가 터치하면 사진이 찍히는데, 이 과정에도 그런 장치들이 다 작동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 옛날에는 사진을 찍는다는 게 특별한 사람들의 전유물이었습니다. 카메라도 비쌌고, 사진술은 어려운 기술이었죠.


노출계가 없는 카메라는 이 빛의 양을 측정하는 계기가 없는 겁니다. 렌즈의 조리개와 셔터속도만 조절할 수 있게 되어 있죠. 노출은 따로 외장 노출계를 이용하거나 아니면 어쨌든 어떤 방식으로든 사람이 판단합니다. 사진을 많이 찍고 훈련해보면 상황이나 빛, 시간대 등 여러 감각에 의해 '이 정도면 적정할 거야'라는 판단이 가능한데, 이걸 흔히들 '뇌출계'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놀랍긴 하지만 현재도 노출계가 없는 필름카메라들이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하나는 일회용카메라나 토이카메라 같은 단순한 메커니즘을 이용하는 것들이고, 라이카 같은 메이커에서는 전기적 메커니즘을 전혀 배제하고 순수한 기계식으로만 만든 M-A 같은 매우 비싼 카메라를 팔고 있기도 합니다.


노출계가 없는 순 기계식 필름카메라, 라이카 M-A


노출계가 없으면 사진이 어떻게 찍힐지 사람이 판단해야 합니다. 조리개나 셔터속도, 필름의 감도에 따라 주관적으로 빛을 느끼고 그 빛의 세기를 알아차려야 합니다. 고도의 훈련까지 필요한 건 아니지만 어느 정도의 경험과 감각이 필요합니다. 거기에 더더욱 필요한 건 상상력입니다. '이 정도로 이렇게 찍으면 아마도 사진이 이렇게 나올 거야.'라는 이미지에 대한 상상은 마치 소설을 읽으며 영화보다도 더 선명한 장면을 떠올리게 되는, 그런 것이기도 합니다.


노출계가 있다면 인간은 무조건 기계에 의존하게 되어 있거든요.


노출계가 없는 디지털카메라로 사진을 찍으면 어떻게 될까요. 분명 뒤에 달린 액정으로 방금 찍은 사진을 들여다보고 아, 마음에 안 드네 다시 찍어야지, 하는 과정을 계속 반복하게 될 겁니다.


그런 면에서 라이카라는 메이커는 실험적 제품을 시장에 실제로 출시하는 꽤 의미있는 행동을 보여주고 있기도 합니다. 뒤에 액정모니터가 달려 있지 않은 디지털카메라를 말이죠. 다 찍고 집에 와서 컴퓨터에 꺼내놓아야만 사진을 확인할 수 있는 그런 카메라. 조금은 상상력을 자극할 수는 있겠지만, 시장적으로 성공하지는 못합니다. 많이 팔리는 건 처음부터 불가능할테니까요.


노출계가 없는 디지털카메라이려면 그래서, 액정모니터도 없어야 할 겁니다. 노출계도 없고 액정도 없고, 찍고 나서 집에 와서 꺼내보아야만 하는 디지털카메라.


뇌출계로 자유자재로 사진을 찍는 분들이라면 혹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느 정도 노출에 실패해도 RAW 가공으로 다 살려낼 수 있는 게 요즘의 디지털 기술이니까요. 아마 사진 인구의 0.001퍼센트는 되지 않을까요? (라이카라면 진짜 만들어서 시장에 내놓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무척 비싼 값에..)



Posted by 이루"
사진이야기2017. 11. 5. 14:30

공감주제 '조금만 더 당기면 한 컷 더 찍을 수 있을 것 같은데..'





36컷이나 24컷짜리 필름을 사용해보시면 실제로는 몇 컷이 더 찍힙니다. 36컷이라고 표기된 필름은 '최소 36컷 촬영을 보장'의 의미이고 필름을 카메라에 로딩하기 위해 당겨져 밖으로 나오는 부분, 현상할 때 필름의 맨 끝부분에서 당겨져 잘려나가는 부분 등이 있어서 서너 컷 정도 길이 이상의 여유분 길이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카운터가 36을 넘어도 한두 컷이 더 찍히기도 하고 어떤 수동카메라에서는 잘 로딩하고 찍고 그러면 40컷이 나오기도 합니다. 자동카메라인 경우도 한두 컷 더 찍히다가 드디어(!) 다 찍었다고 되감기곤 합니다.


그러다 아무튼 36, 혹은 한두 컷을 더 넘어서 37이나 38 정도가 되면 와인더를 당겨도 더 당겨지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절반 정도 당겼는데 더는 안 당겨지고 셔터는 아직 장전되지 않았고...


'조금만 더 당기면 한 컷 더 찍을 수 있을 것 같은데..'


많은 분들 공감하시죠?


실제로 힘을 주어 조금 더 당기면 어떻게 될까요?


[1번 상황]

힘을 주어 조금 더 당기니까, '우드득'하면서 와인더가 조금 더 돌아갑니다. 아 뭔가 조금 불안하죠. 셔터는 장전이 됩니다. 그래서 일단 한 컷 더 찍습니다. 다시 와인더를 돌려봅니다. 다시 뭔가 드득 하는 소리가 납니다. 낌새가 좀 이상합니다. 그래서 그냥 되감기로 합니다.


[2번 상황]

힘을 주어 조금 더 당기려는데... 툭 하고 풀립니다. 셔터는 장전이 되었는데.. 일단 찍을 수도 없고 느낌이 싸아 합니다. 셔터를 릴리즈하고 다시 당겼더니 헛돕니다. 아. 끊어진 겁니다. 망했습니다. ㅠㅠ


[3번 상황]

조금 당기는데 힘이 좀 더 들어가긴 하지만 돌아가는 느낌은 없어도 와인더는 당겨지고 셔터는 장전이 됩니다. 일단 한 컷 더 찍기는 했습니다. 다시 더 돌리려고 하는데 처음부터 안 당겨지기에 필름을 되감습니다.


와인더를 당겨 한 컷씩 장전하는 수동카메라가 아니고 모터와인더나 아니면 배터리를 넣고 쓰는 자동카메라라면 위의 상황들이 일어나지는 않습니다. 다 찍으면 자동으로 되감기거나 아니면 일부 기종에 따라서는 처음에 필름을 끼우면 다 반대쪽으로 감겼다가 찍히면서 한 컷씩 필름 파트로네 안으로 감겨 들어가기때문에, 다 찍으면 그냥 뚜껑을 열어 꺼내면 됩니다.


[1번상황]은 필름은 끊어지지 않았는데, 퍼포레이션(필름 양 옆의 구멍들)이 찢어지는 경우입니다. 



많은 카메라들은 와인더로 감을 때 필름을 정확한 간격으로 이송하기 위해서 톱니바퀴에 걸린 구멍의 갯수를 이용합니다. 필름이 실제로 감기는 부분의 회전수를 이용하려면 필름이 감길 때마다 굵기가 굵어지기 때문에 정확히 제어하기가 어렵거든요. 그래서 와인더를 돌리면 정확히 몇 구멍만큼 감겨 이송되고 뒤쪽 스풀에 필름이 감겨들어갑니다. 이 때 무리하게 감으면 톱니바퀴에 물린 필름 퍼포레이션 부분이 찢어지고 실제로 필름은 진행되지 못합니다. 사진을 찍으면, 제대로 필름이 다음 컷으로 이송되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에 마지막 찍었던 컷과 겹쳐버립니다.



요렇게 살짝 찢어지기도 하고


이렇게 한쪽 톱니만 사용하는 카메라일 수도 있고


이렇게 좀 과격하게 찢어지기도 합니다.


위의 세 경우 모두 필름이 제대로 이송되지 못하고 마지막 컷 부분에 겹쳐 촬영된 게 보입니다. 심지어 위의 두 컷은 와인더가 힘없이 헛도는데도 여러 컷을 더 촬영하셔서 새카맣게 다중노출이 됐습니다. ㅠㅠ


물론 사진들은 다 못 쓰게 되었지요... ㅠㅠ


이런 상황을 이해하는 분들은 많지 않습니다. 그래서 현상소에서는 대개 저렇게 망쳐진 마지막 컷 부분을 잘라내거나 하면서 작업하게 됩니다. 


위의 좀 과격하게 찢어진 필름 같은 경우 좀 더 심하면 아래처럼 되기도 합니다. 일단 필름이 되감겨 들어가기는 했는데, 현상하기 위해서 다시 꺼내지면서 필름 입구에 걸려 찢어지는 겁니다.


현상과정에서 걸려 아예 찢어지기도 합니다.


이렇게 되면 필름이 망가지게 되어 여러가지 문제가 발생하게 되죠.


그런데 사실 이 1번 상황은 그래도 운이 좋은 편입니다. 그냥 마지막 컷과 겹쳐진 컷들만 버리게 되고 그 이전까지의 사진들은 아무 문제가 없거든요.


[2번 상황]은 필름이 끊어진 경우입니다. 실제로 카메라 안에서 필름이 끊어져 현상소나 사진관에 카메라째로 가져가야 하는 경우의 원인들 중 99% 정도는 이렇게 무리해서 한 컷 더 찍으려고 강제로 와인더를 당기기 때문입니다. ㅠㅠ


필름은 뭔가의 물리적인 강제력이 없으면 끊어지지 않습니다. 코닥 필름들은 파트로네 맨 안쪽에서 가운데 기둥에 스티커로 붙어 있고 후지 계열의 필름들은 필름에 구멍을 내어 물려 있습니다. 경험상 그 부분에서 후지보다는 코닥 필름들이 훨씬 더 잘 찢어집니다. 톱니바퀴가 퍼포레이션을 걸고 당기는 힘보다 스풀이 필름을 당기는 힘이 더 세면 끊어지게 되는 거죠. 카메라에 따라 확률이 다르기는 합니다만 퍼포레이션이 찢어지기도, 필름이 끊어지기도 합니다. 필름이 끊어졌다면...


필름이 끊어지면 그 필름을 어떻게든 꺼내지 않으면 다음 필름을 로딩해서 촬영하지 못하는 게 가장 큰 어려움입니다. 밝은 곳에서 그냥 뚜껑을 열고 꺼내면 필름에 빛이 들어가 찍은 사진들을 다 못 쓰게 되기 때문에 보통은 카메라째로 현상소에 가져가 꺼내달라고들 하십니다. 그 때까지 카메라를 못 쓰게 되는 건데요. ㅠㅠ


중요한 행사라도 촬영하러 갔는데 마지막에서 한 컷 더 찍으려고 당겼다가 필름이 끊어졌다면..


해외여행이라도 갔는데 한 컷 더 찍으려고 당겼다가 끊어졌다면....


그래서 개인적으로도 암백 같은 장비 하나는 구비하시면 좋습니다. 필름을 판매하는 쇼핑몰 같은 곳에서 암백도 같이 판매하곤 하는데, 가격은 비싸지 않습니다. 필름을 구입하셨을 때 반투명 말고 완전한 검정색의 플라스틱 통을 구하실 수 있을 겁니다. 암백에 카메라를 넣고 필름을 꺼낸 다음 검정 플라스틱 통에 감아넣고 뚜껑을 닫은 후 혹시라도 잘못 열릴 수 있으니 테이프로 밀봉하신 다음 '끊어진 필름이 들어있으니 암백에서 작업해주세요'라고 메모를 붙여 현상소에 가져가시면 안전합니다. 검은 필름통은 하나쯤은 비상용으로 준비해두시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암백이 없으시다면...


이불속 같은 곳에서는 약한 빛이 있을 가능성이 있어 안되고, 화장실 같은 곳에 들어가 불을 끄고 작업하시면 됩니다. 화장실 안 조명이 형광등이라면 불을 꺼도 잔광이 잠시동안 남아 있으므로 재킷이나 불투명한 보자기 같은 것으로 싸거나 넣어 작업하시면 좋습니다. LED 조명이나 할로겐 같은 종류라면 불 끄고 바로 작업해도 됩니다. 문틈으로 빛이 새어들어올 수 있으므로 바깥의 불도 끄시는 게 안전합니다. 간혹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이는 빨간색 암등은 종이에 사진을 뽑는 '인화'작업용입니다. 필름을 작업할 때는 절대 암흑이어야 합니다. 빨간 등 켜시면 필름에 빨간 빛이 먹게 되죠. ㅠㅠ


필름이 끊어졌을 때 일부 카메라들은 필름을 꺼내기도 참 어려운 경우가 있습니다. 특히 라이카 카메라를 쓰시는 분들은 마지막 컷 이후에 무리해서 더 당기지 마세요. 꽃잎처럼 펼쳐진 스풀에 단단히 감긴 필름을 꺼내는 건 매우매우매우 어렵습니다.


[3번 상황]은 그나마 가장 나은 경우입니다. 일정 세기 이상으로 돌리면 와인더와 스풀, 톱니바퀴가 헛돌게 설계되어 있는 몇몇 드문 카메라의 경우죠. 물론 그렇다고 해도 실제로 필름이 이송되지는 않았기때문에 마지막 컷들은 겹치게 됩니다. 더 찍으시면 계속 겹쳐 위의 사진들처럼 새카맣게 다중촬영이 되고 맙니다. ㅠㅠ




1번이든 2번이든 3번이든, 마지막 부분에서 욕심을 내어 한 컷 더 찍으려고 무리해서 당기면 어쨌든 불상사가 발생하게 됩니다.


'조금만 더 당기면 한 컷 더 찍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싶지만, 그냥 거기에서 되감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참, 되감을 때는 카메라 바닥의 버튼을 누르고 감는 거 잊지 않으셨지요? 그거 안 누르고 힘으로 막 되감는 분들도 아주 간혹 계시긴 합니다. 그러면 이렇게 됩니다. ㅠㅠ



어찌어찌 현상까지는 됐지만 아마 어떤 업소에서도 스캔하기 어렵다고 할지 모릅니다. 스캐너가 저 찢어진 부분을 물고 들어가야 하는데 말입니다. ㅠㅠ 요즘은 스캔하지 못하면 종이사진으로 인화도 못하지요. 자가로 스캔하시는 분들도 이런 필름은 어떻게 할 수 있을지 한번 생각해보세요.. ㅠㅠ


카메라와 필름, 무리해서 힘으로 다루지 않으셨으면 하는 바람으로 이 포스팅을 마칩니다.



Posted by 이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