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이야기2017. 1. 30. 20:29

어디에도 없는 것 같아 기회가 있었던 김에 올려놔 봅니다.


구형 5암 울트라토크 슈퍼레코드 크랭크..


이젠 4암 신형이 나와서 꽤 가격대성능비도 좋아졌지만 여전히 쓸만한 크랭크들 중 가장 가볍고 우수한 울트라토크 방식이라죠.


BCD 110 50-34 체인링 합계 무게는 125그램이네요. 무난한 편.




그러니까 크랭크 전체 무게가 567그램인 제 크랭크의 암만의 무게는 볼트무게 5그램 정도를 빼면 대략 437그램 정도가 되네요.


Posted by 이루"
사진이야기2017. 1. 27. 13:32

이마콘(Flextight) 가상드럼(Virtual drum) 스캐너와 업소용 스캐너간의 비교



세칭 이마콘 Imacon이라고 불리는 스캐너는 많은 분들이 '끝판왕'이라고들 알고 계십니다. 워낙 가격도 가격인데다가 생김새도 독특해서 대체 어떤 방식으로 동작하는 것인지 궁금하기도 하실테고, 어떤 식으로 스캔이 진행되는지도 궁금하실테죠. 이마콘 스캐너들의 전형적인 생김새는 이렇습니다.


 이마콘 플렉스타이트 646스캐너



이외에 848이나 949, 현행 모델인 X1이나 X5도 모양과 스타일, 크기는 거의 비슷합니다. 구형 모델은 가로로 누운 모델도 있지만 방식과 원리는 같습니다. 높이가 65cm, 무게는 무려20kg이 넘는 통 주물 하우징으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앞에 혓바닥처럼 내민 부분이 필름홀더를 장착하는 곳이고 저기에 스캔할 필름을 세팅한 후 전용 소프트웨어를 구동시키면 홀더가 스캐너 안으로 빨려들어가면서 동작합니다.


진짜 드럼 스캐너는 필름이나 인화물 같은 원고를 원통형 드럼에 오일을 발라 밀착시켜 고속으로 회전시키면서 정밀하게 상을 읽어들이는 방식이었지만, 월등한 품질에도 불구하고 오일을 발라야만 하기때문에 한번 스캔하고 나면 아무리 잘 닦아내도 원고가 훼손된다는 단점이 있었습니다.




이마콘의 가상드럼스캐너는 위의 그림에서 보듯 원고가 내부의 원통형 구조를 따라 둥글게 감기면서 들어가는데, 이렇게 '원통형으로 굽어지는 평면의 접선 부분은 완벽한 직선을 이룬다'는 특허 원리를 이용해서 초초초 정밀한 초점과 스캔이 가능한 방식이어서 '가상' 드럼이라고 부릅니다. 실제 테스트한 바로는 진짜 드럼스캐너를 이용한 결과물보다 나으면 나았지 떨어지지 않는다고들 하네요.


우수한 광학적 성능은 스캐너의 가장 큰 덕목입니다. 다만 그 외에는 많은 단점들이 있는데, 이런 방식이기 때문에 홀더가 지원하는 길이 이상의 필름을 한번에 스캔할 수 없고(롤스캔 불가) ICE를 이용한 먼지/스크래치 제거가 되지 않아 스캔된 이미지에서 수작업으로 먼지를 지워주어야 한다는 점, 그리고 우수한 계조때문에 일반적으로 우리가 보는 사진들의 색상과 조금 다른(!) 결과물을 얻게 된다는 점 등이 아쉬움입니다. 높은 가격은 단점이라고 보긴 그렇구요.


이전의 기종간 리뷰에서 보았던 그 이미지를 다시 한 번 볼까요?


위에서 아래로 순서대로 후지-노리츠-코닥-이마콘입니다.



후지


노리츠


코닥랩


이마콘



위의 세 기종들은 모두 시원한 반면 이마콘의 이미지는 어딘가 답답해 보이실 겁니다. 오른쪽 담장이 가장 어둡게 나왔고 왼쪽 가장자리 어두운 부분들도 가장 밝게 나온 듯해 보입니다. 한마디로 명부(하이라이트)와 암부(섀도우) 부분이 다 살아있다는 뜻입니다. '컨트라스트가 낮다'라고 이야기할 수도 있겠지만 스캐너의 능력이 되지 않으면 아무리 컨트라스트를 낮추어도 밝은 부분과 어두운 부분의 계조를 다 읽어들일 수 없습니다. 


보통은 계조를 읽어들이지 못하고 하얗게 날아간 명부를 '화이트홀'이라고 부르고 위의 세 스캐너에서는 어딘가 그런 부분이 있지 않을까 싶은 정도의 하얀 부분이 보이는 듯도 합니다만 아래의 이마콘은 그래 보이는 부분이 전혀 없습니다. 암부도 마찬가지죠.


이마콘같은 이미지는 컨트라스트를 높여 쨍하게 만들어줄 수는 있지만 반대로 이미 날아간 계조는 다시 살려낼 방법이 없기 때문에 스캔된 이미지를 활용하는 측면에서는 비교할 수가 없습니다.


물론 시각적으로는 여러분이 느끼신 것처럼 이마콘의 이미지가 상쾌하고 깔끔해보이는 것과는 거리가 있을 수 있습니다. 리터칭이 필요할테죠.


계조가 좋은 것뿐 아니라 사실 이마콘의 가장 뛰어난 점은 해상력입니다. 그저 스캔해 놓은 이미지의 가로세로 크기와 용량만 크다고 더 좋은 품질의 이미지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평판스캐너들도 광학해상도 9600dpi니 하지만 광학해상도 8000dpi의 이마콘과는 게임이 되지 않습니다. 필름전용 스캐너들도 4000~6000dpi 정도를 지원하지만 분해능은 이마콘에 비해 떨어집니다. 업소용 스캐너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래는 다시 순서대로 후지-노리츠-코닥-이마콘의 순서입니다. 이마콘으로는 50mb의 용량으로 스캔했으며 대략 5100x3300 픽셀 정도가 됩니다. 나머지 세 업소용 스캐너들은 그런 해상도가 지원되지 않거나 하기 때문에 업스케일링으로 같은 크기로 맞추었고 100%를 크롭했습니다. 각각의 이미지들을 클릭해보시면 원본사이즈로 커집니다.


후지


노리츠


코닥랩


이마콘



굳이 클릭해서 원본을 100%로 보지 않으셔도 대강 차이는 보이시겠지만 그래도 한번씩 원본을 클릭해서 자세히 보셔도 좋습니다. 이마콘의 경우는 그냥 선예도가 좋은 게 아니라 필름의 입자 하나 하나가 구분이 되고, 그것들이 만드는 상이 고스란히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후지가 가장 해상력이 떨어지고 뭉개져 있으며 노리츠는 뛰어난 해상력을 보이지만 채도가 너무 강해서 원색이 튀고 모래알같은 입자감이 거슬립니다. 코닥 랩스캐너가 셋 중에서는 가장 좋아보이지만 붉은 기운이 강한 편이네요. (조정해야겠습니다)


이마콘의 이미지는 이렇게 좋지만 또 사진 전체로 보면 깔끔한 맛이 떨어지는 답답함이 밀려옵니다. 여자친구의 얼굴을 마크로 렌즈로 클로즈업해서 땀구멍과 피지까지 다 보이게 선명하게 찍으면 싫어한다고들 했던가요? 인물사진에서 해상력이 떨어지는 뽀샤시가 많이 쓰이는 것은 사진이 지녀야 할 가치가 무조건 선명하거나 계조가 좋거나 한 것만은 또 아니라는 점을 말해주기도 하죠.


하지만 스캐너는 필름이 가진 아날로그 정보를 가장 손실이 적게 디지털 데이터로 변환해주는 게 좋은 겁니다. 그것을 취향과 목적에 맞게 가공하고 활용하는 것은 그 이후의 일이죠.


그렇지만...


이마콘으로 스캔된 이미지를 보정하고 먼지를 지우고 컬러를 맞추고.. 하는 작업은 매우 무척 고되고 어려운 일입니다. 맨 아래의 이미지를 위의 셋 중 하나와 비슷하게 만져낸다고 생각해보세요... ㅋㅋㅋ...


(실제로 이마콘으로 스캔했는데 색이 왜 이러냐, 하는 분들도 많이 계십니다. 업소용이나 개인용 스캐너로 이전에 작업했을 때는 읽어들이지 못했던 계조나 선명도가 이마콘에서는 읽어들여지고 더 보이는 때문입니다..)


가정에서 평판스캐너를 사용할 때 가장 번거롭고 시간이 많이 걸리는 부분은 의외로 홀더에 필름을 세팅하고 다루는 등의 과정입니다. 일부 필름전용 스캐너들도 홀더 다루는 것에 많은 시간이 걸리고 불편하죠. 이마콘도 예외는 아닙니다. 그런데 그것보다 훨씬 더 불편한 점은 ICE를 탑재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먼지/스크래치 제거가 전혀 안 된다는 점입니다. 아무리 잘 불어가며 작업해도 먼지는 눈에 보이지도 않는 수준이죠. 포토샵의 도장툴이나 힐링브러시로 지워줘야만 합니다. 1만 픽셀이 넘는 이미지를 띄워놓고 몇 시간씩 먼지를 지우는 작업은 때로는 고오오오오통이지요...



네.. 즐거운 필름생활입니다.





Posted by 이루"
사진이야기2017. 1. 27. 09:47

의도하지 않았던 다중노출을 겪는 경우-


필름을 작업하면서 일하다보면 의외로 여러가지 상황들을 만나게 되는데요, 필름이 끊어지거나 찢어진 경우, 촬영되지 않은 새필름(공필름), 종류(컬러/슬라이드/흑백)가 혼동된 경우, 감도설정이 잘못된 경우, 다중노출된 필름 그리고 그밖의 경우들 등등등이 있습니다.


다중노출은 의외로 자주 겪는데요, 의도해서 촬영된 다중노출 필름들이 약 1% 정도, 그리고 의도치 않은 사고에 의한 다중노출이 99%쯤 되는 거 같아요. 의도치 않은 다중노출의 95% 이상은 찍다가 감아둔 필름 혹은 찍어서 감아둘 때 끝을 남겨둔 필름에서 생기곤 합니다. 둘 중에서는 찍다가 감아둔 필름에서 생기는 경우가 압도적으로 더 많습니다.


그래서 보통은 찍다가 감았다가 다시 끼워서 컷수 넘기고 다시 찍고 하는 거 권장하지 않는 편입니다. 관리 잘 하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그냥 한 롤은 한 카메라에서 다 사용하고 꺼내시는 게 좋겠죠.


특히 몇몇 좋은(..) 카메라들의 경우 컷과 컷 사이에 촬영데이터를 기록하거나, 혹은 공셔터를 날려도 촬영한 날짜가 스탬프로 찍히게 설정된 카메라에 사용하시면 전에 촬영된 컷들과 새로 날리는 공셔터때문에 다중노출을 피하더라도 데이터나 날짜가 겹쳐 찍히는 경우도 많습니다.

 


Posted by 이루"
사진이야기2017. 1. 17. 21:26


 

 

필름 포장 박스에 쓰여있는 09/2007 은 이 필름의 유통기한이 그때까지임을 보여줍니다. 이 사진은 2007년 초에 찍은 듯하니 당시로서는 유통기한이 지난 필름은 아니었었습니다. (이미 2009년이니 이 필름을 아직도 사용하지 않았다면 유통기한이 이미 1년 반 정도 지났을지도) 

 

정확한 용어라고 말할 수는 없는 '유효기간'혹은 '유통기한' 정도의 명칭들이 통용됩니다. 둘 다 필름에 대해서는 비슷한 의미를 가집니다.

 

이 날짜는 대체로 제조일로부터 2년 정도로 표기되는데, 필름이 건냉소(보통의, 춥고 덥지 않은 실내 정도)에서 상온에서 보관될 경우 2년 정도까지는 문제가 없기 때문입니다. 필름에 발라져 있는 유제는 화학물질이기때문에 서서히 반응이 진행되어 그 성질이 변하게 되는데, 특히 따뜻한 곳에서 그 반응은 더 빨리 진행되기때문에 필름을 오래 보관하기 위해서는 일단 온도가 높은 곳은 피해야 합니다.

 

통상 필름은 냉장하여 보관하는 게 정석입니다. 냉장고에 넣고 보관하면 되고, 더 오래 보관하려면 냉동하면 됩니다. 단, 필름을 사용하기 전 한두 시간 전에는 꺼내 서서히 실온이 되도록 해야 기온차이때문에 발생하는 결로현상(습기가 맺히는 현상)을 방지할 수 있습니다.

 

유통기한이 지나면 어떻게 될까요?

 

표시된 유통기한은 위에서 설명한 것처럼 표준적 보관형태(건냉소, 실온보관)일 경우를 위해 쓰여 있는 것입니다. 슈퍼마켓에 진열되어 있는 우유의 유통기한은 냉장보관했을 때의 유통기한이지, 따뜻한 아랫목에 놔뒀을 때를 보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따라서, 필름의 상태는 단지 유통기한이라는 숫자에만 달린 것은 아니고, 보관상태에 따라 그 기한 안에도 변질되거나 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반대로 유통기한이 지났다고 해서 필름이 항상 변질되는 것도 아닙니다. 냉장, 냉동보관한다면 5년 10년도 문제없이 보관이나 사용이 가능합니다. 아직도 현상소에는 10여년 전 단종된 전설의 필름 Ektar 25 같은 것들이 가뭄에 콩나듯 접수되기도 합니다. 물론 대부분 정상적인 성능을 보여줍니다. 보관이 잘 되었다는 뜻입니다.

 

필름 포장에 적힌 유통기한은 그래서, '정상적 유통을 위한 한계기간'임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해하는 게 좋습니다. 필름을 판매하고 유통하는 곳에서 정상적으로 보관하며 판매할 때, 이 기간이 넘거나 혹은 얼마 남지 않은 필름에 대해서는 정상적 판매가 어렵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구매자의 입장에서는, 신선한 필름을 구입하게 되는 것이죠.

 

그러니 단순이 유통기한이 지났다고 해서 필름의 성능에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어떻게 보관되었는가가 더 중요합니다. 냉장고에 있는 우유가 유통기한 날짜가 지난다고 무조건 상하는 게 아니듯 말입니다.

 

그럼 유통기한 말고, 실제로 필름이 변질되면 어떻게 될까요?

 

변질된 필름이 보여주는 증상은 대체로 필름의 종류마다 다릅니다.

 

컬러네거티브 필름: 전체적으로 포그(fog)를 먹어 베이스가 진하게 변색되거나 혹은 오렌지색이 녹색 등으로 변색되어버리거나 하며, 상은 매우 흐리게 맺히거나 혹은 아예 맺히지 못하거나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변질되면 색상이 틀어지고, 입자가 거칠어집니다. 사진은 노출부족과 함께 컨트라스트가 약해집니다.

 

슬라이드필름: 상이 진하게 맺히지 못하고 전체적으로 흐리게 됩니다. 착색이 덜 되어 물이 빠지는 정도가 변질된 정도를 보여줍니다. 물이 빠진 부분이 녹색으로 변색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입자는 거칠어지고 상은 약하며 컨트라스트가 떨어집니다. 상이 약하니 계조도 좋을리가 없습니다.

 

흑백필름: 가장 오래 견딥니다. 그러나 너무 변질되면 현상시 유제가 흐르거나 뭉개지기도 합니다. 상이 약하게 맺히거나 입자가 거칠어지고 암부 명부의 계조가 죽습니다. 특히 흑백필름의 경우 습하게 보관하면 필름에 곰팡이가 피기도 합니다.(현상을 위해 릴에 감을 때 필름표면에 손가락이 닿으면 미끌거리는 느낌이 아주 불쾌합니다) 곰팡이가 피면 현상을 마친 필름의 상에 동글동글한 형태의 무늬들이 불규칙하게 나타나기도 합니다.

 

 

정상필름(위)와 변질되어 상이 약해져버린 슬라이드필름(아래)

슬라이드필름이 변질되면 이런식으로 녹색이 되기도 한다.

 

 

 

Posted by 이루"
사진이야기2017. 1. 17. 21:12

예전에 다음블로그에 써두었던 글입니다. 2008년쯤 작성된 글이라 과거시점으로 되어 있습니다. 이제 2017년이니 내용들을 조금은 손보아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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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삼십 년 전, 우리나라나 다른 나라의 만화가들이 그려내는 '미래의 생활상' 같은 컷을 보면, 벽에 걸어놓고 보는 얇은 벽걸이 TV라든가, 얼굴을 보며 전화하는 화상전화라든가, 아침마다 자동으로 인쇄되어 나오는 신문이라든가... 하는 모습들이 등장합니다. 벽걸이 TV는 현실이 됐지만, 화상전화는 기술적으로는 현실이 됐음에도 보편화는 아직이고, 배달하지 않고 집집마다 자동으로 인쇄되어 나오는 신문은 현실이 되지 못했습니다. 이들 중 유독 신문만큼은 아직도 아침마다 문앞에 배달되어옵니다. 삼십 년 전 그대로의 그 방식 그대로입니다. 왜 그럴까요?

 

90년대에는 프린터 붐이 일었습니다. 개인용 컴퓨터들의 성능도 비약적으로 발전하기 시작했고, 도트매트릭스 프린터를 지나 잉크젯, 레이저 프린터가 나오면서 사무용 종이의 사용량이 급격히 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이어 네트워크가 발달하기 시작했습니다. 인터넷과 전자결재 시스템 등이 발달하면서 누군가 그랬습니다. '종이 신문은 사라질 것이다'라고 말이죠. 컴퓨터에서 뉴스를 검색하고 보는 장점이 너무나 많으니 느리고 불편한 종이신문이 설 자리가 없어질 거란 예측이었던 겁니다. 그러나 아직도 신문이 살아있습니다. 적어도 90년대보다는 컴퓨터도 훨씬 더 발달하고, 인터넷도 훨씬 빨라지고, 정보는 빠르고 넘쳐나는데도, 아침마다 천천히 소식을 전하는 종이 신문은, 주간월간 잡지들은, 종이에 인쇄된 매체들은, 죽지 않고(아니 심지어 더 늘기까지) 살아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 '종이 인쇄물'들은 왜 안 죽을까요?

 

우리나라에 디지털 카메라 붐이 일어나기 시작한 게 아마도 2000년대 이후인 걸로 기억합니다. 90년대 후반에도 디지털 카메라가 보급되기 시작했지만, 지금처럼 즐길만한 성능과 가격의 카메라가 시장에 나오기 시작한 건 그쯤 될 겁니다. 사실, 80년대에서 90년대에 이르는 이 때는 우리나라에서도 '삼성항공' 등이 카메라를 만들어 전세계에 수출하던 시절이었습니다. 그 이전까지의 카메라들은 사진을 모르면 사진을 찍는 일 자체가 어려웠지만, 누구나 셔터만 누르면 사진이 나오는 '전자동'카메라들이 나오면서부터는 아무나, 정말 아무나 손쉽게 사진을 찍을 수 있게 됐습니다. 지금이라면 아마도 "사진은 모른다, 찍기는 한다"라고들 했을 어르신들도, 애기엄마들도, 아이들도, 누구나 어깨에 조그만 카메라 하나 들고 사진을 찍었습니다. 파인더을 들여다보고 줌을 밀고 당겨 구도를 잡은 뒤 셔터만 누르면, 노출이고 뭐고 나머지는 카메라가 다 해줬습니다. 의도는 반영하기 어려웠지만 실패하지는 않는 사진이 되었던 것이죠. 그리고 사진관에서는? '잘 나온 컷'들만 뽑아줬습니다. ^^;

 


포르쉐가 디자인했던 대박히트모델, 코끼리 카메라 4배줌, 케녹스 FX-4 

 


그때 그 카메라 삼성 퍼지줌 AF-SLIM

 

 

그러다 디지털 카메라 붐이 왔습니다. 좀 비싸긴 해도, 필름을 넣을 필요도 없고, 찍으면 바로 볼 수 있고, 필요하다면 컴퓨터에서 인쇄하면 되고, 작고, 간단하고, 그리고 들고다니면 첨단으로 앞서가는 폼이 나는, 그렇게 편리할 수 없는  디지털 카메라, 디카가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백만 화소를 넘어 2백만, 3백만, 4백만...

 

디카는 처음에는 매니아들의 전유물이긴 했습니다. 첨단 디지털 기기와 컴퓨터에 익숙하지 않은 어린이, 아주머니, 어르신들은 한동안은 전자동 필카를 들고 여전히 사진을 찍으셨습니다. 하지만 점차 디카는 더 널리 보급되고, 놀이공원이나 여행지에서 그래도 꾸준히 보이던 그 전자동 필카들은 점차 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가 아마, 너무 앞서갔던 사람들은 거꾸로 다시 필름카메라에 관심을 가지게 됐던 모양입니다. 디카와 필카는 너무 많은 부분에서 달랐기 때문입니다. 디카를 만질만큼 만져본 사람들은 필카도 만지기 시작했습니다. 그게 아마도, 2000년대 중반을 넘어서면서였던 것 같습니다. 집집마다 이제는 시들해서 장농에 보관되던 카메라들이 발굴(?)되어 빛을 보기 시작했습니다. 사진이 발명되고, 개인들이 간편하게 사진을 찍게된 지 수십 년, 그동안 만들어진 수많은 카메라들, 클래식 카메라들이 다시 꺼내져 필름을 먹게 됐습니다. 다시 그렇게 필름으로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조금씩 조금씩 늘어났습니다.

 

과거의 전자동 카메라로 찍던 사진과 다른 점이 있다면, 필름으로 사진을 찍어도 디카로 찍은 것처럼 컴퓨터로 즐기는 시대의 사람들이란 점입니다. 첨단 전자장비인 디카가 아니라 정말 기계적인 필카로 사진을 찍고, 현상하고, 스캔해서 컴퓨터로 보고, 종이 사진으로 뽑아보는 재미에 사람들은 다시 푹 빠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문제라면, 다시 완전히 세상을 뒤덮을만큼 널리 유행이 되지는 못할 거라는 예측입니다. 문제가 아니라,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릅니다. 많지 않은 숫자의 사람들이 즐기는 취미가 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필름으로 사진을 즐기는 비용은 점점 높아지고... 그래도 정말 즐기려는 사람들은 자꾸 줄어들 것 같습니다. 종이신문이 보여주는 생명력을 필름도 보여줄까요? 그렇기는 하겠습니다만.

 

 

그럼, 필름은 사라질까요?

 

네.. 사라지겠죠. 다만, 시간이 많이 걸려야 사라질 겁니다. 세상에는 아직도 수십 년 동안 생산된, 필름만 넣으면 멀쩡히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수억, 혹은 수십억 대의 카메라들이 있고, 그 카메라들은 필름을 필요로 합니다. 누군가 찍고자 하는 마음만 있다면 그게 바로 '수요'가 됩니다.

 

게다가, 의아스러울지 모르겠습니다만, 아직도 필름카메라가 '새로' 생산됩니다. 니콘에서는 플래그십 필름카메라인 F6가 2004년에 나왔습니다. 라이카는 아직도 필름카메라를 신품으로 생산하고 있습니다. 후지필름은 작고 매력적인 소형 필름카메라를 새로 새로 발매합니다. 일본의 코시나는 Voigtlander 상표를 달고 Bessa 필름카메라를 계속 내놓고 있습니다. 독일의 Zeiss Ikon은 코시나와 합작으로 새 필름카메라를 발표했습니다. Kenko는 중국에서 생산한 필름카메라를 내놨습니다. 러시아의 로모사는 로모 카메라를 계속 생산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신제품도 내놓습니다. 일본이나 중국과 다른 나라에서는 수많은 토이카메라들이 새로 나옵니다. 롤라이는 중형카메라인 Rolleflex를 현행 상품으로 판매하고 있습니다. 린호프는 617 포맷과 같은 명품 중형/대형카메라들을 새로 발매하고 있습니다. 후지필름과 코시나는 합작으로 6x7 포맷의 중형 폴딩 카메라를 새로 내놓겠다고 했습니다. 중국에서는 Seagull, Mudan과 같은 중형카메라, 장성과 같은 SLR, 그리고 필름을 사용하는 똑딱이 카메라들이 아직도 많이 생산되고 있습니다(옥션이나 지마켓을 검색해보세요). 적어도 이 회사들은, 필름이 앞으로도 수십 년 동안은 계속 생산되리라 생각하고 있을 겁니다. 그도 안되면, 후지필름처럼 카메라도 생산하고 필름도 생산하는 방식을 취할지도요.

 

 


2009년에는 판매될 것 같은, 후지필름의  새 중형 폴딩 카메라 GF670

(2017년 코멘트: 이 카메라 발매돼서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다만 니콘의 F6이후의 필름카메라였어야 할 F7은 나오지 않았고, 코시나에서도 Zeiss에서도 새로운 필름카메라가 더 나오지는 않았습니다. 라이카에서는 몇 종류의 필름카메라들이 새로 나오긴 했네요. 로모는 새 필름카메라들을 꾸준히 내놓고 있습니다.)

 

그리고, 없어지는 게 아니라 새로 필름들이 나옵니다. 후지필름에서도 코닥에서도 새 필름들이 개발되어 판매됩니다. 물론 아그파는 경영난으로 다른 회사에 인수됐지만, 코니카도 그랬고 폴라로이드도 그랬고 포르테도 그랬지만, 그건 필름이 사라지는 수순이 아니라 시장의 변화로 인한 경영상의 문제로 생각합니다. 물론 그 회사들이 넘어가면서 사라져 더는 나오지 않는 필름들이 많습니다. 그건 참 아쉽습니다.


(코닥은 파산보호신청단계를 거쳐 그동안 단종시켰던 슬라이드필름을 2017년 4/4분기에 다시 내놓는다고 합니다)

 

 


2009년 3월에 새로 발매한다는 후지필름의 '수퍼리아 프리미엄 400' 필름. 기대가 크다. 

(이 필름은 발매돼서 2017년 지금도 구할 수 있습니다.)

 

필름은 현재 일본, 미국, 유럽(영국, 헝가리, 체코, 크로아티아, 독일, 이탈리아, 러시아...)와 중국 등에서 생산되고 있습니다. 아쉽게도 한국에서는 생산하고 있지 않지만, 중국에서 만들어지고 있는 필름을 보면, 필름의 생명력은 길기도 하겠구나 싶습니다. 사실 옛날에는 유리판에 유제를 직접 손으로 발라 사진을 찍기도 했었으니까요.


(영국, 독일, 크로아티아 등에서는 필름을 만들고 있지만 이탈리아 러시아 체코 헝가리 등 많은 나라의 필름들이 사라졌네요.)

 


중국산 럭키 SHD100 흑백필름. 무척 저렴하다. 

(중국의 필름생산도 모두 사라졌습니다. 다시 만들까.. 그건 모르겠습니다.)

 

 

필름은 사라질까요?

 

다시 답을 하자면, 아니오입니다. 적어도 이 글을 읽고 계신 분이 살아계실 동안은, 필름은 발매될 겁니다. 디지털카메라가 아무리 발전한다 하더라도 즐기는 사람이 있을테니 말입니다. 취미와 레져활동은 편하게 즐기는 게 아니라 '사서 고생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맛난 매운탕을 먹으려면 노량진에 가면 되지, 애써 낚시하러 갈 필요는 없을테니 말입니다. 필름카메라는 그 결과물이 디지털보다 무조건 더 좋아서 사용하는 것만은 아닙니다. 그 과정이 디카보다 더 고생(!)스럽기때문에 즐기는 대상이 되는 것입니다. 비용이 들고, 귀찮고, 오래걸리고, 불편하고.... 하기 때문에 즐겨지는 겁니다. 게다가 디카에서는 못 느낄 그 '맛'이 따로 있음에 말입니다. 낚시하면서 느끼는 그 '손맛' 같은, MTB 를 타면서 느끼는 그 심장 터질 것 같은 짜릿함같은...

 

 

필름 안 사라집니다. 즐깁시다.


(네 당분간은 안 사라질 것 같습니다. 10년쯤 후인 2017년에도 더 많은 분들이 필름으로 사진을 찍고 있으니까요. 즐길 수 있을 때 즐기자구요.)

Posted by 이루"
사진이야기2017. 1. 17. 20:58


10년은 됐습니다만 '이루의 필름으로 찍는 사진' 1권을 2007년에 내고 그 책에 미처 싣지 못한 내용이라든가, 조금 보충하려던 것들이라든가 새로운 소식이라든가 가십이라든가 등등을 블로그에 조금 정리해두고 있었습니다. 여러 블로그 서비스가 있었는데 하필이면 다음 블로그를 사용했었죠.


http://blog.daum.net/tyromin 이라는 주소였는데,


블로그가 그렇듯이 글을 올리고는 조금 두었다가 다시 들어가보곤 하는 기간이 조금씩 길어지다 보니 한두 달 못 들어가보기도 하고 그랬습니다.


골칫거리는 스팸이었는데 댓글로 스팸이 하도 달려서 지우고 차단하고 하는 게 주된 일이었습니다. 해킹을 당한 건 아니었는데 댓글때문이었는지 어느날 들어가보니 스팸신고로 블로그 컨텐츠가 차단되었다고 떠 있더군요. 해킹당한 거였으면 계정 자체가 다 털려서 여기저기 다른 카페나 등등도 가입하고 강퇴당하고 하는 일이 같이 있었어야 하는데 그건 아니었으니까요.


그러더니 날아가버렸어요.


글들도 죄다 날아갔죠.


그래서 그냥 포기하고 있었는데..


워낙 많은 분들이 퍼가신 덕분에(-_-) 제가 써두었다가 소실된 글들을 일부 복원할 수 있을 것 같네요.


하나둘 다시 퍼와보겠습니다. 후후후..



Posted by 이루"
사진이야기2017. 1. 12. 22:07

오늘은 흑백필름으로 사진을 찍어 현상소에 현상과 스캔까지 의뢰하시는 분들 중 그 현상소가 후지필름의 기종을 사용하는 곳일 경우 자주 볼 수 있는 사진들의 경향에 대해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FDI라고 하는 간판을 달고 영업하고 있는 곳들이 대부분 후지필름의 기종을 사용하고 있는데, 국내에 들어온 대부분의 후지 기종들은 한국후지필름을 통해 공급된 것들입니다. 업소는 기계를 들여놓는 것만으로 운영하기는 어렵습니다. 설치도 해야 하고 교육도 받아야 하고 유지보수도 받아야 하고 특히나 인화지나 약품같은 자재들을 지속적으로 공급받고 거래해야 하기때문에 고정 거래를 해야 하고, 그러다보면 후지와 노리츠로 양분되는 국내 미니랩 장비들 중에서 보다 유리해보이는 조건과 사후관리를 제공하는 곳을 선택해야만 했었죠. 그래서 후지를 선택하면 FDI(Fujifilm Digital Imaging)라는 간판을 달 수 있었고 후지에서 장비를 도입할 수 있었던 겁니다.


후지필름의 프론티어 미니랩 장비에 같이 보급된 필름스캐너들은 몇 가지 기종이 있는데, 그 중 가장 최신(?)의 기종은 SP-3000 입니다. 이 기종은 135필름 및 120/220 등 중형 필름까지를 스캔할 수 있습니다. 135는 자동이지만 중형용은 일일이 한 컷씩 수동으로 작업하게 되어 있기 때문에 거꾸로 더욱 다양한 필름 판형들을 편법적으로 작업할 수도 있습니다. 이외에는 조금 구형인 SP-2000과 국내에는 거의 보급되지 않은 SP-2500같은 기종들도 있고, 135 전용으로 보급된 SP-500이나 SLP-800, SLP-1000과 같은 기종들도 더러 있습니다.


기종에 따라 작동하는 방식들은 조금씩 다르지만 다들 같은 이미지 프로세싱 알고리즘을 장착하고 있기 때문에 이미지의 특성이나 품질은 거의 비슷합니다. 스캔 속도라든가 Dmax와 같은 기술적 스펙은 텍스트로 공개되어 있지도 않습니다. 그냥 시간당 몇 코마(몇 컷을 스캔해낸다)를 작업한다 정도의 스펙이 카탈로그에 공개돼 있을 뿐입니다.


일부에서는 'FDI에 맡기면 모든 필름이 다 FDI가 되어버린다'라는 이야기를 하기도 합니다. 실제로 후지의 스캐너가 그런 정도로 막장까지는 아닌데, 스캐너의 설정이라든가 혹은 장비를 운용하는 작업자(오퍼레이터)가 필름마다의 특성을 잘 살려내는 작업을 못한다거나(혹은 하지 않거나- 시간과 정성을 들여야 하니까요) 하는 등의 이유로 '막스캔'된 결과물이 고객에게 그대로 제공되다 보면 일어나는 일이기도 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저러나, 이 후지필름의 스캐너는 흑백필름을 스캔할 때 결과물이 독특한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다른 스캐너들은 그렇지 않은데 후지의 기종들은 특히나 원래는 '함께 시스템으로 붙어 있는 은염 레이저 인화장비'에 최적화된 결과물을 만들어내도록 설계돼 있습니다. 이 스캐너들은 원래는 인화기와 한 덩어리로 되어 있고 따로 떨어뜨려 사용할 수가 없었습니다. 나중에 별도의 장비를 만들어 따로 떨어뜨려놓고 사용하게 개선이 되었습니다만. 그래서, 컬러필름은 물론이고 흑백필름도 레이저로 노광해서 약품처리되어 나오는 은염인화를 위한 중간결과물로서의 디지털 데이터를 뽑아내도록 되어 있던 것이죠.


컬러인화지로 흑백의 결과물을 작업하는 것을 크로모제닉(chromogenic) 인화라고 하는데요, 인터넷 인화사이트 같은 곳에 흑백 이미지를 보내 뽑아보신 분들은 어떤 경험들이 있으실 겁니다. 말하자면 완벽한 흑백이 나오지 않는다는 것인데요, 이것이 바로 크로모제닉의 특성입니다.


어떤 경우는 불그레하기도 하고 어떤 경우는 푸르스름하기도 했을 겁니다. 컬러 캘리브레이션이 잘 잡힌 인화의 경우는 좀 덜하기는 한데, 그래도 형광등이나 실내등, 혹은 주광 등에 따라 붉게도 푸르게도 보이는 것을 경험한 적이 있으실지도 모르겠습니다. 그게 바로 컬러인화용 인화지로 흑백사진을 뽑았을 때 나타나는 특성입니다. 후지는 이런 점을 이미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완전한 흑백의 이미지를 컬러인화지에 인화하면 오히려 잡색이 돌게 된다는 점을 보완하려고 했죠.


실제로 순수한 그레이스케일을 크로모제닉으로 인화해보면 밝은 부분쪽은 약간 붉은 빛(마젠타)이 돌고 어두운 부분쪽은 푸른 빛(그린)이 돌게 됩니다. 그래서 후지는 흑백필름을 인화하려고 스캐너에 넣으면 그 인화용 데이터는 그 반대의 성향(암부는 마젠타, 명부는 그린)이 되도록 설계해놓았습니다.


그래서 후지의 스캐너로 스캔된 흑백필름의 이미지들은 흑백이 아니고 불그레 푸르레한 톤이 도는 컬러의 결과물이 되는 것이죠.


전형적인 샘플 하나를 보시죠.



흑백이지만 암부쪽으로는 붉은 기운이 느껴지실 겁니다. 잘 모르시겠다구요? 아래의 사진을 보시죠. 같은 사진을 완전히 그레이스케일로 변환한 것입니다. 화면을 위아래로 스크롤해서 비교해보세요.



확연히 비교가 되시지요?


이렇게 붉고 푸른 톤을 넣은 흑백 스캔 이미지가 만들어지는데, 현상소에서는 이런 특성을 알거나 혹은 모르거나(모르는 곳들도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합니다. 어떤 곳들은 완전한 흑백으로 만들어서 제공하기도 하고, 어떤 곳들은 그대로 제공하기도 하죠.


아무튼 화면에서 잡색이 도는 주로 불그레한 이미지들은 이것이 보통 흑백사진에서 많이들 일부러 작업하는 세피아 톤(부드럽고 미묘한 갈색톤을 일부러 넣은) 것과는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가끔씩은 거슬리곤 합니다. 이 톤들은 좋은 흑백을 위해서가 아니라 위에서 설명한 것처럼 크로모제닉 인화시의 잡색 보정용으로 들어간 미세한 톤들일 뿐이거든요.


만일 필름을 맡긴 현상소에서 받은 이미지가 완전한 흑백이 아닌 불그레 푸르레한 톤이 아직 그대로 남아 있는 이미지라면 웬만하면 완전한 흑백으로 변환해서 사용하시기를 추천해드립니다. 요즘은 잉크프린터같은 것들도 좋아져서 흑백이미지를 꽤 잘 인쇄해내는데, 그런 곳에 이 크로모제닉 보정톤이 들어간 불그레 푸르레 이미지를 사용하면 그 색들도 그대로 나오게 됩니다. 오히려 잡색이 끼게 되는 것이죠.


몇 장 더 보여드리겠습니다. 위는 보정톤이 들어간 사진들, 아래는 그레이스케일들입니다.














완전히 흑백으로 만드는 방법은 그레이스케일로 변환, desaturate 등이 있습니다. 컬러필름을 스캔한 이미지나 컬러로 촬영된 디지털 이미지를 흑백으로 변환하려고 색을 뺄 때와 같은 심심한 톤이 되지는 않습니다. 원래의 흑백필름을 스캔한 이미지이거든요. 잡색만 빼는 작업이 됩니다. 물론 포토웍스나 포토스케이프와 같은 편리한 프로그램을 사용하셔도 전혀 무리가 없겠습니다.





Posted by 이루"
사진이야기2017. 1. 6. 08:19

100년 이상의 전통을 가진 미국의 기업 코닥. 여러 해 전 국내 언론들은 '코닥이 망해서 사라졌다'는 식으로 기사를 전했습니다. 코닥은 경영난 끝에 2012년 '파산보호신청'을 미국 법원에 냈었고 그러기 전까지 구조조정을 진행중이었죠. 특허들을 내다 팔기도 했고, 돈이 안 되는 필름 생산 라인과 제품을 줄이고 있었습니다. 수많은 슬라이드필름들도 그 희생양이었는데, 마지막까지 남겨두었던 E100VS와 E100G 필름을 2012년 3월 1일에 단종시켰었습니다.


파산보호신청은 말하자면 법정관리같은 것이어서 파산하지 않도록 채권단으로부터 자산을 보호 동결하면서 살아남을 수 있는 것들을 정리하고 기업을 회생시킬 수 있도록 하는 절차로 압니다. 그러니 경쟁력있는 부분만큼은 회생할 수 있었던 것이죠.


파산보호기간을 거치면서 코닥은 몇 개의 회사들로 쪼개졌는데, 그 오랜 기간동안 코닥을 먹여 살렸던 아날로그 사진 부문(필름, 약품, 감광인화지 등등)은 영국자산공사 펀드가 인수하면서 코닥 알라리스(Kodak Alaris)라는 이름의 회사로 떨어져나갑니다. 좀 의외지만 영화용 필름은 미국 코닥에 남겨두었는데요, 아마도 유통과정이 달랐거나 했던 모양으로 추측은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구조조정과 회생과정이 끝나고 시장수요만 있다면 코닥은 분명 슬라이드를 다시 생산할지도 모른다고 예측했었습니다. 


http://irooo.tistory.com/19 


그리고 만 5년 가까이가 흐른 지금, 무려 2017년 새해 벽두에 코닥은 엑타크롬 필름의 부활을 알려옵니다.



이 소식때문에 필름사진계는 난리네요. 실제로는 아직 필름이 발매된 것은 아니고, 2017년 4/4분기에나 판매될 것이라고 합니다. 135필름만 먼저 나올 것이라고도 하구요.


어쨌든, 코닥의 E100 시리즈를 그리워하는 한 사람으로서 저 필름으로 촬영된 사진을 다시 볼 생각을 하니 두근거림에 눈물이 다 나올 지경입니다. 간밤에는 잠이 들었다가 새벽 4시에 문득 잠이 깨었는데, 괜히 열어본 페이지에서 이 만우절 기사같은 뉴스를 접하고 흥분해서 잠을 다 설치고 말았습니다.


이 소식은 몇 가지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 필름사진 시장의 확실한 부활입니다. 

필름 사진을 시작하고 즐기는 분들이 많아지고, 필름 카메라 가격들이 비싸지고, 아마츄어와 프로 할 것 없이 필름으로 촬영하는 절대 사진의 양이 늘어났습니다. 코닥도 자신들의 뉴스에서 최근 몇 년간 필름 판매량이 저점을 찍고 증가중이라는 발표를 내놓은 적이 있었습니다. 이제 이번 엑타크롬 슬라이드의 재발매로 이것이 확실히 공인된 셈입니다.


- 새로운 필름들이 더 나올 것 같습니다.

코닥이 망해서 사라졌다고 생각하셨던 것은 오해입니다. 코닥은 여전히 필름사진 시장의 거목이었습니다. 코닥이 이렇게 시장을 주도하기 시작하면 후지를 비롯한 다른 메이커들도 대응하게 마련입니다. 필름사진 시장이 비록 코딱지만해졌을지는 모르지만, 그 코딱지들은 매우매우 영양가가 높고 마진이 큰 부분이어서 그냥 넋놓고 바라보고만 있지는 못할 겁니다. 특히나 코닥과 후지가 아닌 다른 제조사들의 행보가 빨라질 것 같습니다.


- 필름사진의 수명이 연장됐습니다.

코닥이 슬라이드를 접고 후지도 하나둘 접고 이제 판매되는 슬라이드는 벨비아50과 100밖에는 남지 않았었습니다. 심지어 코닥의 경우는 슬라이드 현상약품마저 구할 수 없게 되었었습니다. 비관론과 긍정론이 공존했었지만 비관적으로 보자면 슬라이드 필름은 앞으로 5년 혹은 길어도 10년이면 더는 생산되지 않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군소메이커가 필름을 만들어도 현상약품이 없으면 아무것도 안 되는 거니까요. 아그파에서 CT100을 내놓고 마코에서 롤라이 이름으로 조금은 만들어 냅니다만 현상약품은 공급하지 않으니까요. 이제 이번 엑타크롬 재생산으로 이런 걱정이 당분간 사라지게 됐습니다.


- 그밖의 분야들도 혹시...

새로운 필름카메라도 발표될까요?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 요즘 하이엔드 P&S 카메라들의 수요와 가격이 장난이 아닙니다. 덩달아 다른 카메라들도 가격이 뜁니다. 수리실은 즐거운 비명을 지른다고 합니다. 다시 필름을 취급하는 현상소들도 더 생겨날 것 같습니다. 필름사진을 취급하는 온라인 미디어, 채널, SNS도 더 생겨날 것 같습니다.



얼른 나왔으면 좋겠네요. 얼른 써보고 현상해보고 스캔해보고 싶습니다. 정말 보는 순간 눈물이 왈칵 나올 것 같네요.


Posted by 이루"